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진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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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영
작품등록일 :
2014.10.24 20:16
최근연재일 :
2015.02.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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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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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3,539

작성
14.1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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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제8장 죽음

DUMMY

휘이잉

바람이 한차례 불어온다.

“후우…….”

땀에 젖은 옷이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다. 답답함과 눅눅함이 엄습한다. 지금의 찝찝함을 조금이나마 날려줄 바람에 한숨과 함께 찡그렸던 이마를 핀다.

“어디 있지?”

난 두리번거리며 일기장을 찾고 있었다. 몇 분전 내가 ‘그 놈’을 유인하기 위해 내 방탄조끼와 옷 등을 입혀놓은 마네킹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리고 마네킹으로 보이는 존재를 찾았다. 녀석의 분노가 확실히 느껴지는 모습으로 처참하게 박살난 마네킹을…….

바닥이 움푹 파여 있고 얼마나 격하게(?) 과격했는지 마네킹은 산산이 부서져 땅속에 묻혀있었다.

겨우 발견한 마네킹. 그 마네킹에 입혀놨던 방탄조끼는 다행이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마 녀석이 치며 방탄조끼는 벗겨진 것 같았다. 문제는 일기장. 방탄조끼에 넣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일기장이 보이지 않았다.

혹여 방탄조끼처럼 일기장도 어딘가로 날아간 건 아닌가 하고 주위를 찾고는 있지만 사막에서 바늘 찾기가 따로 없었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엔 부서지다만 커다란 건물들이 있었다. 예전엔 분명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그런 초고층 건물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부서지고 무너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풍경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 건물들 때문에 이제 막 해가 지고 있는 상황에 더 빛을 가려 일기장을 찾는 것에 방해를 준다는 것이다. 장비도 무기도 없는 상황에 일기장을 찾기란 버거웠다.

“어?”

그 순간 정말 운이 좋게도 펼쳐져 뒤집어진 일기장을 발견했다. 내 무릎 높이만큼 쌓인 부서진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콘크리트 모서리에 걸쳐져 있었다.

샤락


난 기쁜 마음에 일기장을 들었다. 그 순간 두툼한 표지의 사이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낡은 종이 한 장이었다.

“음?”

일기장을 여러 번 봤지만 이런 종이는 처음 보았다. 편지지로 보이는 종이를 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

난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소리.


그놈의 발자국 소리.

벌떡

“헉”

난 급히 종이를 집어 일기장 사이에 끼우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보았다. 녀석이 무너진 건물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그리고 녀석의 웃고 있는 표정을.....

“찾. 았. 다.”

“!!!!!!!!!!”

녀석이 말했다. 녀석이……. 말을 했. 다.

“젠장!”

다다다다다

달렸다. 일기장을 품에 안고


한 번의 발자국 소리에 주변에 어두워졌다. 녀석이 다가왔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이 거리라면…….

휘이이이잉


“컥~!”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팔이 나를 후려쳤다. 엄청난 충격에 정신이 혼미하다. 온몸이 부서진 것처럼 온몸의 뼈가 비명을 지른다. 트럭에 치인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그보다 더하다. 지금의 고통은 내가 건물에 떨어졌을 때…….

“크~~~~!!!!”

순간 고통을 상상하자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멈칫

총알처럼 날아가던 내가 순간 멈추었다. 하지만 난 멈춘 것을 뼈저리게 아니, 죽을 만큼 후회했다.

“쿨럭! 크.......”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이를 악물어도 버티기 힘들다. 내장이 다 손상되고 온몸의 뼈가 부셔졌다. 서있기도 힘들다. 온몸에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정신이 혼미하고 시야가 흐려진다.


녀석이 내 앞에 섰다. 난 공중에 살짝 뜬 상태로 멈춰있었다. 공중에서 멈춰 있는 것. 그게 지금으로썬 내 한계다. 멈춤으로써 땅에 처박히며 2차 피해를 겪는 것은 피했지만 몸도 능력도 한계였다.

씨익

그런 나의 상태를 아는 것일까? 녀석은 나를 보며 웃는다. 뿌옇게 보이는 녀석의 얼굴에 정말한다. 죽음. 다시는 겪기 싫었던 그 순간. 악착같이, 누군가의 생명을 거두어가면서, 치열하게 그렇게 살기로 했다.

다시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알기에 누구보다 그 순간의 고통과 허무함을 알기에…….

하지만 다시 찾아왔다. 그 순간이…….

스윽

녀석이 손을 올렸다. 단두대의 칼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공포를 느꼈다. 피하자. 그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지만 정신이 흐려지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남은 시간 3분. 허망하게 또 한 번의 죽음이 찾아오고 있었다.

휘이이익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손에 무언가 붙이 쳤다.

“크아아아앙~!”

녀석이 고통 섞인 울음을 토해낸다. 애써 감기는 눈을 떴다. 녀석의 팔이 검게 그을렸다.

“형~!!!”

멀리서 정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씨익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반가움. 당혹감. 안도감. 의문. 내 머릿속은 순간 복잡했지만 그 생각들도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털썩

난 기절했다. 3분. 그 시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헉!”

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그리고 눈에 보인 것은 낯익은 방안. 내 방안이었다.

“살았나?”


난 양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리고 침대 옆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5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5시. 게임은 끝났다. 난 살았다. 하지만 3분의 기억이 없다. 정수의 목소리 빼곤……. 머리가 복잡하다.

털썩

난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어찌되었건 난 살았다. 그리고 난……. 직장인이다.

출근시간 9시. 준비하는 시간과 이동시간을 고려해 7시엔 일어나야 한다. 앞으로 2시간. 잠깐이라도 자야한다.

“하아…….”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




흠칫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이들은 일동 놀란 듯 움찔거렸다. 갑자기 화장실 변기 칸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크…….흑…….”

그리고 이어지는 흐느끼는 소리.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소리.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은 묵묵히 일보던 일을 정리하고 하나둘 화장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회사. 그리고 그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다 거기다 이곳은 남자화장실. 진정 남자라면 자리를 비켜 주어야했다. 그들도 한 번씩은 경험이 있는 일이기에....

“흑......”

텅 빈 화장실 내부. 공허한 흐느낌이 가득했다.


한 방울. 화장실의 차가운 타일바닥에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그 눈물이 그 뜨거웠던 눈물이 결국 차가운 타일바닥을 따라 배수구로 흘러들어간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다…….

10분전.

---



정신없는 출근시간이 지나고 출근한 회사. 오늘따라 분위기가 무거웠다. 전체적인 기획팀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랄까?

“진희씨 무슨 일 있어?”

그나마 가장 친한 유진희에게 작게 물었다. 유진희와는 입사 동기라 자리도 바로 옆자리였기에 물어보기도 쉬웠다.

힐끗

진희는 막 가방을 내 자리인 책상에 놓고 있는 나를 살짝 보고는 눈짓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그 곳엔 경훈씨의, 그러니까 임경훈팀장의 자리였다.

“응? 팀장님이 왜?”

“출근하셔서는 아무 말도 없고 항상 파이팅 넘치던 분이었는데 오늘은 계속 한숨만 쉬시고……. 그러다보니 다들 눈치를 보고 그걸 안 팀장님이 잠깐 나가셨는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만이 들리는 이 소리는 아마도 내 심장에서 나는 소리일 것이다.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한다.

“팀장님! 팀장님 어디 가셨어?!”

“깜짝이야! 왜 그래~?”

순간 나도 몰래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하지만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어디 있냐고!”

“저, 저기.”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보였다. 진희는 더듬거리며 한곳을 가리켰다.

다다다

각 부서마다 각각의 휴게공간이 존재했다. 그 쪽 방향이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엔 팀장님이 그 곳 밖은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지?”

진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기획부에서도 그 둘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워낙 영민을 띄워주기도 했고 영민도 경훈을 무척이나 따랐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일로 더욱 확신에 스는 순간이었다. 다들 그 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캐낼 사람으로 지목된 사람은…….

“저요?”

끄덕

진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궁금해 하고 있었다. 사실 기획부의 최중심엔 경훈팀장이 있었다. 그의 기분에 따라 팀의 분위기가 달라질 만큼 그는 커다란 중심이었고 기둥이었다. 그리고 막 입사한 신입과의 관계가 핫이슈인 가운데 그들과 특히 영민과 가장 가까운 이인 진희가 염탐의 중요임무(?)를 맞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아…….”

진희는 한숨을 쉬며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를 보는 이들의 눈빛이 빛났다.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그들의 눈빛을 본 진희는 살짝 움찔했지만 영민이 뛰어간 쪽으로 얼어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뭐 궁금했던 거니…….하아……. 그래도 뭔가 께름칙한데.…….’

그녀의 촉은 어쩌면 정확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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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11장 퍼즐 조각 15.02.09 715 8 13쪽
37 제11장 퍼즐 조각 15.02.06 688 10 11쪽
36 제11장 퍼즐 조각 +1 15.02.04 806 9 13쪽
35 제11장 퍼즐 조각 15.02.02 788 7 13쪽
34 제10장 새로운 시작 15.01.30 805 10 13쪽
33 제10장 새로운 시작 15.01.28 745 15 12쪽
32 제10장 새로운 시작 15.01.26 830 13 12쪽
31 제9장 빈자리 15.01.19 745 13 13쪽
30 제9장 빈자리 +5 15.01.05 1,178 13 8쪽
29 제9장 빈자리 14.12.31 934 14 10쪽
» 제8장 죽음 14.12.29 831 11 9쪽
27 제8장 죽음 +1 14.12.26 1,005 14 10쪽
26 제8장 죽음 14.12.24 906 16 12쪽
25 제8장 죽음 14.12.22 1,009 18 9쪽
24 제8장 죽음 14.12.19 960 18 7쪽
23 제8장 죽음 14.12.17 1,149 21 10쪽
22 제8장 죽음 14.12.15 1,193 20 8쪽
21 제7장 새로운 정보 14.12.12 1,930 26 10쪽
20 제7장 새로운 정보 14.12.10 1,162 19 11쪽
19 제6장 두 번째 게임. 그리고 ……. 14.12.08 1,238 20 10쪽
18 제6장 두 번째 게임. 그리고 ……. 14.12.05 1,240 23 10쪽
17 제5장 다시 얻은 시간 14.11.28 1,431 20 13쪽
16 제5장 다시 얻은 시간 +1 14.11.26 1,775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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