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장. 밀림속의 추격전-04
경계를 넘는 자들! 타키온
거의 3시간이 넘는 동안 추격전이 계속되었다.
마나를 사용해 달리기도 했지만 매직아이템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몬스터들의 간격을 벌리고 추격을 간신히 따돌릴 수 있었다.
“헉! 헉! 헉!”
멈춰선 브로신은 숨을 헐떡였다. 한 번도 쉬지 못하고 달려야만 했던 탓이다.
“헉! 헉! 백작님, 조금 쉬었다가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후우,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검의 주인이라는 소드마스터라서 그런지 자신과 달리 레폰드의 숨은 거칠어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 백작님은 괜찮은 것 같구나. 다행이다.’
몬스터를 직접 상대해야 할 레폰드의 건재가 마음을 안정시켰다.
‘휴우,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매직아이템으로도 어쩔 수 없는 놈들이 득시글거리니…….’
브로신은 카모르의 실체를 접하며 어째서 이곳이 금역으로 불리는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아이템은 길드의 차기후계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보물이다.
특급어쌔신이 사용하게 되면 소드마스터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카모스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제길, 남은 것이 겨우 열두 발뿐이군. 그 놈은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이곳을 빠져 나갈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미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놈은 우리를 몬스터들에게 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서운 놈이로군.’
브로신은 자신이 점점 없어졌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몬스터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힘을 빼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자신들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쫓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목숨이 위험해도 최후의 한 발만은 끝까지 남긴다.’
매직아이템이 무한정 아이스애로우를 발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브로신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틈을 노려 기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작님, 그만 쉬시고 이제는 가셔야 합니다.”
“알았네.”
지치고 피곤하지만 몬스터의 습격이 없는 동안 최대한 빠른 시간에 카모르의 경계까지 가야한다는 것을 레폰드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제가 인도하겠습니다.”
“가지.”
타타탁!
타타타탁!
아직까지 방향을 잃지 않은 브로신은 카모르의 경계를 향해 달렸다.
스윽!
두 사람이 떠나자 은신한 채 지켜보고 사나이가 신형을 드러냈다.
“처음 들어와 본 카모르에서 정확하게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을 보니 제법이로군. 저 정도 능력이면 예전의 나를 능가할 정도니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다.”
사나이는 제국에서부터 자신을 추적을 해 온 것이 앞장서고 있는 브로신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몬스터에게 쫓기면서도 적절히 대응하며 정확히 방위를 잡아가며 달아나고 있었다. 생존본능과 위기대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기에 사나이는 브로신의 능력이 탐이 났다.
“이제부터는 그놈들 영역이니 땅으로 내려가 쫓아가는 것이 좋겠군.”
지금부터는 다른 몬스터의 영역이었다.
나무 위로 간다는 것이 위험하기에 사나이는 땅으로 내려와 소리 없이 두 사람을 쫓았다.
* * *
사사사삭!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릿한 냄새가 났다.
지네형 몬스터의 냄새와 사뭇 다른 것을 느끼며 브로신은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
‘제기랄! 숨도 쉬기 힘들어 죽겠는데 또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군?’
브로신은 달리며 주의를 기울였다.
사사사사!
은밀한 움직임이 밀림 전체에서 조용히 전해져 왔다. 어쌔신보다 조용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이었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놈들이다.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것을 보면 영리한 것 같기도 하고. 한낱 몬스터가 이런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니. 잠깐이라도 쉬는 것은 글렀군.’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만 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뭔가 이동하며 내는 소리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중이다. 달리는 것을 멈추면 곧바로 포위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할 수 없다. 외곽으로 방향을 잡고 무작정 달려가는 수밖에. 방향은 정확히 찾아가는 것 같지만 만만치 않은 놈들인 것 같은데 걱정이군.’
주변에서 나는 소음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벗어나기 전에 따라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백작님.”
“알고 있네. 몬스터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것 같군.”
“힘이 드시겠지만 경계까지 최대한 빨리 가야 합니다.”
“후우, 걱정 말게.”
숨을 억누른 목소리로 레폰드가 대답을 했다. 마스터라고는 하지만 지치는 모양이었다.
“가시죠.”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달리며 말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기에 몬스터의 포위망을 빠르게 벗어나야 했다.
휘이익!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뭔가가 떨어져 내리며 레폰드를 덮쳐왔다.
털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 원숭이였다.
“백작님!”
녹색원숭이를 먼저 본 것은 브로신이었다.
쐐애애액!
브로신의 고함을 치자 레폰드가 검을 휘둘렀다. 어른의 반만 한 덩치의 원숭이는 놀랍게도 고개를 바짝 숙이고는 레폰드의 검을 피했다.
“헉!”
기사들에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인 원숭이는 레폰드의 발을 손으로 후려쳤다.
체력과 주의력이 떨어져 반응이 늦은 탓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퍽!
우드득!
“윽!”
서걱!
“캑!”
뼈가 부러지는 통증에도 레폰드의 검이 움직였고, 곧바로 녹색원숭이의 머리를 갈랐지만 타격이 컸다.
털썩!
균형을 잃은 레폰드가 휘청거리며 앞으로 엎어졌다.
“크윽!”
“백작님!”
소리를 지르며 브로신이 다가와 레폰드를 살폈다.
“젠장 할!!”
다리에 있는 살이 뭉텅 뜯겨져 나가 피가 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뜯겨져 나간 자리에는 피 묻은 하얀 뼈가 부러진 채 드러나 있었다.
“백작님 참으십시오.”
주르르르!
브로신은 품에서 재빠르게 포션을 꺼내 레폰드의 다리에 부었다.
치이익!
“크으윽!”
살이 아물어가는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괜찮으십니까?”
“크으, 방심했었네. 그나저나 큰일이군.”
포션을 이용해 외상은 어느 정도 치료를 했지만 부러진 뼈가 완전히 붙은 것은 아니었다.
‘끝이군.’
이대로는 걷지 못한 다는 것을 알기에 레폰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후우, 버리는 패가 된 것 같지만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은 없다. 마나역류로 인해 주군께 짐이 될 수도 있었으니 이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이번 작전 공작가의 비밀 전력이 하나도 따라붙지 않았다.
지원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천생 기사인 레폰드는 자신의 주군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은 다른 공작가와의 암투 도중 입었던 부상으로 인해 얼마가지 않을 목숨이었다.
공작가 내부에 감도는 기운도 그렇고, 자신이 온전한 마스터가 아님을 감안할 때 이런 기회를 준 것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나는 이것으로 끝이 나겠지만 브로신은 앞길이 창창한 나이이다. 브로신을 살리고 이곳에 대해서 공작가에 알려야 한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브로신을 잡아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후사를 당부하고 살길을 찾아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말씀 하십시오.”
“소란스러운 것을 보면 저런 놈들이 우리 주변에 에워 싼 것 같네. 날 공격한 놈을 단번에 처리했기에 섣불리 덤벼들지는 않을 테지만 머지않아 공격을 개시할 것이 분명하네. 그러니 자네는 나를 놔두고 곧장 이곳을 빠져나가 추격하는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공작님께 보고해 주게.”
“크으, 백, 백작님!”
자신을 두고 가라는 소리에 브로신이 신음을 흘리며 레폰드를 불렀다.
“브로신, 부탁한다.”
페리온 길드에 소속된 뒤부터는 귀족이면서도 자신에게 한 번도 말을 놓은 적이 없는 레폰드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표정을 보니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무사히 빠져 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크흐흑!”
굳은 어조로 부탁을 하는 레폰드를 보면서 브로신은 울음을 삼켰다.
“알겠습니다.”
존경하며 따랐던 분이었다.
성정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에 브로신은 마음이 아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세상은 하나가 아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