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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9,068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2.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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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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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78

DUMMY

수습은 발빠르게 진행되었다. 쓰러졌던 쪽도 몇 주 정도면 후유증 없이 완치 가능하다는 진료를 받았고, 흑조도의 수업은 나와 브리의 의견 일치로 중지되었다. 그 소식에 마도사 쪽은 안심하는 분위기였지만, 검사 쪽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이래서는 내 쪽에서도 찝찝한 기분이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만 마지막 수업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나온 절충안. 희망하는 길드원에 한하여 대련을 해주기로 했다. 그에 따라 희망자를 모집했었는데, 흑조도 수업에 참가할 수 없었던 고위 길드원들도 신청하려고 했던 탓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고도 한다. 당연히 안 받았었지만...

"검이든 마법이든, 혹은 몇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든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대진표를 짜서 제시해 주세요."

몇 명 정도를 제외하면 수업에 나왔던 검사들은 대거 참석한 상태고, 마도사 쪽 길드원들도 생각보다 많이 대련을 신청하였다. 단순히 관람을 하러 온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실제 전투 인원은 10명 가까이 되나 싶다.

"...이 팀이 먼저 싸우면..."

"난 혼자... 차라리 이렇게..."

"...그러면 우리가 힘들..."

누가 같은 길드 아니랄까봐 대련 순서와 팀 구성도 다같이 의논하는 모습이 제법 색다른 풍경이었다. 아니, 근데 이거 좀 쓸쓸한 걸. 임시라고는 하지만 이 선생님, 조금 외롭습니다만.

그렇게 길드원들 사이에서의 의견 조율도 잠시, 어느 정도 공략 계획(?) 비슷한 것이 완성된 듯, 대진표가 전달되었다. 2, 3명이 한 팀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혼자 1 : 1 대련을 하는 경우는 둘 뿐이었다. 순서에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전원이 함께 고안한 공략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들 이 대진표에 불만은 없어 보이니, 시작해 볼까요?"

한 손에 방금 둘러본 대진표를 들고 느릿하게 팔랑거리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인 게, 처음 보았을 때랑 변하게 하나도 없는 면면들이었다.

"그럼, 우선은 3인 1팀이 상대인가요?"

콜로세움 중앙으로 걸어가자 자연스레 3명의 학생들만이 가까이 뒤따르고 다른 학생들은 조금 멀찍이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암묵적인 룰이지만, 그 '구경하는 학생들'에게 닿지 않는 거리 이내까지가 무대이다.

"생각보단 더 멀리에 자리를 잡아주었군요. 결국 처음은 탐색전이라는 겁니까?"

상대는 나름 밸런스를 갖춘 구색의 3인. 힘겨루기라던가 시선을 끄는 담당으로 보이는 검사 한 명에 제법 날렵해 보이는 단검사 한 명. 그리고 뒤쪽으로 마도사 한 명까지. 기세를 보아하니 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된 팀인 듯하다. 그러다가 내가 피해를 입기라도 하면 더 좋겠고.

"시작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디선가 신호라도? 아니면, 누군가 선제공격?"

"저희가 선제공격하는 걸로 하죠."

방침을 정하는 건 단검사 쪽으로 보인다. 혹은 페이크일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형이 급조된 티가 보이는 걸로 보아 그 정도 여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좋습니다. 그럼 언제든."

여유를 가장한다. 긴장으로 몸이 경직되면 싸울 수 없다. 어차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압박이 되는 건 내가 아니야. 저 세 명의 입장에서 보자면 난 자연재해. 항거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덤벼 보시죠."

오른손에 레이피어만을 꺼내든 채로 자세를 잡는다. 평소와는 정반대 손이라 제법 어색하다. 아마 지켜보고 있는 학생들 중 몇 명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문제는 지금 상대하고 있는 세 명 중에서 알아차린 사람이 있느냐다.

다가오는 중인 전위 두 명은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탓인지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뒤쪽 마도사도 마찬가지. 조금이지만 여유가 피어오른다.

"나쁘지 않군요."

측면에서 날아드는 투척용 나이프 두 개를 쳐냈다. 아마 노렸다기 보다는 내 표정을 보다가 얼떨결에 던진 듯 싶다.

"흡!"

하지만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양쪽으로 검이 다가온다.

"스읍..."

조금 멀리 떨어진 마도사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전투의 막이 올랐다.

"벌써부터 이러면 저도 곤란한데 말이죠."

양쪽에서 동시에 다가오는 검은 각각 투핸드소드와 단검. 심지어 단검 쪽은 허리에 한 자루가 더 있다. 여차 싶으면 뽑겠다는 의지가 넘처흐른다. 간단히 피할 수는 없다. 피하려다 봉변 당하는 수도 있다.

결국 방법은 하나. 레이피어로 두 자루의 검을 한 번에 막아선다. 다만, 일반적인 방식으론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럼, 일반적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저도 왠만하면 시작부터 이런 짓, 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레이피어를 공중에 가로로 눕힌다. 위치는 대략 검 두 개를 동시에 막아설 정도. 눈대중으로만 적당하다 싶으면 보통은 막을 수 있다. 상대도 검 앞으로 검이 들이밀어지면 시선이 쏠리고, 그 쪽으로 향하게 되니까. 그럼 내가 할 일은 많이 얇은 편이긴 하지만 손꿈치를 갖다 대기엔 나름 괜찮은 칼날의 옆을 조금 강하게 밀치는 것 뿐이다.

"무슨?!"

"윽!"

투핸드 쪽은 살짝 막혔을 뿐이고, 단검 쪽은 검이 튕겼다. 아마 꽤나 아팠겠지...

"보통은 부러지겠지만, 이 녀석은 답지 않게 튼튼해서 자주 이렇게 쓰는 편입니다... 라곤 해도, 저도 오른손으로 해보는 건 처음이지만요."

막아선 검은 두 개인데, 한 쪽만 튕겨져 나가는 불균형이 발생해 레이피어가 공중에서 반 바퀴 정도를 돌고 왼손에 안착한다. 내가 여유롭게 레이피어를 받아내는 사이, 두 사람은 거리를 벌리고 재정비. 뒤쪽에선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같은 편인 두 사람이 문제인건지 아직 큰 움직임은 없다.

시작부터 아슬아슬하다 싶은 느낌이 든다. 서로 다치지 않고 끝나는 게 목표기는 한데, 그러려다 보니 아까 같은 곡예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야할지 감이 안 온다.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 내가 자처한 일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가 하나 정도씩만 배울 만큼 빨리 하는 편이 좋겠군요. 한 번 한 번이 이렇게 오래 걸리면 제가 못 버텨서."

오른손으로 만도를 꺼내 든다. 동시에 왼손에 든 레이피어를 다시 제대로 잡는다. 오늘따라 가드 너머로 향하는 손가락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말

  전반적으로 연재 속도가 빨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 며칠간 들쑥날쑥하긴 했는데 전이랑 비교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자주 들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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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0 15.12.31 219 1 8쪽
61 59 15.12.29 2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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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30 1 10쪽
57 56 15.10.14 283 3 8쪽
56 55 15.09.13 228 1 8쪽
55 54 15.08.17 246 1 7쪽
54 53 15.07.29 265 1 10쪽
53 52 15.07.27 395 1 7쪽
52 51 15.07.25 342 1 7쪽
51 50 15.07.09 363 1 7쪽
50 49 15.07.05 269 1 7쪽
49 48 15.06.21 36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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