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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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
작품등록일 :
2014.03.0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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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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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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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화

DUMMY

천계 군 깊이 파고든 시오네와 쉐어벨은 전장을 휘저어 놓았다. 덕분에 마계의 공세는 거세졌다. 제 아무리 물량 공세라도 병사들이 볏짚마냥 썰려나가면 의미는 없다. 있다면 필시 장기전을 노리는 것이다.


성문에서 많이 떨어졌다. 요 며칠간 단 한 번도 나는 직접 본적이 없다. 첫날 오면서 안전교육까지 받았으나, 경험해본 바 없었기에 아직 그 위력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우우우~!


익숙하지 않은 낮은 음색의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깊고 어두운 소리가 전장에 퍼지자, 천계군은 진형을 바로 잡았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서로 걸음이 어긋나지 않게 천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몇몇 인물들이 따라가려고 할 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가면 안 돼!」


저 움직임은 함정이다. 그들이 발을 맞춰서 후퇴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행동이다.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역시 뒤로 물러나야 한다.


「곧 시작 될 거야. 빨리 성문으로!」


깊숙이 들어갔던 시오네와 쉐어벨도 돌아왔다. 성문까지 되돌아가기에는 거리가 멀다. 페스트라는 공격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막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실드LV6!」


주변에 얇은 막이 생겨나 나와 팀원들을 감쌌다. 예전과 달리 불투명하지 않고 투명한 유리 같았다. 시끄러웠던 전쟁 소음도 싹 사라져, 마치 음소거 된 영상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성 주변에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감고 엎드려있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도망치다가 새하얀 불길에 휩싸였다. 그들은 타죽지 않고 그저 사라졌다. 이것이 천계 군이 보유하고 있는 중급 전술무기, ‘페스트’의 모습이었다.


대처법을 알고 있어도 범위 안에 들어가 있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전술. 상당수의 마계 병력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일부는 성 주변에 몰려있었다.


「대단하군.」


「그러게.」


「아니, 이 방어막 말이야. 중 전술무기를 막아냈잖아.」


닿기만 해도 소멸해 버리는 위력을 버텨낸 실드는 가히 놀라운 성능이긴 했다. 순간 바뀐 모습 때문에 실수 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 공격을 막아 냈다.


페스트의 공격이 끝났는지 성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천계는 이 함정을 이용해 역전을 노릴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마계는 이미 페스트 대비책을 세웠다. 5가지 규칙을 지정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효과가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했지만,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저 기술, 다시 사용하는데 며칠 걸린다고 했지?」


「그랬을 걸?」


진짜 전쟁을 지금부터다. 천계는 이미 모든 계략을 내보였다.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할 기술은 없다. 최후의 수단은 끝까지 숨겨두었다가 드러내는 것이다.


「실드해제. 고유마법, 발현!」


투명했던 실드가 녹아버리듯 사라지고, 붉은 구체 하나가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여전히 사용법은 잘 모른다. 확실한 건 평소 내가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이 배가 된다는 점이다.


「다들 물러나 있어. 휩쓸리면 위험하니까.」


「이참에 적진까지 밀어버리자!」


시오네는 호통 치며 이야기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해내지 못한다. 내 힘은 어디까지나 유한적이기 때문이다. 마나를 정제하는 능력과는 별개로 마도서는 내 마나를 뭉텅뭉텅 먹어댄다.


처음부터 가볍게 시작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다. 알고 있는 마법 중 가장 강한 걸 쏟아 붓기로 했다. 우선 시계에 미리 저장해 두었던 마법부터 발동했다.


압축되어 있던 마나가 공중으로 쏘아졌다. 마법이 바로 실행되지 않고 약간 뜸을 들이다가 발동되었는데, 난생 처음 보는 공격이 튀어나왔다. 분명 내가 등록해둔 마나는 ‘파이어 월’이라는 방어 마법이었다. 불세례가 하늘에서 천계 군을 덮쳤다.


큰 마법은 준비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둔 마법으로 시간을 벌었다. 이제 적군에게 도망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스틸-스파이크! 뇌격창!」


구구! 구구!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조차도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나선 모양의 강철들이 회전하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번에 천계 군의 진형이 무너졌다. 지상이 난리가 났지만 유독 하늘은 고요했다.


여기저기서 회전하는 강철들이 솟아나 천계 군을 찢어댄다. 별다른 손을 쓸 수 없을 터. 이걸 강제로 멈추는 짓은 나에게 있어 이득 볼게 없다. 오히려 독이다. 뇌격창은 아직 준비가 멀었는지 하늘에 별다른 기색이 없다. 그 사이 마법 하나를 더 발동시켰다.


「빙계-궁!」


서늘한 기운을 품은 활 하나가 손에 잡혔다. 시위를 당기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가볍게 당기고 놓자 엄청난 속도로 화살하나가 쏘아졌다. 지금껏 별로 써 본적이 없는 마법이었기에 단순히 무기 소환 마법으로 생각했다.


화살이 지나간 자리와 맞혀진 자리는 주변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했다. 기이할 정도의 기상 이변들이 생겨났다. 준비가 다 됐는지 이윽고 하늘이 열렸다.


마도서의 발동을 멈추자,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약간의 두통도 느껴져 어지러웠다. 간신히 서서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천계의 병사들을 보았다. 대단한 위력이지만 자주 쓰고 싶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으아, 아아!」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흐릿한 시야에 두세 명으로 추정되는 천계 병사가 검을 들고 달려오고 있다. 조금 쉬고 싶지만, 저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영원히 쉬게 되리라.


가까스로 방어 자세를 잡았다. 검을 찔러온다, 몸을 비틀어 피해내고 가볍게 단도를 뽑았다. 단단한 갑옷을 찔러봐야 무용지물이다. 빈틈을 찾기 위해 계속 눈알을 굴렸다. 흐릿한 시야 때문에 도통 파악이 되지 않는다.


첫 번째 반격은 실패다. 최대한 빨리 찾아 내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중무장한 병사치고는 제법 재빨랐다. 어지러움 때문에 도통 집중이 되지 않는다. 편하게 처리하려면 마나원소를 꽂아 넣으면 되겠지만, 그걸 쓰고 나면 이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이···.씨.」


두통과 시야의 불편함도 있지만 제일 답답한 건 잡히지 않는 적이었다. 그 때문에 슬슬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저 놈은 도대체 뭐 길래 빈틈이 보이지 않는 걸까. 어디 한 군데 피부가 드러난 곳이 없다.


마땅히 생각나는 공격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선제공격을 가한다고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매우 힘들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계획으로 나가기로 했다.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라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최대한 방어를 하면서 체력을 회복한다. 그 다음에 반격한다.


계속 찌르는 공격만 가해온다. 피하기는 너무 쉽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첫 번째 반격을 시도 했을 때 보이지 않았던 빈틈. 섣불리 판단할 게 아니다. 몸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는 죽을 각오로 방어한다.


「······. 언제까지. ······.」


상대가 뭐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모르겠다. 계속 방어하다보면 놈이 지쳐서 알아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살려면 막고, 피해야 한다.


「시끄러! 그만 공격하고 가던가!」


순간 적의 공격이 멈추었다. 이 틈을 이용해, 적과 거리를 벌렸다. 아직 몸 상태가 별로다. 맞붙는 건 좋지 않다. 상대는 검을 앞으로 내세우고는 뭐라고 이야기하고 뒤돌아 갔다. 가라고 한다고 정말 가는 적이 있다는 게 웃기지만, 지금으로써는 좋은 상황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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