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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8,597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5.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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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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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1

DUMMY

"어차피 지금은 리스폰 현상 때문에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까. 마스터의 칭호를 단 상대에게 죽고도 살아있을 수 있다니, 저로선 너무나도 감격스런 일입니다."

빛이 나는 듯한 눈빛에선 거짓이 비쳐보이지 않았다. 느낌일 뿐이지만 지금 저 말은 진심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건 제 쪽에서 사양하도록 하죠. 이미 봐서 알겠지만 전 흑조도를 쓰면서도 누구 하나 죽일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쪽에 관해선 강경하게 대응하고 싶다. 그런 일념 하에 별다른 내색도 없이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상대 쪽에선 그걸 배려해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사양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제 쪽에서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덤빌 테니, 부디 응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오드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곤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싸울 준비는 끝나 있다는 걸까.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 녀석이 호전적인 성격이라는 건 브리도 아는 사실이니까 아무도 뭐라 하진 못할 겁니다."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시타가 오드가 멀어지자 그런 말을 해왔다.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는 듯한 옅은 미소를 머금은 시타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 녀석이 말한 대로 죽여도 리스폰이 이루어질 테고, 죽이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죠. 오드가 당신을 이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아도 좋고."

"...전 안 죽일 겁니다."

검 손잡이에 걸쳐놓은 손 위로 유독 한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충분히 쉰 것 같으니 마지막 전투를 시작해 보죠. 오드? 준비는 되었나요?"

오드는 긴장한 듯 살짝 굳은 모습으로 말 없이 검을 세웠다. 아마 대답 대신으로 보인다.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선공하시겠습니까?"

"...네."

결의를 굳힌 듯 오드의 눈이 빛난다. 긴장을 풀어내듯 숨을 고르며 자세를 다잡는 게 영 풋내기는 아닌 티가 났다.

무장은 꽤나 무거운 편. 철판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체인으로 감싸인 부분들은 만도로 베어내도 큰 타격이 없을 듯하다. 레이피어로 찌르는 게 더 유효하려나.

무기는 제법 무거워 보이는 대검. 양날이 아니니 변칙적인 움직임은 없겠지만 중량에서 밀리는 입장으로선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만도까지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레이피어로는 못 막는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절 죽일 각오로 싸워주셨으면 좋겠네요."

"거절하겠습니다."

레이피어만 덜렁 집어들고 자세를 잡음과 동시에 오드가 달려들었다. 단독으로 전투에 나섰으면서도 중무장을 하지 않은 의미가 있는 건지 움직임이 결코 느리지 않았다.

첫 공격은 크게 휘두른 베기. 덩치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크다는 느낌이 있는 탓인지 벤다기 보다는 망치 같은 걸로 내려찍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한 움직임이었다.

우선은 맛보기를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회피를 시작했다. 어차피 방어는 만도를 꺼내들어야 가능하겠고, 만도를 꺼내든 이후엔 흑조도를 써서 빨리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니 벌써부터 정면에서 대응해줄 필요는 없다.

"흡!"

동작이 크지만 눈이 예리하다. 그리고 움직임 자체가 느리지 않다. 동작이 커질수록 몸 쪽이 비는 타이밍이 생기기 마련인데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으로 그걸 커버하고 있다.

"무지막지하네요. 그거 무거워 보이는데 체력은 괜찮나요?"

"신경 쓰지 마시죠! 이렇게 싸워온 게 벌써 몇 년이라!"

생각보다 체력은 나쁘지 않은 건지 호흡이 규칙적이다. 지친 기색도 딱히 안 보이고, 이대로 몇 분 정도는 계속 유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 만도는 언제 꺼내드실 겁니까? 레이피어로 방어하실 생각은 없으시잖아요."

"어련히 알아서 꺼내들 테니 그 걱정은 마세요. 저도 당신이 지쳐쓰러질 때까지 이럴 생각은 없으니까."

이어지는 공격에 맞추어 스텝을 밟으며 몸을 푼다. 나름 천천히 움직인다고 그랬던 건데도 급한 움직임에 낮은 비명을 흘리는 듯한 근육이 원망스럽다.

공격이 잠시 느려졌다 싶어 몸을 뒤로 크게 뺐다. 덜컥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자 그 앞으로 거대한 검이 바닥에 내려꽂히는 게 생생히 보였다. 먼지가 일어날 정도로 세게 내려쳐진 검은 그 상태로 정지했다.

"그런 걸 하면서도 생기는 틈은 별로 없다니. 어지간히도 힘 위주인가 보네요. 뭐, 이 정도 힘이면 그 자체로 테크닉이라 봐도 무방할 테지만."

"칭찬 감사합니다."

바닥의 모래니 부스러기가 묻어나는 검을 다시 집어올리며 대꾸하는 오드. 이제까지의 공격이 한 번도 안 맞았으니 화가 날 법도 한데 아직까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면 침착을 가장하고 있던가.

"지금부턴 저도 공격에 나섭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당신을 죽이지 않을 거고요. 당신도 일부러 죽어줄 생각은 없는 게 맞겠죠?"

만도를 칼집에서 꺼내 단단히 쥐며 물었다. 두 자루의 검을 모두 꺼내들고 자세를 잡는 나를 보며 오드는 반기는 기색이다.

"물론입니다. 일부러 죽는 건 저도 김이 새니까요."

대검을 다잡으며 검 끝을 내 눈으로 향한다. 조금 방어적으로 나갈 생각인 걸까. 아니면 더 공격적으로?

"그럼 2 라운드, 시작해 볼까요?"

말을 끝내는 동시에 흑조도로 이동을 개시했다. 나와 오드 사이의 거리는 해봤자 수 미터 이내. 흑조도까지 동원한 이상 몇 걸음이면 뒤를 잡을 수 있는 거리다. 위치 자체는 나도 예측할 수 없지만 대략적인 방향조차 알 길이 없는 상대로선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

"흐압!"

내가 시야에서 사라진 직후 오드가 움직이며 외친 소리가 귀에 와닿는다. 흑조도를 시전중인 상태일 땐 소리도 들리는 게 늦은 감이 있으니 정확히 언제 일어난 일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소리가 들리기 직전 흑조도를 따라 몸이 아래쪽으로 급선회하며 자세가 낮아졌다. 아무래도 오드가 접근을 막아보려고 검을 주위로 휘둘렀던 걸까.

"이런 걸론 쉽게 못 막습니다, 학생."

검이 휘둘러지는 타이밍을 맞추어 걸음을 멈추고 대검을 오드의 손에서 빼앗았다. 오드가 휘두르던 힘을 유지한 채 공중으로 띄워진 검은 한참을 날아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수업은 여기까지로 할까요?"


작가의말

얘도 일반연재로 올라온 건 좋은데 소제목은 또 언제 다 정하나 싶네요. 얘는 진짜로 오래 걸릴 것 같은 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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