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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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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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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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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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

DUMMY

- 2월 (26)




“이 보좌관. 폰스호라들을 폭주시키게.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겠지.”

“네, 협회장님.”


이 보좌관은 아직까지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몬스터 폭주가 협회장이 암살당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점차 생겨났다. 회장의 암살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를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와, 니미럴······ 허억허억. 더럽게 힘드네. 아니, 나를 몬스터 안에 가두고 다 같이 모여서 뭐 하는 거에···...요······”


우리 곁으로 다가온 세린은 불만을 내뱉다가 말을 거두웠다. 달라진 분위기 때문인 듯했다.

이 보좌관은 세린에게 말했다.


“폰스호라를 폭주시킬 겁니다. 30분 정도 걸릴 예정이니 그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계시지요.”


그렇게 말을 마친 이 보좌관은 폰스호라의 서식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윤세린은 우리의 눈치를 보며 바닥에 누워 숨을 골랐다.

나는 협회장에게로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아닐세. 자네도 자네가 원하는 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거겠지. 이해하네. 나도 마찬가지니 말일세.”


말을 마친 협회장은 나에게 등을 돌렸다.

뭘까······ 협회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이길래, 그들의 반응이 이다지도 싸늘한 걸까. 잠룡길드와 협회가 관련이 있는 것이라기에는 잠룡길드장의 안부를 묻는 협회장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다. 그렇다면 잠룡길드는 협회가 이렇게 숨기려 드는 폭주의 방법을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협회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한순간이지만 협회의 이면을 잠깐 보았던 것 같았다.

수수께끼가 더 늘어만 가는 것 같았다.


30분은 금방 흘렀다.

윤세린은 폰스호라의 내부로 들어섰다.


“세린 씨. 곧 폰스호라가 폭주할 겁니다. 의식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주십시오. 우용식 헌터의 말로는 융합한다고 하니, 폰스호라에게 끌려가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나도 다 들었다고요. 환장하겠네. 게이트도 처음이나 다름없는데, 폭주하는 몬스터의 몸 안으로 들어가라니. 나 죽게 만들지 마요. 보좌관 아저씨.”


이 보좌관이 수인을 맺는 모습을 보았다. 복잡해 보이는 동작이었다.

곧, 폰스호라들이 붉게 빛나며 울음을 토해냈다.


기에에에엥


나와 백석호는 바짝 긴장한 채로 폭주하는 폰스호라들을 노려보았다.

정명환은 그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기에엥 기기에엥


폰스호라들이 융합을 시작했다. 윤세린은 그들 가운데로 급속도로 끌려들어 갔다.

백석호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안절부절 바라봤다.


“명환아, 괜찮은 거 맞지? 세린이가 어떻게 될까 봐 걱정된다.”

“걱정 마시죠. 이 보좌관이 알아서 잘할 겁니다.”


협회장의 대답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게이트키퍼로서의 협회장이 이런 분위기가 아니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폰스호라들은 아무런 방해없이 융합을 해나갔다.

융합을 마친 폰스호라는 이전보다 훨씬 거대했다. 25미터가 넘어가는 높이였다.

놈은 예의 그 거대한 날개를 우리를 향해 휘둘렀다.


부아아앙


“정진아.”

“네.”


이정진은 높이 날아오르며 놈의 날개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써겅


공간이 갈리지는 착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칼날이 놈의 날개를 예리하게 갈라내었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배리어를 펼쳐 막았다.

이정진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몰로 이루어진 놈의 몸을 사과를 깎듯이 잘라냈다.

정명환은 단 한 번도 팔짱을 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움직일 필요조차 없었다. 이정진은 A급 게이트 키퍼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폭주한 폰스호라는 이정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잘려 나간 날개가 회복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놈의 온몸이 떨어져 나갔다. 저 강력한 무형의 검이 이정진이 가진 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A급 게이트키퍼의 전투 장면을 직접 보니, 실감이 났다.

압도적인 무력이였다.


“굉장하네요. 게이트키퍼라는 헌터들은······”


사방으로 튀겨오는 물을 배리어로 막으며 중얼거렸다.


“마, 전성기 때 나도 저 정도는 되었어! 게이트키퍼라면 저 수준은 되야지. 암, 그렇고 말고.”


백석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대답했다.


“저놈은··· 몇 급 정도 될까요.”

“B급? 딱 그 정도 인 거 같은데?”


평택게이트의 키몬스터 아도니스, 무리 지은 드렉시드와 동급이다.

나는 저놈을 혼자서 상대 할 수 있을까? 가능할 것 같았다.

D급 헌터인 우용식의 몸으로는 내가 분명 우위에 있을 것이다.

설령, 일반인의 몸으로 빙의한다고 하여도 우용식의 강화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정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전투를 보여주었다.

A급으로 빙의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산타대장이었을 때, 나는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산타대장과 동급의 신체로 빙의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정진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나의 전투력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기필중과 같은 레벨이거나,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었다. 눈앞에 게이트키퍼들의 경지를 보여주는 자가 있다.


“명환이, 좋은 후배를 발굴했구만. 게이트키퍼가 아직 건재하는 것 같아, 든든하네. 하하.”

“정진이는 A급 게이트키퍼 중에 가장 S급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친구죠. 다만 이제는 현장직이 아니라는 게 저도 아쉽습니다.”

“뭐? 지금 단장이 누군가! 저런 인재를 썩힌다고?”

“이정진 보좌관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정명환은 아련하게 보였다.

무게를 짊어진 자의 표정이었다.

꿍꿍이가 많은 사내였으나, 그 순간만큼은 헌터들을 대표하는 자로서는 책임이 느껴졌다.

그에게 한순간 연민을 느낄 정도였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어느 순간, 이정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제서야 폰스호라도 미동이 없음을 깨달았다.


“어후! 망할! 좀 조심히 해요! 내가 잘려 나가는 줄 알았잖아요!”


윤세린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녀의 능력 개화가 이루어졌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


포항 게이트에서 나와 가장 먼저 한일은 평택게이트 공략에 대한 보고를 받는 일이었다.


“공략은 무난하게 성공했네, 아도니스의 마력석은 협회로 옮겨져 가공단계를 거치고 있고. 내일 오전에는 받을 수 있을 걸세.”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정진과 백석호 또한 다시 돌아왔다.


“이정진이, 사람 참 싱겁구만. 따로 불러서 할 얘기가 있다더니, 우리 길드를 지원해주겠다는 얘기를 뭘 그렇게 에둘러서 말하나. 하하.”

“협회장님. 말씀하신 대로 이행하였습니다.”

“수고했네.”

“세린아, 이 보좌관 참 괜찮은 친구야! 우리 길드에 얼마를 지원해준다고 했는지 알아?”

“아우! 꼰대요! 이런 데서 돈 얘기 좀 하지 마요, 창피하게! 내가 길드장답게 행동하라고 몇 번을 말해요!”


아마도 이정진은 백석호의 기억을 지웠을 것이다.

그 철두철미함과 다재다능함이 조금 두려웠다.


“자, 이제 떠나지. 다음 목적지는 협회인가?”

“네, 수급해야 할 장비들이 있습니다.”

“명환이, 우리는? 길드에서 대기할까? 내일 도움을 준다면 소정의 보상금을 준다고, 저 친구가 그랬는데······ 설마 말 바꾸지는 않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석호 형님.”

“아오, 노친네 따라와요! 진짜 못 봐주겠네. 죄송해요, 협회장님.”

“두 분도 같이 협회로 가시죠. 협회 장비들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오오, 정말인가? 봐바라, 내가 괜찮은 친구라고 했지?”

“제발 닥쳐요. 사람이 염치가 없어!”

“이왕이면 프리사이즈로 받자고. 우리 길드 애들도 돌려쓰려면······”

“아아악! 그만해! 이 인간아! 우리 길드가 거지처럼 보이잖아!”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협회에 다시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였다.


“말씀하신 품목들입니다. 고글, 팔보호대, 헌터복.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헌터복은 사이즈가 조금 클 수 있습니다. 전용장비여서요.”

“괜찮습니다. 입어봐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장비들을 착용하였다.

헌터복은 묵직했다. 우용식의 강화계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사이즈도 얼추 맞았다. 우용식의 덩치는 꽤나 큰 편이었다.


“아니, 프리사이즈로 달라고 프리사이즈!”

“죄송합니다. 저희는 맞춤제작이 원칙이라.”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곤란해 보이는 직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 여분의 장비를 주면 안 돼? 이거 망가질지도 모르잖아.”

“아, 그건 가능합니다. 한 세트 더 드릴까요?”

“이왕이면 세 세트, 아니 다섯 세트 안 될까? 사이즈는 골고루 해서 말이야.”

“아,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인간아! 사이즈가 다르면 그게 남의 장비지, 여분이야? 진상 좀 그만 부려! 여벌 장비는 됐어요. 고마워요!”


어디선가 나타난 윤세린이 백석호를 끌고 갔다.

우리는 소비재를 보급받고 간단한 장비 테스트까지 마쳤다.


5명이 다시 모인 시각은 4시경.

최상층에 존재하는 브리핑룸에서 모였다.


“말씀하신 자료들은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시작하시죠.”


원형탁자 위로 합정게이트 안의 지도가 펼쳐졌다.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지도였다.


“후.”


짧게 호흡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 구출 작전의 목표는 지금 보고 계신 망원역입니다. 현재, 합정역에 생존 중이던 29명은 망원역으로 이동하여 34지구 디펜더 3명과 합류한 뒤, 탈출 계획을 짜고 있을 겁니다. 그들이 내일 오후에 망원역을 떠나기 전까지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도착해야 합니다. 게이트 진입 시각은 내일 오전 10시로 잠정적으로 정하였습니다.”


브리핑하며 수많은 계획과 동선들이 지도 위를 수 놓았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손철호의 마포구 부동산 지식이 요긴하게 쓰였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그의 평안한 휴식을 기원했다.


작전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협회에서 제공된 몰레스투스 들의 위치도 추적했고, 게이트 안에 남아있을 몬스터에 대한 지식들도 습득했다.

포메이션과 조합을 생각했고,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할 방법 또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포항까지 다녀온 뒤에 이어진 회의였다. 어느 정도 회의가 마무리되었을 때는 모두가 기진맥진해졌다.

특히, 신체 등급이 낮은 나와 윤세린의 피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하시지요. 내일을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셔야 합니다.”

“아,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네. 그거 알아요? 난 아직 헌터도 아니야! 진짜 사람을 이렇게 부려먹나!”

“늙어서 그런가, 머리에 잘 안 들어오네······”

“각성자는 뇌 활성도 유지된다며! 진짜 틈만 나면 헛소리를 하시네!”

“그럼 모두 휴식을 취하시고,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나와 세린, 석호는 최상층 객빈용 숙소로 찾아 들어갔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그들을 구한다는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뒤척이며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피곤에 젖은 내 몸은 어느새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식사를 마친 뒤에 계획을 다시 숙지하고, 협회의 차를 타고 합정게이트 입구로 향했다.

모든 장비를 재점검하고 게이트의 입구에 섰다.


“명환이, 유탄발사기는 안 챙겼네?”

“안쪽에서는 열기 때문에 폭발할 겁니다. 사용을 못 하죠.”

“하하하, 예전 기억나서 한번 물어봤어. 이거, 살짝 긴장되네.”


윤세린은 말이 없었다. 평택 게이트 공략 때도 긴장하지 않던 두 사람이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입장하시죠. 시간이 다 됐습니다.”


2월 2일 오전 10시.

우리는 열기를 내뿜고 있는 합정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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