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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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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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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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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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

DUMMY

- 2월 (13)




문자에 찍혀진 주소를 찾아가서 바이크를 먼저 회수했다.

바이크는 커버에 씌워진 채로 깔끔하게 보존된 형태였다.

나는 차에서 바이크 전용복으로 갈아입었다.


부아아앙


시동을 걸자, 우렁찬 엔진음이 뿜어져 나왔다.

좌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봤다.

손에 착 감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고출력 바이크는 생전 처음 몰아보는 것이었지만, 진호가 건네준 스킬은 익숙한 주행 감각을 떠올리게 했다.


끼이이익!


순간적으로 스트록을 놓아, 원을 그리듯 제자리에서 반바퀴를 회전했다.

기분 좋은 감각이 생겨난다.


‘가자!’


부르르릉!


650CC의 바이크가 불을 뿜듯 쏘아졌다.



한낮의 정체된 차량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협회를 향해 달렸다.

협회에 들어서서 헌터증을 내밀고 안쪽으로 진입했다.

막상 생각 없이 달려오기는 했지만, 역시나 뭔가를 얻기에는 가진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를 먼저 찾았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혹시 협회장님을 뵐 수 있을까요?”


다짜고짜 물어보고 봤다. 일단 부딪쳐봐야 방법이 생길 것이다.


“아, 선약이 되어 있으신가요?”

“아뇨, 약속을 잡으면 협회장님과 만날 수 있습니까.”


안내를 도와주던 직원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협회장님과 면담 신청은 현재 받고 있지 않습니다. 죄송하게도 도와드릴 방법이 없네요. 또 궁금한 건 없으세요?”

“그럼······ 이분을 찾고 싶습니다.”


나는 한 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F급 헌터증을 받을 당시에 연락을 부탁했던 등록소장의 명함이었다.


“네, 잠시만요. 등록소에 연결해보겠습니다.”


곧 짧은 통화가 이루어졌다.


“네, 성함이··· 권지열 헌터님이십니다. F급 각성자등록증을 보여주시면서 분명 아실거라고······ 네,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여전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곧 내려오신다고 하시네요.”

“참, 종이와 펜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로비에 놓인 의자로 가서 잠시 앉아 기다렸다.

안내직원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전화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또 도망가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받은 모양이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등록소장이 허겁지겁 내려왔다. 두 손에 테이크 아웃 커피까지 챙겨온 것이 보였다.

어지간히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찾아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저랑 얘기하시죠. 곧 연구팀들이 내려와 안내를 도와드릴 겁니다.”


한겨울인데도 땀을 흘리며 애써 웃는 그의 모습이 좀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시죠, 하지만 연구팀들은 안 부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무슨 얘기신가요?”


실적을 올릴 생각에 기뻐하던 그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오늘은 이야기만 할 생각으로 왔습니다.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실까요?”

“네? 네······ 그··· 그러시죠.”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를 따라 비워진 회의실 한 곳으로 이동했다.

문을 닫고 작은 회의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으시죠. 커피를 어떤 걸 좋아하실지 몰라,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헌터 등록을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헌터님이시라고 불러드려야겠네요. 하하하.”


넉살 좋은 웃음을 비추는 그였다.

“덕분에 빠르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를 찾은 이유가 각성자 연구에 동의하시기 위함이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그제야 등록소장의 얼굴이 펴졌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보수라면 저희 측에서 섭섭치 않게······”


갑작스러운 내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아뇨. 그런 부탁이 아닙니다. 헌터협회장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는 고민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협회장님이요······ 제가 그럴 권한이 없기는 한데······”

“그럼, 연구팀 분들 중에는 가능하신 분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최 박사님이라면 가능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잘 됐군요.”

“하지만 협회장님을 만나시려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저도 일방적으로 부탁을 드릴 수 없는 입장이고, 또 만나기도 어려우실 겁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그 자리에서 한 줄을 휘갈겨 쓴 뒤에 등록소장에게 건넸다.

반으로 접은 쪽지를 넘기며 말했다.


“이 쪽지를 최 박사님께 전해주시죠, 그분이 합정게이트도 연구하시는 분 맞으신가요?”

“네, 뭐 최 박사님이 총괄책임이시긴 합니다만······”

“기다리겠습니다. 아마, 금방 연락이 올 겁니다.”

“이거 참. 종잡을 수가 없는 분이시네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기다리세요. 연구동까지 다녀오겠습니다. 한 20분 안으로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는 그에게 경고했다.


“혹시라도 그 쪽지를 열어볼 생각은 마세요. 그걸 보시게 되면, 소장님의 신변에 아주 곤란한 일이 생길 겁니다.”


등록소장은 멈칫하며 손에 든 쪽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기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절대 보지 않도록 하죠.”


후르륵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반응이 오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쾅!


“권지열 헌터인가!”


문을 때려 부술 듯 5명의 헌터가 나를 찾아왔다.

모두가 자경단이었다.


‘빌런으로 오인받고 있군.’


쓴웃음이 나왔다.


“네, 맞습니다. 협회장님께 가시죠.”


나는 순순히 손목을 내밀었다.

자경단 중 한 명이 거칠게 내 손목을 잡아채어, 각성자용 수갑을 채웠다.


‘이 수갑도 벌써 세 번째네. 익숙해 지겠어.’


“권지열 헌터. 너는 지금 이 시각부터 협회기밀누설죄로 체포된다. 단 협회장님께서 너와의 대화를 원하시니, 먼저 협회장님께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원하던 바였다. 대충 이런 전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마스크도 하시죠.”

“각성자 등록증에 적혀진 능력은 배리어와 공간압축으로 되어있다. 발현기관이 손이고, 협회장님께서 정중하게 대화를 원하시니, 마스크는 원칙대로라면 해야 하나. 이번 경우에는 무시한다.”

“이래도요?”


나는 마시던 테이크 아웃 커피를 띄웠다.


처처척


그 순간 자경단의 모든 사람이 나를 향해 전투 자세를 취했다. 손과 무기들이 나를 향해 뻗쳐있었다.


“제압해!”


나를 향해 달려드는 자경단들에게 나는 곧 제압당했다.


“마스크...를 씌운다.”

“하지만, 대장.”

“능력이 2개가 아니라 3개잖아! 또 다른 뭔가가 있을지 몰라. 눈과 입구멍만 열어두자.”

“3개라니······ 말도 안 됩니다.”

“걱정마십시오. 별다른 해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요.”

“조용히 해라, 권지열 헌터.”


나는 마스크까지 씌워진 상태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새, 자경단의 인원은 더 많아져 열 명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띠잉, 최상층. 협회회장실 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긴 통로가 나타났다.

협회 헌터들의 업적이 새겨진 복도를 지나 끝에 있는 문 앞에 섰다.


“들어갑니다.”


자경단은 무전을 친 후에 문을 열었다.

고급스럽고 안락해 보이는 사무실 가장 안쪽에 세 명의 사내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회장과 보좌하는 사람들이리라.


“안녕하신가, 권지열 헌터. 나를 만나기 위해서 꽤나 번거로운 방법을 택했군.”


파랗게 일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눈이었다.

마른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헌터 협회장, 정명환.

현직 게이트키퍼이자 A급 헌터.

게이트키퍼, 디펜더, 자경단을 창설한 인물.

그리고 2주 뒤에 살해당할 사람이 내 앞에 앉아있었다.


“협회장님을 뵙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실례를 용서해주시죠.”


그는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옆에 서 있던 사람에게 신호를 주었다.

정명환 회장은 한 개의 파일을 받아들고, 책상에 펼쳤다.


“어디보자, 권지열 헌터······ 며칠간의 행보가 아주 복잡하군. 각성자 교도소 교도관이었는데······ 사흘 전에 각성? 능력이 2개? 신체 레벨이 일반인? 이봐, 최박사. 이거 맞는 소리인가?”

“네, 저희도 주목하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가운을 입은 안경 쓴 사내가 대답했다. 저 사람이 연구 총괄책임자 최 박사였다.


“허허허, 각성자 등록을 하자마자 백호 길드에 가입. 이틀 전에 폭주한 포항 게이트를 방문, 그날 부산지부 헌터협회에서 헌터증 발급. 으잉? 어제저녁 합정게이트에서 탈출한 생존자를 방문했어? 그것도 보호자 자격으로?”

“네, 쪽지의 내용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대답에 헌터협회장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가 그에게 전해준 쪽지에 적힌 글은 이랬다.


[합정게이트에는 S급 몬스터, 몰레스투스 엔티타트가 번식을 하고 있다.]


“허허··· 허허허······”


그는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그래, 당연히 생존자들은 합정게이트의 정보를 가지고 있겠지. 참 단순한 답이었네. 풀어주게. 일단 기밀이 누설된 것은 아니야.”


철컥.


마스크와 수갑이 풀려나갔다. 한층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나는 그의 앞에 섰다.


“그나저나, 정보부에 항의를 요청해야겠는걸? 생존자들이 그런 정보를 아무렇게나 떠들고 다니다니 말이야.”

“그건······”


나는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들이 저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특이해, 아주 특이해. 그리고 대범하고. 좋아, 우리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지. 먼저 왜 나를 만나고 싶어했는지부터 얘기해 볼까?

“후우······”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먼저 다른 사람들을 물러주십시오.”

“허허허허, 그래. 그렇게 합세나. 다들 나가 있으시게.”


협회장의 말에 자경단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협회장님!”

“괜찮아, 아니면 내가 갓 각성한 애송이에게 당하리라 생각하는 건가?”


정명환은 기세를 살짝 흘리며 되물었다.

팽팽하게 맞서던 자경단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이 보좌관, 협회장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자경단 대장은 자경단들을 모두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다른 두 분은요?”

“이 둘은 괜찮아. 나와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니까 말이야. 자경단의 대처가 거칠었지? 요즘 이상한 첩보가 들어와서 좀 곤두서 있는 것 같더군.”


자경단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협회장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협회장님의 암살 시도 때문이군요.”


파악


이 보좌관이라고 불린 검은 정장의 건장한 남자가 협회장의 왼편에서 튀어나왔다.

인식하게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어느새 내 턱밑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하게나, 이 보좌관. A급인 나를 죽이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닐 텐데. 저렇게 당당할리 없지.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그렇게 말하자, 내 옆의 사내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자네도 말이야. 도발 좀 그만하게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경솔해 보이는군.”


경솔하다고? 아니다.

그 또한 게이트키퍼이다.


“협회장님께서도 게이트키퍼가 아니십니까. 우선적인 대치를 강요하고, 위치를 높이 잡는 것이 게이트키퍼들의 소통방법 아닙니까? 충돌 후에 상황조율을 하는 편이 협회장님의 이목을 끌 거라 생각했습니다”

“으하하하하하!”


회장이 박장대소를 했다.


“그래, 맞아. 확실히 자네는 내 이목을 끌었지. 게이트키퍼의 대화법을 잊고 있었다니, 내가 현장을 너무 안 나가기는 했구만. 그럼, 게이트키퍼끼리의 대화를 해볼까?”


부오오오오!


기세가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위압감이 수십만 개의 바늘이 되어 나를 찔러왔다.

마치 그의 주위로 폭풍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말

몇 일간은 오전에 업로드 될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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