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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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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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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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9막) 흐름의 끝에서 (8)

DUMMY

“죄송한데, 저는 전투마법사 훈련 대신에 파견을 ‘지원’한 거라 중간에 멋대로 돌아갈 수가 없거든요?”


“그건 고도 씨 사정이죠. 저는 왕실참모라는 직책으로 선발된 인원이기에 왕명에 따를 뿐입니다.”


벤은 당황스러웠다.

그가 예상했던 건 서로 가기 위해 싸우는 광경이었지 서로 가기 싫어서 싸우는 지금모습이 아니었기에. 큰 감정이 실린 목소리가 오고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드루이드와 수인들의 눈에는 그저 중요한 일에 대해 오순도순 토론을 나누는 모습으로 보일 테니까.

고도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전투마법사로 1년을 복무하라는 징계 아닌 징계를 받긴 했지만, 그녀에겐 이미 훈련자체가 의미 없는 상황.

생명을 통해 생명을 취한다-. 혈마법의 근원은 생명과 존재 그 자체에 있지, 항체 따위에 얽매인 것이 아니다. 혈마력을 체내에 지니고 있는 한, 전투마법을 통한 마력의 연마는 그녀에게 시간낭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벤이 이해할 수 없는 쪽은 카논의 주장이었다. 그녀가 왕실참모에 배속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절단은 어디까지나 벤의 요청에 의한 일이었지 로빈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그녀가 어째서 왕명까지 들먹이며 사절단에 남기를 원하는 건지, 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여기서 카논을 추궁했다간 그녀의 적갈색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폭발할 것만 같아, 벤은 입을 다문채로 듀라의 그림자를 밟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이게 있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나?”


앞서가던 듀라가 인장이 박힌 봉투를 흔들면서 물었다.


“예에, 제가 왕이랑 친분이 좀 있어서, 그 보증서면 충분할 겁니다.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벤의 되물음에, 듀라는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는다. 그렇지 않아도 푸르스름한 피부에 쓸쓸함이 더해진 창백한 미소였다.


“예전엔 그녀를 안을 수만 있다면 당장 나무로 돌아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품고 있던 게 단순한 욕정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지. 그냥 곁에 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거야. 이제 그녀의 곁에 남을 수 없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흐음.”


나무로 돌아간다.

엘론족이 그 숭고한 회귀의 의식에 대해서 절대 가볍게 입을 놀리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벤은 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사고와 행동을 모두 지녔던 삶을 끝마칠 때가 오면, 그들은 숲에 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려 행동을 묻고 사고만이 남은 ‘나무’로 돌아간다. 인간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개념과 비슷하게, 그들은 나무로서 자신의 생명과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엘론에게 나무라는 개체는 모두 신성한 선조들이나 마찬가지. 숲을 존중하지 않는 제국에서 그들을 제대로 된 자국민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도 했다.

벤은 너무도 가볍게, 아니, 가벼운 듯이 나무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듀라를 경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당장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조차도, 비슷한 ‘이상’에 빠져 허우적대던 꼴을 몇 번이나 지켜봤으니까.


“그런데-, 벤 당신은 저들 중 누구랑 그렇고 그런 건가?”


“......네?”

벤이 되물은 이유는, 말 그대로 듀라의 질문이 무슨 뜻이었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탁한 시선이 자신의 뒤에서 따라오며 ‘토론’을 벌이는 두 소녀에게 향했다는 사실과, 방금 전까지 듀라가 했던 말의 분위기가 함께 얽혀서 곧 어렵지 않게 그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아니, 별로......, 그런 건 아닌-”


“별로는 무슨, 딱 보면 딱인데. 그래도 더 마음이 쓰이는 쪽이 있을 거 아냐? 살짝 말해줘 봐요. 응?”


“.......”

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두 소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싸가지 없는 마법대학생과, 우직하지만 순진한 기사가 서로 사절단에 남기 위해 윽박을 지르고 있었다. 벤의 먹색 시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평소와는 다른 방식과 생각을 품은 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감상 뒤에, 그는 듀라를 향해 다시 앞을 바라본다.

“저는-”


“오! 대장! 어떻게 됐어?”


레이쇼의 밝은 목소리가 폐허의 윤곽을 따라 바람처럼 흐른다. 주변을 지나가던 수인들은 물론이고 모두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울림이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고도와 카논의 눈에서, 마침내 해답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들어오게.”


천장을 뒤덮은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침실이자 이제는 집무실이기도한 그곳에서, 한센은 그 따스하고 한가한 오후를 방해하는 노크소리였음에도 전혀 짜증이 섞이지 목소리로 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조심스럽게 열린 붉은 탕나무문 사이로 나타난 얼굴은, 가볍고 흰 셔츠차림으로 갈아입은 지나의 흐린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손녀의 죄책감 짙은 눈동자를 알아챈 노인은 그녀의 모든 걸 품어줄 것만 같은 미소로 지나를 맞아준다.


“우리 강아지 왔구나.”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끌리듯, 지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센이 앉아있는 탁자를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줄곧 내리깔고 있었던 그녀의 샛노란 시선이 노인의 깊은 눈과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가슴 깊숙한 곳부터 벅차오르는 감정과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새하얘질 정도로 깨물고 있는 입술. 그 사이에서 나올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먼저 입을 연 쪽은 한센이었다.

“미안해할 필요 없다. 이 할애비는 기쁘다. 기사로서 네가 이렇게 강해졌다는 것보다도,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다는 그 마음이 정말로 기쁘구나.”


지나는 뒤섞인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에 마르고 주름진 노인의 손을 붙잡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무릎을 덮고 있는 도복에 이마와 눈물을 맞대며, 그녀는 부모나 다름없는 손길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오는 온기를 느낀다. 그 신비한 따스함 덕분에 지나는 넘치는 목소리와 감정을 간신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입구에 옆에 서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로빈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지나는 충혈 된 눈동자를 들어 애처로운 표정을 담아 할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코끝을 살짝 꼬집으며 대답하는 검성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묻어있었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진검과 진심으로 서로 맞대고 나면, 좀 더 나은 기사가 살아남겠지요.”


“그러니까 그것을 묻고 있는 겁니다. 검성님, 당신은......”

어느새 다가온 로빈의 무거운 표정. 그는 한센 맞은편에 앉으며, 끊었던 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고의로 대련을 내주고 검성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아니십니까?”


그의 말에, 지나는 다급한 얼굴로 할아버지의 얼굴 바라본다. 하지만 노인의 손길과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고의라......, 이 늙은이에게 고의로 대련의 결과를 주무를 수 있는 힘이 남아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거꾸로 묻겠습니다. 지나를 위해 계획한 이번 선출식. 만약 검성님이 승리하게 되신다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


주름진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 없이, 그저 왕의 검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는 노인의 깊은 시선은 철저하게 날카로운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선 침묵이 스스로 깨지길 기다리고만 있을 로빈이 아니었다.


“지나는 저에게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신 것에 대해선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만, 그것이 ‘정당한’ 은퇴가 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국왕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로빈!”


지나가 으르렁대며 튀어 오르려는 것을 제지하는, 노인의 얇은 팔.


“얘야, 폐하의 말씀이 맞다. 브린타이나는 물론이고 제국마저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지금, 검성이라는 중요한 직책이 제대로 계승이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 공화국의 군을 대표하는 자리. 납득시켜야 할 것은 공화국의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타국의 검성들이기도 해.”

목소리만 가득했던 검성의 집무실에 다시금 거센 노크소리가 햇빛을 가른다. 주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서 곧바로 들어서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한센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번진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 제 검이 아직도 공화국에 봉사할 여지가 있다면 저도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와는 별개로, 제 제자놈의 검은 제가 고의로 봐줄 정도로 무르지 않습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스승님.”

로빈과 지나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는다. 자히르는 그런 그들의 환대가 기뻤는지, 탁자로 다가오는 내내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 아르바티앙의 군주 자히르 드라흐마입니다. 대관식과 더불어 그간 얼굴한번 비치지 못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반갑습니다. 로빈슨이라고 합니다.”


일어나서 손을 맞잡긴 했지만, 로빈의 시린 시선은 좀처럼 달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뒤이어 자히르와 눈이 마주친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지나 양,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되다니 행운이로군. 별일 없었나?”


“예에-. 별 이상한 아저씨한테 성추행당한 것만 빼면요.”


적의가 가득한 한 쌍의 태양빛에도, 자히르는 크게 웃으며 의자를 끌고 로빈과 한센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곧이어 다리를 꼬면서 턱을 괴는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로빈의 눈썹이 뒤틀렸지만, 찻잔을 내어주는 한센의 표정은 평화롭기만 했다.


“그래, 어쩐 일인가?”


“아, 별건 아닙니다. 그냥 검성직무에 대해서 이것저것 여쭈려고 했지요.”


마치 이미 검성의 자리에 올라있는 듯한 자히르의 태도. 그의 미소를 거만함으로 읽은 로빈은 곧바로 심기가 불편해진 입을 열었다.


“곧 검성님과 기사됨을 겨루셔야 하는데, 굳이 찾아오셔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 다소 무례하지 않습니까?”


“아뮤르 경의 제자로서,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신 분께 질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발상 자체가 검성께 무례한 생각이지요.”


“남의 여자 입술을 서슴없이 범하는걸 보니 무례에 익숙하신 분 같은데요.”


자히르는 웃음을 터트린다. 한센 또한 감탄이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미소조차 머금지 않은 건 진지한 표정의 로빈과 당황스러워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지나 뿐. 그런 그들의 반응이 또 재미있다는 듯이 자히르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며 터트린 웃음을 주워 담았다.


“이거, 한방 먹었습니다. 폐하와 지나 양은 역시 소문대로였군요.”

물론 차를 음미하는 그의 적갈색 눈동자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제 보니 스승님께서 은퇴하시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만, 제 생각엔 변함없습니다. 아뮤르라는 이름이 지닌 그릇의 크기는 지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요.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폐하께서 그 그릇을 받아줄 만큼 기사로서의 역량이 되실지 의문이군요. 그 아까운 혈통을 굳이 왕실을 잇는 일에 쓰기보다는, 저 같은 기사와의 후손을 남기는 편이 국익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역량이란 거, 한번 지금 당장 가늠해보시죠?”


검이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뽑을 기세의 로빈이었다.


“어설프게 반역죄로 잡혀 들어가고 싶진 않군요. 뭐, 언제부터 ‘공화국’에서 국왕에 대한 반역죄가 성립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제가 왕이라는 지위를 보호막으로 쓰고 있는 겁쟁이라는 듯이 들리는데요.”


“이런, 아니셨습니까?”


부딪치는 검과 튀는 피만 없었을 뿐, 탁자 위에선 살기에 가까운 영력의 기류가 차갑게 흐른다. 거리가 가까웠다면 실실 웃는 자히르의 얼굴로 주먹이라도 날렸을 듯한 로빈의 표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한센은 그 광경을 얇게 웃으며 바라만보고 있었다. 결국 강하게 책상을 치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한 목소리는 지나였다.


“뭐하는 짓들이에요, 유치하게? 정작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데 지들끼리 신나서 떠들고 앉았네! 할아버지, 나 나중에 다시 올게.”


“어, 야! 지나!”

로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자히르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남기고는 성큼성큼 문을 향해 가는 지나의 그림자를 쫓는다.

“야, 그래도 솔직히 두 남자가 너 두고 싸우는 거 기분 좋지 않았어? 이런 거 처음일거 아냐.”


질린 표정으로 돌아보며 문고리를 잡는 그녀에게, 로빈은 실언을 거듭 사과하며 따라나서야 했다.



“잘 어울리는 쌍이로군요.”


왁자한 목소리가 사라진 집무실. 자히르는 두 남녀의 흔적을 바라보며 차와 함께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니 놀리는 건 그만하게.”


“놀리다뇨? 저는 진심이었는데.”


“허- 그랬나?”

노인은 미련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뭐,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니.”




========================




“여긴 변함없네.”


버려진 목소리들의 도시 ‘칸시온 델 보스케’에서 사절단으로부터 해방된 레이쇼의 함박웃음을 뒤로 한지 일주일. 벤이 타고 있는 군마의 말발굽은 군사도시 아르보리스의 성문을 지나치고 있었다. 아르보리스 외성은 처음 봤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군용트럭의 영력원동기가 내뿜는 소음과 미세하게 역한 기름 냄새로 가득한 풍경이었다. 병사와 기사, 그리고 병기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사절단은 별다른 시선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이리스를 향한, 이쪽의 취향을 의심하는 자들의 관심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의 감상과 군마의 걸음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본성으로 길게 이어지는 언덕을 향하려던 벤의 눈에, 마주 내려오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라우치 장군!”


“음?”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부름에 반응하여 검푸른 눈동자를 빛낸다. 참모와 부관들로 둘러싸여있던 그는, 생소한 벤의 얼굴을 한참이나 고민하고 나서야 그 정체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아! 벤 경! 온다고 통신은 받았습니다만, 늦으셔서 취소된 줄로만 알았습니다.”


“예에, 중간에 들릴 곳이 좀 있어서. 로..,아니 폐하께 별다른 연락은 없었나요?”


두 남자는 말에서 내려 어색하게 악수를 나눈다. 로빈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탓이었다.


“예. 폐하께서 저에게 전언이 있으니 벤 경에게 받으시라고.......”


“아, 그렇죠.”


벤이 품에서 왕실인장이 박힌 봉투를 꺼낸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며, 그라우치는 벤의 눈치를 한번 봐보지만, 벤은 자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결국 그라우치는 간단한 영력을 흘려 봉인을 벗겨내고는 천천히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

벤은 시선을 움직일수록 미묘하게 변화해가는 그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짧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깊은 신음을 흘리기도 한다. 유쾌한 내용은 아니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으음......”


내용을 모두 읽은 그라우치의 첫 반응은, 고개를 갸웃하며 벤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결국 벤은 참고 있던 의문을 열어야했다.


“뭐라고 합니까?”


그라우치는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다시 벤과 그의 일행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리곤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참모와 부관들을 뒤돌아보았는데, 나름 인내심이 있다고 자부하던 벤조차도 재차 물을 수밖에 없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벤이 입을 떼기 직전에 그라우치의 대답이 먼저 나온다.


“벤 경의 임무는, 분명 브린타이나와의 화친을 위한 사절단이셨지요?”


“예에. 왜 그러시죠?”


그라우치는 또다시 대답대신 깊은 한숨을 먼저 내쉰다. 그리곤 복잡한 표정을 씹으며 짧게 친 갈색머리를 벅벅 긁고는, 벤을 향해 봉투를 돌려주면서 마침내 무거운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사절단이 국경을 넘으면, 곧바로 국경의 모든 수비대를 철수시키라고 하시는군요.”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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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3) +4 15.04.01 936 27 20쪽
141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2) +6 15.03.27 969 28 19쪽
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54 30 22쪽
139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64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0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197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69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0 3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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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299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0 33 20쪽
12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03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1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77 32 12쪽
12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2) +8 15.01.27 1,359 35 21쪽
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83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89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09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0 41 15쪽
119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7) +6 15.01.21 1,336 28 18쪽
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8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3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40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7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4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1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4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4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2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6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29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4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3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39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4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7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7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6 44 17쪽
95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3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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