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J.H.Kim
작품등록일 :
2014.03.0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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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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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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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DUMMY

쿠라베는 선두에 서서 우리를 안내했다. 작은 웅덩이 하나 까지 모두 피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피 냄새 때문에라도 미쳐버릴 수 있어 보였다. 콜도 주변 환경이 심상치 않으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콜. 여기서는 네가 호위를 맡아. 할 수 있지?」


「얼마든지. 너한테 달려드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면 되는 거지?」


「···. 그래.」


작은 언덕 하나를 오르자 주변을 살펴 볼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이곳에서 봤던 장면은 그저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질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죽은 마물의 사체와 천계군 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수북이 쌓여 있는 갑옷과 무기들은 제 주인을 잃고, 버려져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산의 능선을 따라서 이동했다. 마계군은 현재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남아 있는 몇 군데가 점령되면, 이곳을 완전히 빼앗기게 된다고 쿠라베가 설명했다. 다시 군대를 편성해서 재공략하면 되지 않겠냐고 묻자, 쿠라베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서로의 영역 끝에는 각 팀의 성으로 향하는 문이 있습니다. 그걸 지키려는 겁니다. 괜히 정기적으로 병사를 보내서 지키는 게 아닙니다.」


군사적 요충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체는 더 엄청난 것이었다. 이곳이 점령 되는 순간, 적에게 성이 포위된다는 뜻. 이렇게 위험한 곳이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증만 더해가던 와중에 첫 번째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여기서 쉬었다가 가도록하죠. 저기, 하나 양? 주변에 악령들이 좀 많습니다. 제령 같은 걸 하실 줄 알면 부탁드립니다.」


「너도 할 줄 알지 않아? 천계 출신이잖아.」


「지금 제 능력은 검술 말고는 약간의 지식뿐입니다. 그런데 하나 양은 천계를 벗어나도 괜찮으신 건가요? 제아무리 고위급 천사들도 추방되면···.」


하나가 집게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가져다대며 입으로 작게 바람소리를 냈다.


「쉿. 비밀은 여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떤 과정을 통해 팀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다. 다만 내가 들어가기 전부터 있었던 몇 명은 나도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알 수 없는 사람이 하나와 검창이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왔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외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는 모른다.


성문이 열리고 무장한 병사 다섯 중 네 명이 창을 겨누며 다가왔다. 딱히 공격할 의도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수상한 기색을 보이면 바로 공격을 할 자세였다.


「이름과 소속, 그리고 증거를 보여라.」


「나는 쿠라베. 크레시아의 용병이다. 증거는 이거면 될까?」


쿠라베는 주머니에서 반지를 하나 꺼내 보였다. 병사 한 명이 조심스레 다가와 쿠라베가 내민 반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병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통과 허락이 떨어지자, 성문이 다시 한 번 열리고 병사들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다시 경계근무를 서기 시작했다.


「경비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정확히 여기는 성문이 아닙니다. 정문은 저쪽이에요. 매일 천계가 공격해오죠. 여기는 다른 성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정상적으로라면 성문으로 들어오고 나가야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럴 수가 없으니까. 임시 성문을 만들어 둔거죠.」


마계팀 같아 보였는데, 무기와 갑옷을 걸치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과거 드래건팀이었지 싶다. 제 아무리 임시라도 검문이 너무 허술하다. 언제 점령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조다.


성 내부로 들어오자, 큰 도시 같았다. 여기저기 집들이 세워져 있고, 거리는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병사들로만 가득할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바닥에 물건을 늘어다 놓고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저희 숙소는 저쪽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건물구조다. 현대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빌라가 우리의 숙소였다. 건물의 이름은 따로 없고, J동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출입구인 현관은 과거에 유리로 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나무판자로 가려져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갈수록 바깥의 소음이 점점 줄어들었다. 4층 철제문 앞에서 우리들은 멈췄다. 계단이 더 있는 걸로 봐서 이 건물은 대략 6,7층 정도 되어 보였다.


「저희가 사용할 층은 4층입니다. 열쇠는 세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서로 나눠서 가지고 계세요.」


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인지 마찰음 소리가 제법 요란했다. 컴컴한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누구도 선뜻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결국 쿠라베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내가 따라 들어가자 모두 차례차례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라베가 불을 켜자 흐릿한 푸른색 불이 내부를 밝혔다. 전등의 색이 푸른색인 건 처음 봤다. 생각보다 밝아진 내부를 모두들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은 총 네 개였다. 정확히는 방이 아니라, 작은 가게로 쓰는 곳이지만, 편의상 방으로 구분 지었다. 다들 한 군데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와 콜은 같은 방을 선택했다. 이는 전략전이 부분도 있기에 콜은 별로 거부하지 않았다. 시오네와 쉐어벨이 한 방을 썼고, 하나와 쿠라베는 각각 하나씩 방을 잡았다.


「매일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간략한 회의가 있습니다. 그 외 특별한 사항은 없을 겁니다.」


「전투는?」


「점심때가 되면 대규모로 천계가 군대를 보내, 공격해옵니다. 그때 나가시면 됩니다.」


「성이 함락될 가능성도 있지 않아?」


지금껏 수많은 성들이 함락되었다. 이 성도 함락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마계팀의 상황 보고서를 봤을 때, 남아 있는 성이 열 개 정도였다. 그것도 모두 요충지였기에 어느 하나만 뺏겨도 상당히 위험해보였다.


「현재 남아있는 성은 모두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쉽게 함락될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보다 이 성을 지키는 주인은 누구야?」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한 여성이 자신의 상관 명을 받아서 이곳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나름 조직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의 의뢰인은 마왕 본인이었다. 용병이라고 했지만, 천계라는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는 동맹인 셈이다.


당분간 마나를 다루는 연습을 할 시간이 주어질 것 같았다. 다른 팀원들이 전투에 나갈 때, 나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수련을 할 생각이다.


「그러니 콜. 이건 우리 둘만 알고 있어야 해. 당분간 조금 힘들겠지만, 혼자서 다녀와. 그리고 나랑 함께 같다고 말해주기만 하면 돼.」


「그럼. 호위는 누가하지?」


「대신할 인물은 있어. 당분간이야. 한 삼사일 정도만 해주면 돼.」


항상 내 곁에는 나를 지키는 두 명이 있다. 굳이 콜이 아니라도 호위는 대타가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이 건물에 들어와서 나를 노릴 사람은 적어도 이곳에는 없다.


내일 전투를 대비해서 모두들 일찍 잠을 청했다. 나는 조용해진 분위기를 틈타 마나를 정제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화분이 없어도 마나를 깎아서 다듬는 연습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주변은 마나의 농도가 상당히 짙어서 양질의 마나가 손에 들어온다.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치 도자기 장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질 좋은 흙을 구해서 빚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때처럼 내 손바닥 위에 모여든 마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최대한 둥글게 깎아내고 다듬어 낸다. 평소랑 다른 느낌의 마나가 내 손위에 모였다.


흙으로 도자기 빚는 것과 마나 정제는 같은 듯 다르다. 혹여나 실패를 할 경우 도자기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반면, 마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변형이 가능하다.


한쪽 벽에 마나를 이용해 작은 선을 하나 그었다. 성공 할 때마다 표시하기로 하고, 밤새 마나 정제를 연습했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했지만, 두 번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크렌스는 애당초 처음 마법을 익힐 때 이 과정을 먼저 수련해야 했었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조금 순서가 뒤섞였다. 마나를 끌어오는 게 성공한 시점부터 공격용 마법들을 휘둘러왔다.


쉽지 않은 수련을 종료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다들 자기들 방 앞에 서서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히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간밤에 무슨 일 없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거기다 쿠라베가 모아놓은 자료를 토대로 오늘 전투에 참여 할 때 사용할 가벼운 전략 구성 정도였다.


「이 종이에 쓰여 있는 건 뭐지?」


「천계는 최근 전술 무기를 사용합니다. 종이에 적혀있는 건 그 전술 무기가 사용 될 때 천계군의 움직임입니다.」


쿠라베가 나눠준 종이에는 비상대피 명령서처럼 순서대로 설명이 되어있었다.


『1. 전투 도중 하늘에서 낮은 음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면 천계가 후퇴한다.

2. 후퇴한 천계의 병사를 따라가지 말고, 반드시 성으로 돌아와야 한다.

3. 성 안으로 들어온 후, 바닥에 엎드린 다음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4. 마음속으로 숫자를 1에서 100까지 센 다음 귀를 먼저 연다.

5. 나팔 소리가 다시 들리면 눈을 떠도 된다.』


이상 다섯 가지 규칙들이 적혀 있었다. 전술 무기라고 한다면, 무슨 미사일 같은 거라도 쏘는 게 아닐까 싶다. 대처방법이 쓰여 있는 걸로 봐서는 살상능력이 상당히 낮아 보인다.


「굳이 성안으로 들어와야 할 이유는?」


「범위 안에 있으면, 전신이 녹아내립니다. 그 범위가 딱 성문에서 50미터까지입니다. 성문 근처에 있으면 살 수 있지만, 벗어나면 죽습니다.」


「천계가 후퇴한다는 건.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건가?」


「대신 한 번 사용하면 하루 이틀은 못 쓰는 모양이더군요.」


강력한 공격 방법이지만, 위력과 위험이 명확한 무기. 천계는 그 전술 무기를 사용한 후부터 승승장구했다며 쿠라베가 이야기했다.


각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전투에 나설 때, 나는 슬금슬금 빠질 준비를 했다. 마법으로 내 환영을 만들어서 따라가게 한 후, 인원이 많이 몰리는 복잡한 길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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