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케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민수珉洙
작품등록일 :
2014.12.27 13:40
최근연재일 :
2017.01.20 10: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142,338
추천수 :
44,439
글자수 :
214,922

작성
17.01.11 10:00
조회
31,469
추천
1,568
글자
16쪽

4. 눈꽃의 세레나데 (7)

DUMMY

김무진 감독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올해 첫눈을 이런 방식으로 보게 될 줄이야.”

무대 연출가로서 욕심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기적 같은 상황을 연출해 보고픈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김무진은 지금, 그런 기적을 경험한듯한 표정의 사람들을 잔뜩 발견하고 있었다.

“한정우 이 친구야. 당신이 무슨 연출을 했는지 알기나 해?”

여기가 안인지 밖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 허공에 손을 쭉 뻗어 좀 더 빨리 눈을 만져 보려는 이들. 깔깔거리며, 신나서 휴대폰을 들고 이 기분 좋은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있는 이들까지.

김무진은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쨌거나 저들의 감동에 자신도 일조했기에.

“이 정도까지 했으면 감동 받아 줘야지.”

“김 감독님! 음향팀에서 호출이······.”

“기다려봐. 소원 좀 빌고.”

김무진은 ‘내년에 꼭 딸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개인적 소원을 빌고 바로 통신기 버튼을 눌렀다.

“왜?”

- 지금 눈 때문인지 좌측 스피커 노이즈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케이블 쪽 합선 같은데. 윤이설 씨 노래 잠시만 중지시키고, 점검을······.

“안 돼, 이 분위기 망칠 일 있어? 일단 노이즈 생긴 스피커 차단하고, 나머지 볼륨을 조정해.”

- 김 감독. 우측도 소리 상태가 안 좋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은 내부 무대용이지 외부 무대용 세팅이 아니니까.

“기다려 보세요. 윤이설 씨 기타 연주는 진짜 라이브니까, 아예 MR을 끊고 센터 스피커로만 가요. 이제 마지막 곡 중반부고, 앵콜만 남았습니다.”

너무도 완벽한 감동을 끊고 싶지 않은 마음에 김무진은 이렇게 지시했다.

- 센터도 나가면? 그러면 무대 자체가 끝이야. 분위기 돌변한다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음향감독의 의견이었다.

‘앵콜 무대는 못할 수도 있겠어.’

김무진은 이런 판단을 하고 윤이설에게 모니터로 알려주려 했다. 그때, 삐빅 하고 통신기에 불이 들어왔다.

- 감독님. 저 한정우입니다.

“정우 씨. 대박이었습니다. 지금 염 대표님 저쪽에서 기자들한테 전화하고 난리가 났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 급해서. 조금 있다가 무전······.”

- 아니요, 통신 끊지 마세요.

“네?”

- 그 급한 문제 때문에요. 윤이설 씨 무대 말이에요. 이게 무대 쪽에 눈이 접근 못 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응? 뭐 방법이 있어요?”

- 한 5분 정도 일정 공간에 강력한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무대에 장치하면, 눈이 닿지 못할 거예요. 뜨거우면 공기가 부풀어 오르는 건 아시죠? 경계층에서 접근 못 하고 안개 같은 물방울이 될 거예요.

“당장 해야죠, 그건!”

- 근데 문제가. 이게 반응 시간 내내 제가 계속 들고 있어야 해요.

“무슨 말입니까?”

- 이 녀석들이 꽤 거칠게 산화반응하는 터라 저 말고는 못 들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김무진은 또다시 고심했다.

고작 5분.

그러나 이 시간은 기대하지 않았던 눈꽃 선물을 경험한 관객들의 여운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연출타임이기도 했다.

무대감독으로서 이런 연출 다신 해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 그랬기에 욕심이 났다.

“정우 씨, 그러면 제가 제안 하나 할게요.”


마지막 곡이 끝나고 윤이설이 일어서서 인사하자 사방에서 앵콜이 튀어나왔다.

윤이설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무대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는데, 눈 때문에 양쪽 스피커가 다 안 나온 다네요.”

“괜찮아요!”

“목소리만 들어도 좋다!”

관객들의 외침에 윤이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냉큼 자리에 앉았다.

[1분만 멘트해 주세요. 센터 스피커는 아직 무사합니다.]

감독의 요구에 윤이설은 익숙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실 제가 눈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눈이 오던 날 첫사랑에게 실연당했거든요. 아, 짝사랑이었으니 실연이라고 하기도 그런가?”

이 멘트에 곳곳에서 ‘제가 남친 하겠습니다!’, ‘내 첫사랑은 윤이설이다!’ ‘내년에는 꼭 행복 하자!’ 같은 우렁찬 남성들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고마워요.”

관객들과의 대화는 수줍음 많았던 신인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한 팬들 앞이기 때문이리라.

윤이설은 손에 입김을 호 불고 기타에 손을 댔다.

“눈도 오고. 분위기도 좋고. 제가 딱 한 번 부르고 말았던 곡을 앵콜로 들려드릴까 해요. 매번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넣을까 말까 고민했던 곡이거든요. 사실상 신곡이네요. 여러분 오늘 잘 오셨어요.”

무슨 노래를 들려줄지 잔뜩 기대한 눈빛으로 무대에 시선을 집중하는 관객들.

약속한 1분이 지났기에 윤이설은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시작했다.

“그대는~”

공교롭게도 그 순간 제법 큰 눈이 이마에 닿아 윤이설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 바람에 음정이 흐트러지자 불협화음이 났다.

“아······.”

놀란 윤이설이 간주를 멈췄다.

“모, 못 들었다고 생각해주세요.”

‘제발요!’하며 두 손을 꼭 붙잡고 눈을 질끈 감는 애교 섞인 모습에 관객 모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시작된 외침.

“앵콜! 앵콜!”

마치 처음 외치는 상황인 것처럼 관객들이 시치미를 뚝 떼주었다.

“아아. 제가요······. 사실 눈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그녀가 어디서 들어본 멘트를 다시 하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곡명은 ‘청춘행복’. 제가 딱 한 번. 아, 이것까지는 뻥 못 치겠다. 두 번 부르고 말았던 곡이랍니다.”

그르릉~

기타 코드를 쥐고 조용히 노래하기 시작하는 윤이설. 나직하게 광장을 울리는 그녀의 고운 목소리는 방금의 상황이 무색할 만큼 청중들을 음악에 푹 빠져들게 했다.

- 그대는.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참 눈이 부시다.

바로 앞에 앉아있는 여성관객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불러 주는 심금을 울리는 음색. 윤이설이 나도 좀 쳐다봐 줬으면, 하는 이들의 부러운 시선이 여성관객에게 향했다.

- 그대는. 조용히 기대고만 있어도 늘 좋고 새롭다.

이번에는 나란히 앉아있는 연인을 향해 이렇게 불러 주자 두 남녀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며 사랑스러운 애정행각을 벌였다.

다음 가사를 말하려는데 갑자기 잡음이 들려 윤이설은 움찔했다.

‘센터 스피커도?’

다행히 코드를 새롭게 변환해 노래할 타이밍을 재차 만들었다. 기타 연주에 익숙한 싱어송라이터의 숙련된 기술에 반주 변화를 눈치챈 관객은 거의 없었다.

[이설 씨, 조금만 참아요. 이 눈 만든 전문가가 곧 도착할 테니까. 그냥 무대연출이라고 생각해줘요.]

윤이설은 모니터의 문자를 이해할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하다 어디선가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두리번거렸다.

착각이 분명하다.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온기라니.

다음 가사를 노래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던 윤이설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무대 아래, 누군가 올라서고 있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윤이설은 상대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 첫눈에 반하는 마법 같은 순간은 다시 없을 거라고······.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는 겨울 분위기에 맞춰 하얀 모자와 하얀 외투를 걸친 상태였다.

- 가장 소중한 그대의 손을 꼭 잡고, 끝없이 끝없이 걸어갈 길.

한발, 한발 그가 가까워질 때마다 윤이설은 몸이 더욱 포근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도 온도가 높아져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그 사람이 바로 옆까지 다가온 후였다.

“와아!”

“저거 뭐야!”

쇼핑몰 전체에서 일제히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무엇 때문인지 무대 위에만 눈이 닿지 않았다. 마치 투명한 막이 펼쳐진 것처럼.

따사로운 공기와 눈이 만나 방울방울 터져나가며 막을 이룬 곳에 별빛 같은 조명이 쏘아졌다.

눈꽃과 고운 안개와 눈부신 조명이 이뤄낸 꿈 같은 세상.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진귀한 광경이 연출 되는 무대는 그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을 숨 막히게 했다.

그 안에 앉아 노래하고 있던 윤이설은 이 정신없고 믿기지 않는 상황에서도 프로답게 감성적인 노래를 계속 이어 나갔다.

- 지치고 힘든 날이 오거든. 오늘을 떠올리며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해요, 우리.

1절이 끝났다. 간주 시작 직전, 윤이설은 마이크 스위치를 끄고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하나 남은 스피커를 보호 중입니다.”

정우가 손에 쥔 물건을 가리켜 보였다.

“이걸로.”

윤이설의 시선이 그 물건을 향했다. 원곡에는 없는 코드변환으로 감미로운 반주를 추가한 그녀가 재차 물었다.

“핫팩을 들고서요?”

“이게 보통 핫팩이 아니라서요. 6시간에 걸친 반응을 단 5분으로 압축해서···근데 이렇게 대화해도 됩니까?”

“당신, 뭐죠? 무대 퍼포먼스 하는 분이 셨어요?”

“아, 저는요······.”

변환 코드가 끝나 2절을 시작할 타이밍이 왔다.

“조용히!”

윤이설은 급히 마이크를 켰다.


스태프에게 소개받은 명당자리에서 콘서트를 촬영 중이던 신기준은 윤이설의 공연 도중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연출에 감탄 또 감탄 중이었다.

‘직캠러 생활 4년 만에 두고두고 회자될 대박 영상을 건지는구나.’

눈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윤이설만 해도 백만 조회수는 따놓은 거였다. 그런데 저 하얀 남자가 올라서면서 시작된 무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숱한 공연을 구경해온 신기준도 생전 처음 보는 효과였다.

‘저 남자는 누구지? 신인 가수? 댄서?’

아무렴 어떤가, 이 영상으로 화제에 오를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을. 신기준은 후렴밖에 남지 않은 윤이설의 무대에 그저 아쉬움을 느끼며 촬영에 몰두했다.


‘너무 뜨거운데 이거.’

정우는 공기 중에서 마구 진동해 운동 에너지를 발산하는 먼지별들을 살피며 인상을 썼다. 이글거리는 핫팩은 그렇다 쳐도, 저 녀석들마저 날뛰니 미시 세계에선 스파크와 번개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눈을 감아 외면하고 싶은 광경.

다행히 노래하는 윤이설은 고요했다. 그녀의 곁에 먼지 폭풍이 나타나 광란의 댄스를 추고 있다는 건 알긴 할까?

마술사 같은 복장을 하고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김 감독의 제안 때문이었다. 여기에 발음도 어려운 이탈리아산 명품 화이트 슈트를 30초 만에 공수해다 준 염 대표의 행동력까지 더해졌다.

‘죽겠네.’

세 겹의 장갑을 끼고서도 붙잡고 있기 힘든 핫팩의 열기 덕분에 한겨울임에도 땀이 뻘뻘 났다.

- 이리 와요 눈부신 그대여. 함께 가요 좋은 그대여.

그 와중에 들려오는 윤이설의 목소리는 이 고통을 잊게 할 정도로 좋았다.

- 지치고 힘든 날이 오거든. 오늘을 떠올리며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해요, 우리.

후렴이 끝나고, 2절이 마무리되자 쇼핑몰 전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휘몰아치듯 들려왔다.

“윤이설이었습니다.”

기타를 손에 들고 일어나 인사하는 그녀. 정우도 엉겹결에 따라서 허리를 숙였다.

[정우 씨. 그런 복장이면 중세 유럽 귀족들이 인사하는 식으로 해줘야지.]

‘뭐?’

윤이설도 그걸 읽고 시선을 살짝 돌려 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박수찬이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대 도중의 돌발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총연출의 지시는 최대한 따라야 하는 것이 이 업계의 룰이라고.

‘나 참.’

정우는 어쩔 수 없이 한쪽 다리를 뒤로 쭉 빼고 오른손을 휘휘 저어 고개를 숙이는 시늉을 했다.

예상외로 관객들이 더욱 환호했다. 어설프게 움직여도 환호. 2, 3층을 보고 인사해도 환호.

‘이 사람들은 그냥 기분이 좋은 것뿐이잖아.’

그렇게 최종 인사를 끝내고, 윤이설이 정우를 돌아보았다.

“대체 어떻게···”

피융―!

세팅해 두었던 4번 폭죽이 무대 위로 치솟아 올랐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던 윤이설이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엄마야!”를 외치며 기타를 꼭 안았다. 그녀가 몸을 비틀하기에 정우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붙잡아 중심을 잡아 주었다.

“조심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정우는 바로 손을 뗐다.

“수찬이가 폭죽에 꼭 놀라는 연예인이 있다고 하던데. 윤이설 씨가 딱 그렇네요.”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익숙···”

“또 와요.”

“···네?”

퍼버버버―벙!

연이은 폭죽 발사에 놀라 비명을 지르려다 입술을 꾹 다문 윤이설. 정우는 자신을 가만히 흘겨보는 그녀의 반응에 차마 웃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번쩍거리는 섬광에 윤이설의 시선이 무대 위로 향했다. 기타형태의 불꽃흘림 사이로 [IS]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것에 그녀는 입을 벌렸다.

“뭐야, 저거··· 내 기타잖아.”

“맞아요. 아까 그 기타 보고 나서 만든 거니까.”

“누가요? 그쪽이요?”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이설이 정우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대체 뭐 하시는 분이죠?”

오늘 다른 이들에게 내내 그랬던 것처럼, 화학자라고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생전 처음 입어본 명품 옷이, 오늘 아침에 우연히 본 유머 게시판 9위 글이, 이런 대답을 하게 이끌었다.

“마법사라고나 할까요? 1호선에선 제가 그렇게 불리거든요.”

“역시···”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기에 윤이설이 수긍하는 눈빛을 보내자 정우가 도리어 당황했다.

“그 핫팩도, 제 기타줄 수명도. 저 눈, 폭죽도. 마법으로 한 거예요?”

“말해 뭐해요.”

“오오.”

“여기서 감탄하시면 안 될 거 같은데.”

“놀라운 일이잖아요. 전부.”

농담도 먹히는 상대에게 해야 농담이다. 정우는 바로 정정해 주었다.

“마법···같은 화학이죠.”

“이설 언니!”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걸프랜드의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정우는 율희가 코앞에 있는 것을 보고 신음을 삼켰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쳤다.

율희가 후다닥 달려와 윤이설의 팔에 손을 감았다.

“감독님이 캐롤 한 곡 하자고 하셔서 다 올라오고 있어요. 여기 쇼핑몰 대표님이 간곡히 부탁하셨다나 뭐라나. 반주는 언니가 해주셔야 해요. 눈 때문에 장비 반이 쇼트 됐데요.”

이렇게 얘기하던 율희가 가까이 서 있는 정우를 돌아보았다. ‘누구세요?’라는 눈길에 정우는 딱히 답할 말이 없어 머뭇거렸다. 오매불망 율희 건만 이 와중에 폼 안 나게 사인 해달라 보챌 수도 없고.

게다가 박수찬이 했던 말 때문일까? 윤이설의 옆에 서 있는 율희는 그렇게 빛나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자신 옆에 서 있는 박수찬이 빛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수찬이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실례했습니다.”

할 일이 끝났기에 정우는 내려가려 했다.

“기다려요.”

그러나 윤이설이 갑자기 정우를 불러 세웠다.

“계속 옆에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네?”

대뜸 건네오는 요구에 당황에 빠진 정우.

“추워서요. 손가락이 얼면 기타를 못 쳐요.”

“아아.”

이 말에 정우는 손에 쥐고 있는 핫팩을 바라보았다.

극렬한 반응을 끝마치고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핫팩. 제설기도 동작을 멈춘 터라 이제 쏟아지듯 눈이 내리는 중은 아니지만, 공기는 아직 쌀쌀했다.

“그러죠, 뭐.”

얇은 무대 의상을 걸친 채 눈 속에서 한참이나 노래를 부른 그녀다. 이 정도 못 해줄까. 정우는 최후의 반응을 시작한 핫팩을 움켜쥐고 윤이설의 옆에 섰다.

앞선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창밖을 보라’ 들려드릴게요.”

단 세 개의 마이크가 무대 앞쪽에 세워지고, 윤이설의 기타 반주에 맞춰 캐롤이 시작됐다.

“나 이설 선배님 옆에서 부를래!”

“나도, 나도!”

TOT와 걸프랜드가 죄다 윤이설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윤이설 옆에 바짝 서 있던 정우는 본의 아니게 걸그룹에 둘러싸여 말로는 다 못할 순간의 행복을 맛보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최, 최고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케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6. 크리스마스 케미스트리 (2) +108 17.01.20 24,777 1,594 18쪽
33 6. 크리스마스 케미스트리 (1) +97 17.01.19 29,459 1,652 17쪽
32 5. 제너럴리스트 (5) +99 17.01.18 31,968 1,639 23쪽
31 5. 제너럴리스트 (4) +215 17.01.17 33,035 1,935 18쪽
30 5. 제너럴리스트 (3) +68 17.01.16 33,269 1,610 18쪽
29 5. 제너럴리스트 (2) +95 17.01.14 33,851 1,643 13쪽
28 5. 제너럴리스트 (1) +84 17.01.13 32,975 1,568 17쪽
27 4. 눈꽃의 세레나데 (8) +85 17.01.12 31,810 1,327 17쪽
» 4. 눈꽃의 세레나데 (7) +132 17.01.11 31,470 1,568 16쪽
25 4. 눈꽃의 세레나데 (6) +74 17.01.10 31,214 1,412 16쪽
24 4. 눈꽃의 세레나데 (5) +50 17.01.09 31,432 1,309 18쪽
23 4. 눈꽃의 세레나데 (4) +62 17.01.07 31,772 1,357 15쪽
22 4. 눈꽃의 세레나데 (3) +77 17.01.06 31,529 1,248 16쪽
21 4. 눈꽃의 세레나데 (2) +48 17.01.05 31,648 1,244 13쪽
20 4. 눈꽃의 세레나데 (1) +90 17.01.04 32,314 1,243 13쪽
19 3. 올드 스틸 (8) +68 17.01.03 32,760 1,219 17쪽
18 3. 올드 스틸 (7) +53 17.01.02 32,186 1,266 13쪽
17 3. 올드 스틸 (6) +79 17.01.01 31,194 1,293 9쪽
16 3. 올드 스틸 (5) +28 17.01.01 30,794 1,039 11쪽
15 3. 올드 스틸 (4) +45 16.12.31 31,736 1,240 13쪽
14 3. 올드 스틸 (3) +46 16.12.30 31,706 1,206 12쪽
13 3. 올드 스틸 (2) +30 16.12.29 32,295 1,148 13쪽
12 3. 올드 스틸 (1) +36 16.12.28 33,103 1,165 14쪽
11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8) +45 16.12.27 33,086 1,100 12쪽
10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7) +29 16.12.26 32,530 1,203 12쪽
9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6) +65 16.12.25 32,529 1,228 12쪽
8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5) +25 16.12.24 32,495 1,049 10쪽
7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4) +19 16.12.23 33,693 1,104 14쪽
6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3) +32 16.12.22 34,285 1,123 11쪽
5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2) +30 16.12.21 35,488 1,106 11쪽
4 2. 어느 화학 회사 인턴의 하루 (1) +19 16.12.20 38,371 1,134 10쪽
3 1. 만에 하나 (2) +53 16.12.19 42,326 1,238 15쪽
2 1. 만에 하나 (1) +57 16.12.19 48,562 1,410 15쪽
1 프롤로그 +82 16.12.19 50,677 819 1쪽

신고 사유를 적어주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민수珉洙' 작가를 응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  | 
  • 보유 코인: 0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