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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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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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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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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월 (14)

DUMMY

- 1월 (14)




계획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달라진 것은 이제 우리모두가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6호선 안에 도사리고 있는 드렉시드들을 필중 혼자서 천천히 잡을 시간은 없다. 5일 오후가 되면 물이 차오른 6호선에서 드렉시드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필중이 드렉시드들을 2호선으로 유인하고 돌아올 동안 우리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하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탄환을 확보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와, 감이 좋으신데요? 처음 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선생님이 좋으셔서 그렇죠.”


필중과 한창 훈련을 하던 중에 배급을 맡은 수연이 찾아왔다. 이전 시도와 정확히 반대였다. 그때는 수연이었던 내가 훈련을 하고 있었고 지금 이 몸의 주인이 배급을 맡고 있었다.


“자, 헌터님, 그리고 언니! 식사가 왔어요! 드시고 하세요!”


오늘 식단은 개 사료였다. 우리가 가진 식량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이었다.


“흠흠! 개 사료라고 하지만! 영양분이 풍부하고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죠!”

“너, 무슨 장사꾼 같다?”

“에이, 헌터 아저씨. 풋풋한 여고생에게 장사꾼이라뇨! 자, 언니도 드세요!”


수연은 기억처럼 밝았다.


“근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실 수가 있어요? 진짜 대단해요! 사람들이 진짜 헌터 같다고 막 그래요. 이건 비밀인데요, 혜미가 언니보고 얼음공주라고 불러요. 히히”

“풋, 그냥 성격이야.”

“여기서 나가면 진짜 헌터시험 한번 봐보세요. 제 생각인데, 언니는 진짜 한번에 될 걸요?”


수연에게서 얻은 능력이 생각났다.

6년전, 게이트가 안정화 되기 직전에 생긴 사고에서 수연은 부모님을 잃었다.

수연이 이렇게 밝게 자랄 수 있던 것은 돌아가신 부모님이 주신 사랑의 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 버거운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능력은 부모님과의 추억이었다.

능력전승으로 인한 능력과 기억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나는 한층 더 애틋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헌터님! 저희 2조 이제 바리케이트 작업 교대하려고 합니다.”


2조의 조장, 바이크자켓을 입은 김진호가 찾아왔다.


‘지난번 죽기 직전이랑 찾아오는 순서도 똑같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뜩 빙의의 법칙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아, 혹시···?’


만약에 이번에도 죽음을 맞게 되면 그 법칙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1월 4일이 되자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번통로, 즉 우리가 숨어있을 연결통로의 양 끝에 바리케이트가 모두 쌓였다.

이제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 들어온 통로는 모두 봉쇄하고 하루밤을 통로 내의 계단에서 보낼 것이다.

결전의 시간은 5일 아침.

그 시간이 되기 전까지 1번 통로 안에서 2호선 출구쪽에 다시 바리케이트를 쌓고 밖에서는 기필중 헌터가 바리케이트를 보강해 줄 것이다.

137명의 인원이 1번 통로로 향했다.

노약자들이 많아, 시간이 다소 많이 소비되었다.

그렇게 통로로 향하는 우리들을 필중은 한 명 한 명 배웅했다.


“헌터니임, 몸 성히 돌아오시구려.”

“할머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겁니다. 놀라지도 마시고요.”

“살아서 봅시다, 필중 헌터.”

“제가 없는 동안 모두를 부탁드릴게요.”

“헌터님, 화이팅!”

“수연이도 화이팅!”


내 차례가 왔을 때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나도 그에 대한 답례를 해주었다.




작게 폭발하는 내 능력에 그는 그저 미소지었다.

그렇게 137명을 수용한 1번통로에는 바리케이트가 쌓였다.



“모두 일어나세요.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드렉시드가 풍겨내는 지독한 악취 속에서 눈을 떴다.

불편한 환경과 잠자리에 노인들이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잘 버텨주었다.

긴장과 불안으로 선잠을 잔 이들은 금새 눈을 뜨고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신호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확실했다.


퍼어어엉!


2번 통로의 바리케이드가 폭발하는 굉음이 들렸다.


펑펑펑펑펑!


연속된 폭발음이 2번 통로를 내려와 우리 앞을 지나쳐갔다.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놈들의 비명이 천둥처럼 통로 안을 헤집었다.

6호선과 연결된 통로를 가로막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수십의 남자들은 온 힘을 다해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것을 버텼다.


“버텨! 버텨! 무너지면 안 돼!”


기를 쓰고 바리케이드를 막는 사람들의 몸 위로 죽은 드렉시드의 체액이 흘러내렸다.


펑펑펑펑펑펑!


6호선을 한 바퀴 돌고 다시 1번 통로로 향하는 필중의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그를 쫓아오는 수많은 드렉시드들의 발소리가 사방에 진동했다.

계단 위 2호선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에서도 소음이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끼에에에에에엑!


바리케이트는 잘 버텨주었다.

필중은 1번 통로를 통해 2호선으로 나간듯 싶었다.

한동안 시끄럽던 바리케이드 밖 6호선 통로도 조용해졌다.


“빨리 이동해!”

“옮겨! 옮겨!”

“여기 좀 도와주세요!”

“셋에 들게, 하나, 둘, 셋!”


그와 반대로 환승 통로의 우리들은 시끄러워졌다.

필중이 돌아오기 전에 6호선 내로 진입해야 했다.

앞쪽에 쌓여있는 드렉시드의 사체들을 옮겨 날랐다.

사체들이 뒤쪽으로, 뒤쪽으로 이동해갔다.

여자들은 임시로 만든 창을 한아름 안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서서히 바리케이트가 해체되고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에엑!


6호선 입구에서 서성되던 드렉시드 한마리가 달려들었다.


퍼퍼퍽


피가. 살점이 튀었다.


“꺄아아아악!”


1열에서 바리케이드를 해체하던 4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


“젠장!”


퍼엉! 퍼엉!


나는 필중에게 받은 탄환을 날렸다.


“1조! 앞으로 나가!”


창을 든 사람들이 앞다투어 창을 찔러댔다.


퍼퍽퍼퍽


창에 찔린 드렉시드가 물러서자 전투조가 모두 창을 받아들며 통로 밖으로 나왔다.


퍼엉퍼엉!

끼에에에엑!

푹푹푹!

퍼억!퍼억!


1마리의 드렉시드는 엄청난 혼란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발악하듯 드렉시드에게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죽어갔다.


퍼엉!퍼엉!


“안돼에!”


나는 미친 듯 탄환을 날려댔다.

자살에 가까운 육탄 공격이 몇번이나 이루어졌을까.

드디어 드렉시드가 무릎을 꿇었다.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십수 명의 사람이 죽었다.

애도할 틈은 없다.


퍼퍼퍼펑!


2번 통로에서 필중의 폭발음이 쏟아졌다.

그가 2번 통로를 지키며 바리케이드를 쌓는 동안, 우리가 그의 후방을 지켜야 한다.

2호선에 유인된 드렉시드가 내려오면 우리는 몰살이다.


몇분.


몇분이면 된다. 그러면 필중이 바리케이트를 쌓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끼에에에엑!


불길한 괴성이 6호선 쪽에서 들려왔다.


“맙소사······”


6호선에서 필중이 미쳐 모두 유인하지 못한 드렉시드들이 튀어나왔다.


딸그랑


전투조 중 누군가가 창을 떨어뜨렸다.

한 마리.

한 마리를 잡는데에 전투조 1/3이 죽었다.

수십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절망감이 차올랐다.


학살이 일어났다.

내 앞에 있던 전투조 모두가 사망하기 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내 앞의 거대한 몬스터벽을 애써 외면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울부짖는 수연을 부둥켜안은 혜미가 소리를 질렀다.


곧 내 시선은 하늘을 날았다. 분수처럼 피를 뿜고있는 나의 몸이 보였다.

내 머리는 사방을 구르다. 어느 순간 어두워졌다.



번쩍!



다시 눈을 떴다. 옆자리의 수연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혜미야, 괜찮아?”


나는 그저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블루호크입니다.]


그리고 5일뒤 나는 다시 죽었다.



번쩍!


방법은 없었다.


[블루호크입니다.]

“기필중 헌터님이십니까?”

“기필중 헌터님이시죠?”



번쩍!


끊임없이 시간은 흐른다.


“열차가 사고가 납니다······”

“곧 있으면 열차가 사고가 나요.”

“열차를 멈추지 않으면 충돌사고가 날겁니다.”



번쩍!


“재능이 있으신데요? 어르신?”

“아깝다. 소질 있는데···”

“천재 아냐? 너무 잘하는데?”

“헌터가 되어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나중에 절 한번 찾아오시죠.”


무수한 시간들이 흘렀다.


“이겼다! 해냈다고!”

“우아아아아!”


번쩍!


“으아아악! 살려줘!”

“꺄아아아아!”

“하느님··· 하느님···”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또 살았다.


나는 이 무한히 반복되는 절망으로부터 계속해서 살아났다.


번쩍!


열차는 항상 햇살이 눈 부신 당산대교 위였고.


번쩍!


블루호크는 언제나 우리들을 위해 희생했으며.


번쩍!


나는 언제나 마지막 전투를 끝내지 못했다.



***


50번쯤 빙의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번 고통 속에서 죽는 것도 힘들었고, 개사료만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반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씩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드렉시드는 어느새 둘, 셋은 상대가 가능해졌고, 나중에는 전투가 익숙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무것도 안하면 죽기 때문에 그런 것 아냐?라는 생각이 때때로 찾아왔으나, 나는 그 의문을 무시했다.

나는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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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OUTRO LINK [1월] +2 19.07.03 350 21 14쪽
36 1월 (36) +3 19.07.02 362 16 9쪽
35 1월 (35) +4 19.06.29 381 19 9쪽
34 1월 (34) +4 19.06.28 402 1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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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월 (32) +1 19.06.26 416 23 11쪽
31 1월 (31) +2 19.06.25 437 19 9쪽
30 1월 (30) +3 19.06.22 475 21 8쪽
29 1월 (29) +1 19.06.21 479 21 8쪽
28 1월 (28) +1 19.06.20 491 22 9쪽
27 1월 (27) +1 19.06.19 491 24 8쪽
26 1월 (26) 19.06.19 498 24 8쪽
25 1월 (25) +4 19.06.18 548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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