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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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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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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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월 (27)

DUMMY

- 1월 (27)




“소속과 이능력, 게이트가 일어나기 직전에 계셨던 위치를 말씀해 주세요.”

“디펜더를 재난 현장에서 대피시켜?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갈지 알아?”

“시간이 없습니다. 절 믿으시던지,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싸울지는 알아서 결정하시죠.”

“니미··· 31지구대 소속이다. 홍대 쪽에 있었고, 능력은 대지를 다룬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분 말씀 해주시지요.”

“같은 31지구대 소속 디펜더입니다. 능력은······”


두 번째 팀과의 면담을 마치고 세 번째 팀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다섯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예지자 양반.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는 알고 있으쇼?”

“네,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진행하시죠.”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성이었다. 얼굴을 온통 뒤덮은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만약에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난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을 거요.”

“대장, 그만 해요. 뭔가 생각이 있겠죠. 그렇죠? 예지자 군인 아저씨?”


그렇게 말하는 여성헌터가 낯이 익었다.

블란디티아와 조우했을 때, 마지막까지 생존자 최후방에서 나와 함께 열기를 막아서던 헌터였다.

반가운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 그렇다고 당신이 맘에 드는 건 아니에요.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휘유~ 예지자님께서 우리 보라 아가씨한테 관심이 있으신가 봐? 이런 시기에 웃음을 흘리고? 포기하셔. 저 여성분은 당신같이 생각없는 사람취향은 아니라고.”


뒤에서 휘바람을 날리는 경박한 사내가 말했다. 그들은 당연히 내가 꼴보기 싫을 것이다.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려고 이들을 부른 것이 아니다.


“충열 선배, 닥쳐요 좀. 나부터 하죠. 뭘 알고 싶은거에요?”


여성헌터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속과 이능력, 게이트가 일어나기 직전에 계셨던 위치를 말씀해 주세요.”

“34지구대 소속 디펜더, C급 헌터 연보라. 능력은 바람을 다루고, 외부지원으로 강남 쪽에 있었어요.”


강남. 거리가 멀다. 이 팀 소속도 아닌 걸까.


“외부지원이면 모든 팀이 다 나가셨던 겁니까?”

“아니요, 저만 나갔어요. 디펜더들 봉사활동 기간이라··· 아니 근데 무슨 질문이 이래요?”

“34지구대의 관할 지역은 어딥니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게이트가 터진 곳이 우리 관할 지역이요.”


수염이 성성한 대장이라고 불린 사내가 말했다. 그의 깊은 눈은 차분하게 갈무리된 분노가 얼핏 보였다.


“당신 덕분에 우리 지역 시민들은 지금 큰 위기에 빠져있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그래서 더 용서가 안 되지.”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썅, 이봐 예지자님. 디펜더가 어떤 곳인지는 알아? 우리가 담당 지역을 못 지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디펜더는 단 한명의 시민이 있어도 절대 자리를 벗어나지 않아! 잘난 예지인지 뭔지 때문에 우리의 사명을 그렇게 무참히 밟아도 되는 거야?”

“그만 해요. 그만 좀.”


악을 쓰며 소리 지르는 헌터를 여성 헌터가 붙잡고 말렸다.


“씨발, 저 새끼 때문에 존나 쪽팔린다고! 어떤 디펜더가 사람이 죽는 걸 외면 할 수 있겠냐고! 그것도 자기 관할 지역을!”


쾅! 우스스스


자기 분에 못 이긴 헌터는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회의실 안은 정적이 돌았다.

부서진 벽에서 콘크리트들이 흘러내리는 소리만 들렸다.


“......사과하지. 우리는 이악물고 버티는 직종이라. 애들이 좀 거칠어도 이해해주게.”


대장이라 불리는 헌터는 그렇게 말했다.

모든 시선에서 원망, 분노, 슬픔, 한탄이 느껴졌다.

내가 받는 것이 당연한 결과였다.


“......소속과 이능력, 게이트가 일어나기 직전에 계셨던 위치를 말씀해 주세요.”


그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마음을 삭히는 듯 했다.


“보라를 제외한 우리 전부가 지구대에 있었소. 게이트 안에 말이요.”


그 조용한 분노에 가슴이 아렸다.


“능력은······”

“배리어요. 마찰계수가 거의 없는 벽을 펼치지.”


찾았다.


급하게 질문을 이었다.


“헌터 등급은 어떻게 되십니까? 배리어의 크기는요?”

“A등급. 배리어 크기는 최대 12차선 정도까지는 늘릴 수 있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S등급 몰레스투스 엔티타스와 맞서던 헌터들을.


“배리어의 색상을 어떻게 되십니까?”

“연한 백색.”


하늘 위에서 사투가 벌어질 때, 땅에서 펼쳐지던 커다란 배리어를 기억한다.

그 우윳빛 배리어는 촉수들을 튕겨냈었다. 사람들을 지켰었다.


“이야~ 질문 봐라. 이번에는 산타대장에게 집착하시네?”

“닥쳐요! 진짜! 왜 그래요, 대체.”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헌터들 중에 우윳빛 배리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소. 도대체 뭘 묻고 싶은 거요?”


의야함을 담은 눈빛이 날 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가득 담고 눈을 감았다.


“고맙습니다. 대장님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2호선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턱 아래로 양손을 펴서 가져다 대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였다.

손이 떨렸다.

땀으로 미끈거리는 손바닥이 턱에 닿아 끈적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시도였다.


양 손으로 힘껏 내 머리를 향해 압축을 했다.


콰지지직!


짧지만 강렬한 고통이 몰아닥쳤다.


“무슨!”

“꺄아아악!”

“밖에 아무도 없어! 빨리 회복능력자를······”


아찔한 고통이 사라지며 나는 죽었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자살이었다.



번쩍!


‘나는··· 현강이다.’


작은 사무실 안이었다.

디펜더 복장을 한 남자 세명이 사무실 이곳저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잠깐 동안 기억을 받아드렸다.

죽기전에 깐죽거리던 사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헤이, 산타대장. 우리 탕수육 시켜먹을까요?”


B급 헌터, 최충열. 능력은 염동력.


“디펜더!”


힘껏 소리쳤다.

느슨하던 최충열도, 쇼파에 널부러져있던 사내도, 핸드폰 게임을 하던 남자도 번개처럼 일어났다.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눈빛들이 살아났다.

단단한 공기가 좁은 사무실을 채워나갔다.


“너, 당장 재난관리위원회에 연락해서 당산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향하는 2호선 지하철을 세워! 넌 지금 가동가능한 헌터들, 게이트키퍼든 디펜더든 자경단이든 모두 합정역으로 불러모아! 넌 지금 빨리 나가서 총 한 자루만 구해와! 움직여!”


디펜더들은 아무 질문 없이 주어진 임무를 다급하게 수행했다. 모두가 바짝 긴장했다.


“34지구대입니다. 지금 즉시 당산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긴급 소집령을 내려주십시오. 대상은 게이트키퍼, 디펜더, 자경단 모두입니다.”


모두가 군말없이 내말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이상한 표정의 최충렬만이 되물었다.


“산타대장? 총··· 이요?”

“빨리 안 움직여? 파출소에 도착하면 전화하고!”


충렬은 튀어 나가면서 투덜거렸다.


“아니, 디펜더가 무슨 총이야?”


이전 죽음은 쉽지 않았다. 자살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임을 처음 느꼈었다.

죽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렇게까지 죽었음에도 죽음이 두렵다.

죽고 싶지 않은 유상현의 감정이기도 했었다.

유상현에게 간절하게 부탁했었다.


‘부탁해. 난 죽어야 해. 그래야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어. 내가 너와 너의 동료를 지킬게. 날 믿어줘.’


나를 이해해 주었다.

그는 목숨의 무게를, 희생의 가치를 아는 남자였다.

그렇게 유상현 이병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고마운 선물을 주었다.


나는 기필중에게 전화를 걸며, 최충열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 특기가 사격이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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