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스킬 빨로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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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뇨뇽
작품등록일 :
2019.05.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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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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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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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안 그래도 머리 아프다

DUMMY

그렇게 네 명은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굳이 동행이 없어도 되지만, 사람이라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신체 개조권이라니.

어떤 식으로, 어떻게, 무엇을, 얼마나 개조한단 말일까.


“어서오세요.”


텅 빈 편의점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알바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헌은 카운터로 걸어가 오른팔을 불쑥 내밀었다.


“이거 때문에 왔는데요.”

“이야, 이거 신체 개조권이네요. 잘 안 나오는 건데. 보통 무기 교환권이 많이 나오거든요.”


알바는 환하게 웃으며 코팅된 종이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종이 위에는 ‘9등급 신체 개조 목록’이라고 적혀있었고, 아래로 여러 근육 명칭과 손톱 강도, 시력 등 자잘한 항목들이 이어졌다.


성헌은 한번 쓰윽 훑고는 망설임 없이 시력을 짚었다.


“이걸로요.”


지금 시력은 0.3.

당연히 안경을 쓰고 있었다. 괴물과 싸우다가 안경이 벗겨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아, 좋은 선택이네요. 사실 저도 시력을 추천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한 번 받으면 시력이 얼마나 올라가요?”

“첫 개조라면 1.0정도로 맞춰드리고요. 두 번째로 같은 곳을 개조하려면 8등급 개조권이 필요한데, 아마 또 1.0 정도 올라갈 거예요. 나중엔 다른 옵션도 가능하고요.”

“다른 옵션이라면...?”

“적외선 감지 같은 거?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필요 이상의 정보는 자세히 주입해주지 않아서.”


알바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다가 양손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개조하겠습니다. 처음이라 좀 떨리네요.”

“...예?”


성헌은 저도 모르게 반걸음 물러섰다. 편의점 알바생한테 신체 개조를 받는 것도 게름직한데, 거기에 초짜라니.

사람이 100냥이라면, 눈이 99냥이라는 말도 있다. 턱하고 맡기기엔 석연치가 않았다.


“아, 걱정 마세요. 거의 스킬 같은 식이라, 저는 발현만 하면 되거든요.”


그 말에, 잠깐 망설이던 성헌은 안경을 벗고 한 걸음 다가왔다. 알바생은 양손으로 성헌의 눈을 가리더니, 1초도 되지 않아 손을 떼었다.


“보세요. 걱정할 필요 없죠?”


개조는 허무하리만치 빨리 끝났다.

성헌은 맨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경을 벗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잘 보였다.


“...안과 의사들 다 굶어 죽겠네.”

“그러기엔 신체 개조권이 흔치 않죠, 하하.”


성헌은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곤 뒤를 돌아보았다. 조용히 구경하고 있던 세 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골라. 점심 쏜다.”


성헌은 호탕하게 말했다. 잠깐 눈치를 보던 백현선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난 스테이크!”


보통 자장면이 15코인이다. 스테이크는 무려 50코인. 하지만 성헌의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과감하게 질렀고, 그대로 먹혀들었다.


‘좋았어!’


성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저, 저도.”


권영오도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남은 건 조윤찬.


“...난 그냥 내가 사서 먹을게. 어제도 얻어먹었는데, 미안하잖아.”

“오빠, 그러면 얻어먹는 내가 뭐가 돼? 왜 산통을 깨고 그래, 진짜.”


백현선은 팔짱을 딱 끼고서 한 마디 쏘아붙였다. 하지만 조윤찬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대답없이 카운터로 걸어갔다. 보아하니 따로 점심을 주문하려는 모양이었다.


“자...”


텁!


조윤찬의 입이 자장면의 ‘자’를 뱉어냈을 때, 성헌의 손이 날아오더니 그 입을 확 틀어막았다. 생활 속 민첩 스텟 활용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나도 기분 좀 내자.”


성헌은 그의 입을 뒤로 밀며 알바생에게 주문을 넣었다,


“스테이크 네 개 주세요. 등심으로다가.”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성헌이 단독적으로 대장 지크를 잡은 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다.

앞으로 논의를 거쳐야겠으나 일단은 스테이크를 입에 넣어주고 경과를 지켜볼 속셈이었다.

공짜 라식인데, 스테이크 값이 아깝지도 않았다.



...........




오피스텔 주변에 갇힌 지 5일째.


사람들은 이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처음엔 두 부류로 나뉘었다. 자발적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사람과 들어가지 않는 사람.

전자야 말할 것도 없이 평소 생활수준을 유지했지만, 후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 허기와 싸워야했다.

처음 오피스텔을 탈출하면서 받은 코인으로는 이틀을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일 째부터는 배곯는 사람이 사라졌다. 모두 조윤찬의 덕분이었다.

그는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설득했고, 직접 방패를 앞세우고 던전 가이드 역할을 자처했다. 한두 층 정도 맛보기만 하는 거라 그리 위험하진 않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조윤찬은 자신의 코인으로 장비를 사주거나 식품도 제공했다.



성헌의 팀은 하루에 던전을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들어갔다. 성헌은 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지 않았다.

밤이 되면 자크들은 더욱 난폭해진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일을 위한 휴식도 필요했다. 그래서 해가 떠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식이었다.


생존자 20명이니 단순히 5팀이라고 치고, 보통 던전을 클리어 하는 데에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성헌의 팀 기준이며, 다른 팀은 더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아야 하루에 13번인데, 그걸 여러 팀들이 나눠서 사용하고 있었다.


성헌의 팀이 던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에 불만이 나오진 않았다.

하루에 한 번만 들어가도 굶지 않을 만한 코인이 나온다. 굳이 여러 번 들어가려는 팀은 잘 없었다. 던전 클리어를 강제하는 규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시간을 전부 성헌의 팀이 활용하는 셈이었다.



‘저게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성헌은 멀찍이 앉아서 조윤찬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던전에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체 개조를 한 뒤로 시력도 좋아져서 아주 잘 보였다.


성헌은 별말 하지 않았지만, 백윤선은 조윤찬을 볼 때마다 혀를 찼다. 그녀가 자선 단체냐며 비아냥거릴 때마다, 조윤찬은 ‘어쩔 수 없잖아?’라며 씩 웃곤 했다.


몇 번이나 던전에 들어가 봤지만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조윤찬의 뒤에 딱 붙어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오래는 못 가.’


조윤찬의 생각이 바뀌든, 상황이 바뀌든.


성헌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후자에 조금 더 무게를 두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성헌은 한 가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달린다기 보다는 떨쳐내기 어렵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너무 쉽다.’라는 생각이 불안감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스테이지에 비해, 두 번째 스테이지는 오히려 난이도가 하향되었다.

‘오만한 굴탄의 소검’이나 신체 개조, 방어구, 스텟, 스킬 전부를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도 그랬다.


아무리 지금보다 참가자가 많았더라도, 세상이 바뀐 첫날에 지크를 10마리씩 복도에 풀어놓은 놈들이다. 게다가 정문에 있던 그 커다란 지크는 또 어떠한가?


그에 비하면 지금은,


‘사육에 가깝지. 던전은 먹이고, 주변 공간은 외양간.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살을 통통하게 찌운 뒤 잡아먹히기만을 기다리는 가축이 된 기분이었다.

어떤 식으로 잡아먹힐지는 이 거대한 서바이벌의 주최자만 알 터였다.


“하여튼 신경 쓰인단 말이야.”


물론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성헌 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성헌은 애써 잡념을 털어내고 상태창을 열었다.


----------

이름 : 서헌성

<스텟>

근력 : 23

민첩 : 22(+6.64)

체력 : 23

<고유스킬>

예지사안 : 대상의 사망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00:00:01:29]

조건 1. 사망 장면은 사망 확률이 높을수록, 현재와 가까울수록 우선적으로 선정됩니다.

조건 2. 24시간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체 개조>

시력(9등급)


보유코인 : 2325

----------


처음보다 꽤나 내용이 많아진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렇게 목을 쳐 죽였는데도 1.64밖에 못 올렸네.’


소검의 조건부 옵션은 그렇다 쳐도, 스킬 포인트를 1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대장 지크 처리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이었다.

그것으로 모험가 스킬 트리의 ‘예민한 청력’을 찍었다. 생각 외로 잘 들려서 나름 만족하는 중이긴 했다.


‘쿨타임 다 돌았다.’


던전 약속까지는 30분 정도 남았다. 성헌은 어느 때와 같이 예지사안을 준비했다.

어차피 24시간이면 쿨이 도는데,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이때까지 계속 대장 지크와의 전투만 보여줬지만 이젠 루틴처럼 굳어져서, 미래를 보지 않으면 찝찝할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어떻게 죽으려나...’


성헌은 별 생각 없이, 습관에 따라 예지사안을 발동했다.


역시나 시야가 암전되며 풍경이 확 바뀌었다.


‘...어?’


그런데 늘 보던 보스룸, 대장 자크가 있는 옥상이 아니었다.


‘누구지?’


미래의 성헌 앞에는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서 있었다. 40대 초반의 외모, 통통한 몸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 위에 떠있는 숫자 ‘19’.

그는 성헌을 똑바로 보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제 보니 배경도 오피스텔 주변이 아니었다. 서쪽을 막고 있는 벽을 넘어가야 나오는 동네였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늘 지나다니던 곳이라 눈에 익은 점포들이 보였다.


“너구나?”


남자의 시선이 잠깐 성헌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가 내려왔다.


‘뭘 보는 거야? 저 숫자는 또 뭐고? 내 머리 위에도 뭐가 있나?’


하지만 미래의 성헌이 거울 앞으로 가지 않는 이상, 머리 위를 보는 건 무리였다.

미래의 성헌은 별말 없이 소검을 뽑아들었다.


그때, 남자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거리를 좁히더니 성헌에게 장검을 휘둘렀다.

성헌도 빨랐지만, 남자는 훨씬 더 빨랐다.


‘나보다 더 빠르다고?’


민첩 옵션에, 스텟을 꽤나 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속도에서 압도당했다.


‘고유스킬, 고유스킬이라도 좀...’


미래를 보는 성헌의 마음이 급해졌다.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냥 칼질만 나누다가 뒈질 판이었다.


‘좆됐네, 이거.’


결국 미래의 성헌은 남자에게 복부를 꿰뚫렸다. 허무하리만치 압도적인 스텟 차이. 더구나 남자는 고유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근력에서도 확실히 밀렸으니 속도와 관련된 고유스킬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성헌의 시야가 다시 암전되며 몸의 감각이 돌아왔다.


‘충분히 던전을 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일했어.’


다른 팀이 한 번 클리어 할 때, 네 다섯 번씩 했다. 그런데도 그 남자와 압도적인 스텟 차이가 났다.


‘그래서 불안했던 건가... 그런데 대체 얼마나 던전을 돌면 스텟을 저만큼 모으지?’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다음 스테이지에서 몬스터가 아닌 사람과 싸워야한다.

그래서 이번 스테이지가 쉬웠던 것이다. 단순히 ‘준비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헌의 준비는 모자랐다.

미래를 보지 못했다면 모자란 채로 다음 스테이지를 맞이했을 터였다.


오늘은 6일차.

7일 동안 살아남으라고 했으니 하루가 더 남았다. 충분할 진 모르겠지만 그 남자와의 간극을 좁힐 순 있었다.

성헌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조윤찬의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입술이 터지고, 눈두덩이가 부어서 한쪽 눈은 거의 감기다시피 했다. 팔도 정상이 아닌지, 축 늘어져 있었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성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조윤찬은 평소와 다르게 흥분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성헌은 이야기가 끝나고도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죽일까?”

“...어?”


조윤찬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어설프게 조져놓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불안해서 밤에 잘 수나 있겠어? 난 그 꼴은 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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