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12.22 01:52
최근연재일 :
2019.09.28 16:1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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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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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7)

DUMMY

“우와앗!”


아무리 통각을 느낄 피부나 근육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경악이라는 감각만큼은 온전했기에 망자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있었다. 건널목으로 인파가 몰린 탓에 잠시 ‘목표’를 놓쳤다고 생각한 찰나, 바로 그 ‘목표’ 본인이 어느새 자신의 손목뼈를 틀어잡고 있었으니 놀랄 수밖에.


“당신 누구야?”


적의, 아니, 살의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운 소녀의 목소리와 표정. 망자는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력에 망자는 어느새 골목까지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다, 당신들이야말로!”

극한의 상황.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용기를 얻었는지 대답하는 망자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에두나님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잉?”


“수상한 사람들이 에두나님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고 들었어요! 당신들이죠? 에두나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

망자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푸는 레인.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뒤로 다가서는 아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주인님.”


“그래, 놔줘.”


마침내 자유를 되찾는 망자의 손목. 통증이 없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잡혔던 손목을 어루만지던 망자는 아크가 한 걸음 다가서자 황급히 뒷걸음질을 친다.


“다, 다가오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라, 우린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


“위험한 사람이 아니긴요!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외부인이 이 도시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돌아온 자들의 도시에 살아있는 자들의 존재. 분명 이질적이긴 할 터.

아크는 이 이상 상대를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가서는 것 대신 천천히 손을 내리깔아 망자를 진정시키려 했다.


“우린 해결사다. 에두나 밀리아노프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어. 우리가 그를 어떻게 했다면 그에 대해 캐묻고 다닐 이유가 없지 않나.”


“.......그건-······.”


“여기 해결사등록증이다. 원한다면 확인해봐도 좋아.”


망자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자신의 신분증을 내미는 아크. 뒤늦게 경계심을 돋워보는 망자였지만, 아크의 손에 들린 게 칼도, 총도 아닌 작은 증서라는 사실을 깨닫고 조심스럽게 받아든다.


“.......소울 슬레이어?”


“내 해결사 호출명이다. 이제 믿어주겠나?”


“.......”


곧바로 대답하진 않았지만, 망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분증을 아크에게 되돌려준다. 아크는 그사이 망자의 차림새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굳이 목소리로 판단하지 않아도 로브 아래로 어설프게 감춰진 복장을 통해 그녀의 성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몇 가지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에두나 밀리아노프와 아는 사이인가?”


“네? 아, 네. 제 상사셨어요. 정확히는 제가 그분의 비서였죠. 이노라고 합니다.”


“비서?”

가장 중요한 참고인이 제 발로 찾아와주었다. 덕분에 아크와 레인은 안도의 시선을 교환할 수 있었다.

“마침 잘 됐군.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에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죄송하지만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저번 주 금요일 이후에 출근도 안 하시고, 연락도 안 돼서 직접 찾아갔는데 댁에도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실종신고는 했나?”


“오늘 점심쯤에 했죠. 보도통제를 요청해서 언론엔 아직 안 알려졌을 거예요.”


“실종 전에 별다른 징후는?”


어느새 수첩과 펜을 꺼내든 아크였다. 물론 그에겐 필요 없는 것들이었지만,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이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전부터 불안하긴 했어요.”


“불안?”


“네,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요.”


이노의 대답은 지극히 함축적이었지만, 아크는 빠르게 그 내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시의장 데니스의 반제국정책에 반대했던 거 말인가.”


아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노의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한다.


“사실 그건 의원님껜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어요! 제국에게 등을 돌리면 제국의 다른 도시들과의 교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밀리아상회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수천 명이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텐데, 그들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나요?”


“.......수천 명?”


아크의 되물음을 허풍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느낀 것일까. 이노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 차분해진 어투로 입을 연다.


“의원님께서는 단순히 상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상회로부터 물품을 받는 지역의 모든 상인들을 밀리아상회의 일원으로 생각하셨고 또 그렇게 대우해주셨죠. 때문에 이 근방의 상공업종사자들은 대부분 에두나 의원님께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것 같더군.”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시의회와 무작정 대립했다가는 그 불똥이 좋지 않은 방식으로 튈 거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죠. 그래서 시의장이 납치되었다가 돌아온 뒤에 직접 찾아가서 사과까지 드린 거구요.”


“그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시의장의 납치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을 터인 에두나가 왜 그에게 사과를 한 거지? 정치적 입장에 대한 대처라기엔 시기가 조금 미묘한데.”


“.......”


이노의 목소리가 멈추고, 아크의 펜 또한 그 움직임을 다한다. 지금 순간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하나일 터. 아크는 수첩을 접으며 목소리를 내리깔아야 했다.


“.......그가 납치와 연관되어 있었습니까?”


“아! 아니에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어요!”


“‘직접적인’?”


예리한 아크의 지적. 결국 이노는 이마를 감싼다.


“.......사실 의원님께서 시의장에게 사과를 드리러 간 진짜 이유는, 의원님이 납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에요.”


“에두나가 납치를 사주했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에요!”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깨닫고 황급히 입을 가리는 망자. 하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쓰레기와 폐자재만이 널브러져 있는 깊은 골목.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그림자는 없었다.

“의원님께서는 본인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셨지만, 사실이 아니에요! 반제국정책에 불만을 품고 상회의 간부가 벌인 일을 의원님께서 대신 책임지신다고······.”


아크의 눈이 빛난다.

그는 이노가 뒷걸음질치는 건 상관하지 않고서 터벅터벅 그녀의 앞으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상회의 간부가 정보를 유출했다는 말인가?”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 점에 대해 에두나가 상회의 대표로서 데니스에게 사과를 한 거고?”


“네.”


“.......”


아크와 레인의 눈이 마주친다.

이번 의뢰의 본질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범인은 특정화되었다. 그에 대해 에두나 의원이 책임을 지겠다는 사과까지 건넨 상태다.


그렇다면 왜,


집사인 도나스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의뢰를 한 것이며,

책임을 지겠다는 에두나 의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그 정보를 유출했다던 상회의 간부는 누구지?”


“마단이라는 사람이에요. 지금 상회본부에서 자신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딘지 알려주겠나?”


“여기서 멀지 않아요. 안내해드릴게요.”




=========




“경찰들이 있긴 하지만 도시에서 정식으로 고용되신 거니까 아마 면담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가.”


“네, 부디 잘 조사하셔서 의원님 좀 찾아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일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가 자신을 도와준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일까.

길을 안내하는 내내 이노는 쉴 새 없이 자신이 모시는 ‘상사’에 대한 미담을 늘어놓으며 부푼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아직 자드와 레일헌터로부터 별다른 연락이 없었기에 아크와 레인은 재촉 없이 그런 이노의 안내를 따르는 중이었다.


“저기, 저 저택이에요.”


“저택?”

반사적으로 되묻긴 했지만, 아크는 곧바로 이노의 단어선택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이라는 시간대가 무색할 정도로 휘황찬란한 조명들. 처음엔 무슨 축제라도 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 모든 불빛이 높은 담벼락 안쪽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택’이라는 단어에 꼭 들어맞는 거대한 건물이 그 주인공이었다.

“......호화롭군.”


“밀리아 상회의 사옥이기도 하니까요. 어서 가시죠.”


본래 수많은 상가건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야 할 지구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사옥이었다. 어느 도시의 본궁이나 왕궁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규모. 덕분에 해결사들은 정문까지 걸어가는데에도 한참이나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그리고 느려지는 발걸음.

물론, 그 원인은 이노에게 있었다.


“.......이상하네?”


“뭐가 말이지?”


“아니, 입구에 경찰들이 지키고 있어야 할 텐데 아무도 없어서요.”


“.......”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내려가 있는 차단기. 그리고 뒤쪽으로 위치한 바리케이드. 양쪽에 검문소가 있었지만, 이노의 말대로 사람의, 아니, 망자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크와 레인이 이노보다 앞서나간 순간이기도 했다.


“무슨-”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310호요.”


곧바로 도약하여 담을 넘는 소녀와, 그대로 정문을 향해 달려가는 아크. 정문으로 다가서자, 아크는 자신의 예감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문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본래 서 있어야 할 존재들이 땅으로 널브러져 있었을 뿐.


“레인. 경찰들이 당했다. 그쪽은?”


[안뜰엔 교전의 흔적이 없어요. 돌입해볼까요?]


“아니, 열 감지 먼저......., 소용없겠구나.”


[네, 망자들이니까요.]


“주변 탐색 먼저 해줘. 일단 내가 먼저 들어갈게.”


[네엡.]


망자들의 시체를 넘어 순식간에 저택의 입구로 나아가는 아크. 처음부터 꽤나 많은 병력이 배치됐었는지 시체의 흔적은 응접실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의 화려한 조명, 장식과 함께 남아 있는 건 끔찍할 정도의 침묵뿐. 아크는 그대로 정면의 계단을 날아오르듯 뛰어올라 순식간에 3층으로 올라섰지만, 드넓은 복도에도 여전히 적막만이 가득했다.


“레인, 상황은?”


[조용한데요?]


“.......이미 늦은 거 같네.”


아무도 없는 복도.

몇호인지 볼 필요도 없이, 두 명의 경찰이 쓰러져있는 방.


그 안으로 들어서며, 아크는 점점 복잡해져 가는 의뢰에 대한 고민의 한숨을 내뱉어야 했다.


작가의말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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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9) 18.11.12 126 4 14쪽
244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8) 18.11.07 139 2 11쪽
»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7) 18.11.02 116 2 11쪽
242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6) 18.10.28 110 3 11쪽
241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5) 18.10.23 1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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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3) 18.10.13 102 2 12쪽
238 (레인) 뒤틀린 눈빛과 어두운 그림자 (2) 18.10.08 1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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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란) 그림자를 먹고 사는 것들 (7) +1 17.11.27 14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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