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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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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9,079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5.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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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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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2

DUMMY

"흡!"

하던 대로 목에 만도를 들이대니 오드가 급하게 그 앞으로 대검을 세워 들었다. 거기에 부딪혀 만도가 유효 거리까지 끼어드는데 실패한다.

"그거, 그렇게 들면 위험할 텐데요."

"어떻게든 이거 때문에 지는 일은 싫었거든요. 그래서 위험하고 자시고 가릴 생각이 없는 지라!"

만도를 뒤로 빼며 레이피어를 들이밀자 오드가 뒤로 물러났다. 검은 발걸음 상태를 감안해서 정비할 시간을 벌 생각인 듯하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대비는 그다지 안 한 것 같네요? 도망치기만 해선 원하는 전투는 못할 거라고 봅니다만."

"그걸 대비하라고 해도 뭐가 보여야 대비를 하죠.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생각만 해서 뭘 한답니까."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다잡는 오드. 아직도 계속하려는 모양이다.

"일단 계속 가도록 하죠. 저도 이만 쉬고 싶어서."

온통 검게 물들기라도 한 듯한 무거운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는다. 오드가 날 향해 뻗었던 검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 먼 거리를 뚫고도 잘 들리던 숨소리가 사라진다.

평범하게 하던 대로 제압하는 건 불가능할 듯하다. 어차피 오늘은 이 이상 싸울 일도, 힘을 남겨둘 필요도 없다. 체력도 바닥인 거, 죽지 않는 선에서 저 녀석도 만족할 만한 걸 보여줄까.

발걸음을 조금씩 빨리 내딛기 시작한다. 모래가 나부끼는 거친 바닥이 얼음이라도 된 듯 미끄러진다. 발이 무겁다.

"연주 시작."

어디서 들려오는지도 모를 바이올린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날카로운 소프라노. 오랜만에 듣는 거지만 역시 영 달갑지 않다.

"Crow song."

몇 번이나 반복해왔던 움직임이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에 맞추어 이어진다. 왼쪽으로 지나치며 한 번, 선회하며 여기저기 대충 두 번 정도. 그대로 옆을 스쳐 지나가며 또 한 번.

주위를 맴돌며 만도를 굴리듯이 휘젓는다. 결코 깊지 않게, 얕은 상처가 수없이 배어나도록.

"큭!"

참고 있었던 것 같지만 결국 잇새로 비명이 새어나온다. 무언가가 얕게 찢겨나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몸을 뒤로 물려 오드를 바라보자, 거대한 대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겨우 지탱중인 피투성이의 남자가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전투는 여기까지로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오드는 몸을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최대한 신경 써서 상처가 얕게 나도록 했으니 출혈은 심각하지만 회복은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드에게 달려가는 의료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자리를 떴다. 얕다고는 하지만 전신을 난도질 당했으니 다음에 보면 온몸을 붕대로 감싸인 상태일지도.

"여전히 화려한 멜로디네요, 그거."

"아, 시타."

오드의 치료 쪽엔 관심이 없는 건지 시타가 가까이 다가왔다. 오드는 대충 내버려 두고 수업을 끝내려고 했는데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결국 상냥하게 끝내 주셨네요. 오드 녀석, 엄청나게 피투성이긴 하지만."

"...보통 저 꼴을 상냥하게 대했다고 하진 않을 텐데요..."

슬쩍 손가락으로 시타의 뒤쪽을 가리켰다. 의료진이 몇 명이나 달라붙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 죽었으면 된 거죠."

평소보다도 진하게 미소를 드리우는 시타. 뭔가 그래선 안 될 것 같지만 더 밝은 느낌까지 드는 얼굴이었다.

"리스폰 사태 이후 저런 태도인 경우가 늘어나 버려서요. 개인적으로도 답답했던 참입니다."

"...그렇군요."

신경 쓰지 말라며 수습에 나서는 시타. 학생들을 불러모으고 차근차근 주위를 정리해 나간다. 그 모습을 뒤에서 조금 지켜보고 있으려니 순식간에 정돈된 학생들이 눈앞에 있었다.

여러 모로 버틴 끝에 붕대로 싸매여 실려 간 오드를 제외하면 전원이 모였다. 흑조도로 한 번에 정리되었던 학생들도 상태는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들 모인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얘기나 좀 할까요? 수업은 이걸로 끝이니까."

군데군데 너덜너덜한 모습의 학생들이 섞인 무리를 둘러보며 수업의 끝을 고했다. 긴장을 푸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놀랍지만 아쉬워하는 학생도 보이는 듯했다.

"한 명은 의욕과다로 실려갔는데 혹시 궁금한 점 있습니까?"

시타가 옆에서 진행을 거들었다. 오드의 취급이 조금 불쌍해진 순간이었다.

"다른 궁금한 점이 없다면 이만 쉬기로 하죠. 선생님 쪽도... 이래 보이긴 하지만 많이 지친 거라서요."

학생들이 별 반응이 없자 시타가 빠르게 자리를 파한다. 학생들도 큰 불만 없이 자리를 떠났고, 나 또한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수고했어- 역시 엄청 지친 것 같네?"

"아, 브리."

그리고 그 뒤로 브리가 따라붙었다. 해맑게 다가서는 모습이 유난히 반가웠다.

"마지막엔 멜로디까지 꺼내들고... 정말 어지간히도 지쳤었나 봐?"

"마지막 발악이죠, 뭐. 이렇게나 장기전을 할 일도 없으니까요.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단기전 지향이라."

흑조도 자체의 특성도 문제지만, 내가 체력적으로 무리라 전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다. 브리처럼 전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익숙한 경우와 비교하자면 초라한 수준도 못 될 정도로 짧달까.

"그러니까 너도 체력 생각도 하고, 다른 것도 배워보라니까. 항상 이렇게 날로 먹을 수는 없잖아?"

"...틀린 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유난히도 슬프네요. 그 말."

전투를 날로 먹는 전투법. 흑조도를 사용하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이동부터 위치 선정, 전투의 흐름 등 항상 머리로 굴리고 있어야 할 것들을 전부 날림으로 처리하고 싸우게 하면서도 전투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검술. 솔직히 사기다.

"그게 강하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으론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야. 그건 너도 확실히 인식하고 있어야 해."

"네. 고마워요, 브리."

나보다도 더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걱정해주는 브리의 모습에 배시시 웃음을 조금 흘렸다. 그걸 본 건지, 어쩐 건지 브리는 여전히 밝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살희망자 녀석은 어떻게 되었어?"

"예상했던 것보다도 멀쩡합니다. 각별히 신경 썼던 거겠지만 전반적으로 상처가 얕아서 죽을 일은 없어 보이더군요."

오드를 언급하는 브리의 얼굴이 착잡하다. 역시 브리도 그런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뭐, 레이라면 그렇게 할 거라고 확신했었지만."

"무슨 근거로요? 멜로디 사용중일 때도 조금만 까딱했으면 즉사였는데요."

"난 알아."

그렇게 말하는 브리가 다시 환하게 웃어보인다. 그 모습에 난 실없이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분명 주 4회 연재를 예약하면서 돌리고 있는데도 무슨 일 하나 날 때마다 밀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슬픈 일입니다. 세이브가 쌓여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연재 주기를 늘려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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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0 15.12.31 219 1 8쪽
61 59 15.12.29 222 1 7쪽
60 58 15.11.19 211 1 7쪽
59 57 15.11.16 226 1 7쪽
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30 1 10쪽
57 56 15.10.14 283 3 8쪽
56 55 15.09.13 229 1 8쪽
55 54 15.08.17 246 1 7쪽
54 53 15.07.29 265 1 10쪽
53 52 15.07.27 396 1 7쪽
52 51 15.07.25 342 1 7쪽
51 50 15.07.09 363 1 7쪽
50 49 15.07.05 270 1 7쪽
49 48 15.06.21 362 1 7쪽
48 47 15.06.19 388 1 8쪽
47 46 15.06.17 28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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