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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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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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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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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월 (15)

DUMMY

- 1월 (15)




수없이 반복되는 회귀를 통해서 빙의의 법칙도 깨달았다.

혜미로 빙의했을 때 법칙을 알아내었고, 수많은 죽음을 맞으며 가정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신정자, 김진호로 빙의를 하기 전에 그들과 함께 있었다.

요리사 함덕원으로 빙의하기 전에는 같은 공간인 1번칸에 있었다.

함덕원으로 빙의했을 때, 내 얼굴에 마스크를 씌운 사람은 기필중이었다. 그뒤에는 기필중으로 빙의했다.

혜미에게 빙의하기 전에는 그녀와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쳤다.

알고 보면 간단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으로 빙의한다.


법칙을 어렴풋이 의심했던 것이 수연에게 빙의했을 때다. 나는 기필중으로 한 번 더 빙의하고 싶었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기필중도 아니고 그 전에 마주쳤던 김진호도 아니었다.

한 번 빙의한 사람으로 다시 빙의 할 수는 없었다.

그 뒤 몇번의 죽음을 통해, 다시 한번 기필중에게 빙의하기 위한 시도가 어긋나는 것을 보며 확인했다.

앞에 말한 법칙을 수정하자면 이렇다.

나는 한번 빙의한 사람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친 사람으로 빙의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 가며 많은 능력들을 얻었다.

그중에는 혜미가 가지고 있던 능력인 셀카 잘 찍는 방법 같은 도움이 안 되는 능력도 있었고, 남 씨 형제가 가진 능력인 튼튼한 몸과 잘 잡힌 근육 같은 크게 도움이 되는 능력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어떤 몸으로 빙의를 하던지 꽤나 강한 근력을 가질 수 있었고, 나중에 빠른 달리기 능력을 얻고 나서는 거의 운동선수 같은 수준의 육체를 지닐 수 있었다.

그 대상이 빼빼 마른 노인이든 꼬마아이든 관계없이 일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근육이 생겨나는 것도 아닌데 능력이 유지되는 것이 신기했지만, 기필중의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블루호크의 공간압축 능력도 더 강해졌다. 반복되는 숙달을 통해 그 크기와 압축력이 강해진 것도 있었지만, 폭발을 견딜 수 있는 몸이 된 덕분에 고속사출이나 충격파를 이용한 빠른 이동이 가능해졌다. 물론 비행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의 기억을 흡수하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능력이었지만 완전한 능력은 아니었다. 빙의가 된 사람으로 존재할 때만 그 기억은 온전했고, 그 당사자가 기억을 못하는 일이나 잘못 기억된 일들은 알지못한다.

더욱이 몇번의 빙의를 거치며 그 기억들은 희미해진다. 나는 신정자 아주머니나, 김진호와 같은 초기 빙의 대상자들의 기억은 정보적인 것을 제외하곤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예외라면 맨 처음 빙의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 큰 탓인지 한점순 할머니의 기억은 그래도 유지하는 편이었다.

또 다른 예외라고 한다면, 능력 이전으로 인해 발생한 기억이다. 함덕원 요리사의 딸은 기억 속에 선명하며, 진수연의 부모님과의 추억 또한 그림을 그린 것처럼 기억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필요한 기억들이 점점 흐려진다는 것이다. 기필중의 경험들도 흐려졌고 내가 알고 있었던 이 세계에 대한 기억도 점점 옅어진다.

한번 읽었던 원작소설의 내용은 중요한 분기점을 제외한 대부분이 흩어졌고, 달달 외었던 3화짜리 대본 정도만 제대로 기억할 뿐이다.


나는 내가 살았던 평화로운 한국이 그리웠다. 그저 꿈을 향해 달리던 배우 현강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 기억들마저 하나둘씩 사라져감을 느낄 때, 사무치는 상실감에 휩싸였다.

그 시기가 50번째쯤이었다. 강박적으로 회귀가 시작될 때마다 ‘나는 배우 현강이다’라고 속삭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최소한 앞으로 이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지 않기 위해 틈날 때마다 되뇌였다. 현강의 추억보다 중요한, 잊으면 안 되는 사건들이 있었다.


내가 멀쩡한 정신으로 수십번의 죽음을 이겨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을 뽑으라면 누가 뭐래도 기필중 헌터의 존재 자체였다.

그는 나에게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가 보여준 길은 격투나, 능력의 활용과 같은 물리적인 부분 뿐이 아니였다. 헌터가 가져야 할 자세와 생각, 능력을 가진 자의 의무감, 굴하지 않는 정신력, 약자를 위하는 책임감 등이었다.

나는 그 시간들이 앞으로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가 가진 전투 센스나, 모범적인 희생정신이나, 불굴의 의지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나의 기틀이 되었다.

블루호크 기필중은 최고의 친우이자 최고의 스승이었다.


한 번은 그에게 나의 비밀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필중아, 사실 내가 예지능력자가 아니고 계속해서 사고 직전으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내가 이미 수십번 죽었다면 어쩔래?”

“푸하! 그게 정말이야? 네 능력이 그거야?”

“빨리 대답이나 해봐.”


그의 대답은 내가 생각한 답변과 달랐다.

그는 그 능력에 대해서 물어볼 줄 알았다.

장난삼아 사후세계는 어떠냐고도 물어보지 않았다.

반복하면 어떻게든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으니 좋다라는 영웅적 해답을 내놓지도 않았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힘들었겠다.”


그는 담담하지만, 성의있게 말했다. 나는 그 순간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짧은 대답안에 품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나만큼 힘든 나날을 보냈다는 것을 알았다.

필중은 그 많은 회귀 속에서 단 한 번도 힘들다거나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화는 더없이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친구였다. 그는 항상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도 5일째가 다가오면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20번쯤 죽었을 때, 같이 수다를 떨었던 대화도 기억난다.


“그런데 왜 존경하는 사람이 캡틴이에요?”

“푸흡, 쉿쉿! 아, 이건 평생비밀인데, 너무하네요.”

“캡틴이 만화 캐릭터죠? 그래서 짧은 머리를 하고 염색을 하는 거고? 헌터복장도 온통 푸른게······”

“쉿! 아 진짜 부끄럽네.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영화도 있잖아요? 안 유명한가?”

“헐··· 그 영화도 보셨어요? 아는 사람 거의 없을 텐데 그거. 헐리웃에서 2010년에 촬영을 마치고 11년에 개봉예정이었는데, 뭐 다들 알다시피 몬스터웨이브가 터졌죠. 어찌어찌 촬영된 필름을 찾아서 15년에 다시 개봉했는데... 누가 요즘 히어로 영화를 봐요. 큭큭. 실화 바탕으로 한 헌터 영화들이 얼마나 잘 나오는데. 쫄딱 망했죠 뭐.”


좋아하는 얘기가 나오자 말주변 없던 헌터의 말이 길어졌다.

입이 간질간질해졌다.


“저 사실 예지 말고도 또 능력이 있어요.”

“뭔데요?”


나는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듯 말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은 세상 얘기.”

“에이, 말도 안 돼.”

“정말이에요. 거기에서 캡틴 영화는 3편까지 나오고 히어로들과 다 같이 나오는 영화도 4편까지 나와요.”

“......정말이에요?”

“캡틴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는 조금 부끄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얘기를 했고 그는 홀린 듯 들었다.

그때부터 매번 살아날 때마다 그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줬다. 그가 즐거워하는 표정을 계속 보고 싶었다.


필중의 기억이 흐릿해진 70번째쯤 되었을까?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헌터님은 왜 가장 소중한 능력이 각성능력이에요?”

“당연한 거 아냐? 각성자가 자기 능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까지 내가 겪어본 그였다면 내가 받아야 했을 능력은 정의감, 책임감, 희생정신 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뭔가를 생각하더니 천천히 내게 말했다.


“내 아버지는 미국인이셨어.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7살 때까지는 미국에 살았고, 혹시 알고 있니?”

“네··· 소방관이셨다고 알고 있어요.”

“역시, 예지능력자네.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돌아가셨어. 뭐, 지금도 그런 분들이 많으니까 내 신세를 한탄하는 건 아냐. 그냥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내가 만약 슈퍼파워가 있었다면? 아버지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면? 7살 아이가 할 수 있던 생각은 그 정도였지.”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쓸쓸해 보였다.


“엄마의 고향인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그런 능력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아버지와 같은 소방관이 되는 것이 목표였지.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날, 짜잔! 진짜 슈퍼파워가 생겼네? 하늘에서 나에게 기회를 준 거야. 아버지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거지. 비록 같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말야.”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능력이 소중해. 가장 원하던 것을 받았으니까.”


그 말을 하며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나는 모른다. 어쩌면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것을 상상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이 대화를 잊을 것이다. 그리고 3일 뒤에는 다시 내게 그렇게 인사할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헌터 기필중입니다라고.

하지만 이 대화는 내가 기억하고 있었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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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월 (8) 19.07.16 96 8 13쪽
45 2월 (7) 19.07.13 138 11 13쪽
44 2월 (6) +4 19.07.12 160 17 13쪽
43 2월 (5) 19.07.11 178 15 13쪽
42 2월 (4) 19.07.10 190 16 12쪽
41 2월 (3) +2 19.07.09 212 16 14쪽
40 2월 (2) +4 19.07.06 243 18 13쪽
39 2월 (1) +3 19.07.05 251 18 13쪽
38 INTRO [2월] +1 19.07.04 279 17 13쪽
37 OUTRO LINK [1월] +1 19.07.03 296 20 14쪽
36 1월 (36) +3 19.07.02 314 15 9쪽
35 1월 (35) +4 19.06.29 336 18 9쪽
34 1월 (34) +4 19.06.28 358 17 8쪽
33 1월 (33) +2 19.06.27 362 18 8쪽
32 1월 (32) +1 19.06.26 367 22 11쪽
31 1월 (31) +1 19.06.25 386 19 9쪽
30 1월 (30) +2 19.06.22 417 20 8쪽
29 1월 (29) +1 19.06.21 426 20 8쪽
28 1월 (28) +1 19.06.20 434 20 9쪽
27 1월 (27) +1 19.06.19 441 22 8쪽
26 1월 (26) 19.06.19 441 23 8쪽
25 1월 (25) +4 19.06.18 490 23 9쪽
24 1월 (24) +1 19.06.15 514 25 7쪽
23 1월 (23) 19.06.14 527 27 8쪽
22 1월 (22) 19.06.13 558 26 10쪽
21 1월 (21) +4 19.06.12 580 23 9쪽
20 1월 (20) +1 19.06.11 614 23 8쪽
19 1월 (19) 19.06.08 650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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