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막 2장
폭풍과도 같은 첫 장사를 끝마치자 휘랑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어서 객잔 내부에 널부러 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휘랑이 쓴 웃음을 지으며 저녁 장사를 접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할 정도였으니 할 말은 다 한 것이다. 그나마 희민이 흔들흔들 위태롭게 겨우 일어서 결사반대를 외쳤기에 저녁 장사를 시작 할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교자 하나랑 소면 두 그릇!”
“볶은 소채와 새우 교자 둘!”
첫 개점한 객잔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새 사람들이 소문을 냈는지 모를 일이지만 저녁 장사도 꽤나 바쁘게 흘러갔다. 휘랑은 밀려드는 주문을 쉼없이 능숙하게 처리하며 간간히 밖에 상황을 살피었는데, 희민은 조금 힘들어 보였으나 문제없이 해나가고 있었으나 야민과 아민은 많이 지친 기색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다행이 다들 어찌어찌 해나가고 있었다.
**
“후아! 힘들어어!!”
마지막 손님이 계산을 끝마치고 나가는 순간 야민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대(大)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아민과 희민은 한숨을 쉬었다. 그들도 힘들어 바닥에 눕고 싶었지만 차마 여자라 그러지는 못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나마 의자에 앉으니 욱신거리는 다리가 조금은 나아졌다.
“고생했어 모두들.”
휘랑이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모두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휘랑은 세 사람을 슬쩍 둘러봤다. 그러고 피식 웃고는 야민을 뻗어있는 야민을 보며 말했다.
“야민, 엎드려 누워봐”
“왜요?”
“잔말말고 누워봐”
“힘든데...”
“내일 혼자 일할레?”
“눕겠습니다.”
그 말에 뻗어있던 야민이 한숨을 쉬고는 돌아 누웠다. 야민이 돌아눕자 휘랑이 야민에게 다가가 야민에 등에 손을 올려 놓고는 마구마구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학?! 히익! 뭐...뭐에요!? 으하악!?”
갑작스러운 손길에 깜짝 놀란 야민이 비명을 질렀으나 휘랑은 그런 야민에 비명에는 아랑곳 않고 주무르던걸 계속했다.
“하윽?! 으흐윽... 하앗!”
주무르던 것이 계속되자 점점 이상야릇해지는 야민에 신음소리에 듣고 있 던 희민과 아민 두 사람은 슬쩍 얼굴을 붉혔다. 일각정도 흘렀을때 야민을 주무르던 휘랑에 손길이 멈추었다. 휘랑이 일어선 그곳에는 야민이 몸을 꿈틀거리며 누워있었다.
“괜찮아?”
꿈틀거리며 누워있는 야민이 걱정되어 아민과 희민이 다가가 물었다. 두 사람의 물음에 야민이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야민은 눈물이 얼굴에 반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웃고있었다.
‘얘가 머리를 다쳤나...’
“너 진짜 괜찮아?”
처음에는 몸 상태에 물었던 아민이었지만 이제는 슬쩍 야민의 정신상태가 걱정되는 아민이 묻자, 야민이 대답했다.
“으음... 진짜 좋았어...”
슬쩍
야민의 대답에 아민이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야민, 나는 네가 어떤 사랑을 해도 이해해줄...”
“야이씨! 그게 아니야!”
야민이 그녀의 말에 화를 내고는 일어나서 웃으며 서있는 휘랑에게 물었다.
“으음... 뭔지 모르겠지만 진짜 좋았어... 객주님 방금전 하신게 뭐에요?
야민의 물음에 휘랑이 웃으며 대답해줬다.
“안마.”
“우와! 그런것도 할 줄아세요?”
“응, 옜날에 좀 배워뒀지. 이런데 쓸 줄은 몰랐지만. 그런데 야민아.”
“네?”
휘랑이 생글생글 웃으며 야민을 부르자 야민이 그를 봤다. 그런 야민에게 휘랑이 말했다.
“난 네가 어떤 사랑을 하든 지지를... 어어 너임마 의자 내려놔라.”
“....”
두 사람에 장난에 희민과 아민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휘랑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두 사람도 누워요.”
“네?”
휘랑의 말에 희민과 아민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슬쩍 피했다.
**
그렇게 다시 시간이 일각여쯤 흘렀을까, 이번엔 야민이 누워있던 자리에 아민이 누워있었다. 아민도 야민과 반응이 별반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야민은 그런 아민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저금을 가져와 쿡쿡찌르고 있었다. 아민은 하루종일에 고생으로 긴장되었던 근육이 이완되자 나른한 듯 그 자리에서 꼼지락 거리더니 야민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야민, 업어줘”
아민의 부탁에 야민이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아민이 다시 한번 손을 뻗으며 말했다.
“얼른-”
“하아...”
그런 아민의 행동에 야민이 한숨을 쉬고는 아민을 들쳐업었다. 살짝 휘청거렸는데 어떻게 자세를 잡고는 그런 둘을 지켜보고 있는 휘랑과 희민을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침모님, 객주님 저희 먼저 들어가볼께요.”
“응, 그래 수고했어-”
“잘자라”
그렇게 야민과 아민 남매가 방으로 사라지자 휘랑이 희민을 보고 말했다.
“누우세요”
휘랑의 말에 희민이 야민이 아까 가져온 침구에 몸을 늬웠다. 그러자 휘랑이 다가와 희민에 몸을 안마하기 시작했다.
‘시원하다...’
휘랑의 안마는 최고라고 부를만 했다. 휘랑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긴장되어서 비명을 내지르던 근육들이 서서히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 되었던 근육이 풀려나갈때마다 그녀는 잠시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바보같아...”
희민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휘랑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파요?”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침구에 얼굴을 묻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럴분이 아닌데...’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
이류객잔이 문을 연지 한 달이 다되어 갔다. 이 시기는 앞으로의 장사에 향방을 결정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 특히 객잔같은 음식을 파는 집이라면 중히 여기는 시기였다. 상인들 사이에선 속칭 ‘개점효과’ 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근처의 새로운 가게가 열리면 호기심으로 인해서라도 한번쯤은 들러보기 마련 그렇기에 아무리 거지 발싸개 같은 가게라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세달, 평균적으로 한 달 정도는 장사가 잘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시기는 이때부터다. 한 달이 지나면 이 효과가 슬슬 떨어지는 시점이 되는데, 그렇기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가장 긴장하는 시기였다.
“흐음... 분명 한 달이나 지났는데...”
와글와글
“여기 돼지 교자랑 소면 셋!”
“아민! 여기 찻물좀 더줘!”
“네에-!”
야민! 추가 주문 받아라!“
“갑니다!”
“장사 잘되네?”
희민은 계산대에 앉아 가게를 가득 매운 손님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야민과 아민 남매를 보며 중얼거렷다. 처음엔 많이 버벅거리고 실수를 연발햇던 그들이었지만 쌍둥이 특유의 협동심으로 지금은 나쁘지 않게 일을 해가고 있었다.
“오오! 맛있군!”
“크하핫! 내 내말이 맞지?”
또, 오시는 손님들 모두가 휘랑의 음식에 만족스러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현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흐음...”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그런데 어째선지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묘한 불안감이 싹틔웠다. 하지만 그저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느낌을 애써 지워버렸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
그렇게 다시 보름이 지났다.
끼이익-
정오를 조금 지나 손님이 없는 한산한 때, 객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야민이 그들을 보고 일어나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이류객잔 입...”
“여기가 이류(爾留)인지 이류(二流)인지 하는 나부랭이들이 하는 가게여?”
문을 열고 들어오는건 험악한 인상과 거대한 체구를 가진 남자들이었다. 남자들은 들어오며 험악한 말을 지껄였는데 희민은 그런 그들을 보고 생각했다.
‘하아... 벌써?’
별일이 생겼다.
- 작가의말
으아아... 늦어서 죄송하고 허접해서 죄송합니다... 어째 이번주에는 올릴 시간도 쓸 시간도 없더군요... 여러가지 일이 겹쳐서... 요즘은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드려서 더 죄송하네요! ㅠㅠ
선작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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