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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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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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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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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월 (21)

DUMMY

- 1월 (21)




한 번 밖에 읽지 않은 원작소설이었지만, 그 끝은 비교적 명확히 기억했다.

게이트가 생겨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지독한 새드엔딩으로 끝났기에 독자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고 들었다.

나는 이 세계가 원작소설의 세계인지 드라마 대본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계가 서서히 무너질 것은 안다.



드라마 1화는 주인공 ‘나영웅’의 각성과 아카데미 입학을 다룬 내용이다.

서울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결국 게이트는 닫히지 못하고, 구출 작전도 실패로 돌아간다.

혼란을 틈타 빌런들이 활동하며, 헌터들은 빌런의 아지트들을 습격한다.


1월 동안 일어나는 일은 대강 이 정도다. 기억 속, 대본과 소설의 내용과 내가 경험한 사건이나 사람들의 기억을 토대로 비교했을 때, 이 세계는 드라마, 소설의 전개와 일치한다.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 있다.


이번 달인 1월, 즉 드라마 1화는 주인공 ‘나영웅’은 헌터들이 빌런의 아지트들을 습격할 때 각성하여 도움을 주고, 헌터 아카데미로 추천 입학하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는 현재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내용뿐이다.


내가 이세계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세계의 멸망을 막는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럴 능력도, 자신도 없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한 가지.

드라마의 2화, 2020년 2월에 일어날 ‘어떤 사건’을 막는 것이 내 계획의 전부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헌터가 살 것이고, 그들은 나영웅의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주인공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사건.

능력 있는 헌터들이 허무하게 사라지게 된 원인.

반드시 막아야 하는 그 사건은 헌터 협회장의 암살이다.


비록 몬스터를 상대하거나, 게이트를 닫지는 못해도 암살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내가 할일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다.


결국에 나영웅이 실패를 해도 괜찮을거다.

지구가 멸망해서 죽는다해도 나는 다시 2020년 1월1일 오전 8시43분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때 다시 뭔가를 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일단 게이트를 벗어나,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꼭 해야 하는 다른 한 가지.


‘지하철 2호선을 구하는 것.’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차마 그들을 저버릴 수는 없다.

블루호크 기필중, 비타민 같던 진수연, 유쾌했던 신정자 아주머니, 용기 있는 남씨 형제, 딸바보 함덕원 씨, 전복죽을 건네주던 한점순 할머니······

수많은 죽음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과 기억들이 내 가슴속에 맺혀있었다.

그들만은 꼭 구하고 싶었다.


거기까지가 내가 정한 선이었다.

모두를 구하고자 하는 기필중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결국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갑작스럽게 현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각성자들이 존재하는 세상, 허구 속의 세상이었어도 나는 그저 살고 싶었다.


내가 이기적인 걸까? 모르겠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손철호의 성격에 영향받은 걸까? 모르겠다.

정의로운 사람에게 빙의하게 된다면 이 결정은 바뀔까? 모르겠다.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내가 어떤 악인에게 빙의를 할지라도 지하철 2호선의 그들을 저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낯선 이곳에서, 내가 나일거라는 확신조차 들지 않는 이 세계에서 나를 견디게 만드는 버팀목은 그들뿐이기 때문이다.


***


1월 5일.


드르르르

타타타타탕


고대하던 소리가 대피소 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심심풀이로 뜨고 있던 스웨터를 집어던지고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 앞 셔터사이로 눈이 빠지도록 지쳐보고 있자니 소음이 커져왔다.


드드드드드드!


K1 전차가 도심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

전차 주변에는 보병 한소대가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장면이었지만 그런 것에 놀라기에는 난 이미 겪은 것이 너무 많다.


급하게 현관문과 셔터를 열고 도로로 나갔다.

양팔을 사방으로 흔들며 그들을 향해 달렸다.


“정지! 전방에 민간인이 있다!”


손을 번쩍들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군인들의 모습이 반가웠다.

그 중 한명과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나는 구조가 되었다.


“뒤로 가서 다른 생존자들과 합류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군인의 모습은 긴장이 역력해 보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대답을 해줄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인계를 받아 뒤쪽으로 가자, K1전차를 뒤따르고 있는 병력과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보였다.

5일 동안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은 지치고 무기력해 보였다.

나는 말 없이 그들 사이로 이동해서 함께 터벅터벅 걸었다.


드드드드드드


K1전차와 뒤쪽 수송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귀를 먹먹하게 했다.

그 소리가 숨어있던 몬스터들을 불렀다.


타타타탕!


민간인들의 바깥쪽에서 경계하던 병사들의 K2소총이 불을 뿜는다.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졌는지 귀를 양손으로 꾹 막았다.

병사들 사이사이로 독특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개중에는 기필중과 비슷한 마크를 단 사람도 있었다.

헌터들이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모두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앞쪽에서 한 병사가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푸른 막의 가장자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탁!


한명의 헌터가 앞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후퇴해! 앞쪽에 블란디티아가 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왔다.

지금은 1월이다. 이 따뜻한 기운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화아아악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열풍이 몰아닥쳤다.


타타타타타타!


총소리가 정신없이 몰아쳤다.


콰아아앙!


고막이 찟길 것 같은 폭발음이 들리며 K1전차가 들썩였다.

120미리미터의 강선포가 쏘아졌다.


퍼어어엉!

쿠르르릉


앞쪽 건물에 피탄되며 건물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귀를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헌터들이 미친듯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쏘지마라고! 이 미친 새끼들아! 블란디티아는 물리공격이 안먹혀!”

“다들 뒤로 뛰어요! 돌아보지 마세요!”


몇몇 헌터들은 민간인들을 제촉해 뒤쪽으로 이끌었다.

헌터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이에 A급 몬스터, 블란디티아의 모습이 앞쪽에 드러났다.


합정역 위로 돌파를 하기 위해 십여차례 시도를 해본적이 있었다. 그 때 놈을 처음 봤었다. 기억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놈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미치도록 고혹적이고, 위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블란디티아는 2층 높이의 거대한 화염으로 이루어진 몬스터다.

생김은 여우를 닮았다.

흐르는 화염들이 부드러운 털처럼 휘날렸고, 언제나 고요한 자태는 신비함을 자아냈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의 매끄러운 곡선은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

놈은 여타 다른 몬스터와 달리 공격적이지 않다. 그저 흘러가듯 이곳저곳을 떠다닐 뿐이다.

그 무심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저놈은 A급 몬스터이다.


퍼엉!


양발로 충격파를 쏘아냈다.

도망쳐야 한다.

나는 뒤쪽으로 멀리 뛰었다.


“으아아악”


쾅! 쾅! 쾅!


K1전차 쪽에서 비명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

내 주위에는 도망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살아야 한다. 나는 공기를 압축시키려 했다.


“살려주세요! 각성자님! 살려주세요!”


어느새 내 팔을 잡고 울부짖는 여인이 보였다.

다른 손으로는 아이를 붙들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쩌엉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왔다.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이 사람들을 두고 도망쳐?’


나는 내 행동에 경악했다.

나 혼자 살겠다고 능력을 써서 도주했다.

지금의 날 보면 기필중이 뺨을 때릴 것이다.

비명과 울음을 무시하려 했다.

이 모습은 내가 아니다.


“달리세요! 제가 돕겠습니다!”


여인을 일으켜 세웠다.

뒤를 돌아 블란디티아를 마주했다.


“뛰면서 숨쉬면 안돼요! 애기 입을 막아주세요!”


블란디티아의 주변은 지옥도가 펼쳐졌다.

전열에 있던 병사들이 불타고 있다. 가지고 있던 탄약들이 폭발해서 군인들의 몸이 찢긴다.

이글이글 피어나는 화염이 모든 것을 검게 태우고 있었다.

K1전차의 포신은 엿가락처럼 녹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는다.


나는 도망치는 사람들을 거스르며 놈을 향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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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월 (8) 19.07.16 90 8 13쪽
45 2월 (7) 19.07.13 133 11 13쪽
44 2월 (6) +4 19.07.12 155 17 13쪽
43 2월 (5) 19.07.11 174 15 13쪽
42 2월 (4) 19.07.10 187 16 12쪽
41 2월 (3) +2 19.07.09 210 16 14쪽
40 2월 (2) +4 19.07.06 241 18 13쪽
39 2월 (1) +3 19.07.05 249 18 13쪽
38 INTRO [2월] +1 19.07.04 277 17 13쪽
37 OUTRO LINK [1월] +1 19.07.03 294 20 14쪽
36 1월 (36) +3 19.07.02 312 15 9쪽
35 1월 (35) +4 19.06.29 334 18 9쪽
34 1월 (34) +4 19.06.28 356 17 8쪽
33 1월 (33) +2 19.06.27 360 18 8쪽
32 1월 (32) +1 19.06.26 365 22 11쪽
31 1월 (31) +1 19.06.25 384 19 9쪽
30 1월 (30) +2 19.06.22 415 20 8쪽
29 1월 (29) +1 19.06.21 424 20 8쪽
28 1월 (28) +1 19.06.20 431 20 9쪽
27 1월 (27) +1 19.06.19 438 22 8쪽
26 1월 (26) 19.06.19 439 23 8쪽
25 1월 (25) +4 19.06.18 487 23 9쪽
24 1월 (24) +1 19.06.15 510 25 7쪽
23 1월 (23) 19.06.14 523 27 8쪽
22 1월 (22) 19.06.13 555 26 10쪽
» 1월 (21) +4 19.06.12 576 23 9쪽
20 1월 (20) +1 19.06.11 611 23 8쪽
19 1월 (19) 19.06.08 646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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