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도대체가....넌 너무 태평한거 아냐? 딘?"
한 여자가 딘을 향해 재촉하듯 소리쳤다. 물론 애즈비였다.
"뭐가 그리 조급해야 되는거야?"
"가을이라고, 가을..곧 겨울이고..곧 나라가 뒤집어져. 혁명군, 아니 반란군들이 쳐들어올거란 말야."
"그게 뭐."
"방어태세를 하거나, 정비를 하거나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이건 너무 태평성대잖아!'
"상관없어."
"뭐가?"
등을 돌려버리는 딘을 향해 얼굴 앞으로 달려가 말하는 애즈비였다.
"이 전쟁의 승부."
"?!"
"딱 두개야. 이기거나 지거나...그런데 이기는 방법은 하나야. 날 이길 사람이 있다면 저쪽이 이긴 게임. 날 이길 사람이 없다면 내가 이길 게임, 다른건 아무 의미없어. 기억해둬. 쓰레기 1000만톤보다 보물 한개가 더 값지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많은 쓰레기속에서 보물을 찾아 헤매는거야."
"자부심이 뭐 그리 세!"
애즈비는 그렇게 말하며 딘의 등을 사정없이 후렸다. 후리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안심했음이다. 그의 그 자만감이..자만심인지 모를....아마 아니겠지만..좋았다.
'그래.넌 절대 죽지 않는다고..나에게 확신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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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기가 이제부터 너가 살게 될 집이란다."
노인...귀족노인이 데려간 곳은 시내의 큰 저택이었다. 성 비슷한 늒미이 드는 그런 큰 궁전이었다.
"난 로첸 오민....그래...레이지 가의 친척이지...모르는거니?"
귀족노인은 전혀 알지 못하겠다는 에키의 표정을 보며 말했다.
"로첸 가가 지금 왕족이잖니? 나의 조카가 지금 국왕이란 말이다!"
"모르겠어. 어쨌든 국왕이라니....게다가 할아버지는 국왕의 친척이라니...꽤 높은 사람이네?"
"후...이렇게 모르다니....어쨌든 엄청 높지."
오민은 크게 한숨쉬며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심한 여름은 아니었지만...게다가 여름도 아니었지만...그의 비대한 몸매는 그에게 무한정의 수분을 흘릴 것을 가을에 요구하고 있었다.
오민을 따라 들어간 저택은 내부도 무척이나 화려했다. 하인, 하녀들이 꽤 여럿되었고..물론 10명은 넘었다. 독특한 건 하녀의 비중이 하인보다 높았다. 오민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하인이 날 죽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 나보다 힘이 세면 말이야. 그에 비하면 하녀는 정말 좋아. 늙은 나보다도 힘이 약하고 일도 잘하니 말이야."
라며 미소를 머금고 말해주었다.
"우선 그 누더기부터....아니 옷부터 갈아입잤구나. 걸을 때마다 흙이며 오물이 떨어져 뒤에 자국을 남기지 않니?"
"자국이 그리 중요한가? 할아버지는 깨끗한 걸 좋아하는구나?"
"깨끗한건 누구나 좋아해, 그리고 그것보다 니 뒤를 알렌이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자국을 지우고 있잖니? 알렌도 좀 쉬게해줘야 하지 않을까?"
에키는 흠칫 놀라 뒤를 바라보니 정말로 하녀 한 명이 발자국이며 그 주위에 흩뿌려진 오물을 치우고 있었다.
"뭐야!"
에키는 부끄러움에 귀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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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리는구나."
"이거, 뭐야...이상해."
에키는 입은 드레스를 앞뒤 훑어보며 얼굴을 붉혔다. 산골에서 자라 대충 옷을 입었던..물론 형식은 갖췄지만..대개 찢어진 바지와 헐렁한 셔츠였다. 그런 에키에게 지금 입은 풍성한 드레스는 내키지 않는...이라기 보단 어색한 옷이었다. 지금 에키는 입지 말아야 할 걸 입은듯...출입금지라고 써있는 곳에 몰래 들어간 소년같이 땀을 애매하게 흘렸으며, 털이 곤두서 온 몸이 계속 가려웠다.
"하하...이제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거다. 오늘은 한 번 왕궁에 가봐야하는데...같이 가는게 어떻겠니?"
"?..왜 내가 왕궁에?"
"음?...큰 이유는 없단다. 그냥 너 혼자 이곳에 있으면 심심하기도 할테고...너가 도망가버릴지도 모르니 말이야. 왕궁에 얼굴 도장 한 번 찍어줘야 도망 안가지 않겠니?"
"쳇...."
오민에게 혀를 삐죽이 내미는 에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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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첸 오민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오민이 궁에 들어서자 경비병들은 모두 큰 소리 높여 외쳤다. 옆에 가는 여자 꼬맹이가 누구인지 조금씩 궁금하긴 했지만 큰 신경을 쓰지는 않는듯했다.
"어이구, 오민 삼촌...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오민이 들어가자 한 남자가 와서 반겼다. 물론 그는 로첸 스카, 국왕이었다.
그는 왕관을 걸치지 않은 채로 자연스런 복장으로 오민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긴.....내 그냥 조카 얼굴이 보고싶어 왔지."
"하하핫....무슨 이 별볼일 없는 얼굴을...그런데 이 아인?...."
스카는 에키를 가리키며 물었다.
"핫..내 아이네."
"예?!...삼촌..또 그러시면..."
"무슨 험한 소릴...내가 데리고 있으니 내 아이란 걸세."
"뭐..그러신 거라면 더 말 안하겠지만요."
스카는 얼굴에 난색을 표했다. 살짝의 식은땀도 보였다.
"자, 에키 넌 저쪽에 잠깐 있어주렴. 나는 조카와 이야기 좀 하고 있으마. 스카? 되겠지?"
"예, 물론이죠. 삼촌....이 궁전은 의외로 이 꼬마 또래의 아이들이 넘친다구요."
에키는 그새 옆으로 온 궁녀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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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방에 있는 아이들과 잘 지내주시면 오딘님도 곧 오실겁니다."
"어..알았어...."
에키는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에키가 보았을 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없어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긴 했지만 알 수 있었다.
"미츠, 그 꼬맹인 누구야/"
로첸 포리온(치이케)이 물었다.
"예, 오민님께서 데려오신 아이입니다."
"뭐? 오민이?...큭큭큭...크크....."
"그만 웃어. 포리온! 그리고 나가 보도록 해. 미츠."
"예,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로체가 조용히 하라고 포리온을 흘겨보았다.
"맞는말이야. 그만 웃는게 좋겠어."
애즈비와 지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어쨌든 반가워.난...지아, 넌 이름이 뭐니?"
"에키...."
지아와 에키가 악수를 하자 나머지도 마찬가지로 따라하였다. 딘 역시도.
"난 케츠..세계 제일이 될 남자지."
"난 포리온. 서열 1위 왕자지."
"왕자?...."
에키는 순간적으로 오민과 스카...스카라는 국왕을 떠올렸다. 그 자가 왕..에키 앞에 왕자는 스카의 아들이라고..추리했다.
"난 딘, 서열 13위의 왕자는 아닌 뭔가지."
"뭔가?...."
에키는 서열이 앞에 다르다는걸 듣고...들었지만 몰랐다. 서열이란 단어까지는 아직이었다.
"난 로첸 레이지, 검:인 공주지."
"공주?....잠깐..검:인?!"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며 눈이 커진 에키에게 모두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왜?..왜 그래?!"
"저...저기....나도 검:인인데....?"
"뭐?!..."
"푸...푸하...푸하하핫!!! 오민...이 미친 자식...크하하핫...검:인이라. 레이지 너를 생각한게 아닐까? 크하하핫...."
포리온이 다시 웃어대기 시작햇다.
에키는 이 모습을 보고 살짝 화나긴 했지만 참기로했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모두가 포리온에게 눈을 흘겼다. 로체가 특히 흘겼다.
"한 번 보여줄 수 있니?"
지아가 에키에게 말했다.
"으..응..."
그러더니 에키는 순식간에 팔 하나를 검으로 바꾸어버렸다.
"와우!!"
"레이지, 애즈비, 너희 둘 다 이거 못하잖아?...하핫..이거 대단한데?"
포리온이 놀라며 쳐다보았고 레이지와 애즈비에게 얻어맞았다.
"어쨌든 대단해. 검:인 1명이 더 있는데다 실력도 뛰어나다니.."
케츠가 살짝 감탄하며 말했다.
"나의 검이 되지 않을래? 내가 최고의 검으로 만들어주지. 내가 제일이 될 남자이니 말야."
"아.아니...그럴 것까진."
"빼지 않아도되."
"케츠, 좀 꺼져줄래? 어짜피 넌 이 애의 주인이 아니라 안돼."
레이지(로체)가 에키의 손을 붙잡는 케츠를 손으로 떨쳐내며 말했다.
"그것보다...어쩌다 오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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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단 말이지? .....음...의외로 위험한데..."
"뭐?...뭐가?.."
"아..아냐...에키...그냥 좀...어떡하지? 딘?"
지아는 근심스런 표정으로...딘에게 물었다.
"어?..아...그거?"
"안 듣고있던거냐?!!!!!"
멍한 표정을 짓다 지아의 말에 놀란 퀘이치는 혼나고 말았다. 주먹으로.....
"그것 말이지..뭘까?...."
"장난치니?"
다시 한 대 맞은 퀘이치였다.
"알았어. 제발 때리지마......이 말만 해줄게. 난 너 편이야. 니가 잘못이라 생각하는건 죄가 아냐. 너가 죄라 생각하는건 잘못이 아냐. 오직 너가 가는 길만이 옳아. 남이 가는 길 따윈 신경쓰지마. 그리고...정의의 길엔..언제나 피냄새가 나는 법이야."
"쇼하기는...."
포리온이 양손으로 머리르 베면서 작게 중얼거렸....지만 지아는 들어버렸고 포리온은 맞았다.
"....나도 한 마디 해줄게......"
포리온이 부은 얼굴로 중얼댔다.
"조심해....난 아쉽게도 친척이라, 이정도까지만..."
"?....."
에키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포리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포리온을 말해주지 않았다.
"이번엔 내 차례군. 마침 난 친척도 아니거든."
하고 케츠는 말했다.
"간단히 말해주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 쓰레기같은 인간은 지옥에 버리면 된다구."
"?!...."
에키는 이 미친 남자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바람을 신이 들어줬는지, 때마침 미츠가 들어와 오민에게 데려다주었고 에키는 오민을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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