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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漫報)
작품등록일 :
2012.11.1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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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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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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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31

DUMMY

루비앙은 가볍게 콧바람을 날리면서 꼬리를 한번 틀어 감는다.

은근히 윈드와 베르사니와 거리를 두고 언제든지 다시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싸울 생각을 접었다.


“그렇지. 지금까지 봐온 대륙 8종족은 힘과 돈이라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아주 적은 경우지만 저처럼 지식에 목말라하는 존재들도 있습니다.”


“그 지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정작 그것은 뒷전이지.”


“고대의 영지와 총명함을 지닌 존재들은 그것을 함부로 타종족과 나누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베르사니가 말하는 고대의 영지와 총명함을 가진 존재란 대륙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드래곤족과 정령족을 말하는 것이다.

크로세아 대륙을 대표하는 8종족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족들은 약 200여년을 살아간다.

이미 천년을 넘게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된 몇몇 드래곤과 만여년 전에 만들어진 수림궁에서 살아가고 있는 정령왕의 나라에서는 틀림없이 여타종족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겠지만 그것을 결코 타 종족과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알고 있는 것 가운데에는 법력, 또는 신력이라고 불리던 지금의 마법체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드래곤 루드리히라고 해도 겨우 천년 정도 살며 얻은 지식이 전부라고. 루드리히라도 타쿨리아 시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맞아. 그러나 타쿨리아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는 틀림없이 대지의 마법력을 잘못 이해해서 벌어진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


아크드래곤은 여타 드래곤과 달리 하늘을 날지 못하는 대신 압도적인 물리공격력과 방어력을 자랑한다.

더불어 아크드래곤은 대부분 법력이라는 마법기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아크드래곤 중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루비앙은 그 중에서고 최고의 존재이지만 역시 마법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측정도만 말할 수 있을 정도일 뿐이다.


“지금 아카데미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과 금유시인 연맹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은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법력, 마법에 대한 접근을 신중하게, 또는 연구하는 것 자체를 피해왔다고 하겠습니다. 그로 인해 8종족을 비롯한 크로세아 대륙세기와 함께하는 국가들은 생산성이 낮은 생활을 오랫동안 강요받았다고 하겠지요.”


베르사니도 그런 관습에 묶여있던 부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대륙의 중심에 있는 문화의 나라 헬바이드에 가게된 것이다. 쌍둥이 천신 헬바이드와 헬카이스의 축복을 받아 탄생한 나라로서 문화와 음악, 평화와 사랑을 말하는 곳으로 선포된 나라 헬바이드는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가장 훌륭한 곳이었다.

물론 그 장소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본 베르사니로서는 그런 기대를 충족할 수 없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뒷거래를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여전히 세상은 혼란스럽고,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수많은 법칙과 논리, 그리고 관계는 어지러울 뿐이지. 게다가 지금은 인간종족들이 큰 싸움이나 벌이고 있고 말이야. 타쿨리아 이전 시대, 너희들이 주장하는 신원기 시절에는 신족들이 직접 관여를 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들이 계속해서 이 대지에 남아서 관리를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대륙의 주인을 자처하는 8종족의 왕국들이 좋아보이지 않아.”


대륙 8종족에 들어가지 않는 소수종족들은 대부분 입지가 약하다.

그나마 인지력과 지성이 높은 블랙, 골드, 워터, 아크, 파이어 드래곤들은 대륙인들에 있어 경외의 대상이지만 허셀드래곤같은 작고 지성이 낮은 드래곤족은 야생몬스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기도 한다.

왕국같은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왕국체재를 기반으로 한 8종족들은 이들 드래곤들의 소유영역을 ‘군주’나 ‘상위족’ 정도로 취급을 하고 있다. 상호 침입, 간섭을 하지 않는 형태로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나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 또 드래곤이기도 하다.


“지금도 법력을 금기시하는 관습이 세계 여러 곳에 남아있는 것도 그런 타쿨리아의 갑작스러운 멸망 때문이라 하겠지. 그래도 뭐 이런 녀석처럼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이상한 종자도 있으니까 또 재미있는 게 대지의 은총이라고 하겠지. 이런 일은 결코 신족이라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까.”


루비앙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 못마땅한 윈드이지만 결국 윈드 자신도 자기 이 세상에 있어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윈드는 베르사니에 의해 새롭게 깨어난 후로 작지만 세상이 어떻다는 것을 대충 이해했고 그 세상에 혼자 나가보니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자만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곳에 와 루비앙과 치고받아보니 확실히 세상에는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도 이곳 지역 바닥이 상당히 단단한 편이어서 버틸 수 있었지, 루비앙의 꼬리공격에 통째로 날아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공격도 루비앙이 모든 힘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자신을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격상 말이 오면 받아치고 보는 성격은 어쩔 수 없지만 윈드도 조금씩 세상의 깊이를 알아가고 있었다.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는 마법력도 사용했을 것이라고 하니까 나도 빨리 기억을 찾아 루비앙하고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고.”


루비앙이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말로 지고 싶지 않은 윈드도 한마디 하고 본다.


“윈드를 비롯하여 여러 신비로운 일들이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에 저와 같은 탐구자들은 언제나 즐거운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다시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베르사니가 말을 돌린다.

베르사니의 의도를 충분히 알기 때문에, 게다가 윈드같은 꼬맹이의 말 정도는 충분히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어르신인 루비앙은 베르사니와 말을 이어간다.


“북쪽에서 시끄럽게 인간들이 싸우고 있다지만 이곳은 따분하기 그지없지. 짬깐이나마 이렇게 재미있는 만남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야. 소문으로만 들었던 헬바이드의 젊은 천재마도사랑 말도 나누어보고 말이야. 루드리히가 알면 무척 흥미로워 하겠지. 11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자네는 자신의 이름값을 많이 올려두게나. 그래야 ㄹ후드리히가 더 재미있어 할테니까.”


“그쪽에게는 흥미로 끝날 일이었겠지만 베르사니에게는 죽음이 코앞까지 왔다 갔다고. 그렇게 쉽게 얼버무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아니야. 윈드. 나도 이곳의 주인이 루비앙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먼저 그에게 인사를 하고 롭을 만나러왔을 거야. 그러면 오해 없이, 어쩌면 싸움도 없이 일이 끝났을 수도 있지.”


그러면서 베르사니는 아까 루비앙의 꼬리에 의해 쓸려 날아가버린 롭의 거처와 롭, 그리고 결국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암살자들이 있던 곳을 쳐다본다.


“그런 거란다. 꼬마야. 이 대지에는 스물여덟의 주인과 스물 두가지 신비, 아홉 곳의 금지구역이 있는데 나는 그중 스물여덟의 대지를 관장하는 주인 중 하나라고. 아무리 인간 세계에서 대단히 이름값을 한다는 헬바이드의 왕정대마도사라고 해도 내 앞에서는 뻣뻣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지. 기억이라는 것을 다 잃어버린 네 처지가 불쌍하기에 봐주는 것이지만 다른 곳의 주인을 만났을 때 그런 태도를 보이다간 그림자조차 사라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헬바이드 군주라고 해도 이곳에 오면 먼저 인사를 해야 할 정도이니 내가 실례를 한 것이 맞다. 윈드도 앞으로는 루비앙과 같은 드래곤, 로드 드래곤을 만나면 경거망동하지 않게나”


“그렇다고 대뜸 말도 제대로 안 듣고 죽여도 된다고?”


그래도 베르사니가 죽을뻔했던 위기를 구해줬는데 칭찬보다는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은근 기분이 나빠지는 윈드였다.


“내 지역에 와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그냥 죽어도 좋다는 것이지. 관대하다고 자칭하는 몇몇 격식꾼들에게는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습관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 세상에서는 내가 법이다.”


“루비앙이 말하는 관대한 격식꾼들은 인간들의 왕가와 정령왕들을 말하는 것이네.”


베르사니가 윈드에게 귀띔을 해준다.


“그네들은 무슨 인사부터가 길거든. 루드리히도 근래에는 그런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전에 봤을 때 인사말이 길더군.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우리들은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그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감정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거든. 말로는 좋다고 해도 속으로는 싫어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식 차리는 것에 열중하는 녀석들은 언제나 말만 번지르르하지.”


“그건 나도 동의해. 어차피 싫고 좋은 것이 확실하면 직설적인 게 좋지.”


루비앙의 말을 살짝 이해할 수 있는 윈드였다.

대뜸 과거 기억도 없는 상태로 깨어나 베르사니와 주변 학술원 몇몇과 얼굴을 마주했었지만 영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이 지역은 붉은 금속과 황색, 백색금속이 많아서 드워프나 오크, 정령족이 자주 들락거렸거든. 나와 상관없는 것이니 채굴하는 것을 허가 해주지만 가끔 이상한 장사치가 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나불거리는 것을 보면 신경질이 난다고. 게다가 누구는 허가해주고 안 해주면 차별이라고 지껄이는데 그것이야 당연히 이곳 주인인 내 맘이지. 그들의 이치에 맞추어갈 이유가 없다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난 6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일 벌이는 것을 금지했지. 덕분에 평안하게 지낼 수 있었고. 8년 전 천궁사인 롭이 와서 이곳에 머물게 해달라고 해서 거주를 허락한 것 정도였는데 이제는 이상한 쓰레기까지 드나든다는 것이 몹시 기분 나빴지. 오랜만에 몸도 풀려고 움직였는데 대륙 제일의 마도사와 나와 맨손으로 싸워도 멀쩡히 살아있는 인간이라니 ··· ··· 흥미로운 세상이야.”


“당신이 이곳에 머문 지 수백 년이 넘어가는 동안 세상은 대륙세기를 만들었고 새로운 시대를 말하게 되었지요. 과거에는 8종족이 대부분 자신들의 거처를 중심으로 조금씩 교류를 하는 형태였지만 대륙 중앙에 헬바이드가 들어서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륙 사방으로 대륙로를 건설해 연결하면서 그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 크로세아 전체를 전부 탐사한 것은 아니지만 곧 우리들의 후손들이 대륙지도를 완성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당연히 대지의 스물여덟주인이 자리한 위치도 알려질 것이고 지금과 같은 실수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또 좋지 않을 수도 있어. 스물여덟의 거처가 확실하게 밝혀지면 그게 또 귀찮은 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거든. 그래서 과거 루드리히는 세계의 사건사고를 노래로 불러 전달하는 음유시인들에게 자신의 영지가 있는 곳을 정확히 전달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었지.”


드래곤의 신체나 영적 물품은 대단히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뼈나 뿔, 발톱이나 피부를 이루는 부분들이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요구되어 왔다. 헬바이드의 왕정마도사인 베르사니도 평화적인 거래를 통해 얻게된 몇몇 드래곤 관련 물품들을 연구한 적이 있었고 그 것 자체가 가진 놀라운 능력치에 한동안 매료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위족과 왕족들은 드래곤이나 정령족이 가진 장수의 비결을 자신들에게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지만,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평균 수명이라는 200년도 제대로 못 채우고 죽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장수라는 것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말았지요.”


베르사니는 루비앙과 대화를 하면서 윈드에게 이런저런 것을 알려주는 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몇몇 기초 상식을 제외하면 백지상태인 윈드에게 있어서 이런 대화는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래도 따분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베르사니는 이곳에서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거야? 내 기억이 다시 돌아올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지?”


“사실대로 말을 하자면 롭이 이런 벽지로 이주를 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 천궁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면 많은 이들이 위족이나 왕족의 옆에서 미래에 대한 판단에 조언을 하는 일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것이 관례이거든. 물론 천궁사라는 직업 그 자체가 너무 희소한 것도 있어서 그렇지만 일반 마법, 마도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능력이면서 직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은둔 생활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하겠지.”


“천궁사의 천산수도(天算數道)는 여러 가지 법칙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계산하기 때문에 같은 일에도 천궁사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또 재미있는 일이지. 우리 같이 상대방이 가진 기운을 그대로 느껴서 읽어내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라 흥미롭지. 그래서 오랜만에 본 천궁사이기도 해서 내 영역 외지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했지. 다만 이후로 조용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처음 봐서 거주를 허락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면 너무 조용한 녀석이기는 했어.”


“그런 것을 보고 수상하다고 하지 않나?”


“어흠, 도리를 추구하는 마법가, 마도사는 대부분 자신의 연구에 있어 깊은 집중을 요하기 때문에 몇 달 몇 년을 그렇게 보낼 수도 있다. 아직 어린 윈드에게는 생각하기 어려운 깊고 깊은 생각과 실험의 수행은 굉장히 정적인 것이야.”


“그래봤자 도굴꾼이잖아. 베르사니와 롭은 이전에 고대 제국의 그 뭔가 하는 것을 파고 다녔다면서.”


그렇게 썩 좋게 들리는 말은 아니지만 롭과 베르사니가 했던 일은 그와 다르지 않았다.

비록 지식탐구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로 인해서 얻은 것도 많았지. 물론 뜻하지 않게 윈드군의 기억을, 아니 이 경우에는 기억과 인격까지 날려버린 것이라고 해야겠지. 이런 경우를 초래한 것에는 통감을 하네. 하지만 나와 다르게 롭은 대단히 수상한 이들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 나야 연구, 분석,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가치를 정의하는 것으로 만족을 했지만 결국 자금이 들어오는 과정, 즉 나에게 필요 없어진 유물들을 정리하는 일은 언제나 롭이 했었거든. 가급적이면 그 연결고리를 알게 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군. 그것도 이땅의 주인인 아크드래곤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야.”


“그래, 게다가 무엇보다도 시기가 묘해. 보통 그 검은 구술은 특이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 때문에 그 이상의 어떤 분석이 불가능했거든. 처음에는 불사나 영혼이식에 관여된 물품이 아닐까 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봉인, 방출하게 된 물건이야. 그런 것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쓰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팔았던 것이 확실한 롭이 지금에 와서 갑작스레 실력이 있는 암살자들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것.”


“충분히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나올 것 같군.”


루비앙이 베르사니의 말을 듣다가 흥미가 동하는 듯 꼬리 끝이 살짝 움직였다.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동풍족 군세를 관장하는 뢰왕에게 쓰였더라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그것이 엉뚱하게 이 소년 윈드에게 사용된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어떤 모종의 움직임을 밝힐 수도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차렸기 때문에 롭에게 해를 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게 누군데?”


“지금까지 벌어진 일로는 확정지을 수 없지만 의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들이 몇 몇 있지.”


“몇 몇? 딱 누구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롭이 연결해서 자금을 받고 물품을 넘긴 방법이나 루트는 제법 다양했지. 그 때문에 실제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지 몇 단계를 거쳐서 일이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인을 할 수 없어. 나도 검은 구슬과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장비, 기록과 그림 몇 장으로 알게된 그것들이 배후와 함께 존재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듯이 말이야.”


“그래도 대략 헤아려볼 수는 있을 거 아냐?”


“대략이라. 우선은 우리 헬바이드의 위족들을 비롯해, 기존 이권에 깊이 개입해 있던 동풍국가의 왕족, 물자관련으로 신기술과 상권을 거래하는 남해족의 대상인, 이번 싸움에 있어 뢰왕이라는 존재가 거슬리는 하실리아 연방의 장군이나 대신. 그 수만 대략 헤아려도 200명은 족히 나오겠지.”


“뭐가 그렇게 많아? 나랑 알고 지낸다는 뢰왕이라는 녀석 은근히 나쁜 놈 아냐? 왜 그렇게 미워하는 녀석들이 많은 거야?”


“세상사가 언제나 작은 정의로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와 친구들이 벌이는 일이 본래 그의 동족들을 위한 일이라해도 그 길이 결고 밝고 좋은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지.”


“네가 거론 한 이들을 보면 헬바이드의 위족도 있는데 그것은 왜인가? 영원한 중립과 평화를 상징하는 헬바이드가 아닌가?”


“헬바이드 왕정은 그렇지만 그것을 둘러싼 존재들은 결코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지요. 제가 있는 왕정 아카데미도 사실상 대부분의 지원을 여러 형태로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서 보호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만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 연구된 결과를 독점해 다른 이익추구를 방해하거나 독식하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대륙로를 건설하는 압축도로, 포장공식도 그중 하나이고요. 더불어 꾸준히 발견되고 있는 새로운 금속과 목재에 대한 연구와 개발방법도 역시 새로운 가치를 사회에 인식시키면서 그 이익을 얻게되는 집단이 나옵니다.”


“남해쪽 애들은 확실히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내가 아는 스핑크스 친구들도 해남의 상인들이 모피를 팔아달라고 쫓아다니며 귀찮게 해서 결국 정기적으로 팔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놀랐지.”


“혼돈의 신원기, 신비의 타쿨리아 시대와 달리 크로세아 시대는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발전과 번영의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이익과 이익의 충돌은 이전 시대의 그것보다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베르사니도 순수하게 마법과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헬바이드에 왔다 그것을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평화처럼 보이는 세상에는 군사력으로 지배하려는 군정파벌보다 무서운 상인들의 전쟁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새롭게 아카데미를 통해 정의된 신력, 법력, 그리고 마법에 대한 기술해석이 계속되면서 세계 문화와 경제의 변화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이권을 누가 더 빨리 장악해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세상은 또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베르사니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내가 기억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완전히 사라진 거야?”


윈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별 감정의 기복없이 물어본다.

지금에 와서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어떤지도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그것은 아니야. 롭이 언제나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근처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 그가 죽을 때까지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 있었어.”


베르사니가 꺼내 보인 것은 작은, 그러나 굉장히 정교한 장식이 되어있는 쇠막대였다.


“이게 뭔데?”


“드워프의 열쇠인가?”


윈드는 뭔지 몰라 질문을 했지만 그것을 본 루비앙은 바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예, 롭도 자신의 연구기록이나 금전거래를 결코 안일하게 관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쪽에 손을 담그게 되면 언제나 조심하고 또 조심하게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코 쉽게 열어볼 수 없는 곳에 그것을 보관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아루밤의 드워프 은행 ······ 아니야. 그림자창고겠군.”


루비앙의 추측에 베르사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했다.


“이전부터 롭이 거래하던 곳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달강(Moon River)이라는 그림자 창고입니다. 이것은 그곳에 보관된 롭의 비밀창고 열쇠겠지요.”


“드워프 은행? 그림자 창고 그게 뭐야?”


역시 윈드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히 뛰어난 금속세공기술을 가진 드워프 족은 여러 귀금속과 대륙금화를 주조해 세계통화로 통용시키고 있지. 현재 통용되는 크렐과 펜스, 셀은 전부 각 왕국의 주문을 받아 그들이 만들어 납품을 하는데 이런 대륙 금융의 기반자본을 관리하는 곳이 드워프 은행이지. 은행은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 물품을 보관하는 일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보관 관리하기 어려운 것들을 처리하는 곳도 있지. 그게 바로 ”


“그림자 창고.”


“그래, 일정 수준의 신분확인과 기부, 그리고 공공연하게 거래하기 어려운 물품들이 보관되는 곳이지. 일반 은행과 달리 그림자 창고는 회원제에 접근, 통과하는 방법도 대단히 복잡해서 그림자와 같이 손에 쥘 수 없는 허상에 가까운 곳이라고 알려져 있지. 본래 명칭은 따로 있지만 널리 알려진 이름이 그림자 창고이지.”


“그럼 그 쇠막대기가 그 그림자 창고로 가는 열쇠?”


“아니 사실 이것 자체가 무엇인지는 계약을 한 본인밖에 몰라. 신분을 증명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창고에 보관하는 곳으로 가는 길목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창고문을 여는 열쇠인지.”


“결국 그것이 무언지 알려면 아루밤에 가야 한다는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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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40.5 20.08.09 38 1 28쪽
503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40.4 20.03.15 29 1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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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30 19.05.23 69 2 19쪽
488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9 +3 19.05.22 73 2 9쪽
487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8 14.11.14 408 3 10쪽
486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7 14.11.02 374 2 16쪽
485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6 14.10.18 325 3 12쪽
484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5 14.08.03 391 2 12쪽
483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4 14.06.13 381 5 20쪽
482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3 14.06.08 514 2 26쪽
481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2 14.06.07 518 2 26쪽
480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1 14.05.20 411 2 20쪽
479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0 +1 14.04.05 388 5 10쪽
478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9 14.01.26 495 4 24쪽
477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8 +1 14.01.11 452 3 18쪽
476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7 +1 13.11.05 423 3 19쪽
475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6 +1 13.10.01 748 3 40쪽
474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5 +1 13.09.26 404 6 25쪽
473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4 +1 13.08.30 564 11 20쪽
472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3 +1 13.07.28 463 3 15쪽
471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2 +1 13.07.06 636 2 23쪽
470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1 +1 13.06.24 551 3 14쪽
469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0 +1 13.05.30 525 3 24쪽
468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9.5 +1 13.04.28 582 3 17쪽
467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9 +1 13.04.28 584 3 11쪽
466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8 +1 13.04.27 616 3 16쪽
465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7 +1 13.04.26 588 3 26쪽
464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6 +1 13.04.25 558 5 13쪽
463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5 +1 13.04.24 410 4 16쪽
462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4 +1 13.04.23 466 3 9쪽
461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3 +1 13.04.22 1,046 9 11쪽
460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2 +1 13.04.21 529 3 24쪽
459 [HZ1] 3장 왕국, 제국, 모든 것 – 1 +2 13.04.20 466 3 13쪽
458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20 +2 13.02.20 725 4 26쪽
457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9 +1 13.02.12 551 4 15쪽
456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8.5 +1 13.02.12 460 3 2쪽
455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8 +1 13.02.12 522 3 15쪽
454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7 +2 13.02.11 614 5 15쪽
453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6 +1 13.02.11 830 4 8쪽
452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5 +1 13.02.10 560 4 10쪽
451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4 +1 13.02.09 485 3 9쪽
450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3 +2 13.02.09 517 3 6쪽
449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2.5 +1 13.02.07 418 3 6쪽
448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2 +1 13.02.06 582 3 11쪽
447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1 +1 13.01.19 510 3 12쪽
446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10 +1 13.01.07 660 3 12쪽
445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9 +2 12.12.26 559 4 12쪽
444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8 +1 12.12.21 511 3 14쪽
443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7 +1 12.12.19 471 3 7쪽
442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6 +2 12.12.05 635 4 14쪽
441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5 +2 12.12.05 554 3 9쪽
440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4 +1 12.11.16 576 4 10쪽
439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3 +1 12.11.09 567 4 12쪽
438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2 +1 12.10.21 896 3 8쪽
437 [HZ1] 2장 가치있는 것, 없는 것 – 01 +2 12.10.14 561 6 9쪽
436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8 +2 12.10.10 541 3 19쪽
435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7 +2 12.09.23 489 7 8쪽
434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6 +1 12.09.22 502 3 16쪽
433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5.5 +2 12.09.21 568 4 7쪽
432 [HZ2] 1장 그리고 세계는…… - 01.5 +2 12.09.21 494 3 6쪽
431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5 +1 12.09.21 544 4 17쪽
430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4 +1 12.09.21 431 3 14쪽
429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3 +1 12.09.19 521 4 15쪽
428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2 +4 12.09.17 625 7 25쪽
427 [HZ2] 1장 그리고 세계는…… - 01 +2 12.09.17 514 3 19쪽
426 [HZ1] 1장 세상에 존재하다 - 01 +2 12.09.17 680 3 29쪽
425 [HZ5外]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7 +2 12.09.05 715 4 20쪽
424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6 +1 12.09.03 391 3 23쪽
423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5 +4 12.08.29 551 3 20쪽
422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4 +2 12.08.12 506 3 19쪽
421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3 +1 12.08.11 619 5 29쪽
420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2 +1 12.07.29 602 3 29쪽
419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1 +1 12.07.16 608 4 20쪽
418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30 +1 12.05.23 522 4 17쪽
417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9 +2 12.03.14 578 3 14쪽
416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8 12.03.11 661 6 24쪽
415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7 +1 12.03.09 700 4 20쪽
414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6.2 12.03.09 618 3 18쪽
413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6.1 +1 11.12.26 670 3 17쪽
412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5.2 +1 11.12.25 532 2 4쪽
411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5.1 11.12.25 619 4 36쪽
410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4 +1 11.12.17 505 2 16쪽
409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3 11.10.23 468 2 26쪽
408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2 +1 11.10.14 572 2 16쪽
407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1 +2 11.10.12 942 6 18쪽
406 9장 감동과 눈물의 재회 - 20 +1 11.08.19 685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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