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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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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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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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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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DUMMY

공화국으로 통하는 목이자 혈맥. 지난 200년간 굳건한 공화국의 방패로서 적의 통과를 허락하지 않았던 베르달이 하루아침에 붕괴되었다. 로빈은 처음 드렌턴의 외침을 듣고 나서도, 그리고 지휘통제실로 달려갈 때까지도 좀처럼 그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차갑고 날카롭게 로빈을 맞이한다.


“크라트는? 지휘부에서의 연락은 없었나? 어째서 그 넓은 지역이 공격당하는데 통신하나 없었던 것이냐?”


문을 열자마자 들려온 것은 마누앙의 거친 목소리였다. 그 또한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는지, 상기된 얼굴로 외투를 벗어던진 채였다.


“새벽 1차정기보고 직후에 습격을 해온 모양입니다. 적이 투입한 전투마법사의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베르달 전역이 통신방해를 받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첫 통신도 베르메스 평원까지 퇴각한 병력에게서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훈련받은 통신병이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분하고 명확했지만, 턱을 따라 흐르는 식은땀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지통실의 모든 병사와 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당혹감이었다.

탕나무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마누앙은 고개를 돌려 로빈의 존재를 깨닫는다.


“상황은요?”


“아무것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베르메스 평원까지 퇴각한 아군에게서 베르달이 함락 당했다는 통신이 들어온 게 전부입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계속 무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정보가 사실인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세워봅시다.”


대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득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던가. 병사개개인의 경험과 실력으로 따지자면 카나반 최강전력인 베르달군이 통신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당했다는 상황이 사실이라면, 과연 이 시점에서 세울 수 있는 대책이라는 게 존재할까.

이미, 그것은 이미 ‘대책’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몸부림일 터.


“현재로서 가능한 대응책은 세 가지입니다. 중앙군의 지휘부를 빠르게 재편성해서 베르메스 평원으로 요격을 나가는 것, 명확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아르다르에서 농성하는 것, 그리고-.......”

언제나 의견을 말함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없던 마누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한 번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내뱉을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르바티앙으로 퇴각하는 것입니다.”


공화국 역사상 유일하게 수도 아르다르가 외세에 점령당했던 때는 200년 전, ‘학살의 검성’에 의해 무너졌던 한 번 뿐. 그리고 당시, 높고 단단한 내성벽 ‘은빛산맥’을 과신하다가 뒤늦게 아르바티앙으로 퇴각하게 된 대가는 ‘붉은 모래의 가도’라는 비극이었다. 상황이 그 때와 같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마누앙은 가도를 붉게 적신 그 참극을, ‘카나반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일을, 페어리와 드루이드들의 통곡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에 방지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국왕으로서 자존심만 지킬 때가 아니라는 사실은 로빈도 잘 알고 있었다.


“행정부와 의회를 아르바티앙으로 이전하겠습니다. 귀족들만 움직여버리면 국민들이 동요할 테니까, 의회구성원을 제외한 귀족들은 기사를 포함해서 되도록 모두 남도록 해주세요. 주민들은 희망자에 한해서만 남도록 해주고, 남겠다고 희망한 외성의 주민들은 모두 내성으로 대피하도록 통보하세요. 외성은 반드시 비워 놔야합니다.”


쉽사리 아르다르를 내줄 수는 없지만 200년 전의 비극 또한 재현하지는 않겠다는 로빈의 의도.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마누앙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폐하는 언제 출발하시겠습니까?”


“아뇨. 전 아르다르에 남습니다. 아르바티앙은 총리님이 가주세요.”


마누앙은 고개를 돌려 로빈을 바라본다. 곧이어 그의 그림자를 밟고 있는 지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굳건하게 맞잡고 있는, 왕의 손을 바라본다. 로빈의 얼굴에 떠오른 단호함과는 상관없이, 예전의 그였다면 본인이 가진 상징성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로빈을 곧바로 다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로빈의 상징성은 마누앙이 생각하던 ‘왕’의 그릇과는 다른 방향으로 거대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터무니없는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었기에, 마누앙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곧 아르다르 주변도 통신이 불안정해질 겁니다. 아르바티앙에서 검성과 협의하여 다른 국가의 협조를 구해보도록 하지요.”


규모와 힘을 알 수 없는 적을 앞에 두고서, 스스로 수도의 방패가 될 것이라 자처하는 왕이 있다. 자신은 그 무모함을 욕하고 만류해야할 총리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어째선지 저 강하게 맞잡고 있는 손을 풀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마누앙이었다. 평생 그를 지배해왔던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든 스스로의 결정.


“많이 유해지셨네요, 총리님도.”


그의 시선을 깨달은 로빈이 얕게 웃는다. 이런 상황에도 왕은 웃을 수 있다. 그것이 우스워서, 마누앙은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서 잔소리해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실 거잖습니까. 성급하게 일을 늘리지나 말아주시길.”


로빈과 짧게 악수를 나누고, 지휘통제실을 나서는 마누앙의 발걸음에 거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얇은 주름 사이로 드러난 먹색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바람이라곤 통하지 않는 짙은 흑색의 미로. 하지만 그 축축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조명이 곳곳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미로 안은 한낮의 도시보다도 화사해보였다. 그리고 그 넓은 중앙통로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번화가처럼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지만, 고도가 서있는 그곳은 유쾌한 기분만을 안고 있을 수만은 없는 장소였다.

코를 찌르는 방부제냄새와 그를 없애기 위한 향이 뒤얽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밝은 조명으로도 감출 수 없는 특유의 음산한 기운과 그 냄새 때문에, 이리스조차도 인상을 찌푸리고 어서 나가자고 손을 잡아끌고 있었지만 고도는 시선을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는다.


공화국 최대의 항구도시 아르바티앙. 그리고 도시의 지하에서 수천 년의 세월과 생명으로 만들어진 공공지하무덤 ‘고요한 안식’. 그 안식에 담겨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혼 중에서도 그녀의 발걸음을 붙들고 있는 이름은 그녀에겐 꽤나 친숙한 것이었다.


「그랜드마스터 제르나비 오캄푸스」


제르나비라는 자신의 이름이 여기 잠들어 있는 사람과 피로 얽혀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고도도 알고 있다. 자신의 이름은 단순히 ‘시설’에 있을 때 받은 ‘아명’에 불과하니까.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그가 카나반공화국 최후의 그랜드마스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하무덤의 구석에서 제대로 된 묘비도 없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국가에서 다루는 모든 마법학문과 마법의식을 총괄하여 대표하는 직책인 그랜드마스터. 마법대학의 총장부터 왕실전투마법사의 총지휘관까지 역임하는, 말 그대로 ‘마법계의 검성’이라 불리는 그 자리가 카나반에서 공석이 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 누구도 아닌 그랜드마스터 본인이 ‘이단’을 저질렀다는 충격이 아직 모두의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은 탓이었다.

제르나비 오캄푸스는 내적인 마력의 연마보다는 외적인 마력의 형상화에 관심이 깊은 그랜드마스터였다. 자연스럽게 카나반이 가지는 ‘전투마법사’로서의 한계에 대해서 종종 깊은 고민에 잠기곤 했는데, 그 끝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공화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공화국의 마법사들도 흑마법과 혈마법을 연마해야 한다.’


세뮈엘의 은총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단행위였다. 물론 그가 하나의 ‘제안’으로만 일을 끝냈으면 모두가 늙은이의 가벼운 노망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직접 혈마법을 연마하고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몇몇 제자들과 시작한 비밀스러운 모임. 그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혈마법을 논하고 연마했으며 오캄푸스로부터 자세한 마력운용의 가르침을 받았다. 하지만 그 불온한 움직임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 모임의 일원이었던 한 제자의 내부고발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제자들은 투옥되거나 마법계에서 추방되었고, 오캄푸스 본인은 대외적인 시선 등을 고려하여 교수라는 명예직만을 유지한 채 아르바티앙으로 유배되듯 쫓겨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그 누구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이곳에 잠들게 되었고, 그의 이름이 역사서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


“여기서 뭐해?”


갑자기 뒤에서 덮쳐온 친숙한 목소리. 하지만 고도는 별 동요 없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따르는 얼굴을 돌아보았다.


“뭐야, 언제 왔어?”


퉁명스러운 고도의 표정에 벤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자신의 배를 향해 돌진하듯 안겨오는 이리스 덕분이었다.


“아, 방금. 카논 씨가 너 여기 있다 길래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해서. 근데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들러붙는 이리스의 은빛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벤은 간신히 고도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보고 있던 이름을 읽은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밝아져있었다.

“제르나비......? 네 숨겨놓은 아버지라도 돼?”


“지랄. 내 이름은 고아원에서 받은 거라니까. 제르나비 오캄푸스 몰라? 학교에서 배웠잖아.”


고도의 바닷빛 눈동자와 마주치고, 벤의 사고는 칙칙했던 강의실로 잠시 되돌아간다.


“아-, 그 파면당한 그랜드마스터? 무덤이 여기에 있었구나.”

너저분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벤은 다시 한 번 묘비에 새겨진 이름과 석관, 그리고 고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근데,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아니, 별로. 그냥 보고 있었어. 나랑 성이 같은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카논 씨가 맛있는 생선구이집이 있데.”


벤은 말을 마치고 카논과 함께 무덤의 통로를 가로지른다. 곧바로 이리스가 안아달라고 보채는 바람에 패기 좋게 한 번 끌어안아보지만, 인형의 중량은 연약한 마법사로서는 길게 지탱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곧바로 카논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사과하는 벤의 목소리가 멀어질 때까지도 고도는 가만히 묘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잊혀져가는 그랜드마스터에게 미련이 남은 건 아니었다. 자신에게 ‘같은 요구’를 했던 디쿠젠의 얼굴이 떠오른 것도 아니었다.

뒤돌아서는 그녀의 발끝에서 미련과 함께 남아있는 것은,


자신에게 제르나비 고도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었다.








외성벽보다 높이 솟아있는 건물에 위치한 식당. 그들이 앉은 창밖으로 시원한 해변과 해안선이 펼쳐져 있었다. 식당의 주인이 카논과 안면이 있던 덕분에 얻은 전망이었다. 그러나 살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은은하게 창을 투과하는 여름의 햇살, 반짝이는 바다의 정경 따위는 벤에게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신경은 오직 노릇하게 구운 생선을 해체하는 것에만 쏠려있었던 것이다.


“내가 산에서만 살아봐서 생선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건 정말 맛있네.”


두툼하게 오른 살과 적절하게 구워 식감을 살려낸 바삭한 갈색 껍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수한 향과 함께 그 모든 걸 내놓은 표면 위로 소금과 약간의 향신료가 얹혀있다. 따로 뼈를 발라낼 필요도 없었다. 포크로 거칠게 한번 찍기만 하면, 윤기가 흐르는 속살이 알아서 껍질에 붙은 채로 딸려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얀 살을 입에 가져가는 것과 동시에, 그 단단한 육질과 코를 간질이는 은은한 향신료의 풍미에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리게 된다. 삼키는 게 아쉬워질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 그 감격을 다시 느끼기 위해 와인으로 입을 헹구는 벤을 바라보며 카논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입맛에 맞으신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어릴 때부터 자주 오던 곳이거든요.”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이리스를 위해 살을 발라주고 있는 고도에게 향한다.

“고도는 어때?”


“아, 응. 맛있어 언니.”


고도의 대답에 거짓은 없었다. 식당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감성을 따지는 그녀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풍경과 바람이 싫지는 않았다. 생선구이의 맛이 충분히 만족스러웠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욘에 갔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샐러드를 입에 넣으며, 카논이 벤을 향해 묻는다. 하지만 벤의 대답은 와인이 그의 입술을 적실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예에, 뭐, 성공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죠.”


“제국에 대항하는 연합이라니, 엄청난 일을 해내셨어요.”


하지만 부드러운 그녀의 표정과는 달리, 벤의 얼굴은 무미건조했다.


“연합이라....., 글쎄요. 국가의 수장들이 모여서 ‘공동의 적에 대항하자’고 입을 모은 것뿐입니다. 당장의 뒤통수만 간수하고 보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이 연합을 옭아매는 그 어떠한 강제력도 우린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일이 급박하게 흘러가면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말의 끝에서, 그의 시선은 저 멀리 바다를 향해있었다.

“물론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혼잣말로 끝난 그의 대답에 카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각 국가는 어디까지나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에, 계약이라는 형태로 묶여있지 않는 한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번 연합을 묶고 있는 ‘계약’은 어디까지나 급조된 구두계약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국가가 국가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 따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벤의 생각이었다. 약간의 비난만 감수하면, 모두가 자신을 위해 생각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런 위태한 협조와 배신의 경계선을 유지하면서도 벤이 이런 연합을 구상한 것은, 그만큼 모두가 제국이란 존재가 각국에 다가오는 위협을 알고 있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다만 벤에게 있어 유일한 변수는, 바로 그륜이라는 대통령을 가진 욘의 존재, 혹은 반대로 욘이라는 중립국을 손에 쥐고 있는 그륜이라는 남자의 존재였다.


“뭐, 그래도 욘의 해군력을 동원할 일은 없을 테지만.”


벤의 목소리는 푸념에 가까웠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섬나라인 욘이다. 그들이 해군의 질과 규모에서 반도의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건 당연했다. 특히 동부의 중소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 기다란 산맥이 해안을 가로막고 있는 아실레마 제국은, 그 기나긴 전란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번의 해전을 벌여보지 못한 유일한 국가였기에 200년 전에도 욘만큼은 침략의 범위에 넣지 못했다. 가만히 있어도 위협이 되지 않는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그들이 발 벗고 뛰어들 의무는 없을 터.


“.......”


순간, 벤의 포크질이 멈춘다. 차갑게 식힌 와인보다도 싸늘한 무언가가 그의 뒷목을 훑고 지나간다.

욘은 아실레마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누구보다도 제국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제국은 회담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욘으로 사신을 파견했던 것인가.

욘은 연합에 가담하지 않는다. 물론 제국에도 가담하지 않는다. 이득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제국은 욘에게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슨 답을 듣고 싶었기에, 사신까지 보내면서 의중을 떠본 것일까.


거꾸로 생각해보면,

제국이 유일하게 욘을 향하여 눈치를 봐야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표정이 지워진 얼굴로 포크를 떨어트리는 벤에게, 카논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도시를 찢는 경고방송에 묻히고 만다.


어지러운 도시의 소음에, 방송의 내용은 명확하게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벤과 카논, 그리고 고도는 저 멀리 바다 너머로 반짝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찬란했던 바다가, 검은 물결에 뒤덮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구상중인 사이드 스토리도 분량을 착실하게 쌓고 있습니다. 밀려있던 퇴고도 병행하는 바람에 당분간은 1일 1연재가 힘들 듯 보이지만, 꾸준함 만은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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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3) +4 15.04.01 936 27 20쪽
141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2) +6 15.03.27 969 28 19쪽
140 (14막) 나의 파도가, 너의 파동을 집어삼키리라 (1) +8 15.03.22 1,154 30 22쪽
139 (막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은- +4 15.03.18 1,064 25 24쪽
13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3) +10 15.03.13 1,030 28 21쪽
13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2) +8 15.03.09 1,197 26 19쪽
13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1) +10 15.03.04 969 27 21쪽
135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0) +4 15.02.27 1,320 3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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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4) +6 15.02.03 1,299 31 19쪽
128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3) +12 15.01.31 1,300 33 20쪽
127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2) +15 15.01.30 1,503 40 17쪽
126 (13막) 고동을 시작하는 불꽃이 족쇄를 끊는다 (1) +9 15.01.29 1,341 28 19쪽
125 (막간) 지나가야할 시간 +14 15.01.28 1,177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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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1) +10 15.01.26 1,283 31 18쪽
122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0) +8 15.01.24 1,389 30 20쪽
121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9) +8 15.01.23 1,309 34 20쪽
120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8) +12 15.01.22 1,490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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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6) +7 15.01.20 1,318 33 20쪽
117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5) +4 15.01.19 1,323 30 20쪽
116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4) +10 15.01.17 1,444 27 18쪽
115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3) +13 15.01.16 1,438 40 18쪽
114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2) +13 15.01.15 1,539 43 17쪽
113 (12막) 어느 이름 없는 죄인의 유산 (1) +6 15.01.14 1,377 29 19쪽
112 (막간) 따스한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15.01.13 1,414 28 13쪽
111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0) +11 15.01.12 1,381 39 24쪽
110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9) +6 15.01.10 1,254 31 20쪽
109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8) +6 15.01.07 1,294 36 19쪽
108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7) +8 15.01.05 1,452 33 24쪽
107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6) +9 15.01.02 1,566 38 18쪽
106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5) +10 14.12.31 1,329 39 21쪽
105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4) +9 14.12.29 1,184 39 18쪽
104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3) +2 14.12.26 1,224 39 17쪽
103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2) +7 14.12.24 1,293 45 17쪽
102 (11막) 차가운 여름에도, 꽃은 피어나고 나무는 솟았다 (1) +4 14.12.22 1,439 32 16쪽
101 (막간) 피지 못한 목소리는 달길 따라 조각배 태워 보내고 +3 14.12.20 1,515 41 15쪽
100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1) +10 14.12.18 1,456 39 25쪽
99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10) +6 14.12.16 1,534 45 21쪽
98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9) +6 14.12.14 1,317 43 18쪽
97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8) +6 14.12.12 1,467 40 20쪽
96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7) +4 14.12.09 1,426 44 17쪽
»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 +3 14.12.07 1,503 50 16쪽
94 (10막) 철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5) 14.12.05 1,628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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