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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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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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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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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1장 - 필연적 퇴장 (1)

DUMMY

1장 필연적 퇴장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관통해 비쳐들었다.

그런 뜨거운 햇살이 어른거리는 책상 위에 신문 한 장이 툭 하고 던져졌다.

신문을 던진 이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는 쭈뼛쭈뼛 손을 뻗어 신문을 집어 들었다.

남자의 시선이 에이모이덴 지역지의 한 기사를 향했다.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또 시작인가?’]


타이틀 아래에 엉덩이를 부여잡고 경기장을 뛰쳐나가는 골키퍼의 사진이 개재되어 있었다.

신문을 보던 남자는 그 부분에서 멋쩍은 기침을 내뱉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탁자의 주인이 눈짓으로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을 명령했다.

남자는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신문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친선경기에서 인테르를 격파하고 상승세에 올랐던 스톰포겔스 텔스타, 그 상승세를 가로 막는 골키퍼의 악재는 어디까지 계속 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승부조작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정보원이 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2연속 무승부의 빌미를 제공한 골키퍼는 평소 조용한 인물로 설마 경기 중에 이럴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악재라는 말을 썼지만 실상 언급하기에도 불쾌한 생리현상으로 빚어진 승점 4점의 상실은 앞으로 스톰포.....]


“저.... 계속 읽어야 합니까?”

남자의 물음에 맞은편 의자에 기댄 채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이는 눈짓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 눈짓에 남자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신문을 책상에 놓았다.

“진짜 승부조작이라도 하는 건가?”

불쑥 튀어나온 말에 남자는 황급히 손을 흔들며 부인했다.

“설마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리 그래도 2경기 연속은 심하지 않나?”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때만 되면 그렇게 되는데....감독님, 믿어주십시오.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남자에게 감독이라 불린 사내,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감독인 알빈 반 브링크는 의심이 한가득 묻어나는 시선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움츠러 들면서도 남자는 필사적으로 그 눈빛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필사적인 마음에 알빈은 길게 한 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게롤드... 나도 자네를 믿고 싶네.”

알빈의 말에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주전 골키퍼인 게롤드 프로메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게롤드는 몸을 앞으로 쭉 내밀며 감격한 어투로 말했다.

“감독님, 감샇하니다. 정마르 감샇하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혀까지 씹은 게롤드를 쳐다보며 알빈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지난 2경기에서 자네가 보여준 추태에 대해 해명은 해야 할 거야. 자네를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려면 관계자들을 납득시킬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추태, 그 말에 게롤드는 몸을 뒤로 빼며 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맥 빠진 모습을 보며 알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수문장으로서 게롤드는 4년간 활약해 왔다.

게롤드는 네덜란드 2부 리그인 쥬필러 리그에서 그보다 유능한 골키퍼는 다섯 명 밖에 없다 할 정도로 유능한 골키퍼였다.

알빈은 게롤드 만큼이나 힘 빠지는 속내를 애써 숨기며 게롤드를 대체 할 2순위 골키퍼가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게롤드를 대신 할 골키퍼만 있었다면 알빈은 굳이 이런 면담까지 하면서 게롤드를 계속 기용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체재가 없는데서 비롯된 이 참담한 면담에 처량함을 느끼며 알빈은 입을 열었다.

“다음 경기까지 앞으로 4일 남았네. 그 안에 확실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거야. 만약 정규시즌 3번째 경기에서 까지 그런...흠흠.. 일이 벌어진다면 나도 자네를 감싸 줄 수 없을 걸세.”

속내와는 다른 알빈의 단호한 어조에 게롤드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고 아래위로 움직이는 게롤드의 고개 짓을 바라보다 알빈은 손을 흔들어 그 행동을 멈췄다.

고개 짓을 멈춘 알빈은 비장한 표정으로 알빈을 바라봤다.

“반드시 이유를 밝혀내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게롤드의 우렁찬 대답을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다 알빈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게롤드의 눈빛이 알빈의 고개 짓을 따라 매섭게 번뜩였다.



“거기서 왜 날 찾아오는 건데?”

심드렁한 어투로 대답하는 검은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며 게롤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이 일에 가장 적격이라 생각해! 제발 부탁이야 이 일을 맡아줘!”

고막을 울리는 커다란 목청에 눈가를 찌푸리며 검은 머리의 남자는 그를 올려다봤다.

장소는 라커룸,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이 둘 밖에 없었다.

훈련이 끝나 축구화를 벗고 있던 검은 머리의 남자는 팀 내 주전 골키퍼의 갑작스런 부탁에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뭘 믿고 내가 적격이라 생각 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집에 가서 경기 영상도 봐야 하고 전략 분석도 해야 돼.”

검은 머리 남자가 거절 의사를 내비치자, 게롤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라커룸에 비치된 캐비닛을 주먹으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폭탄이라도 터지는 것 같은 소음에 기함하며 검은 머리 남자는 손을 흔들었다.

“야, 그만해! 미친놈아! 그만하라고! 치려면 네 놈 캐비닛이나 쳐! 왜 남의 캐비닛을 때려 부수고 GR이야!”

검은 머리 남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게롤드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은 주먹질에 검은 머리 남자는 온 몸으로 캐비닛을 감싸 안으며 대답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미친놈아! 그만하라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망가지면 부탁이고 나발이고 절대 안 들어준다!?”

검은 머리 남자의 대답을 듣자 게롤드의 주먹질이 멈췄다.

그 극단적인 반응에 검은 머리 남자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게롤드를 바라보다 의자에 앉았다.

“부탁 들어주는 거지?”

사슴 같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롤드의 시선에 강한 부담감을 느끼며 검은 머리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못해 끄덕여지는 고개에 게롤드는 환하게 웃었다. 백구십이 넘는 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한 순수성에 거부감을 느끼며 검은 머리 남자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검은 머리 남자가 피어 올리는 불쾌감을 감지했는지 게롤드는 옷을 전부 갈아입는 동안 조용히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검은 머리 남자는 모든 걸 내려놓은 표정으로 게롤드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나보고 네가 경기 막판에 그렇게 되는 이유를 알아내 달라 이거지?”

게롤드는 검은 머리 남자의 맞은편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검은 머리 남자는 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냥 평범한 거 아니냐? 시간 지나면 낫겠지. 굳이 조사 할 필요가 있을까?”

게롤드는 고개를 저었다.

“시즌 전에는 이런 적 없어. 너도 알잖아. 프리 시즌 동안 내가 언제 그런 식으로 경기장 벗어난 적 있었어?”

“없었지...”

검은 머리 남자의 대답에 게롤드는 자신감을 얻은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히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음모가 있는 거야.”

“음모?”

“자객이 날 그렇게 만든 거지. 우리 팀이 승점을 잃도록 말이야.”

검은 머리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게롤드를 쳐다봤다. 그 표정에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는 생각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 표정에 개의치 않고 게롤드는 말했다.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이 일에는 분명 흑막이 있어. 부탁이야. 김홍준. 부디 네 직업적 경험을 살려서 이 일을 해결해줘.”

검은 머리의 남자, 김홍준은 똥 씹은 표정으로 게롤드를 쳐다봤다.

직업적 경험이라고 해봐야, 동네 취객들 상대한 게 전부인 동네 순경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게롤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홍준을 바라봤다.

게롤드를 가만히 바라보던 김홍준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러니까... 2연속 설사로 경기장에서 퇴장 당한 일을 나보고 수사 해 달라 이거지?”

“그...래.”

비극적 일을 직설적으로 듣는 게 아닌 익숙하지 않은 건지 게롤드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김홍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 시절에도 한 적 없는 수사를 머나먼 이국땅에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게 설마 응응응에 관한 거라니.

세상 참....

김홍준은 한숨을 내쉬다 헛웃음을 흘리는 흔치 않은 조합을 선보여 게롤드를 긴장시켰다.

한참을 그러던 김홍준은 마지막 한숨과 함께 마음을 굳혔다.

“그 의뢰 수락하지!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게롤드가 묘한 시선으로 김홍준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작게 헛기침을 하며 김홍준이 변명하듯 말했다.

“경찰 시절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대사거든.”

그렇게 김홍준의 사건수첩에 1페이지를 장식하는 기념비적인 첫 사건, [스톰포겔스 텔스타 정규 시즌 2경기 연속 주전 골키퍼 설사 발병 사건]이 막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홍준을 따라 게롤드가 뒤를 따랐다.

막 라커룸을 나가려던 순간, 김홍준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이 게롤드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누가 내가 예전에 경찰이었다고 말해준거냐?”

김홍준의 질문에 게롤드는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마에 나이가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던데? 우리 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

라커룸을 나서며 김홍준은 생각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그 놈 손에 반드시 수갑을 채워야겠다고.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다른 작품도 연재 중이라 주 2회 연재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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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권 1장 - 필연적 퇴장 (3) +2 15.08.22 1,968 38 8쪽
42 2권 1장 - 필연적 퇴장 (2) +2 15.08.18 2,136 3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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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권 서장 15.08.15 2,046 33 2쪽
39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후) +17 14.10.30 6,570 147 10쪽
38 후일담- 1. 비빔밥의 미학 (전) +15 14.10.28 5,662 149 8쪽
37 7장 목표는 같다. (9) +18 14.10.25 6,260 167 10쪽
36 7장 목표는 같다. (8) +18 14.10.24 6,471 17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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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7장 목표는 같다. (6) +17 14.10.20 6,687 17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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