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너무 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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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소리
작품등록일 :
2019.05.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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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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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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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고백한다.

DUMMY

어느새 오크들은 모두 쓰러지고 단 세 마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고블린 족장은 조금 지쳐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끼익!”


선행의 참전을 눈치 챈 족장이 소리를 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홍훙훙”


순식간에 생겨난 큼직한 화염구 하나가 선행에게 날아왔다. 미리 경계하고 있던 선행이 손쉽게 화염구를 피해냈다.


그사이 고블린 족장은 오크들에게 작은 화염구를 난사했다.


크롸악! 퍼펑!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오크의 팔뚝 위로 화염구가 꽂혀 들었다. 온 팔이 거뭇해진 오크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선행이 크리앙에게 외쳤다.


“크리앙! 다른 오크들에게 빠지라고 전해줘!”


초보존인 나에마을에서 성인 오크는 고작 5레벨 수준, 같이 싸우기엔 너무 약했다. 한 마리당 한 번의 마법을 허비하게 할 순 있겠지만, 그건 선행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선행에겐 쉬는 동안 구상해둔 작전이 있었다.


“홍훙훙!”


오크들이 물러나고, 고블린 족장이 선행에게 커다란 화염구를 던졌다.

선행은 빠른 측면기동으로 화염구를 피하고는 족장을 향해 내달렸다. 착용하고 있던 고블린의 작은 방패를 빼서 손에 그러쥔 채.


“홍훙!”


족장은 잽싸게 작은 화염구 세 개를 만들어냈다. 예상대로였다.

선행은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전방으로 강하게 던졌다. 세 개의 화염구가 생성되려는 지점이었다.


휘익! 콰쾅!


폭발음과 함께 갓 만들어지고 있던 세 개의 화염구 중 두 개가 방패와 부딪혀 사라졌다. 허름한 방패는 산산조각 나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륵. 남은 하나의 화염구가 선행에게 빠르게 날아들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제길. 하나가······.’


선행이 속으로 욕을 내질렀다. 그러나 달리는 속도를 늦추진 않았다. 그의 본능이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쾅!


얼굴을 가린 왼손 위로 남은 한 방의 화염구가 작렬했다. 화끈한 열기와 충격이 팔뚝 위로 전해졌다.


‘됐어.’


선행이 생각했다. 일시적으로 상승한 화염저항력 덕분이었을까, 견딜 만 했다.

왼손을 내리자, 눈앞에 달콤한 열매가 보였다. 고블린 족장의 목이었다.


“전사의 일격!”


결정타는 역시 선행의 유일한 공격스킬이었다.


쉬익! 서걱!

족장의 머리가 하늘을 날았다. 선행의 승리였다.


[고블린 족장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고블린 족장의 신비로운 목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달성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

[고블린 족장의 신비로운 목걸이]

고급등급, 목걸이

지능 4 증가

고블린 족장이 애지중지하던 신비로운 목걸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바뀐다.

====================


‘달달하네.’


잔뜩 지친 선행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려운 상대를 해치웠다는 성취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크앙!”


어느새 선행에게 다가온 크리앙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선행은 기분 좋게 대답했다.


“아니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뭐. 어머님은 좀 괜찮니?”


어느 샌가 플레이어가 오크를 구하는 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어있었다.


“네, 무사하세요. 크앙! 아저씨는 저도 구해주시고 우리 엄마도 구해주셨네요 크앙!”


그때였다.


띠링!


[소녀 오크 크리앙과의 호감도가 최상이 되었습니다.]

[직업 퀘스트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이 발동됩니다.]


갑자기 선행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진행이었다.


‘아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온 몸을 감싸는 불안감에 선행은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행의 외침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역시 좋은 오빠답다! 당신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소녀 오크 크리앙의 은인이자 좋은 오빠가 되었다! 끝없이 노력하는 자에게 열매가 맺히는 법! 이제 당신에게 주어진 보상을 만끽하길 바란다!]


시스템이 갑자기 반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전직 할 때도 반말하는 남자 목소리였어. 이거 뭐 있는 건가.’


두 번째라 그런지 나름 여유가 생긴 선행이 평소의 시스템 메시지와 지금의 시스템 메시지의 차이를 알아챘다.

평소에는 여자 목소리로, 그것도 존댓말로 안내하듯 정중하게 귓가를 울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이상하게 직업만 연관되면 남자 목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그사이 주변이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화면은, 2D 애니메이션 화면이었다.


‘뭐지?’


선행의 불안한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주변을 훑었다.

운동장, 축구골대, 빨간 벽돌건물과 건물의 끝에는 뾰족한 첨탑, 그리고 그 아래 커다란 벽시계까지.

이번엔 고등학교였다.


게다가 선행의 주변엔 일본산 연애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핑크색 벚꽃 잎이 휘날리고 있었다.


띠링!

[좋은 오빠로 살아온 지난 세월! 당신은 드디어 숭고한 사랑의 목전에 닿아있다! 종족을 초월한 당신의 사랑에 인류와 세계를 대표하여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무슨 헛소리야!”


버럭 소리를 지른 선행은 이내 깜짝 놀랐다. 이번엔 웬일인지 시스템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한 듯 했다.


그 때, 눈앞에 크리앙이 나타났다. 2D 버전의 그녀는 여기에서도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을 분홍색 리본으로 힘겹게 묶고 있었다.


“아저씨······.”


크리앙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한쪽 발을 뒤로 뺀 채 온 몸을 배배꼬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는 무척 수줍어하고 있었다.


띠링!

[소녀 오크 크리앙은 오크나이 2년 10개월, 성년을 2개월 앞둔 민감한 사춘기 소녀다! 그리고 당신은 그 소녀의 마음에 온통 틀어박혀 버렸다! 이제 그녀는 당신의 고백만을 기다리는 상태! 축하한다!]


긴 시스템 메시지가 끝나자 선행의 눈앞에 반투명한 선택창이 나타났다.


[소녀 오크 크리앙에게 고백할 장소와 시간을 고르세요.]

[A. 고백을 성공시켜준다는 전설의 종이 울릴 때, 그녀가 사는 여자기숙사 앞에서]

[B. 하트 별자리가 뜨는 목요일 밤, 뒷산 언덕에서]


“···.”


선행은 어이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게임.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오크에게 고백 하는 인간이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선행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시스템창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고백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야말로 골탕 먹이겠다는 심보가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크리앙 때문이었다.


‘적당히 해라.’


선행이 속으로 그르렁거렸다. 그러자 시스템창이 반짝반짝 빛나며 선행의 눈앞을 떠다녔다. 아주 있는 힘껏 약을 올리는 모양새였다.


으득. 선행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뭐 같은 게임, 당장 끄고 캐릭터를 지워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선행이 침묵하는 사이, 주변이 조용해졌다. 시계탑에서 울리던 종소리도 주변에서 들리던 어린 학생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진 상태였다.


어느새 빛을 잃은 선택창이 서서히 쪼그라들었다. 동시에 선행의 시야 오른쪽 구석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리곤 이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띠링!

[직업 퀘스트 ‘종족을 뛰어넘은 사랑’을 거절하셨습니다.]


선행의 시야가 다시 어두워졌다가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장면은 원래의 카르마 화면과 같이 입체적인, 3D화면이었다. 또한 선행의 주변도 다시 고블린 주둔지로 바뀌어 있었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확인한 선행이 반사적으로 크리앙의 위치를 확인했다.

다행히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엄마를 돌보고 있었다. 선행 쪽을 의식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휴우.”


마침내 마음이 놓인 선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 백 마리를 잡은 것보다 더 큰 정신적 피로가 몰려왔다. 그 극심한 피로감에, 선행은 마을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선행은 망설임 없이 크리앙에게 다가갔다.


“이제 어머니랑 안전한 곳에서 행복하게 살아. 아저씬 이만 가볼게.”

“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크앙!”


크리앙의 힘찬 대답에 다시 한 번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선행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마을을 향해 걸었다.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여자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뒷모습은 얼마든지 봐도 되니까,

다행이라는 듯이.


엄마 오크가 그런 크리앙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 * *


선행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주점으로 향했다. 퀘스트 완료 보고를 하려는 것이었다.


띠링!

[일반퀘스트 ‘고블린 학살’를 완료하였습니다.]

[일반아이템 단단한 나무 방패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번엔 추가 경험치가 없네. 이미 선행의 기적 스킬의 보상을 다 받았다는 건가.’


생명력 회복과 화염저항력 상승이라는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었을까, 이번에는 추가 경험치가 주어지지 않았다.

원하지도 않는데 착한 일을 했다며 추가 경험치를 줄 땐 짜증났었는데, 막상 그런 보너스를 못 받으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간사했다.


====================

[단단한 나무 방패]

일반등급, 방패

맷집 5 증가

단단하게 만들어진 나무 방패. 그럭저럭 쓸 만하다.

====================


아이템 보상도 그동안에 비하면 영 별로였다.

그나마 고블린 족장의 신비로운 목걸이 덕에 마나 최대량이 올랐다는 점, 그리고 어쨌든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나쁜 짓을 못 했네······. 뭐가 이렇게 어렵냐 진짜.’


생전 안 해본 탓일까, 하루 종일 노력했음에도 선행은 나쁜 짓에 실패했다. 이래선 좋은 오빠라는 직업으로 다크게이머를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그만 하자.”


벌써 현실시간으로 자정이 넘어 있었다. 선행은 곧장 게임을 종료했다.

꼬박 이틀을 게임하는 동안 유일등급 직업인 좋은 오빠로 전직하고 9레벨을 달성한 다음이었다.


* * *


다음날, 선행은 어렵게 철호와 연락이 닿았다. 둘 다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게임 접속한 채로 지내다 보니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서였다.


“형. 게임 해 봤어요? 어때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철호가 대뜸 물어왔다.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였다. 덕분에 선행은 자연스럽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쭉 설명할 수 있었다.


“헐···. 형 진짜···.”


지난 이틀간의 이야기를 듣고 난 철호가 심각한 목소리를 냈다. 선행은 덜컥 겁이 났다.


“왜? 그렇게 안 좋은 거야?”

“안 좋다뇨! 형 진짜 잘할 줄 알았다니까! 지금 이틀 만에 9레벨을 만들었다는 거잖아요! 이 지독한 게임 카르마에서! 게다가 1차 직업이 유일등급이고! 협회 사람들 아무도 못 믿을 거예요.”

“어, 그렇긴 한데···. 이 직업이 좋은 건 지 모르겠어.”

“무조건 좋은 거죠! 1차 직업이 유일등급이니까, 2차 3차 직업도 무조건 유일등급 혹은 그 이상일 테고. 어쩌면 최초로 전설등급 직업을 얻게 될 지도···.”


카르마의 직업은 아이템처럼 5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일반, 고급, 희귀, 유일, 전설.

그 중 유일등급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두어 명 남짓이 있었고, 전설등급 직업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게 철호의 설명이었다.

선행은 한참 동안 철호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그럼, 나, 이벤트 당첨도 가능할까?”

“이벤트? 그게 뭔데요?”


워낙 자기 말에 취해있었던 탓일까, 철호는 선행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선행이 재차 물었다.


“그, 3주년 이벤트 있잖아. 레벨업의 왕잔가······?”


1등 상금만 50만 골드, 한화 5천만 원의 이벤트였다.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었는데, 철호가 워낙 호들갑을 떠니 선행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게 된 것이었다.


“아! 초보존 이벤트요? 그러고보니 형 거기에도 해당 되네요.”


뒤늦게 선행의 질문을 이해한 철호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이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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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기사 19.08.02 120 3 13쪽
68 67화 정화 19.08.01 85 4 12쪽
67 66화 극복 19.07.31 95 4 12쪽
66 65화 변곡점 19.07.30 94 4 12쪽
65 64화 아픔 19.07.23 118 4 13쪽
64 63화 고백 19.07.22 125 4 14쪽
63 62화 그늘 19.07.21 100 3 13쪽
62 61화 제국 기사 검술 +2 19.07.20 130 4 13쪽
61 60화 문전박대 19.07.19 135 4 17쪽
60 59화 수도 19.07.18 111 3 13쪽
59 58화 전멸 19.07.17 107 2 14쪽
58 57화 위험한 전투 19.07.16 126 2 16쪽
57 56화 기본 19.07.14 136 3 14쪽
56 55화 깨달음 19.07.13 130 2 15쪽
55 54화 두번째 데이트 19.07.12 135 2 14쪽
54 53화 선물 19.07.11 138 2 14쪽
53 52화 데이트 19.07.10 129 2 13쪽
52 51화 입금 19.07.09 149 3 14쪽
51 50화 한달의 성과 19.07.08 148 3 13쪽
50 49화 심장 19.07.07 137 3 13쪽
49 48화 실패 19.07.06 190 3 15쪽
48 47화 광란 19.07.05 142 3 14쪽
47 46화 고민 +1 19.07.04 145 3 14쪽
46 45화 부부 19.07.03 143 3 13쪽
45 44화 루크 19.07.02 147 3 13쪽
44 43화 전직 19.07.01 152 3 12쪽
43 42화 벨라 19.06.30 174 4 15쪽
42 41화 스카웃 19.06.29 173 5 14쪽
41 40화 추방 19.06.28 170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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