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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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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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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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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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화 - 3

DUMMY

“아하핳! 끼핳!”

“깔깔 까르르!”



애들이랑 놀러와서, 막상 낯선 남자랑 놀고 있는 이상한 광경. 하지만 뭐,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재미있는 것 그대로 놀 수 있어서 좋은 기분. 거대한 미끄럼틀도 타고, 파도풀도 가 봤다. 미래 팀(?)과는 또 따로 떨어져, 둘이서 놀았다.


남자 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다는 건 흥미가 있다는 얘기일 터. 그런만큼 어떻게든 유진이를 재미있게 해주려는 티가 역력하다. 그래도 뭐, 그런 것조차 나름대로 귀엽다고 생각한 유진이.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모르네. 실례지만 이름이?”

“알려주기 싫은데.”



통성명도 안 하고 대충 놀았던 두 사람. 이런 적은 처음이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인 것 같다. 대학생이라니까, 자기보다 분명 나이가 많은데도 그냥 반말 해버리고. 지금도, 그냥 말하면 되는데도 굳이 말해주지 않은 건 순전 장난기.



“아, 그럼 내 이름부터 밝혀야 하나. 난 멋진남자 박민준! 세상의 여자들에게, 이름 석 자 알리기 위해 돌아다니는 나그네······!”

“······.”



기다렸다는 듯 나오는 요상한 자기소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더니 기사서임 받듯 한쪽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 반지라도 주듯 유진이에게 손을 내미는 그. 유진이는 정색하고 그런 남자를 내려다본다.



“······쪽팔리지 않아?”

“······쪽팔려.”



유진이의 말에 대답하는 그.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는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들이 너무 웃겨 피식 웃음이 나오는 유진이.



“근데 대학생이면 몇 살이야.”

“스무살!”

“에이. 한 살밖에 안 많네.”

“한 살이면! 어유, 나는 고3 작년에 지나갔는데~ 에에에~”

“······씨.”



나이도 잘 모른다. 정말 대책 없긴 하다. 아무 정보도 없는 남자랑 놀아나다니. ‘한 살 많다’는 말에 금세 유진이가 고3이 것을 알아챈 민준. 혀를 내밀며 정말 짜증날 정도로 가증스런 표정으로 놀려댄다. 없던 분노가 생겨날 정도.



“그럼 ‘민준오빠’라고 부르면 돼?”

“······3번만 더 불러줄래?”

“싫은데.”

“아 제발! 오빠란 말 너무 좋다구! 세 번만 더 말해줘!”

“아 싫어. 그냥 ‘박민준 씨’라고 부를래. 기분나빠.”

“아아아아~”



‘민준오빠’라는 말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민준이. 좋아 죽겠다는 듯 몸을 비비 꼬며 부탁한다. 유진이는 민준이 놀려 먹는 맛에 빠져 일부러 뾰로통한 반응으로 대답한다. 잔뜩 아쉬어하는 그를 보고, 유진이는 즐거움을 느낀다.



“배고프지 않아? 햄버거 사줄게, 햄버거 먹자!”

“응. 사 줘.”

“얼~ 된장녀?”

“아니, 지가 사준데놓고 누구보고?!”

“아하하핳하. 화났어?”

“됐어. 사줘.”

“결국엔 사달라는 거잖아!?”



만난 지 몇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민준이랑은 장난도 잘 치는 것 같다. 장난을 잘 받아줘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햄버거 가게로 향하면서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미술?”

“응.”



대학교에 대한 얘기가 나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유진이. 미대에 가기로 정하고, 지금까지 힘겹게 준비해왔던 것들을. 야자는 빠지고, 대신 미술학원에 간다. 하루하루 그림 그리는 기계일 뿐. 그래왔던 나날들을.



“이 길이 맞나 하루에도 수십번 고민하고. 부모님한테 엄청, 진짜 엄청 부담되는 것 같고. 차라리,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공부, 못하진 않았는데.”

“음······.”



모처럼만에 고민을 털어놓는 유진이. 다른 애들에겐,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들. 유진이 생각은 그렇다. 자기만 힘든 건 아니니까. 다 같은 고3이니까, 자기뿐만 아니라 모두, 힘든 거니까. 그렇기에, 고민을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었다. 희세야, 웅도 여자친구니까, 웅도에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자기는 또, 다르니까.


하지만 민준이에겐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더욱 말하고 싶다. 그 힘든 고3을 지나,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대학생이니까. 게다가, 아직 대학교 1학년이라는 것도 말하기 쉬운 조건. 아직까진 고3때의 기억이 남아 있을 테니까.



“그런 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길이다 하고 가.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뭔가 너무 가식적인 대답인데.”

“아 진짜라니까!”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주는 민준이. 유진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벌컥 화를 내는 민준이.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엄마아빠 용돈 받고, 등록금도 다 받아서 내고 있지만! 당당해! 나중에, 다 갚아드릴 거니까! 지금 빚지는 거야! 내가 다 벌어서 할 수 없잖아! 할 순 있겠지만, 그럼 아무것도 못 하니까! 그냥 알바만 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즐긴다!”

“그건 오빠가 철없는 거 아냐.”

“아니야!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어서 정한 미대 아니야? 그럼 열심히,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지! 돈 걱정보다는 노력 걱정을 해야지! 노오오력이 모자라, 우리 헬조센에선!”

“푸흫. 에휴.”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민준이의 말에 유진이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철없는 사람도 대학 갔는데 자기라고 못 갈 게 있나 싶기도 하고.



“좋았어. 미대 가면, 나랑 사귀는 거?”

“······하아?”

“아니야? 싫어?”



뜬금없이 사귀네 어쩌네 얘기를 꺼내는 민준이. 아닌 척 하지만 이미 귀까지 빨개졌다. 하는 행동거지는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쿨한 척 하려 하지만, 천성은 그렇지가 못한지 얼굴에 다 드러난다. 유진이 눈치를 살피는 게. 그런 민준이 귀여워, 유진이는 알면서도 피식 속아넘어가는 척 한다.



“내가 오빠랑 왜 사귀어.”

“마음에 드니까 같이 노는 거 아니었어?!”

“그건 그냥, 노는 거지. 노는 거랑 사귀는 거랑 같아?”

“나 재미없어!?”

“아니, 재미는 있어.”

“그럼 호감도 없어?”

“그건······ 별개 아니야?”

“뭔데!”



안절부절 못하는 민준이. 좋아 죽겠다는 게 티가 팍팍 나서 유진이는 더욱 재미있다. 한숨을 푹 쉬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라앉는다. 괜히 살짝 미안해지는 유진이. 사실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준수하게 생겼고, 재미있기도 하고. 다만 오늘 처음 만났는데,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덥썩 ‘그래 그럼 사귀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여자애임을 떠나서.



“근데, 왜 미대 가면 사귀는 건데? 지금 사귀자고 해도 되잖아.”

“지금은, 이거저거 안 되는 게 많아서.”

“안 되는 거?”



불쑥 물어보니 이제는 완전히 얼굴이 빨개진 민준이. 잠자코 말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는 유진이를, 빤히 쳐다보는 민준이. 갑자기 멈춰서선, 유진이 어깨를 탁 잡는다.



“넌, 아직 미성년자잖아. 지금 사귀면 불법이잖아.”

“······푸흡. 푸흐흣. 뭐 그리 진지한데! 한 살 차이 가지고!”



분명 민준이는 진지하게 말하지만, 유진이는 웃겨 죽겠다. 자기랑 정말 진지하게 사귈 것을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 유진이의 웃음에 민준이도 긴장이 풀렸는지 멋쩍게 웃는다.



“그런 것도 있고! 지금 사귀면, 고3인데 내 매력에 흠뻑 빠져서 안 되잖아? 그럼 대학도 제대로 못 갈 테고. 그러니까, 사귄다면 대학교 이후에.”

“뭐래. 안 사귀어.”

“어우야! 그렇게 확답해버리면!”

“후흐흫.”



민준이의 장난스런 대답에 유진이는 다시금 정색하고 대답한다. 쩔쩔매며 소리치는 민준이. 그런 민준이를, 유진이는 방긋 웃으며 쳐다본다. 아직까진 자세히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사귀라고 한다면, 나쁘진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어.”

“어?!”

“뭐여.”



움찔 놀라는 세 명의 남자. 서로 아는 눈치이려나.


꽤나 오래도록 놀아 이제는 오후를 훌쩍 넘긴 시간. 이제 나갈까, 하곤 모두에게 연락을 돌렸다. 다행히 유진이 기분은 풀린 모양. 근데 어째서인지 다 따로따로 있댄다. 나랑 희세 / 리유, 성빈이, 민서 / 유진이 / 미래 / 이런 느낌. 뭐 이렇게 따로따로 놀아. 물론 유진이랑 미래는 혼자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어떤 남자들이랑 놀고 있다는데. 잘 모르겠네.


어쨌든, 그렇게 모인 우리. 우리랑 같이 놀던 효성 형이, 유진이와 미래와 함께 온 남자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놀라는 건 그 쪽도 마찬가지.



“여자 꼬시러 간다더니 진짜 꼬셨어? 그것도 고등학생들을?! 미친새X들!”

“아니, 난 박민준 따라 간 거다. 꼬신 건 얘야.”

“이럴 때만 빠지냐, 최구원이!? 오옹~ 나만 로리콘이다! 그래! 나 로리콘이다!”



음, 그러니까 정황을 보자면. 유진이랑 미래 꼬신 남자 둘이, 효성이 형 친구였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까, 효성이 형도 여자친구랑 둘이 온 게 아니라 친구들하고 왔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친구들이 내 친구들하고 놀아난 건가. 우연이 참 기가 막히네.



“잘 놀았어?”

“응. 이제 너희 둘이 아무리 알콩달콩해도 안 부러울만큼.”

“아······ 그렇게 눈꼴 시었었나, 나랑 희세?”

“······몰라.”



의기양양한 유진이. 아까 전 시무룩한 느낌과는 완전 정반대. 재미있게 놀았나보다, 확실히. 싱긋 웃으며 뒤돌아 희세를 쳐다보니 희세는 별로, 뾰로통한 표정.



“미래는? 미래도 따로 놀지 않았나.”

“말 걸지 말아주세요. 제 부분만 편집당해서 기분 X같으니까.”

“뭐라는 거야.”



잔뜩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미래. 무슨 얘기인가 하는데 말을 들어도 알아듣지를 못 하겠다. 무슨 드라마냐, 편집 당하게. 내 대답에 미래는 갑자기 팍, 고개를 들곤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눈을 빛내며, 검지로 삿대질을 시전한다.



“이제 정웅도 하렘은 끝난 거에요! 민서도 남자친구 있고, 유진이도 생길 삘이고! 저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구요! 아핳! 아, 난 원래 있었지. 없어졌지만.”

“그 와중에 고인드립은 꼭 챙기냐!”

“어쨌든! 이제 정웅도는 끝난 겁니다! 아하하핳!”

“난 애초에 예전에 끝났어.”



희세랑 사귀고부터는 뭐. 애초에 하렘이라는 게 말이 되냐.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 공대여신 같은 거야. 실제로 안 예뻐도, 공대에는 여자가 없으니까 여신이 되는 것처럼. 나도, 여고에 있는 유일한 남자애니까. 그렇게 된 거지.



“어쨌든. 재미있게 놀았어.”

“그럼 됐지. 다같이 놀러왔지만 어째 따로따로 논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만. 이제 갈까?”

“어.”



그나마 다행이네. 아까 전엔 유진이 기분 엄청 안 좋아보여서 나까지 그랬는데. 다들 데리고 수영장에서 나온다. 효성이 형 일행과는 여기서 헤어지고. 애들하고 어떤 접촉이 있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괜찮게 된 듯? 특히 유진이 쪽이. 지금도 톡 하고 있는 걸 보면.












--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해?”

“어허! 목소리 그렇게 내지 마요! 생긴 거랑 딴판이라 흉측하니까.”

“······하아.”



깊은 한숨. 세상이 뒤집혀도 이렇게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돼 버렸다. 자살하고 싶은 각 인정? 아아. 내 말에 미래는 괜히 나에게 더 뭐라고 한다. 왜 맨날 나만 가지고 그런데. 나 이렇게 놀리는 게 재미있나. 성빈이도, 민서도 리유도 희세도, 전부 나를 보고 피식 웃는다.



“이렇게 예쁠 줄이야! 그냥 자가생식 하는 게 어때요, 오빤?”

“뭔 개소리야. 아아. 미친 이게 뭐야.”



고추 달린 남자가, 어째서 치마냔 말이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또 뭐고. 내가, 이 나이 먹고 여장을 하다니. 난 변태가 아니다. 난 상남자 정웅도다. 수컷 웅자에 길 도자를 쓰는, 그런 남자 중의 남자 정웅도라고! 그런 내가, 어째서 이딴 짓을······!




당일치기로 놀러온 건 아니다. 여름방학 내내 단 한 번도 놀지 못 했으니, 적어도 오늘만큼은 제대로 놀아야지, 하고 온 거니까. 그래서 우리끼리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유진이가 알아봐 놨다고 했다.


나는 남자고 나머지 애들은 여자애인데, 뭐, 그런 건 이제 대수롭지 않지. 3년이나 같이 지냈으니. 어느 정도 인증된 안정적인 남자랄까. 이런 식으로 말하면 뭔가 되게 이상한데, 같이 자본 적도 꽤 되고. 나 여자애들이랑 같이 잤다! 나 미래랑도 잤다! 나 성빈이랑도 잤다! 우왕ㅋ굳ㅋ 뭐야 이건. 뭔 변태인데.



“자, 이걸 입으세요!”

“이건 아니지! 진짜! 야 꼭 이래야 되냐!?”

“이래야 돼.”

“아아아앜!”



엄격·근엄·진지한 유진이. 옆에서 자꾸 깐족대며 나의 화를 돋우는 미래. 갑자기 펼쳐진 이 시련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숙소가, 여성전용이란다. 근데 왜 그런 데로 잡았냐고! 하고 외쳐봐야, 이미 예약된 걸 어떻게 할 순 없다. 대안이라고 내놓은 게, 날 보고 여장하라고.


어째서인지 한 벌의 여성복이 준비돼 있다. 그것도, 철저하게 내 사이즈에 맞게. 여기 있는 애들중에 나랑 체격이 맞는 애는 한 명도 없다. 그나마 키가 제일 큰 게 유진이나 희세 정도인데, 그나마도 나랑 거의 10cm 가까이 차이나는데.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렇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질 리 없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옷은 입는데. 나 머리 짧잖아?! 이러면 그냥 여자 옷 입은 변태잖아!”

“가발 있잖아. 여기.”

“아 희세야······ 너까지······!”



그걸 핑계로 하지 않으려 했는데. 훌렁 가발을 벗으며 말하는 희세. 나의 안쓰러운 표정에 싱긋 웃는 희세. 아직까진 한참 짧지만, 희세는 워낙 예쁜데다 체형 자체가 워낙 여성성이 있는지라 가발이 없다 해도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성이다. 그건 알겠는데, 왜······ 왜 나마아안······!




“후으······.”

“이 정도면 안 들키겠는데, 확실히.”

“응응! 생각보다 너무 귀여워서!”

“하아······.”



희세는 완성품이 된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옆에서 성빈이까지 달뜬 목소리로 말한다. 나오느니 그저 한숨이다. 단순히 옷 입고 가발만 쓴 게 아니라, 여자애 여섯명이서 나를 개조하다시피 화장까지 시켰다. 그래서, 결과물은─


나······ 이런 몸이 돼 버렸어······ 아아! 무슨 망가 여주인공 같은 대사를!! 아니, 지금 내 상황은 그거랑 별로 다를 것도 없다구!!



“여기, 거울. 예쁘지?”

“······치워.”

“헤헿. 웅도 나보다 가슴 큰 거 같애.”

“뽕이잖아!”



나를 놀리거나 하는데엔 별 소질이 없는 민서조차 감탄하며 거울을 나에게 내민다. ······이게 나?! 와, 진짜 누군지 못 알아보겠네. 어깨 넓은 것만 빼면 딱히 남자인지 못 알아보겠어. 리유는 내 가슴을 꾹꾹 찌르며 말한다. 뽕이라고! 근미래가 넣으라고 줬다고! 우와아아앙!





“이제부터 정웅도 하렘이라고 하지 말고 정웅도 백합이라구 해야겠다. 그쵸, 언니?”

“언니라고 하지 마! 이제······ 더는 싫어······.”

“아하하핳!”



나는 그래도, 헤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점원이 힐끔 보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고 잡을 줄 알았는데. 아무 이상도 없이 통과했다. 여자애들 사이에 있으면 이상한 걸 대번에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니야!? 체형부터가 다르잖아, 체형이! 어깨가 이렇게 딱 벌어진 장군감 같은 여자애가 어디 있어!


방으로 들어와, 미래는 나를 농락하며 말한다. 오빠에 이어서 이젠 언니냐. 너무 싫다. 어쨌든 뭐, 이제는 편히 쉴 것만 남았구나.



“어어어어. 왜 벗어요! 언니는 그냥 그대로 있어야 해요!”

“아 뭔데. 답답해 죽겠는데.”

“혹시라도 지나가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구요! 자, 여기 편한 핫바지하고, 읏챠! 이걸로 입으세요!”

“너 아주 대놓고 즐기지!”

“에헿☆”



고등학교 3년, 그것도 여자 고등학교에서의 남자애. 좋은 먹잇감 아닌가. 무수히 많은 아이들의 유혹과 강압에도, 나는 굴복하지 않고 여장을 하지 않았다. 제일 위기는 역시 축제 때. 그 때에도, 나는 묵묵히 넘겼다. 남자가 어찌, 고추에 불알 두 개 달고서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렇게 당해버렸다. 근미래와, 다른 여러 아이들의 협조 덕분에. 이런 중에 내 여자친구 희세는 재미있는지 킬킬 웃어댄다. 아 쫌. 제발.


작가의말

효성이, 민준이, 구원이. 그리운 이름들. 벌써,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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