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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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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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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5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6.09.1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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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3

DUMMY

시타와의 대화가 막 마무리되어가는 참이었으나 도중에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말을 이어가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느껴지던 시선이 지금에 와선 노골적이라고 할만큼 늘어난 게 새삼스레 체감되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콜로세움 전체를 훝어보았다.

이야, 이거 그냥 한 명도 빠짐없이 이쪽만 보고 있네. 내가 좀 유별나게 서두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시선이 쏠리냐.

이쪽을 향한 시선들에 하나씩 눈을 맞추자 황급히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몇, 오히려 더 노려보는 사람이 몇. 그래도 다들 이쪽 상황에 관심을 쏟고 있단 것만큼은 확실한 듯 보였다.

이거야 원,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도 원래 이런 녀석들이니 가능한 거겠지만.

"주목."

애초에 다들 이쪽을 보고 있기도 했겠다, 그냥 모아버리기로 하고 주목시켰다. 바로 모두의 시선이 당당히 내 쪽을 향한다.

"할 말이 있으니 잠시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꽤나 멀리서부터 모여들기 시작하는 학생들. 침착하게 걸어오는 듯이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긴장 또한 옅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연습 시간이라면서 학생들을 던져놨던 교관이 갑자기 날듯이 학생을 껴안고 날아가질 않나, 그륜트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인 시타가 달려가질 않나. 다 들은 건 아니겠지만 훈련을 더 속행하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오가고. 지금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이 되는 편이 더 신기하겠네.

잡생각을 유지하며 천천히 교단을 향하길 잠시, 평소보다도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한 감각 속에서 교단에 도착해 있었다. 바라본 정면엔 근심이 섞인 얼굴의 학생들.

저런 근심도 털어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면, 난 그걸 해낼 수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군대에 가까운 집단답게, 전체 집합에 걸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애초에 시선이 몰린 채이기도 했고, 자유로운 분위기상 줄을 맞춘다며 시간을 잡아먹을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자유롭게 뭉쳐서 시선을 집중한, 조금은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지금에 와선 유일한 흑조도 사용자로서 하는 충고입니다."

갑작스레 잦아드는 장내. 한 번 전체를 흘낏 살핀 후 말을 잇는다.

"흑조도는 정확한 발생지가 어디인지, 누가 만들어 내서 발전시킨 건지 그 과정이 전무한, 완벽하게 구전으로만 전승된 검술입니다. 당장 저도 한 명의 스승으로부터 사사받은 검술이니까요."

흑조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언급되자, 학생들은 들뜬 듯 보였다. 그냥 듣기엔 확실히 보통이라고 하기 힘든 전수법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책이라던가 그 방식이 기록된 것, 심지어는 그 이름이 기록된 것조차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굉장히 비밀스런 느낌을 풍기니까.

"제가 이 검술을 연습하기 시작하려던 그 직전,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스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검은 사용자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안정화된다. 하지만 그 탓에 배우는 과정에서 다른 요소가 개입되면 거부 반응이 극심한 편이지.'."

아득...한 수준은 아니지만 꽤나 먼 저편에 속할 정도의 기억을 천천히 끄집어내며 말을 이어가자 안색이 변해가는 검사가 있기에 시선을 그 검사에게 유지한 채 말을 맺었다. 그 쯤 되자, 안색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려있었다.

"보아 하니, 아까 저 소년과 함께 있던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은데. 슬슬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시진 않겠죠."

검사의 고개가 떨궈진다. 근처에 있던 마도사도 몇 고개를 떨군다. 보아하니 저렇게 4명 정도가 한 팀을 이루고 있었나 보다.

"방금 제가 갑자기 뛰쳐나간 걸 모두가 보셨겠죠. 그리고 한 소년을 끌어냈던 것도요. 그리고... 몇 명 정도는 훔쳐들었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저 소년은 방금 죽을 뻔 했습니다."

콜로세움 안이 극도로 조용해진다.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아간다고 해야 할까, 무거워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할 말은 끝까지 해야겠지.

"저 소년은 검은 발걸음 연습을 위해 자가 역류를 시도중이었던 것으로 보였는데, 한 마도사가 마력 간섭을 하고 있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정말 기겁해서 뛰쳐나갔던 겁니다. 그거, 말그대로 자살행위니까."

고개가 떨궈진 채 자책중이란 걸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안색이 어둡던 검사와 마도사 일행들이 마지막의 '자살행위'란 말에 어깨를 떠는 것이 보였다. 딱히 노렸던 것은 아니지만 자괴감만 더해준 듯 싶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말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흑조도는 단순한 검술만으로 치부하기엔 조금 많이 위험합니다. 여러분을 가르치고 있는 저조차도, 흑조도를 완전히 이해했다곤 말할 수 없는 사람이고요. 제게 있어서도 물론 제어가 완벽하지 못한 검이란 말입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학생들의 얼굴을 살펴본다.

...야. 예상은 했지만 다 그런 표정이면 어떡하라고.

"...그럼에도 제 검을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든다면, 남으셔도 좋습니다. 그 외엔, 전부 돌아가셔도 상관 없습니다."

"남겠습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하나 튀어나온다. 방금 자책을 하던 검사다.

"방금 죽을 뻔 했다던 단검사, 루이스의 팀 리더입니다. 그 녀석이 그런 상황에까지 빠지도록 했던 제가, 먼저 발을 뺄 수는 없잖습니까."

눈이 생기가 있다. 절대 떠밀려서 하는 말이 아니란 증거다. 저건, 진심으로 그 소년을 위해서란 것이다.

그를 시작으로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무기를 정비하고서 차렷 자세로 날 향해 선다.

"부탁드립니다!"

완전히 통일된 동작으로 고개를 숙이는 학생들. 인원 배치 자체는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작은 하나하나가 통일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아... 애초에 예상도 했고, 아까 확신할 수 있었지만.

조금은 겁줄 생각으로 했던 말이 끝난 직후 살펴본 학생들의 얼굴들. 솔직히 말해 장관이었다. 겁을 먹은 건 확실했으나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들 뿐이었던 풍경. 그륜트의 아이들이 모였다, 라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한 바보들의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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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15.09.13 216 1 8쪽
55 54 15.08.17 237 1 7쪽
54 53 15.07.29 25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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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15.07.25 32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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