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45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후우.....후우......후우.......후우.......들어가는건가. 들어가는거냐고. 아.진심 들어가는거냐고. 지금 마구 지금 롤러코스터 가장 위쪽으로 올라가는기분이거든. 막상 내려가기 시작하면 괜찮아지는데. 내려가기전까지의 올라감이 확실히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야. 사람들은 안그럴지 몰라도 일단 나는 그래. 그런데 왠지 다른 사람들도 이럴 것 같아.
"찰카악"
문열렸다. 문열렸어. 우동화란 놈이 먼저고, 그다음이 이 여자, 그 다음이 나...이거 뭐야. 이름순도 아니고, 대체 무슨 순이야. 젠장 들어간다. 들어간다.
이 봐. 놀라지 말라고. 면접보는 놈들. 나도 알고있어. 앞의 우동화씨를 보고 아무 표정없었는데. 뒤에 정장 두놈보고 놀라지 말라고. 그러면 우리도 알아차리잖아. 나 눈치 그렇게 많은 거 아닌데. 지금 다 알아차렸다고. 니들끼리 눈으로 화들짝 놀라지 말고, 게다가 옆사람 귓속말 갑자기 주고받지마. 웃음도 짓지마. 니들은 편한 복장이란거 나도 봐서 알고있다고. 여기 모인 모든 사람중에서 정장이 우리 두명뿐이라는거 나도 알고있다고. 너희 3명이 테이블뒤에 앉아있고, 우리 3명도 테이블 뒤에 있는데. 우리 두명이 정장이니 왠지 우리가 면접관인듯 보이긴하잖아.
"예....일단 앉아주세요."
우동화씨보면서 가벼운 표정짓고 우리 두명 보면서 살짝 떨떠름한 표정 짓지 말라고.
"그럼...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부터 해볼까요? 음....우동화씨먼저.."
다행이다. 나부터면 어쩌나 했는데.휴.....
"예. 저는 XX대학교 2학년 사회학과 21살 우동화라고 합니다. 취미는 컴퓨터게임과 농구입니다."
저렇게 하는건가. 음...좋았어.
"음....그럼..다음으로 김수아씨가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대체 뭘 적는거야? 딱히 말한 것도 없는데 뭘 자꾸 적고있어?
"저는 한국대학교 2학년 국문학과 21살 김수아입니다."
이봐. 면접관들. 잠깐 놀라는 표정 짓지 말라고, 우리나라가 대학서열사회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표현할 건 없젆아. 나하고 우동화씨는 뭐가 되냐고. 우동화씨 오늘 처음보지만 마치 동질감이 느껴지고 정이 가버리잖아. 그리고 이 여자 국문학과 였어? 이 여자 왜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곳을 다녀. 뭐. 심리학과 였으면 더 놀랐긴 하겠지만...
"취미는 음악듣기와 독서입니다. 이제까지 너무 저 혼자만이 즐기는 생활을 하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보람도 느끼고 싶어 이렇게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짜다. 거짓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 미소와 저 억양과 저 톤은 가짜다. 난 단 한순가도 만난 적이 없는 이 여자의 모습이다. 한 번 들어봤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맨 처음 첫 통화에서의 [여보세요.] 정도라면....하지만 그 외에는 들어본 기억 따위 없다.
"음..그럼 다음은 한민수씨?"
왜 나한텐 끝까지 말 안해주는데? 왜 그러는거야? 대체?
"저는 ㅇㅇ대학교 3학년 컴퓨터공학과 25살 한민수입니다. 취미는 컴퓨터게임과 컴퓨터프로그래밍입니다. 프로그래밍 뿐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내 목소리...확실히 떨리고 있다. 진짜 간단한 말인데도 이렇게 떨리고 있다. 떨리는게 너무 전해져오다보니 자의식이 너무나도 강하게 인식되서 부담스럽다. 내 몸을 마치 내가 객관적으로 느끼고 있는듯해서 제 3의 시선으로 나늘 보면서 나를 흉내내는 듯해서 미칠 것 같다......
"음....그럼....김수아씨? 뭐 봉사동아리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거 있으세요?"
이거 아무리 봐도 아니지않아? 맨처음 발표한 사람도 아니고, 맨 나중에 발표한 나도 아니고 가운데 사람한테 바로 질문이 간다는건 너무 노골적인 관심표현아니야? 게다가 표정이 너무 열려있잖아? 이 여자가 면접을 잘하는게 아니라, 이 여자가 들어오는순간 이미 면접 끝난거 아니야? 물론 내가 지목 안되서 다행이긴 하지만....일단 나나 생각해보자. 봉사동아리 들어와서 하고싶은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