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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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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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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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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irth [진혼곡] 사랑의 전사 마이너스 그리고 헬기.

DUMMY

사람들은 따스한 햇볕과 산림의 향기를 듬뿍 실은 산바람을 즐기며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금고형에 처해진 백작부인은 채 3년을 견디지 못하고 쓸쓸히 옥사했다 전해집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제 블로그에 올린 자료를 보신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에르제베트는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그녀는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였으니까요.”


낡은 청바지에 심플한 투톤 점퍼를 걸친 남자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열심히 이어갔다.


“그게 뱀파이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승자의 손으로 쓴 역사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피의 여왕은 이 성터를 다시 밟았고 흑기사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길었던 설명을 잠시 멈추자, 옹기종기 모여 경청하던 자들 중 한 명이 소리 높여 물었다.


“이번에 올린 흑기사에 관한 자료를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마무리가 영 석연치 않은 게.. 후속편을 기대하게 하던데.. 혹시 준비하고 계신가요?”


애타게 기다렸던 질문이 드디어 나오자 그는 작게 심호흡했다. 그리곤 수백 번은 연습했던 바로 그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차분히 답했다.


“흥미롭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그간의 노력이 보답 받는 것 같아 뿌듯하네요.”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반가운 미소를 머금는다.


“음, 예상하신 것처럼 이번 투어가 끝나면 2부를 정리해서 업로드할 생각입니다. 부제로 스포일러하자면, 흑기사의 소울 메이트였던 최후의 마녀는 왜 바토리를 죽이지 않았을까? 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그 말은 3부도 있다는 건가요?"

"읽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의 어중간한 말에 사람들은 그냥 조금만 알려달라는 둥, 그러면 재미없을 테니까 기다리자는 등의 말을 주고받으며 잠시 웅성거렸다. 그들을 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하던 사내가 다시 확성기를 들려고 할 때, 무리의 뒤쪽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인이 번쩍 손을 들었다.


“예, 말씀하세요.”


습관처럼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여인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멋쩍어 그냥 앉아서 얘기했다.


“흑기사에 관련된 자료도 그 익명이라는 분이 제공하신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죠.”

“그러면 혹시, 이번 탐사에 그분도..?”


그녀의 물음에 아옹다옹하던 사람들이 입을 닫고 귀를 세웠다. 그러자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드러나는 걸 싫어하셔서 그런지 회원정보와 명단을 맞춰도 못 찾겠더라고요.”

“그래요? 아쉽지만, 사생활이니까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흑기사에 관한 자료가 재미있긴 한데, 신빙성이 얼마나 된다고 여기세요? 그냥 소설에 불과할 수도 있잖아요.”


중년 여인은 갑자기 기자라도 된 듯 눈을 빛냈고, 대다수도 동감하는지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잠시 망설이던 사내는 다시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고 제스처를 취했다.


“믿을만한 자료냐고 물으신다면.. 뭐, 아시다시피 저희가 쫓는 역사의 그림자라는 게 고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된 론이 아니라서 이렇다 할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듯하자 사내는 한시름 놓으며 음성에 힘을 더했다.


“우리의 바이블은 말 그대로 야사고 서사시의 일종입니다. 이걸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집단도 딱히.. 사실 우리 말고는 없잖아요? 설혹 중요한 사실관계를 발견했다고 하여도 인정받을 리 만무하고.. 뭐, 그렇습니다."


몇몇 맹신자들의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덧붙여서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실망하시겠지만, 저는 우리가 가진 믿음이 과학보다는 신앙에 가깝다 여깁니다.”


예상대로 볼멘소리가 높아지자 그는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그 마음 이해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존재했다 믿으니까 여기에 모였지만, 증명할 수 없으니 타인에게는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 불과하겠지요.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의 질타나 조롱은 그냥 흘려 들으십시오. 신경을 쓰면 쓸수록 상처만 받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쌓인 불만과 불평이 쏟아지자 그는 좌중을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빼다 어쩔 수 없이 확성기를 켰다.


“여러분! 세상이 뭐라고 하던 중요한 건 그들이 존재했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멀지 않은 시기에 그들과 조우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왜냐고요? 우리는 생각보다 아주 많이 접근했으니까요.”


다행히도 사람들이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여 제가 다니엘 맬로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회원 여러분들께 가장 먼저 알려 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확성기를 내리고, 더 물어볼 게 있느냐는 얼굴로 좌중을 둘러봤다. 그들은 이 바닥의 명작에 관한 이런저런 소회를 밝히며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뿌듯해지자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간절히 원하는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정말이었어.’


차흐티체 폐허가 주는 특유의 적적한 분위기를 음미하며 감격해 마지않던 그는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언성을 높였다.


“여러분, 죄송한데 잠시만 더 집중해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요즘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흑기사 vs 바토리,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일 겁니다.”


사람들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저는 결국 패배한 바토리가 죽음을 위장한 채 기다렸다는 쪽에 무게를 싣습니다. 시간은 그녀의 편이고 흑기사는 너무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굉장히 흥미로운 주장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그는 말끝을 흘리며 좌중을 둘러보다가, 굉장히 학구적으로 생긴 20대 초반의 청년을 발견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이노우댓 님의 추론처럼 바토리가 아니라 당시 교구의 비수였던 침묵의 암살자가 그를 처리했다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이에 관한 것으로 토론의 주제를 정했습니다.”


다수의 긍정적인 반응에 만족해 하던 그는 마른 침을 삼킨 뒤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여러분, 어떤 주장이 사실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겁니다.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동의하십니까?”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이자 그는 조금 더 은밀하게 말했다.


“혹시 그녀,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때때로 이곳에 들러 과거를 추억하지는 않을까요?”


그리곤 불쑥 손을 뻗어서 좌중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넷 상에서는 최대규모의 모임이니까, 어쩌면 직접 참석을 했을 지도..”


나름 분위기를 잡으려 약간의 여운을 두려고 할 때.. 옷, 액세서리, 특유의 화장으로 도배한 전형적인 고스족 중 한 명이 산통을 깼다. 그 20대 중반의 고스는 자신의 시꺼먼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왕이 직접 참여했다면 우리 중 하나가 분명할 건데, 안타깝게도 오늘은 400살이나 먹은 할망구가 오질 않았네요. 다음에 동행하면 소개해 드릴 테니까, 아쉬워하지는 마세요.”

“아, 예. 그러면 꼭 좀 부탁합니다.”


썩 재미있는 농담이 아니었음에도 고스들의 자학적인 표정과 몸짓에 그의 능청스러운 대답이 섞이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를 본 사회자는 생각과 다른 마무리도 나쁘지 않겠다 여기며 차흐티체성을 가리켰다.


“여러분! 지금부터 순수를 유린당한 처녀, 잔혹한 피의 여왕, 저주받은 백작부인, 우리의 매혹적인 뱀파이어 바토리의 던전을 마음껏 탐험하십시오. 그녀의 순결과 사랑, 고통과 증오, 광기와 선혈이 흩뿌려진 이 폐허를 탐사하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2시간 뒤에 다시 모일 테니, 충분히 즐기십시오.”


서로 의견을 나누며 폐허 사이로 흩어지는 회원을 보며 그는 확성기의 스위치를 내렸다.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 입가에 띤 미소를 지울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들어볼까 해서 만든 블로그가 이렇게 커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겨울의 재앙' ‘삿포로의 붉은 눈’ ‘천단의 재물’ '불타오른 파라다 퍼레이드' 등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재앙급 사건 사고 이후로 각종 음모론과 마이너 문화 관련 사업이 대성황을 이뤘다.


‘봐, 진실은 저곳에 있었던 거였어.’ 대충 저런 기치 아래 대중이 움직였다.


블로그나 사이트 등의 개인 채널이 가장 먼저 흐름을 탔는데, 오랜 시간 매니악한 자료가 축적되어 있던 그의 블로그 ‘외계인이 아니라 뱀파이어, 바로 그들이 배후다!’도 호황을 누렸다. 많아야 하루 대여섯에 불과했던 방문객 숫자 뒤에 0이 4개나 더 붙은 것이다.


'이제는 외롭지 않아.'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는데, 혹시나 하고 매년 혼자 다녔던 ‘뱀파이어의 던전 탐사-차흐티체에서 브란까지.’를 블로그에 공개하니,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탐사 관련 왕복 비행기표를 제공해주겠다는 어마어마한 멋쟁이까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익명이라는 아이디의 회원이었다.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이라서 신원을 밝히지 못하는 걸 거야.’


어쨌든 그 숭고하고 고결한 분 덕에 10명이면 많을 거라 여긴 탐사팀이 세계각지의 마니아 121명이 모인 탐사대가 되었다. 뜻밖의 분위기 메이커 고스 무리, 피의 여왕과 드라큘라를 코스프레하고 나타난 신혼부부, 목사 신부에 이어 불치병 환자들도 참석하며 동호회는 여러모로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그는 연방 싱글벙글하며 폐허를 둘러보다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을 발견하곤 머리를 쓸어 넘겼다. 탐사대의 일원임에도 항상 동떨어져서 행동하는 대원이라 몇몇이 불만을 표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묵살했다.


‘만찬 토론회에 반드시 참석하는 게 탐사대의 룰이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잖아요.’


왜 그녀를 변명해준 거냐고? 그의 달아오른 얼굴과 100m 달리기를 하는 심장의 오두방정이라면 모든 사태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주여, 이제는 제게 이상형까지 내려보내 주시는군요. 아멘!’


평범한 블랙진에 타이트한 검정 티셔츠를 입은 여인은 탐사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과 달리 고즈넉한 폐허를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자태는 한 편의 화보 같으면서도 왠지 모를 슬픔을 풍겨서 더욱이 매력적이었다.


‘혹시 실연이라도 당한 걸까? 그렇다면 너무나도 감사할 텐데.’


얼굴의 반은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쓴 상태라 확신하기는 어려웠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가 굉장한 미인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수컷이라면 한 번쯤은 느꼈을 찌릿한 전율이 온몸을 관통하며 바로 저 여자가 너의 그 연인이라고 속삭인다.


‘그래, 일단 부딪쳐 보는 거야!’


그는 다시 없을 이상형, 나의 연인을 향해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반드시 말을 걸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마저 들었다.


또 한 번, 왜냐고?


지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이대로 일정을 소화한 뒤 집에 가서 거울 속 외로운 고추를 보는 순간 온갖 저주를 퍼부을 게 분명하니까. 일주일, 한 달 뒤에도 그날을 후회하며 이불을 차고 아쉬움을 토로하리라.


거기에다가..


세상에 차고 넘치는 커플들을 볼 때면 비겁한 나를 책망할 테고, 끓어오르는 성욕을 다스리려 포르노를 틀고 손이나 흔들겠지. 그리곤 쓴웃음을 머금은 채 현자타임을 맛보면..


‘아, 이런 씨팔!’ 생각만 해도 자괴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자. 오늘 느낌이 좋아, 나도 이제 그들처럼 사는 거야!’ 그는 평소와 달리 커다란 용기를 냈다.


만약 길에서 저런 미인을 봤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으리라. 하나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건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졌다는 증명이었다. 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란 말인가? 한평생 외롭게 살아온 청춘은 아름다운 폐허에서 시작될 달콤한 로맨스를 상상하며, 400년 전 바로 이 길을 질타했을 흑기사의 용맹함이라도 내리받은 것처럼 걸음에 힘을 더했다.


‘이러다가 결혼까지 해버리면.. 당연히 해야지! 저런 여자가 내 와이프라면 얼마나 살맛 나겠어.’


모자 아래로 부드럽게 웨이브 져서 내려온 머리카락은 루비처럼 빛났고, 타이트한 티셔츠 아래로 드러나는 글래머러스한 몸매는 심장박동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다.


‘드디어 그 하드를 포맷할 날이 온 건가?’


자신의 유언장에 꼭, 반드시, 절대로 같이 묻어 달라고 적은 리스트에서 5TB짜리 고철덩어리를 빼야 할 때가 온 게 분명했다.


‘그래, 긴장하지 말고 승리를 쟁취하자!’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이 덜덜 떨고 있음을 자각한 청춘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인터넷에서 배운 복식호흡으로 떨림을 조절했는데, 지난 육 개월의 수련 덕분인지 이내 몸이 진정되자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나는 준비된 남자야, 사내, 사나이 말이야. 거기에다가 세상의 이면을 엿본 멋쟁이지.'


그는 한 마리 황소처럼 그녀의 옆으로 돌진해갔다. 작게 헛기침을 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내자, 인기척을 느낀 여인이 부드럽게 돌아보며 싱그러운 미소를 그린다.


‘세상에, 오늘부터 여왕님으로 모실게요!’


그는 반사적으로 참가자 명단을 떠올려 그녀의 인적사항을 기억해내고는, 최대한 밝고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birthplace님. 저는 이번 모임의 주최자인 음모론아님진..이 아니라 조나단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여인은 선글라스 아래 커다란 눈동자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매혹적인 눈동자를 본 사랑의 전사는 바로 패잔병이 돼 고개를 떨궜다.


‘젠장, 대답하지도 않고 쳐다만 보는 건, 나 같은 놈과는 말도 섞기 싫다는 뜻이야. 그래, 분명해. 언제나 그랬으니까.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거겠지. 그냥 날씨 얘기나 하고 돌아가야겠다.’


내심 쓴웃음을 흘리며 포기하려 할 때, 저 깊은 곳에서 다부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하지 말고 부딪쳐, 누가 뭐라고 해도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야!’


아, 이런 게 바로 마음의 소리이던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자격지심의 창에 일격을 당한 전사는 그 뜨거운 목소리에 반응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어! 용기를 내 마이너스, 너는 그 위대한 비전도 마스터했잖아.’


불과 일주일 전에 독파한 ‘이렇게만 하면 당신도 승리자.’와 지금도 여행가방 안에 들어 있는 ‘용기를 내니까 그녀가 내 품에.’를 떠올리며 청춘은 입술을 한 번 꽉 깨물었다. 그리곤..


“저기, 오늘 날씨가 참..”

‘이런 병신!’


그는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절망감에 다시 고개 떨궜다. ‘이렇게만 한다면 당신도 승리자’의 137페이지 첫 번째 챕터, '이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말라.’ 에서도 절대금지어로 규정된 문장을 그대로 읊었다는 생각에 파르르 입술이 떨린다.


‘바토리 vs 흑기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부터 물어서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하는 거잖아! 이러니까 안 되지, 이러니까..’


일평생 솔로로 살아온 청춘은 용호상박이자 난형난제인 문장을 두고 아쉬워하다가, 그녀의 시선이 폐허 반대편 하늘로 향하자 입가를 비스듬히 올리며 득의의 미소를 그렸다.


‘뭐야, 날씨가 먹힌 거? 그래, 세상사 책대로 될 리가 없지. 인생은 실전이야, 실전! 이제 바토리 vs 흑기사만 던지면 돼!’


용기백배한 사랑의 전사는 그녀의 시선을 아주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필살 비기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어?” 하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웬, 헬기가?”


작가의말

춥네요, 그래서 길게 올렸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읽으며 잠시 추위를 잊었으면 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는 데도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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