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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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大遠)
작품등록일 :
2014.06.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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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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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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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즈. 13장(1)

DUMMY

길리안은 옆에서 걷는 카스트로를 힐끔 쳐다봤다.

수업이 끝나면 오라고 해서 새로운 수련에 대해 말할 줄 알고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계속 걷기만 하고 있었다.

“난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많이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잠시 말을 멈췄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라이라프 영지에 다녀왔다.”

카스트로의 말에 길리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예. 부인께 들었습니다.”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이더군. 사람들도 순박하고, 확실히 수도와는 다른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예. 살기 좋은 곳입니다.”

고향 생각을 하자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엘런 경과 윌리엄 경에게서 너에 대한 지도를 부탁받았다.”

“그.. 그러셨습니까.”

살짝 말을 더듬자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는 카스트로에게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카스트로 경께서 형에게 경이라는 칭호를 쓰시니 조금 어색해서 그랬습니다.”

“기사에게 경이란 칭호는 당연한 것. 이상할 것은 없다.”

안다. 아는데도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하긴, 스승인 엘런이 형에게 경이라고 할 때도 이랬었다.

“네가 기사가 되면 그땐 길리안 경이라고 불러주마.”

그 말에 더 웃음이 났다.

당연한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

“윌리엄 경도 만나보니 본적이 있더구나.”

“형을... 아십니까?”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분명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지. 윌리엄 경도 기억하더군.”

“어떻게...”

“자작 가의 기사로 데려오려고 했었다.”

“아...”

“하지만 꿈이 있다고 거절한 후에 왕실기사가 됐지.”

그 말에 길리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작 가의 기사가 됐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팔도 다리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형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네 아버지도 만나봤다.”

“그.. 그러셨군요.”

하긴 후견인 문제로 내려갔었으니 아버지를 만나본 게 당연한데 왠지 기분이 묘했다.

“부인께서 정식으로 후견인이 되실 거다. 아무튼, 그와 별개로 난 너에 대한 지도를 부탁받았고 그걸 허락했다. 엘런 경에게 받았던 지도와는 많이 다를 거다. 그러니 앞으로는 각오하도록.”

“예.”

길리안의 대답을 들은 카스트로가 걸음을 멈췄다.

“여기엔 큰 나무가 있었다.”

그 말에 길릴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베어졌는지 두 개의 나무둥치가 보였다.

“무엇으로 베어낸 것 같으냐?”

그 물음에 둥치로 다가가 단면을 쓰다듬어 봤다.

베어지기 전에는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였을 텐데 단면이 너무 매끄러웠다.

도끼로는 절대 이렇게 못 베어내고, 톱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이상했다.

“검... 입니까?”

그 말에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떠냐. 할 수 있겠느냐?”

“음...”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름드리나무를 수평으로 한 번에 베어낸다?

솔직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벌목할 일이 있을 때도 많이 해봤고, 라이라프 산맥 깊은 곳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에 흠집도 엄청나게 많이 냈다.

정말 집중해서 힘껏 베어도 제일 많이 들어간 게 한 반 정도?

마법으로 강화된 아주 잘 드는 검이라도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베어낸다고 해도 이렇게 매끄럽게는 정말 힘들다.

“많이 베면 반 정도... 그 이상은 힘들었습니다.”

“흐음, 반이라...”

카스트로가 말끝을 흐리다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였다.

처음에 길리안이 쓰는 검을 봤다. 좋은 검도 아니고 그런 무식한 걸로 반이면 검만 바꿔도 그 이상은 가능하다는 것.

엘런 경이나 그의 형과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놀라긴 했지만 이 녀석은 정말 물건이었다.

카스트로가 입가의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내가 지도하는 대로 따라온다면 한 번에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길리안의 눈에선 어떤 열기마저 느껴졌다.

‘가르치는 재미가 있을 거라더니...’

엘런 경의 말이 생각나 속으로 웃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이도 있다는데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았다. 가르친 하나만 잘 소화하고 배우려는 자세만 돼 있어도 만족.

그런데 이 녀석은 노력하는 타입이다. 물론 그 노력이 지나칠 정도지만.

“우선은 앉아라.”

길리안이 둥치에 앉는 것을 보고 카스트로도 맞은편에 앉았다.

“수련에 들어가기 전에 듣고 싶은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너에 관한 얘기는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난 네게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제 얘기라시면...”

“왜 기사가 되려고 하는 거냐?”

“제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 제가 살아왔던 곳을 지키기 위해 기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길리안의 말에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항상 솔직한 것은 아니구나.”

“예?”

고개를 끄덕이기에 그렇구나 하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

“네 꿈이라기 보단 약속에 가깝다고 들었다만.”

“큰형과 말씀을 많이 나누셨나 보군요.”

“그랬지.”

“그렇다면 다 알고 계실 텐데 왜 제게 다시 들으려 하시는지요.”

“네게 직접 들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날 위해서가 아니다. 널 위해서지.”

“음...”

“지키고 싶었지만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아니냐?”

길리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면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싶어서겠지. 검을 휘두른다고 마음의 상처가 낫지는 않는다.”

“그건...”

카스트로를 쳐다보고 뭔가 말하려다가 그냥 고개를 숙였다.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그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 무슨 얘기를 얼마나 들었는지는 몰라도 모를 거다. 아니 알고 이해해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넘버즈가 꿈이 된 이유, 아니 그전에 기사가 되고 싶었던 진짜 이유를 떠올려보면 생각하기 싫은 어린 시절의 기억도 함께 떠올려야 했다.

지키고 싶었지만 지켜줄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첫 번째 부인이 둘째 형을 낳고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몇 년이 지나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하셨다.

어머니는 영지에서도 소문난 미인이셨다. 아직도 어머니를 기억하는 이들은 “아름다운 분이셨지,”라는 말로 시작하니까.

흔히 볼 수 없는 보랏빛 머리칼이 참 잘 어울리는 미인이셨다.

어머니는 원래 영지 태생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런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는지, 어떻게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지는 말씀을 안 해주셔서 모르겠다.

물론 물어보지도 못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후버가 남자들에게 행복했던 기억이기도 했지만, 아픈 상처이기도 했기에 집에서 어머니 얘기를 꺼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기에, 그리고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기에 다들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 이야기.

큰형과는 12살, 작은 형과는 8살 차이였다.

날 때부터 있었던 형들이기에 어릴 때는 이복형제라는 것도 몰랐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큰형은 원래부터 기사가 꿈이었다.

아버지는 반대하셨지만, 어머니는 큰형의 꿈을 지지해주셨다. 큰형이 영지에서 기사교육을 받고 아카데미까지 갈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힘이 컸다.

아카데미에 갈 때 그렇게 하고 싶으면 너 스스로의 힘으로 해보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옆에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큰형이 어머니를 본 마지막이 됐지만.

기사교육을 받는 큰형의 모습은 어린 시절엔 무척이나 멋있게 비쳤다.

나도 큰형처럼 기사가 될 거라고 말하며 또래의 아이들과 막대기를 들고 항상 칼싸움을 하고 놀았었다.

한 대 맞으면 울기도 하고 항상 다치고 들어오기 일 수.

그럴 때면 상처를 치료해 주시던 어머니가 물으셨다.

“길리안 정말 기사가 될 거니?”

“네. 큰형처럼 멋진 기사가 될 거에요.”

“으음. 윌리엄은 아직 기사가 아닌 걸?”

“기사가 될 거잖아요.”

“글쎄. 그건 아직 모르는 거란다.”

“형은 될 거에요. 나도 될 거고.”

“그럼 애들이랑 하는 칼싸움 말고 정말 기사교육을 받아볼래? 그럼 이렇게 매일 다치지도 않고 엄마도 걱정을 덜 할 것 같은데?”

그럴 때면 웃으면서 나중에요 라고 대답했었다.

노는 게 훨씬 재밌었으니까.

“형이 기사가 된다고 네가 기사가 될 필요는 없단다. 지금은 재밌게 놀고 좀 더 커서 꿈이 생기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 엄마랑 약속하는 거다?”

“네.”

“그런데 만약 기사가 된다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니?”

“작은형을 혼내줄 거예요.”

“으이그.”

그러면서 뺨을 꼬집으셨다.

매일 괴롭히고 장난만 치는 작은 형은 미웠지만, 큰형은 정말 좋았다. 제일 큰 이유는 항상 잘 놀아주고 작은형을 혼내줬기 때문이었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큰형이 수도로 떠나던 날에는 어머니가 목걸이를 풀어주셨다고 했다. 학비에 보태라고 주셨는데 형은 아직도 그걸 가지고 있었다.

큰형이 떠나고 얼마 후.

어딜 다녀오는 길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마차 안에서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어머니가 품에 꼭 안고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 싸우는 소리.

무서웠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어머니도 떨고 계셨다.

낯선 남자들이 마차 문을 열고 끌어냈을 땐 거의 모두가 죽어있었다. 어떤 남자가 아는 아저씨의 무릎을 꿇려놓고 칼로 목을 벴다.

목에서 떨어져 나간 아저씨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아저씨의 부릅떠진 눈.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재미있다는 듯 웃는 낯선 남자들.

그들이 들고 있는 피 묻은 칼. 시체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무서워 울면서 어머니께 매달렸다.

남자들이 어머니와 떼 놓으려 한 후에는 잠깐 기억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다시 기억이 나는 부분은 어떤 어두컴컴한 실내.

어머니가 보였다.

울고 계셨다.

입술을 깨물고 계셨는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옷을 하나도 입고 있지 않은 어머니 위에 어떤 남자가 올라가 헐떡이고 있었다.

달려가서 때려주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때야 누가 뒤에서 안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돌아보니 역시 모르는 남자.

그가 누런 이빨을 보이며 웃으면서 작은 칼을 들어 보이고 목에 댔다.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칼날의 느낌.

사내가 칼날로 콕 찔렀는데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지워지고, 너무 아프고 무서워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제발 살려달라고,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지 않으냐고. 그러니 제발 살려달라고. 거의 울부짖다시피 하셨다.

어머니가 울면서 눈을 감고 보지 말라고, 귀를 막고 듣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귀를 막으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고, 눈을 감아도 억지로 뜨게 했다. 그렇게 뒤에 있던 남자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지켜봐야 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몇 명의 사내들이 계속 어머니를 괴롭혔다. 지금은 그게 뭔지 알아서 더 화가 나지만 그때는 그냥 괴롭히는 줄 알았다.

고통스러워하고 울고 계셨으니까.

화가 났다.

몸부림칠 때마다 사내가 위협했고 어머니만 더 힘들어질 뿐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가끔 칼로 찌르는 게 아프고 무서웠지만, 소리 지르지 않고 울지 않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힘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엄마는 내가 지킬 거라고 했었는데 지켜줄 수가 없었다.

누가 와서 저들을 다 죽여주길 바랐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비명과 싸우는 소리.

사내들이 밖으로 달려 나갔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 있던 사내가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지만 들어온 기사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뜨뜻한 뭔가가 옷을 적셔서 보니 피였다.

뒤에 있던 사내는 쓰러지고 달려온 기사가 망토를 풀어 어머니의 몸을 덮어줬다.

그 기사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다고,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그의 품에 안겨서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그가 바로 스승인 엘런이었다.

끔찍한 일을 당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 아팠다.

악몽에 시달려 무서웠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그렇게 괴롭히던 작은형이 물수건을 갈아주고 있었다.

조금 나아졌을 때 바로 어머니의 방으로 갔다.

울고 계셨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날 일은 잊어버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울지 말라고 위로해도 소용이 없었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으셨다. 그 후론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며칠을 내내 울기만 하셨다.

그날도 일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방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울지 않고 잠들어 계셨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으신 줄 알았다.

이상한 건 어머니 대신에 아버지가 울고 계셨고 작은 형도 울고 있었다.

뭔가 불안해서 달려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항상 따뜻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차가웠다.

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으셨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아버지가 말씀해주셔서 알았다.

어머니가 죽었다는 걸.

장례를 치르고도 며칠 동안 울기만 했다.

달래주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고, 그래서 어머니가 죽은 거라고.

아버지는 아니라고 하셨다.

자기가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었다.

며칠 후에 큰형이 내려왔다.

말에서 내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게 소식을 받자마자 쉬지 않고 달려온 듯했다.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형은 땅을 치며 울었다.

자기가 지킬 수 있었다고, 수도에 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킬 수 있었다고. 기사가 될 때까지 지켜봐 주신다고 하고 이러는 게 어디 있느냐고, 그렇게 서럽게 울어댔다.

그때 형이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

형에게도 미안했다.

어머니가 그렇게 된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있는 것 같아서. 형도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어머니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형은 어머니의 묘비 앞에서 약속했다.

최고의 기사가 되겠다는 약속, 어머니가 가만히 있어도 소식이 전해질 수 있게 넘버즈가 되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형에게 물었었다.

넘버즈가 되면 어머니가 소식을 들을 수 있느냐고.

형이 그렇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땐 그런 줄 알았다.

형 옆에서 같이 약속했다.

나도 기사가 되겠다고, 넘버즈가 돼서 꼭 어머니가 소식을 듣게 할 거라고.

형과 함께 엘런 경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넘버즈가 뭔지도 모르면서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엘런 경이 웃으며 말했다.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노력해야 한다고. 죽도록 노력해도 오를 수 없을 만큼 힘든 자리라고 했다.

그날부터 검을 잡았다.

더는 울지 않았고 가르쳐주는 대로 배우고 익혀나갔다.

훈련은 무척 힘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지 않고 오로지 배운 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약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어머니를 지키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울기만 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두 번 다시는 무기력하게 당하지만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머니랑 약속했었다.

꿈이 생기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어머니랑 한 약속을 꼭 지킬 거라고 되뇌면서.

작은형도 변했다.

검을 잡은 건 작은형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말썽 피우고 장난만 쳤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더는 웃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밤까지 농사일에만 매달리셨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난 후로 후버 가의 남자들은 웃음을 잃었고, 말수도 적어졌다.

큰형은 졸업하자마자 기사가 됐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아버지도 형이 자랑스러우셨는지 영주 님께 청해 축제를 벌이셨다. 물론 형은 아직도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은근 좋아하는 눈치긴 했다.

형은 기안 왕국과 국경을 접한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 소식을 듣고 몇 달 후에 형이 영지로 돌아왔다.

그때가 13살이 됐을 때였다.

번쩍거리는 풀 플레이트 아머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반갑게 형을 맞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형을 보고 눈물을 보이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처음이었고 그때가 두 번째 본 아버지의 눈물이었다.

아버지는 형에게 괜찮으냐고 물으셨고, 형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리가 좀 불편해 보였지만 작은 부상이라 생각했다.

형도 별것 아닌 것 같이 말했고, 부상 때문에 잠시 집에 쉬러 온 거로 생각했었다. 아버지도 오랜만에 본 장남이 반갑고 대견해서 눈물을 보이신 줄 알았다.

그런데 방에 들어간 큰형은 하루가 지났는데도 밖에 나오질 않았다.

수련을 마치고 돌아와 형의 방문이 잠겨 있기에 불안해서 부수고 들어갔다.

형은 갑옷을 벗지도 않고 벽에 기대앉아있었다.

울고 있었다.

큰형의 눈물 역시 두 번째로 본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어서 그런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 대신 갑옷을 벗으려 했다.

옆에서 그걸 도왔다.

갑옷을 벗고 나서야 알았다.

형의 왼팔이 잘려나가고 없는 것을.

기사에게 팔 하나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말을 타도 무기를 들 수가 없고, 다른 장치를 해서 간신히 무기를 든다고 해도 제대로 된 전투력이 나올 리가 없다.

거기에 절름발이가 됐다고 했다. 다 나아도 제대로 걷거나 뛰기는 힘들 거라 했다.

아버지의 눈물이 이해가 갔다.

형이 왜 우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어머니와 한 약속.

지키기 힘들다고 해도 노력은 해 볼 텐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어진 것이니까.

우는 형을 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형에게 말했다.

형의 꿈 내가 이어받겠다고, 어머니와의 약속 내가 지킬 거라고. 난 형의 동생이고 어머니의 아들이니까 내가 다 하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었다.

그전까지는 멋모르고 그런 거지만 그때부터는 진짜였다.

형의 꿈도 이제는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다시 한 번 넘버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길리안은 어깨를 감싸는 손에 고개를 들었다.

“어... 음...”

이베트 자작 부인이었다.

생각에 빠져 있다가 순간 어머니인 줄 알고 부를 뻔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줬다.

그때야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멈추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단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까 봐 꼭꼭 숨겨두고 떠올리지 않았던 기억. 지우거나 봉인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기억.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

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면,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면.

어쩌면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까지는 하지 않으셨을지 모른다는 생각.

어머니께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아무도 탓하진 않았지만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약속한 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이베트가 길리안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후 길리안이 슬며시 그녀를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뒤돌아 성큼성큼 걸어갔다.

카스트로가 따라가려 했지만 이베트가 그를 잡았다.

“그냥 두세요.”

“저대로 두면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이베트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있다면 내게도 알려주지 그러셨어요.”

“음...”

“그런 상처는 극복하지 못하는 거랍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마다 견뎌내는 것일 뿐.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딴생각으로 지운다 해도 그때뿐이란 것을. 그것이 두려워 피하고 있었다는 걸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저 아이를 보면서.”

카스트로는 대답 없이 멀어져가는 길리안의 모습을 쳐다봤다.

“저 아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거울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거울 속에 비친 내 눈을 보는... 지금은 힘들지만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 무너질지도 모르죠.”

카스트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특히 뭔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이들은 자신의 무력함을 느꼈을 때 검이 부러진다. 스스로 강한 의지와 정신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가 그런 늪에 빠져버리면 더욱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머릿속에 각인된 아픈 기억에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답니다. 그 아픈 상처와 마주한다는 건 너무 두려운 일이지만, 살아가는 동안엔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겠지요. 이렇게 말하지만, 아직도 아프고 두렵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도망칠 수 없는 것에서 도망치려 자신을 망가트리진 않을 테니까요. 아픈 상처를 치료해줄 수는 없지만 몸까지 망가지게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잘 지도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답을 들은 이베트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카스트로는 그저 씁쓸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길리안과 이베트를 번갈아 볼 뿐.

길리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어린 나이게 받은 큰 충격은 분명 벗어나기 힘든 상처일 것이고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녀석의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이 아무것도 아닐 만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고 아직 아물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상처가 강해진 원동력이 됐겠지만 분명 독이 될 때가 있을 것이고 큰 약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뭘 가르쳐도 그걸 도망치는 대만 사용하는 거라면 이쪽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카스트로는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천과 댓글은 글쟁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길리안의 아픈 상처입니다좀 더 뒤에 나올 얘기였지만...

넘버즈가 대단하고 아니고를 떠나 그 길을 선택하고 가려했던 진짜이유라 할 수 있지요.

넘버즈에 대한 이상적인 면 말고 곧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오겠지만요.

그나저나 쓰면서도 우울해지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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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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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넘버즈. 32장(2) +6 18.01.01 1,837 56 12쪽
193 넘버즈. 32장(1) +18 17.12.29 2,054 57 12쪽
192 넘버즈. 31장(11) +12 17.12.27 2,003 58 14쪽
191 넘버즈. 31장(10) +16 17.12.25 1,939 63 12쪽
190 넘버즈. 31장(9) +16 17.12.22 2,118 67 12쪽
189 넘버즈. 31장(8) +18 17.12.20 2,017 66 13쪽
188 넘버즈. 31장(7) +14 17.12.18 2,044 59 12쪽
187 넘버즈. 31장(6) +12 17.12.15 2,062 68 13쪽
186 넘버즈. 31장(5) +8 17.12.13 2,095 66 12쪽
185 넘버즈. 31장(4) +9 17.12.11 2,035 63 13쪽
184 넘버즈. 31장(3) +12 17.12.08 2,012 66 12쪽
183 넘버즈. 31장(2) +8 17.12.06 2,044 70 13쪽
182 넘버즈. 31장(1) +18 17.12.04 2,094 68 13쪽
181 넘버즈. 30장(12) +24 17.12.01 2,122 81 14쪽
180 넘버즈. 30장(11) +12 17.11.29 2,100 67 15쪽
179 넘버즈. 30장(10) +10 17.11.27 2,045 59 12쪽
178 넘버즈. 30장(9) +8 17.11.24 2,160 61 12쪽
177 넘버즈. 30장(8) +6 17.11.22 2,149 63 12쪽
176 넘버즈. 30장(7) +11 17.11.20 2,255 63 12쪽
175 넘버즈. 30장(6) +4 17.11.17 2,230 68 12쪽
174 넘버즈. 30장(5) +13 17.11.15 2,302 69 12쪽
173 넘버즈. 30장(4) +13 17.11.13 2,258 71 11쪽
172 넘버즈. 30장(3) +8 17.11.11 2,303 63 14쪽
171 넘버즈. 30장(2) +8 17.11.10 2,490 70 12쪽
170 넘버즈. 30장(1) +20 17.11.09 2,324 64 12쪽
169 넘버즈. 29장(10) +6 17.11.08 2,358 67 11쪽
168 넘버즈. 29장(9) +10 17.11.07 2,373 62 11쪽
167 넘버즈. 29장(8) +8 17.11.06 2,473 74 13쪽
166 넘버즈. 29장(7) +15 17.11.04 2,460 75 11쪽
165 넘버즈. 29장(6) +13 17.11.03 2,502 70 12쪽
164 넘버즈. 29장(5) +12 17.11.02 2,495 74 12쪽
163 넘버즈. 29장(4) +12 17.11.01 2,508 71 14쪽
162 넘버즈. 29장(3) +18 17.10.31 2,472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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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넘버즈. 28장(6) +14 17.10.27 2,667 75 15쪽
158 넘버즈. 28장(5) +20 17.10.26 2,591 77 12쪽
157 넘버즈. 28장(4) +8 17.10.25 2,625 79 15쪽
156 넘버즈. 28장(3) +20 17.10.24 2,682 86 11쪽
155 넘버즈. 28장(2) +17 17.10.23 2,652 78 13쪽
154 넘버즈. 28장(1) +8 17.10.21 2,809 85 14쪽
153 넘버즈. 27장(8) +28 17.10.20 2,754 110 16쪽
152 넘버즈. 27장(7) +10 17.10.19 2,801 89 11쪽
151 넘버즈. 27장(6) +16 17.10.18 2,834 82 12쪽
150 넘버즈. 27장(5) +22 17.10.17 3,138 8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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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넘버즈. 25장(8) +13 17.09.27 3,386 100 15쪽
132 넘버즈. 25장(7) +15 17.09.26 3,430 93 11쪽
131 넘버즈. 25장(6) +16 17.09.25 3,612 106 12쪽
130 넘버즈. 25장(5) +10 17.09.23 3,590 113 13쪽
129 넘버즈. 25장(4) +9 17.09.22 3,719 100 14쪽
128 넘버즈. 25장(3) +7 17.09.21 3,518 100 14쪽
127 넘버즈. 25장(2) +13 17.09.20 3,540 105 14쪽
126 넘버즈. 25장(1) +12 17.09.19 3,629 106 13쪽
125 넘버즈. 24장(4) +19 17.09.18 3,665 96 14쪽
124 넘버즈. 24장(3) +12 17.09.16 3,742 105 13쪽
123 넘버즈. 24장(2) +19 17.09.15 3,617 113 14쪽
122 넘버즈. 24장(1) +12 17.09.14 3,672 103 13쪽
121 넘버즈. 23장(7) +14 17.09.13 3,671 119 13쪽
120 넘버즈. 23장(6) +12 17.09.12 3,630 109 12쪽
119 넘버즈. 23장(5) +18 17.09.11 3,582 102 13쪽
118 넘버즈. 23장(4) +18 17.09.09 4,082 107 15쪽
117 넘버즈. 23장(3) +14 17.09.08 3,649 115 13쪽
116 넘버즈. 23장(2) +16 17.09.07 3,609 109 13쪽
115 넘버즈. 23장(1) +7 17.09.06 3,779 105 16쪽
114 넘버즈. 22장(8) +6 17.09.05 3,774 112 14쪽
113 넘버즈. 22장(7) +19 17.09.04 4,246 134 13쪽
112 넘버즈. 22장(6) +5 17.09.02 3,783 103 16쪽
111 넘버즈. 22장(5) +8 17.09.01 3,831 104 15쪽
110 넘버즈. 22장(4) +13 17.08.30 3,872 114 13쪽
109 넘버즈. 22장(3) +9 17.08.28 3,827 106 13쪽
108 넘버즈. 22장(2) +11 17.08.25 3,889 99 16쪽
107 넘버즈. 22장(1) +14 17.08.23 4,055 107 13쪽
106 넘버즈. 21장(9) +15 17.08.21 3,874 103 15쪽
105 넘버즈. 21장(8) +16 17.08.18 3,930 111 14쪽
104 넘버즈. 21장(7) +4 17.08.16 4,462 110 14쪽
103 넘버즈. 21장(6) +18 17.08.14 4,211 105 13쪽
102 넘버즈. 21장(5) +8 17.08.11 4,130 104 13쪽
101 넘버즈. 21장(4) +14 17.08.09 4,097 113 14쪽
100 넘버즈. 21장(3) +14 17.08.07 4,417 119 12쪽
99 넘버즈. 21장(2) +94 14.09.26 14,415 469 13쪽
98 넘버즈. 21장(1) +69 14.09.24 11,446 496 13쪽
97 넘버즈. 20장(4) +99 14.09.22 12,792 599 14쪽
96 넘버즈. 20장(3) +64 14.09.19 11,897 467 16쪽
95 넘버즈. 20장(2) +45 14.09.17 12,407 473 14쪽
94 넘버즈. 20장(1) +50 14.09.15 13,531 504 15쪽
93 넘버즈. 19장(4) +43 14.09.12 13,432 480 13쪽
92 넘버즈. 19장(3) +79 14.09.10 14,452 516 12쪽
91 넘버즈. 19장(2) +186 14.09.04 15,804 540 13쪽
90 넘버즈. 19장(1) +86 14.09.03 14,966 699 14쪽
89 넘버즈. 18장(4) +102 14.09.02 14,908 544 13쪽
88 넘버즈. 18장(3) +72 14.09.01 14,911 560 13쪽
87 넘버즈. 18장(2) +58 14.08.29 15,725 557 11쪽
86 넘버즈. 18장(1) +54 14.08.28 16,169 559 15쪽
85 넘버즈. 17장(3) +81 14.08.27 15,870 574 14쪽
84 넘버즈. 17장(2) +76 14.08.26 15,206 611 14쪽
83 넘버즈. 17장(1) +71 14.08.25 15,590 63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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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넘버즈. 16장(4) +67 14.08.20 16,221 608 15쪽
79 넘버즈. 16장(3) +59 14.08.19 16,644 587 14쪽
78 넘버즈. 16장(2) +44 14.08.18 16,483 549 17쪽
77 넘버즈. 16장(1) +49 14.08.15 17,456 587 17쪽
76 넘버즈. 15장(6) +31 14.08.14 16,179 536 15쪽
75 넘버즈. 15장(5) +42 14.08.13 16,955 641 15쪽
74 넘버즈. 15장(4) +76 14.08.12 16,742 569 16쪽
73 넘버즈. 15장(3) +71 14.08.11 17,086 580 16쪽
72 넘버즈. 15장(2) +60 14.08.09 18,422 598 17쪽
71 넘버즈. 15장(1) +29 14.08.08 18,251 5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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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넘버즈. 14장(4) +46 14.08.06 18,492 595 17쪽
68 넘버즈. 14장(3) +46 14.08.05 19,356 587 16쪽
67 넘버즈. 14장(2) +33 14.08.04 19,477 6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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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넘버즈. 13장(2) +41 14.07.30 21,603 662 17쪽
» 넘버즈. 13장(1) +84 14.07.27 23,966 75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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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넘버즈. 12장(1) +69 14.07.21 23,520 754 14쪽
57 넘버즈. 11장(6) +47 14.07.19 26,079 91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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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넘버즈. 11장(4) +55 14.07.17 23,599 76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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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넘버즈. 11장(2) +56 14.07.15 23,597 751 20쪽
52 넘버즈. 11장(1) +49 14.07.14 24,566 800 21쪽
51 넘버즈. 10장(3) +49 14.07.12 23,839 731 14쪽
50 넘버즈. 10장(2) +41 14.07.11 24,719 867 15쪽
49 넘버즈. 10장(1) +27 14.07.10 24,402 76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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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넘버즈. 9장(3) +40 14.07.08 24,177 797 11쪽
46 넘버즈. 9장(2) +37 14.07.07 25,120 825 14쪽
45 넘버즈. 9장(1) +41 14.07.07 25,192 7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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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넘버즈. 8장(5) +31 14.07.04 24,835 750 15쪽
42 넘버즈. 8장(4) +26 14.07.03 24,870 776 12쪽
41 넘버즈. 8장(3) +32 14.07.02 24,806 773 11쪽
40 넘버즈. 8장(2) +21 14.07.02 25,407 762 9쪽
39 넘버즈. 8장(1) +33 14.07.01 25,779 777 13쪽
38 넘버즈. 7장(4) +33 14.06.30 25,500 779 11쪽
37 넘버즈. 7장(3) +32 14.06.29 25,332 771 11쪽
36 넘버즈. 7장(2) +24 14.06.28 25,629 750 12쪽
35 넘버즈. 7장(1) +20 14.06.27 25,705 771 10쪽
34 넘버즈. 6장(9) +31 14.06.26 25,076 807 13쪽
33 넘버즈. 6장(8) +15 14.06.26 24,994 806 11쪽
32 넘버즈. 6장(7) +24 14.06.25 25,628 816 12쪽
31 넘버즈. 6장(6) +34 14.06.24 25,608 80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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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넘버즈. 6장(3) +20 14.06.21 25,282 832 10쪽
27 넘버즈. 6장(2) +23 14.06.20 25,578 811 12쪽
26 넘버즈. 6장(1) +29 14.06.19 25,675 845 10쪽
25 넘버즈. 5장(3) +18 14.06.18 26,603 938 10쪽
24 넘버즈. 5장(2) +13 14.06.18 25,695 816 10쪽
23 넘버즈. 5장(1) +23 14.06.17 26,130 814 11쪽
22 넘버즈. 4장(7) +22 14.06.16 25,907 850 12쪽
21 넘버즈. 4장(6) +21 14.06.15 26,230 817 10쪽
20 넘버즈. 4장(5) +25 14.06.14 26,387 822 10쪽
19 넘버즈. 4장(4) +24 14.06.14 26,258 790 9쪽
18 넘버즈. 4장(3) +18 14.06.13 26,323 817 11쪽
17 넘버즈. 4장(2) +26 14.06.12 26,470 855 9쪽
16 넘버즈. 4장(1) +20 14.06.11 26,647 839 8쪽
15 넘버즈. 3장(6) +22 14.06.11 27,118 811 12쪽
14 넘버즈. 3장(5) +24 14.06.10 27,698 813 9쪽
13 넘버즈. 3장(4) +23 14.06.09 27,798 859 9쪽
12 넘버즈. 3장(3) +18 14.06.09 29,886 964 10쪽
11 넘버즈. 3장(2) +15 14.06.08 30,245 996 8쪽
10 넘버즈. 3장(1) +17 14.06.08 30,260 959 8쪽
9 넘버즈. 2장(5) +18 14.06.07 30,268 882 11쪽
8 넘버즈. 2장(4) +21 14.06.07 30,388 1,010 8쪽
7 넘버즈. 2장(3) +19 14.06.06 29,849 897 10쪽
6 넘버즈. 2장(2) +15 14.06.06 31,482 992 8쪽
5 넘버즈. 2장(1) +19 14.06.06 33,399 988 8쪽
4 넘버즈. 1장(4) +21 14.06.05 34,383 1,025 8쪽
3 넘버즈. 1장(3) +15 14.06.05 38,067 1,16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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