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천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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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문
작품등록일 :
2019.05.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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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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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천의 협박

DUMMY

그것은 민기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대대로 보수색이 짙은 지역구였다.

대선때 왕천득에게 90% 가까운 몰표를 보내줬고 총선만 했다 하면 무조건 자유당 후보에게 금배지를 달아주었다.

그런 지역의 주민들을 외면하고 미래당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신공항을 지어준다?

도대체 왕천득 정권은 제정신인가?

입지 조건이 더 좋다고? 환경친화적이라고? 민기가 판단하기에 그건 다 여론 조작의 결과였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그런 소리가 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학자들이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은 찬성과 반대가 비등했고 여론도 그랬다. 그러다 언제부터인지 그 흐름이 싹 바뀌기 시작했다.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민기가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박윤배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암 원자력 발전소 있지? 그거 재건설 건하고 신공항 건을 놓고 정부가 미래당하고 딜을 한 거야."


민기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정말입니까?"


안암 원자력 발전소는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 발전소로 폐기가 결정됐었다. 원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에 전 정권이 이미 그렇게 결정을 내렸었는데. 왕천득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 갑자기 재건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자력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보수 쪽의 찬성과 함께 최근 여론도 찬성 쪽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반대하던 미래당도 당론을 수정하여 안암 원자력 발전소까지는 재건설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것이 다 이런 뒷거래의 결과였단 말인가.

민기는 어이가 없었다.


"의원님은 그럼 다 알고 계셨단 말입니까?"


민기는 의아했다. 그렇다면 박윤배가 선거 마지막 날까지 승리를 자신했던 모습은 다 무어란 말인가?


"딜을 할 수도 있다는 심증만 있었지. 하지만 정말로 딜을 했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고. 그러다 발표를 보고 나니.... 그때 깨달은 거지. 아! 이놈들이 딜을 했구나."


민기는 생각했다.

아무리 박 의원이 왕천득과의 끈이 떨어졌다고 해도 정부 쪽 인사며 해당 공무원들의 반응 정도는 충분히 감지가 가능했다.

그런 박 의원이 이러한 결과를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이 딜은 정말로 왕천득 대통령과 주위의 몇몇에 의해 처리된 결정이리라.


"아~ 그것참! 허허허!"


갑자기 박윤배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의원님 왜 그러세요?"


기가 막힌다는 듯 웃는 모습에 민기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어이가 없어서 그래."

"어이가 없다니요. 뭐가요?"

"그 인간, 원자력 발전소 건만 받아먹었냐면 그게 아니거든. 신공항 관련해서도 받아먹었지. 그것도 저쪽에서만 받아먹은 게 아니라."


여기서 '그 인간'은 왕천득 대통령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쪽에서도?"

"그래. 양길천이."

"아!"

"그놈 맨날 똥줄 타서 전화하고 그러잖아."

"실은 오늘도 전화 왔습니다. 의원님 전화 안 받으신다고 저한테 까지도요."

"쳇! 에휴~"


박윤배는 머리 아프다는 듯 소파에 등을 기대더니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눌렀다.


"그놈이 돈을 엄청 뿌려댔거든."

"양길천이 말입니까? 얼마나요?"

"뭐 얼마나야. 가진 것 다 털어 넣었겠지. 깡패 놈들이 어디 뒤 일 생각해? 없으면 어디 가서 삥 뜯으면 되니까."

"혹시 그놈이 우리한테 와서 해코지하지 않을까요?"


민기의 말에 박윤배는 코웃음을 쳤다.


"누가? 양길천이 그놈이? 어디 앞이라고 감히 깡패 새끼가...."


박윤배는 웃기지 말라는 듯 그렇게 가볍게 넘겨버렸다.


"대통령님은.... 최근에 만나 보셨습니까?"

"이 사람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쭉 나랑 같이 다녔잖아."

"그럼 전화 통화만이라도......"


박윤배는 말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이 모든 게 박윤배가 왕천득의 동생 왕인득과의 권력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기지 못할 싸움을 아마도 그의 성격 때문에 참지 못해 벌인 것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으리라.

민기가 침통한 얼굴로 앉아있자 그런 민기에게 박윤배가 말했다.


"자네만 알고 있어. 지금 대통령 왕천득이라는 사람 말이야. 내가 오십 팔 년 살면서 만나 본 인간 중에 가장 속물이거든. 이 인간이 얼마나 속물이냐면 정말 돈밖에 몰라. 근데 그런 사람을 옆에서 모셔보면서 내가 느낀 건. 무섭다. 정말 무섭다는 걸 느꼈거든. 보통의 속물은 그냥 다들 경멸하잖아. 그런데 그 속물도 극한에 다다르면 무섭더라고 왠 줄 아나?"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박윤배가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주저하질 않아. 그 인간은 돈이라면 지지세력? 정치적 동지? 뭐 그런 건 우습고 심지어 부모, 형제도 헌신짝처럼 버릴 놈이거든. 그러니 주저하겠어? 전혀 주저함이 없지. 그런데 내가... 이 바보 같은 내가 그가 이번에는 주저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거든. 왜냐면 지도 같이 먹었으니까. 그랬는데.... 하하! 이 얼마나 내가 어리석은가 말이야."


박윤배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껄껄껄 웃었다.

하지만 민기는 무표정했다. 왜냐면 왕천득에 관해서라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저 박윤배 의원은 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아귀의 입안에 들어간 또 한 마리의 어리석은 희생자일 뿐이었다.




***



화가 난 양길천은 박윤배를 찾아왔다.

박 의원이 전화도 받지 않고 지역구를 떠나버리자 그는 건달들을 데리고 서울 사무소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제야 박 의원은 길천을 만나주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사무소를 점거하고 중국 요리를 시켜 먹은 그릇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 모습에 박 의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길천은 평소처럼 깍듯이 인사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소리부터 질렀다.


"의원님! 의원님이야말로 지금 뭐 하는 거라예? 내사 마 확 눈깔 돌아가는 거 보고 싶습니꺼."


의원실 안으로 따로 양길천만 불러 박 의원은 마주 앉았다.


"의원님! 의원님 저 피하십니까?"

"내가 왜 자넬 피해. 지금은 서로 좋은 분위기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있다가 만나자는 거지. 지금 만나서 뭐 하자고? 신세 한탄밖에 더 해?"


어느새 길천의 눈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박윤배는 그런 길천과 눈이 마주쳤다가는 불쾌하다는 듯 확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길천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제 어떡할 겁니꺼? 예? 저요 공항 짓는다고 내 전 재산 털어가 근처에 있는 땅 싹 다 아도 쳤습니더. 의원님도 알지 예? 그리고 국회다 관청이다 의원님 필요하다고 해준데 오만대다 돈 봉투 다 뿌리고 그거 이제 다 어디서 돌려받는 거라예? 어서 말 좀 해 보이소. 예? 의원님!"


박윤택은 흥분한 길천을 달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빈정대듯 말했다.


"이러니 자네가 평생 깡패 밖에 못 하는 거야. 어디 로비를 해 봤어야 알지. 자네 제대로 큰 관급 공사 같은 거 한 번도 안 해 봤지?"

"안 해보긴요! 운하 짓는다 해서...."

"그건 이미 결정 난 사업에 꼽사리 끼어서 하는 거고. 단독으로 말이야. 로비해서 대규모 관급 공사 따 봤냐고."


길천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돈 찔러 주면 바로 공사 들어가는 줄 알아? 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생기게 되고 그러다 책임자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 새로 해야 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거야. 신공항? 이번에 안 된다고 세상 끝나는 줄 아나 본데. 어디 신공항만 공산가? 다른 공사도 있을 수 있고......."


길천은 참지 못하고 버럭 대들었다.


"웃기지 마이소! 무슨 다른 공사! 어느 천년에! 다 된 공사도 못 따내는 당신 같은 양반이 또 어디서 무슨 공사를 따낸다고 거짓부렁 치는 대예? 이제 안 속습니더. 안 속아!"


박윤택이 눈을 치켜뜨고 길천을 노려봤다.


"너 지금 나한테 당신이라고 했냐?"


길천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당신이라고 했다. 와? 국회의원한테 반말하믄 잡혀가드나. 잡아가라 마! 하나도 안 무섭다!"


순간 박윤택은 섬찟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 완전히 정신이 나간 놈 같았다. 이렇게 막 나갈 녀석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겁이 났다.


"박 의원. 나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어가. 국회의원이고 뭐고 나 이제 몰라! 난 무조건 내 돈 돌려받아야겠으니까. 앞으로 일주일 드릴게. 딱 일주일 줄 테니까. 그 사이에. 내가 투자한 땅, 이거 신공항 만큼 다시 제대로 올릴 수 있을 만한 대안을 마련해 놓든가. 아니면 시원하게 딱 백억 만들어가 내 통장으로 쏴 주던가. 둘 중 하나 선택하이소."

"뭐? 백억?"

"그래요. 백억! 왜? 내가 백억 정도 안 썼을 거 가봐?"


박윤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길천은 그런 박윤택에게 협박 조로 말했다.


"만약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다. 그라믄 나 바로 신문사 갑니더. 그렇게 되믄 알지예? 내 별장에서 박 의원 당신 아주 질펀하게 놀았던 거. 몇 년 지났다고 다 잊어버렸다고? 그라믄 뭐 내가 따로 동영상 보내 드리고."

"뭐? 도... 동영상?"


윤택의 놀라는 모습에 길천은 만족한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래요. 동영상. 와 이제 좀 정신이 듭니꺼?"


박윤택은 길천을 노려보며 말했다.


"다 죽자고? 너 미쳤어? 그럼 너도 죽어!"


길천은 피식 웃었다.


"의원님. 어차피 나야 이 돈 못 돌려받으믄 죽은 목숨이라예. 아쉬운 게 없어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꺼."


긴장한 얼굴로 노려보는 윤택을 향해 길천은 방정맞게 웃으며 말했다.


"의원님은 아직 감방 안 가봤지예? 지는 가봤습니더. 뭐 지낼 만 해 예.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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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주희 19.06.02 119 1 10쪽
» 길천의 협박 19.06.01 155 0 10쪽
7 유출된 동영상 19.05.31 156 0 11쪽
6 양길천 19.05.30 164 1 10쪽
5 박윤배 의원 19.05.28 192 3 10쪽
4 양강도사 2 19.05.27 224 1 11쪽
3 양강도사 1 19.05.26 211 2 9쪽
2 왕씨 일가 19.05.25 236 1 11쪽
1 프롤로그 19.05.24 334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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