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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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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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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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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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던전 - 29

DUMMY

박알바는 요리선생님의 강의에 맞춰 열심히 잡채를 만들 준비를 했다. 이미 갖은 야채는 손질을 끝낸 상태였고 이제 시작만이 남아 있었다.


“우선 여러분들 요리하시면서 주의할 점은 당면을 어떻게 삶아서 맛을 내느냐~ 입니다. 키포인트는 뭐다? 당면이다~ 아셨죠?”

“네~~~”

오늘도 역시나 나를 비롯하여 다른 수강생들도 활기찼다.


“그럼 당면의 맛을 내는 거 오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우선 당면을 미지근한 물에 불려주세요. 그리고 손질된 야채는 채 썰기를 해주시면 됩니다. 자 시작해보도록 하죠.”

박알바는 요리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당면을 물에 풀고, 야채들을 오이부터 하나씩 채 썰기 시작했다.

오이 채 썰기가 끝나자 표고버섯, 목이버섯, 양파, 당근, 도라지, 숙주들도 채 썰었다. 아직 채 썰기는 숙련되지가 않아 다른 사람들이 다할 때쯤에야 겨우 반 정도 할 수 있었다.


“야채 채 썰기 끝나신 분은 당면을 끓는 물에 삶으시구요. 면이 투명해질 때까지 삶으시면 되겠습니다. 삶으시면서 저어주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이번엔 재료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강의 내용을 따라가느라 박알바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열심히 했다. 사방에서 물이 끓으니 땀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도 없었기도 했지만 박알바는 땀방울도 잊은 채 온 정신을 잡채 만드는데 집중했다.



“당면을 삶으면서 놀면 안 돼겠죠? 재료가 많으니 빨리 빨리 진행하셔야 맛있는 잡채가 완성됩니다~ 바로 계란 지단을 채 썰어주시구요. 지단은 고명으로 들어가거든요. 고명은 곱게 채 썰어주셔야겠죠? 그래야 이쁘게 모양이 나옵니다~”

아 바쁘다 바빠. 할 게 너무 많아, 눈이 핑 돌아 갈 지경이었다. 급한 마음이 반영되듯 박알바의 칼질은 갈수록 빨라지며 다른 수강생들의 진도를 겨우겨우 따라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다 삶아진 당면을 채에 건져서 찬물에 헹궈주시구요. 너무 길기 때문에 한번 잘라주시면 됩니다.”

박알바는 너무 짧은 당면은 안 좋아해서 그냥 한번 칼질로 반 토막만 냈다.


“다 하셨나요~~ 그럼 양념을 할게요. 간장, 설탕, 참기름을 당면과 버무립니다. 여기까지 하시면 잡채요리의 1단계가 끝이 납니다. 잠시 하시고 계세요. 옆 강의실에 금방 갔다 올게요. ”

요리 선생님이 옆 강의실로 잠시 간 동안 박알바는 겨우 1단계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당면과 각종 야채들이 다 준비되어 있었고, 이제 요리를 할 단계만이 남아 있었다. 빨리 선생님이 오길 기다렸다. 준비는 끝났다.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죠?”

요리선생님이 돌아왔다.

“아니요~~~~”

박알바는 마음속으로는 네~ 라고 했지만 혼자 튈 수는 없었다. 빨리 강의를 진행해달라고 요리선생님께 눈빛을 보냈다.


마침 요리선생님도 박알바에게 할 말이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박시정님?”

“네?”

“혹시 아실지 모르지만, 옆 강의실에서는 요리대회반이 있거든요. 방금 가서 수강생분들과 이야기 하고 왔는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 강의가 끝난 후에 옆 강의실 가셔서 맛을 보시고, 그 중에 한가지 음식을 집에 가지고 가셔서 사장님과 같이 드셔주셨으면 해서요. 어떠세요?”

“글쎄요..”

박알바는 선생님의 요청에 우선 한 발 뺐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업 들으실 때마다 집에 가실 때 요리 하나만 선택해서 들고 가시면 끝이에요. 다른 건 전혀 없구요~ 전혀 불편하지 않으실 거에요. 박시정님께서 이 제안을 받아주신다면 옆 강의실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많은 수강생들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그리고 박시정님은 저희 학원에 명예회원으로 등록이 되는 것은 물론, 평생 교육비를 받지도 않고 수강 신청 할 필요 없이, 언제나 오시면 환영해 드릴게요. 부탁드려요~”

와~~~~~~~~~~~~~~~~~~

다른 수강생들의 함성이었다. 내가 들어도 괜찮은 내용이었다.


“합죠!! 할게요!”

박알바는 생각할 것도 없이 흔쾌히 오케이 했다. 어차피 식사란 한 가지의 반찬만으로 먹을 수 없었다. 하루 3끼를 먹는 다고 하면 국과 반찬이 최소 몇 가지는 필요했다. 거기다가 혼자가 아닌 사장님과 같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식사를 준비하는 박알바로서는 요리가 많을수록 좋았다.


이렇게 매일 직접 하는 요리 1개와 대회준비반의 요리 1개씩이 추가된다면 하루 가사 일과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하는 고민도 줄어들 테니 일석 몇조의 기회였다.

장을 덜 봐도 되고, 요리를 덜 해도 되고, 맛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말이다. 맛이 없다면 안 들고 오면 되니 말이다.


“그럼 강의 다시 시작할게요. 재료는 한번에 하나씩만 볶으시면 됩니다. 절대 같이 볶으시면 안 되요~ 우선 제일 먼저 당면을 살짝 볶으시고 그 다음은 오이를 볶으시면 됩니다.”


박알바는 당면과 오이를 금방 데치고 잡채를 조금씩 완성시켜 나갔다. 나머지 재료들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다 볶았다.


“자 이제는 볶은 당면들과 재료들을 한데 버무려 볼게요. 전부 섞어주시면서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춰주시면 돼요. 그럼 잡채요리가 완성이 됩니다.”


박알바는 볼에다가 당면과 온갖 재료들을 다 넣고 버무렸다.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고는 한 가닥의 당면을 집어 맛을 보았다.


“오!!!!!!!”

그래 이 맛이야! 게다가 방금 만들어서 그런지, 더욱더 잡채가 맛있었다. 빨리 집에 가서 사장님에게도 한입 먹여주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자 오늘은 이것으로 강의를 마칠게요. 자신의 자리는 자신이 청소해주시구요~ 박시정님? 옆 강의실에 같이 가보실까요?”

요리선생님의 환한 미소에 이끌려 박알바는 옆 강의실에 함께 갔다.


옆 강의실은 요리대회반이었는데, 역시나 대회를 준비하는 요리답게 다들 모양이 틀렸다. 박알바가 수강하고 있는 자격증반은 모두 모양이 같고 재료가 같다. 즉, 같은 재료로 미리 정의된 하나의 음식을 테스트 받는 곳이라서 다 같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리대회반은 전부 다른 재료로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그런 자리였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네요. 한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은 요리대회반은 일주일전에 오늘 무슨 컨셉의 요리를 할 것인지를 수강생들에게 미리 알려 드려요. 수강생들은 오늘을 대비하며 며칠간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할지를 고민하게 되죠. 물론 집에서 만들어보겠지만 그게 완성된 것은 아니에요.

여기서 한번 만들어보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이어져요. 그리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요리하게 되죠. 지금이 바로 다시 요리하는 단계에요.”

“아.. 그렇군요..”

요리대회반은 자격증반과는 다르게 눈빛들이 틀렸다. 눈에서 창작의욕이 철철 흘러 넘쳤다. 아무래도 돈을 주고 서로 배우러 오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의욕들이 대단했다.


“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수강생들도 있네요?”

박알바의 눈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보였다.

“아 저 친구들은 대학특례입학을 위해서 지금 여기서 준비 중이에요. 대회에 참가해서 수상을 하게 되면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아 그렇군요. 생각도 못했네요.”



“오늘 요리는 비빔밥이 주제에요. 전주비빔밥축제가 10월에 열리긴 하지만 그전에 몇 번씩 준비를 하죠. 몇 번의 준비를 거칠수록 더욱 완벽한 요리가 탄생한답니다.”

요리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수강생들의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짝짝~

“자~ 시간 다 됐어요~~ 모두 손 그만 놀리시고 맛 테스트 들어갑니다. 박시정님도 같이 저를 따라서 맛 시식 해주시면 돼요. 가장 입맛에 맞는걸 집에 들고 가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네? 네.”

요리대회반 선생님의 말씀에 박알바는 요리대회반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오늘은 양손이 가득했다. 한 손엔 잡채. 다른 한 손엔 비빔밥이 들려 있었다. 집에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저녁을 준비할 필요도 없이 그냥 요리학원에 가면 요리 가르쳐줘, 저녁에 먹을 요리도 챙겨줘 1석 2조였다.


게다가 잡채는 어려운 요리 중에 하나였는데 요리 선생님의 강의 아래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잡채요리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게 재미있고도 보람 찼다.


“다녀왔습니다.”

박알바는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너 이 새끼!!!!!!!!!! 뒤졌어!!!!!!”

그 순간 사장님의 한 맺힌 외침이 들려왔다.


“?!!”

뒤진다는 말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몸이 반응할 틈도 없이 박알바의 시야에 2개의 발이 가득 찼다.


마치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날라차기 하던 모습과 흡사한 사장의 양발 날라차기는 박알바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쿠당탕탕~

“아아아악~~~~~~~~~~~~~~~~~~”

박알바는 충격에 나뒹굴었고, 그 충격에 박알바 손에 들려진 잡채와 비빔밥이 든 밀폐용기는 야속하게도 박알바의 손에서 이탈했다.


“안돼!!!~~~~~~”

박알바는 뒤늦게 손을 다시 뻗어보지만 손에서 이탈한 밀폐용기는 공중에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잡채야!!!!!!!!!! 안돼!!!~~~~~~”

박알바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폐용기의 뚜겅이 열리며, 밀폐용기 안에 들었던 잡채와 비빔밥들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트리플 악셀을 하며 흩뿌려졌다.


“안돼~~~~~~”

박알바는 손을 뻗은 상태로 절규를 했다.


쿵~

사장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4층 건물을 잠시나마 흔들었다.

“아악! 허리! 내 허리~~”

사장은 무리한 날라차기를 했던 모양인지 허리가 삐끗해서 고통을 호소했다.


그 동안 적막했던 2층은 현관 및 계단이 금새 온통 잡채와 비빔밥으로 도배가 되었고, 한 명은 무릎을 꿇고 밀폐용기를 부여잡으며 절망에 빠져있었고, 한 명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아픔을 외치고 있었다.



“메딕!! 아니 성녀님!!!!!!!!!!”

“내 잡채!!!!!!!!!!”

허리가 삐끗한 사장의 외침 소리 그리고, 잡채와 비빔밥의 처참한 모습에 박알바의 절규가 2층을 가득 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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