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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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광
작품등록일 :
2014.04.24 10:18
최근연재일 :
2014.04.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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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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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7쪽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7)

DUMMY

“만군?”

“가자. 지금이야. 가자!”

“배꼽시계?”

“응. 분명히 맞아. 점심 종이 금방 울릴 거야!”


먹을 것을 먹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공주의 퍼레이드가 시작되기 바로 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배꼽시계 하나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정확한 만군이 그들을 이끌고 건물 밖으로 나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 앞에 늘어서 있었고, 그들이 줄을 섬과 동시에 아카데미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12시다. 벨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오랜만에 긴장이 된다.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어렸을 때의 공주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커서 그 정도이니. 분명 어렸을 때도 미모가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다.


“고, 공주님이 온다!”

“공주님! 공주님!”

“어마! 라슈벨님이야! 꺄악!”

“라슈벨!”


공주와 더불어 라슈벨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높게 울려 퍼진다. 갑자기 줄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튀어나가려 하자, 벨은 즉시 만군과 이셀리아의 팔에 팔짱을 꼈다.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은 벽을 쌓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맨 앞줄이라 서로 팔짱을 낀 채 버티니 뒤로 쓸려가진 않았다.


벨은 천천히 다가오는 화려한 궁정 마차를 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저 곳 어딘가에 공주가, 공주가 타고 있을 터였다. 그의 간절한 바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마침 벨 쪽의 창문이 열리더니, 멋지게 단장을 한 라슈벨과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진짜 예쁘다!”

“그치? 매 년마다 더 예뻐지시는 것 같아.”


역시 아름답다. 그는 멍하니 공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 것만 같다. 저 웃음, 미소, 천사의 그것과도 같은 표정. 분명 가까워져선 안 될 사람이라는 걸 잘 아는데도 눈은 멋대로 그녀에게 고정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좋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벨이 심통이 난 이셀리아에게 말을 해 주려 잠깐 고개를 돌렸을 때, 갑자기 확- 하고 공주의 마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 불을 꺼!”

“공주님!”

“꺄아악!!”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엎드려! 다들 엎드려!”

“불을 꺼라! 마차에 붙은 불을 꺼!”

“저 린델이란 아이를 잡아라. 어서!”

“벨! 벨 폰 발렌타인!!”


형의 사나운 외침이 등 뒤에 박힌다. 벨은 자석에라도 끌리듯 뒤를 돌아보았지만, 허겁지겁 달려오는 만군과 멜리아 때문에 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공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방금 이 아이가 던진 화염병에 다친 것은 아닐까.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지만 자신의 손을 잡은 린델의 악력이 너무 강했다. 1년 동안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었지만 린델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벨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멜리아의 손을 잡고 뛰던 이셀리아가 뒤를 돌아보곤 소리를 질렀다.


“옆길로! 옆 쪽 골목길로 빠져!”

“......”


이셀리아를 흘끔 바라본 린델이 골목길로 휙 꺾어져 들어갔다. 과연. 그곳은 체격이 큰 어른들은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길이었고, 벨 일행은 일단 병사를 피해 그곳으로 달려 들어갔다.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얽혀진 길을 한참이나 뛰었더니, 어느새 병가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제 괜찮은 걸까. 악력이 느슨해지자마자 그의 손을 힘껏 뿌리친 벨이 이를 갈며 말했다.


“뭐야. 왜 날 잡고 뛴 거지? 린델?”

“......”

“미친 거 아니야? 너 공주님의 마차에 뭘 던진 거야? 거기다가 하필이면 벨을 끌고 들어가다니. 너 때문에 공범으로 몰리게 생겼잖아!”

“후흐흐흐.”

“뭐, 뭐야. 진짜 미쳤나봐.”

“벨. 무서워.”


덜덜 떨며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은 이셀리아의 손을 잡아준다. 언제나 무표정하던 린델의 얼굴엔 까닭모를 환희가 가득 차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린델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멜리아가 재차 입을 연다.


“린델. 어째서 벨이야. 너 벨한테 안 좋은 감정이라도 품고 있었던 거야?”

“아니. 전혀 다르다. 오히려 좋은 감정이라고 해야 맞겠군.”

“좋은 감정?”

“그래. 거기 있는 벨은 너희들과는 다르다. 다르지. 전혀 달라. 너희들은 그저 8살 꼬맹이일 뿐이지만, 거기 서 있는 벨은......”

“린델!”


벨은 린델이 말을 내뱉기 전에 얼른 소리를 쳤다. 그의 등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위험하다. 위험한 놈이다. 어째서, 어떻게 자신이 돌아온 걸 알고 있지? 그건 의외로 감이 좋다고 한 누나 리엔조차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했던 일이다. 라슈벨은 말할 것도 없지. 대체 그걸 단 한 번 말도 섞어보지 못한 이놈이 알고 있냐는 거다. 벨은 사나운 눈초리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어떻게 안 거지?”

“동류는 동류를 알아보는 법이다. 걱정하지 마. 여기서 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일이 끝나면 돌려보낼 줄 거야. 전부 다. 안전하게.”

“일이라니?”

“전에 우리들이 벌였던 방법은 미숙했다. 테러를 벌이고 그 주동자를 라슈벨로 꾸미는 일은 반만 성공을 거뒀지. 공주는 죽지 않았고, 강력한 보호자였던 라슈벨을 죽이는 것만이 가능했었으니까.”

“그럼 네놈들이......!”

“그래. 전처럼 집에 처박혀 있을 줄 알았더니. 의외였어. 벨.”

“죽인다. 내가 지금 당장 네놈을 죽여 버리겠어.”

“벨. 벨! 진정해!”


벨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붙잡는 아이들의 팔을 뿌리치곤 그에게 달려갔다. 분노에 찬 벨의 주먹이 여지없이 허공을 가른다. 어떻게든 맞춰보려 용을 썼지만, 린델은 여유롭게 웃으며 몸을 피했다.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두른 그의 멱살을 잡아 반대편으로 넘겨버린 린델은 손을 탁탁 털며 말을 이었다.


“네게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생과 같이 라슈벨의 죽음을 두 눈 뜨고 지켜보던가, 아니면 그를 대체할 사람을 제거하는 데 힘을 보태던가.”

“......대체할 사람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지?”

“네 옆에 있지 않는가. 룩소르 원로원의 손녀.”


순간 분노에 찬 벨의 눈이 그를 쳐다보았고, 린델은 피하지 않고 그 눈을 마주보았다. 제발 열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셀리아 말이야.”

“이런 미친 새끼가!”

“선택할 시간은 앞으로 1시간이다. 친구들끼리 의논이라도 해보라고. 누굴 죽이고 누굴 살릴 것인지.”

“린델. 린델!!”

“......”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벨의 목소리에도 린델은 등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 그제야 홀로 남게 된 세 명. 멍하니 벨만 바라보고 있는 만군과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멜리아, 가만히 벨의 팔을 잡고 있던 이셀리아가 가만히 벨의 말을 기다린다. 이해하기 힘들다. 8살 아이들의 머리로는 린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알아들은 것이라곤 라슈벨이 위험하고, 그런 라슈벨을 대체할 사람이 이셀리아라는 것뿐이다. 벨은 참담한 심정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당장이라도 린델을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허리춤엔 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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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음(챕터 完) +1 14.04.25 1,380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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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죽음(9) +2 14.04.14 1,461 28 7쪽
31 죽음(8) +1 14.04.02 1,390 31 7쪽
30 죽음(7) +2 14.03.25 1,419 30 9쪽
29 죽음(6) +1 14.03.24 1,442 33 8쪽
28 죽음(5) +2 14.03.12 1,829 43 7쪽
27 죽음(4) +4 14.03.06 1,930 44 7쪽
26 죽음(3) +4 14.03.03 2,097 47 8쪽
25 죽음(2) +2 14.02.27 1,957 46 8쪽
24 죽음 +2 14.02.27 2,629 53 6쪽
23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8) +6 14.02.25 2,346 59 7쪽
»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7) +2 14.02.24 2,663 52 7쪽
21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6) +3 14.02.23 2,188 53 9쪽
20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5) +3 14.02.22 2,366 58 11쪽
19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4) +2 14.02.22 2,338 53 7쪽
18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3) +1 14.02.22 3,231 60 9쪽
17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2) +2 14.02.20 2,400 63 8쪽
16 강의 흐름을 바꾸는데 필요한 건. +4 14.02.20 2,801 70 9쪽
15 라슈벨 폰 발렌타인(5) +4 14.02.19 2,799 69 8쪽
14 라슈벨 폰 발렌타인(4) +6 14.02.18 2,739 63 8쪽
13 라슈벨 폰 발렌타인(3) +4 14.02.18 2,989 68 10쪽
12 라슈벨 폰 발렌타인(2) +2 14.02.17 2,949 76 8쪽
11 라슈벨 폰 발렌타인 +1 14.02.17 3,152 71 9쪽
10 머리는 추악한 진실을 숨겨두는 법(4) +2 14.02.16 3,302 78 7쪽
9 머리는 추악한 진실을 숨겨두는 법(3) +2 14.02.15 3,372 71 8쪽
8 머리는 추악한 진실을 숨겨두는 법(2) +4 14.02.15 3,873 88 9쪽
7 머리는 추악한 진실을 숨겨두는 법 +1 14.02.14 4,248 91 9쪽
6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에 다른 뜻을 품다.(5) +2 14.02.13 5,993 113 8쪽
5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에 다른 뜻을 품다.(4) +1 14.02.12 5,434 103 8쪽
4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에 다른 뜻을 품다.(3) +2 14.02.11 5,922 110 7쪽
3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에 다른 뜻을 품다.(2) +1 14.02.10 7,033 134 9쪽
2 행복해야 할 유년시절에 다른 뜻을 품다. +7 14.02.10 6,480 122 8쪽
1 최후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7 14.02.09 7,975 13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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