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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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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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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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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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월 (25)

DUMMY

- 2월 (25)




“일단 출발하시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의 말에 모두가 비행기로 올랐다.

일행은 나와 백석호 길드장, 한세린, 정명환 협회장, 이정진 보좌관 모두 5명이었다.

비행기는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말을 했다.


“길드장님과 세린 씨에게는 죄송합니다.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지라, 강압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자네는 누군가?”

“저는 자경단에서 트레이닝 중인 임시헌터 우용식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임시 헌터?”

“교육 중이라고?”


더욱 아리송한 물음이 돌아왔다.


“네, 그리고 3시간 전에 재각성을 했습니다. 현재 저의 능력은 총 다섯 가지이며, 그중 하나는 예지입니다.”

“허어······”

“세상에······”


둘은 말문이 막힌 듯 나를 쳐다보았다.


“여러분을 이곳으로 급하게 모신 이유는 협회장님께서 말씀하셨듯, 세린씨의 능력 개화를 위해서입니다. 세린씨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표정이 굳은 채로 백석호는 말했다.


“세린이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개화를 돕는 대신에 필요한 일을 해달라는 것이로군.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세린이인가. 그래봤자 B급밖에 되지 않는 각성자이고, 협회에 수많은 헌터들이 있을 텐데?”

“그 대답은 제가 드리죠, 석호형님.”


정명환이 입을 열었다.


“저 친구의 목적은 합정게이트에 고립되어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게이트키퍼 쪽을 찾아보는 게 맞잖아?”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형님.”


정명환이 백석호를 지긋이 바라보자 백석호는 헛기침을 했다.


“먼저 합정게이트는 전면통제 상황입니다.”

“당연히 게이트의 통제는 이루어지는 게···”

“아뇨, 어떤 헌터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정명환은 세린과 석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두 분은 국가기밀에 해당되는 내용을 듣고 계신 겁니다. 합정게이트 내에서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왜 게이트 공략을 하지 않는 건가. 아무리 S급 몬스터인 몰레스투스 엔티타스라고 하여도 게이트키퍼 모두를 동원하고 S급 헌터들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할 법도 할 것 같은데?”

“그 이상 현상 때문입니다. S급 몬스터 몰레스투스 엔티타스는 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성체는 3마리, 유생은 20마리 이상 확인되었습니다.”

“맙소사······”


백석호는 경악했다.

정명환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다른 설명이 필요하진 않겠네요. 형님이라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실 겁니다.”

“그럼······ 다른 몬스터들은······”

“지하에 숨어든 드렉시드 무리들과 블란디티아를 제외하고는 전멸입니다. 블란디티아 또한 분열을 통한 자기 복제를 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덕분에 합정게이트는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상황입니다. 만약에 공략에 성공한다 하여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불타는 잿더미뿐이지요.”

“그렇겠군······ 게이트가 깨어지면 게이트 안의 화염이 서울을 덮칠 테지.”

“네, 처음 겪는 침식형 게이트의 특징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럴 확률이 높지요.”


나조차 처음 듣는 정보였다. 그 거대한 절망감에 냉막한 기운만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그렇기에 이 정보는 외부로 발설되면 절대 안 됩니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우리는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 게이트를 닫으면 안 됩니다.”

“좋아, 이해했네. 그렇다면 협회헌터들 대신 우리를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로 이번 구출 작전은 소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죠. 그리고······ 협회헌터는 믿을 수 없습니다.”

“......빌런인가?”

“아마도요, 확신할 수 없지만, 저를 적대시하는 집단이 존재합니다. 우용식 헌터의 말에 따르자면······ 저는 협회 내부의 배신자에게 근시일 내에 살해당합니다.”

“......으흠.”


아무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정명환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우리인가?”

“네, 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우용식 헌터는 두 분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을 믿습니다.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백석호는 미간의 주름을 잔뜩 잡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뒤에 그는 옆자리에 앉아있던 윤세린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시선이 짧게 지속되었고 세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도움을 주지.”

“감사합니다, 형님.”


상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엔진음만이 울렸다. 백석호와 세린을 만난 뒤로 그들이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는 광경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포항 게이트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모두가 생각에 빠져있었다.



***


“몇 시간이 지났나?”

“5시간 정도 되어갑니다.”


정명환의 물음에 이정진이 대답을 했다.

우리 앞에는 폰스호라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윤세린이 보였다.


“으아아아! 젠장!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협회장과 이 보좌관을 데려온 것이 무색하게 폰스호라들은 평온한 상태였다.

짐작대로 폰스호라의 폭주는 잠룡길드와 연관이 있다는 가설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백석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폰스호라 안에서 발버둥 치는 윤세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초조한가?”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보았는지 정명환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조금 그렇습니다.”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경. 앞으로 24시간 뒤에는 준비를 끝마쳐야 한다.


“협회장님. 평택게이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게이트 안에 들어오면 통신이 닿지 않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다네. 게이트키퍼들이 무사히 공략하고 있을 거야. 너무 걱정말게나.”


평택게이트는 협회헌터들에게 공략을 맡겨두었다.


“이 상황을 겪어보았다고 했었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나?”

“그때는······ 폭주가 있었습니다.”

“폭주라······ 폰스호라가 폭주했다는 말이지······”

“네, 다급한 상황이었죠.”


협회장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협회장님. 방법이 없겠습니까?”

“없는 건 아니네만, 그러고 싶지는 않군.”


그렇게 말한 협회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가 놀랐는지 알 것 같았다.


“있군요, 다른 방법이.”

“놀랍군. 이게 맹약의 효과인가?”

“숨기려 하셨군요.”

“되도록이면 말하고 싶지 않네.“

“말씀해 주시지요.”


이 보좌관은 급히 나와 협회장 사이를 가로막았다.


“협회장님! 이건 밝혀지면 안 되는 사항입니다! 헌터님도 강요하시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 보좌관. 나로서는 그가 원하면 알려줘야 한다네.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 보좌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절대 안 된다네. 약속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답은 나와 있다. 나는 감내해야 한다.


“알려주십시오.”


이 보좌관은 나를 노려보았다.

기세가 끓어올랐다. 공 이사를 압박하던 그 기운이었다.

그는 나에게 적의를 보였다. 날카로운 기운이 목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백석호가 허둥지둥 우리에게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보게, 후배.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앞으로 쏟아지는 기운을 막아준 백석호가 소리쳤다.

정명환은 이정진을 제지했다.


“그만하게 이 보좌관. 어쩔 수 없지. 그의 입장을 생각해주자고.”


이 보좌관은 기운을 거두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다시 말하지. 이 기술은 빌런들의 것이야. 밝혀지면 안 되는 정보일세. 만약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퍼져나가면, 협회에도 큰 지장이 올 걸세.”


정명환은 우묵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래도 이 사실을 듣고, 내가 행하기를 원하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와 나는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뚫어지듯 응시했다. 물러날 생각은 없다. 당장의 시간이 중요했고, 그가 숨기고 있는 정보는 후에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명환은 눈을 피했다.


“후우······ 협회는 몬스터의 폭주를 이용하는 법을 알고 있다네.”

“명환이, 무슨 소리야! 협회가 몬스터를 폭주시켜? 왜! 어째서?”


정명환은 백석호의 물음에도 나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몬스터의 폭주를 인위적으로 이용 할 수 있다.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일까. 게이트의 위험성을 높여서 협회가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위해서? 아니, 그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빌런과 합정게이트, 새롭게 열리는 게이트들로 인해 협회가 그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폭주의 관한 이유와 결과를 자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자네가 바라는 것은 세린 씨의 개화일뿐이니까.”

“명환이! 최근에 일어난다는 몬스터 폭주 사건들이 협회랑 관련이 있다는 겐가? 협회의 주도하에 일어나는 일이야?”

“형님, 협회의 일을 너무 많이 아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그래······”


냉랭함이 감도는 협회장의 반응이었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예민한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적어도 최근에 일어난 게이트 폭주들의 대한 의문만은 풀고 가고 싶었다.


“최소한,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습니다.”

“진심인가?”


정명환은 나를 압박하듯 물었다. 이 보좌관 주변의 공기가 달리지는 것이 다시 느껴졌다.


“네. 대답해 주시지요.”

“자네, 이 질문은 맹약과 관계없는 질문이야. 내겐 대답해야 할 의무도 없을 뿐더러, 이 사실을 자네가 알아서 좋을 일은 없다네.”

“제가 판단하겠습니다.”

“맹약자라고 협회장님께 강요하실 순 없습니다!”

“이 보좌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나!”


협회장은 호통을 쳤다.


“자네는 이 정보가 협회 내의 배반자를 알아낼 단서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거부할 권리가 없네. 말해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몬스터의 폭주는 일반인을 각성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네.”


충격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강제 각성.

그 시작이 빌런에게 있었고, 협회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3월 이후에 빌런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계기가 이것이었나.

자경단들도 빌런들의 숫자와 등급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었다. 최근에 일어나는 몬스터의 폭주는 빌런들을 대상으로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협회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왜 방치했는가.


그제서야 한 가지 의문이 풀렸다.

왜 한보그룹 회장이 폭주하는 게이트 안에 잠룡길드와 있던 것인지.

잠룡길드는 그의 각성을 도운 것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신체가 강화되며, 뇌질환계 질병에 면역을 부여하는 각성을 원하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분명, 한보그룹 회장 또한 각성했을 것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의 질문이 생겨난다. 이토록 협회가 지키려는 강제각성 방법을 일개 길드가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협회장이 보이는 행동은 정상이 아니며, 협회가 폭주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헌터들이 추구하는 바에서 벗어난다.

폭주로 게이트의 위험성이 높아짐에도 게이트의 문은 항상 열려있었다. 어떠한 조치도 없이 말이다. 심지어 협회는 강제각성의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뭘까. 협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뭐라고? 명환이, 지금 말한 내용이 사실인가?”

“죄송합니다, 형님. 게이트에서 나가는 즉시 형님이 들은 내용을 기억에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맹약자 분의 기억 또한 지우셔야 합니다, 협회장님.”

“그건, 지켜보자고.”


정명환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친구는 나에게 어떠한 해도 가할 수 없으니 말일세. 그렇지 않은가, 맹약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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