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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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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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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1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5.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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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DUMMY

"그래서 출발은 언제 할 예정이야?"

방으로 돌아와 앉자마자 브리가 침대 쪽으로 몸을 던지며 물었다. 더 이상 남아있을 일정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그 생각부터 들었던 걸까.

"저로선 가능한 한 빨리가 좋겠죠. 처음부터 목적은 단순한 동태 파악이었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어요."

내가 그륜트까지 오게 된 건 어디까지나 그륜트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특히 모프가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공식적으로 들켜도 상관 없는 입장으로 파견을 나온 거라 거리낄 것 없이 행동하긴 했지만 일종의 사신으로서 파견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딴 짓이나 하면서 보냈으니 사실 직무유기 처분으로 처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그게 맞는 거고.

"레이 너도 이제 공무원이라는 거냐... 무리 없이 떠도는 늑대 마냥 마이웨이였던 때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는데..."

한가하게 뒹굴거리며 말하는 브리에게선 짙은 장난기가 느껴졌다. 본인도 일단은 한 단체의 장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니 상황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 쉬고 나면 회복은 충분할 테니 내일 바로 출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여기 온 것 자체가 휴가 같은 느낌이긴 한데, 그렇다고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어서요."

그륜트 동향 파악을 빌미로 시작된 게 벌써 며칠이나 머물고 있다. 리스폰 사태 및 모프가드에 대한 대응 회의는 한참 전에 끝났었는데도.

"내가 막는다고 안 갈 녀석도 아니고, 차라리 편히 쉬다가 가라... 어차피 조만간에 또 보게 될 테니."

"...그렇네요."

카펠라의 건이야 워낙에 특수한 경우니 그렇다 치면 그륜트에서의 며칠은 지금 상황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평화로웠다. 대륙 전체에 걸친 혼란이 들이닥친 와중인데도 말이다.

"우리야 어차피 대륙회의에서도 크게 제안할 게 없어. 전쟁이 안 일어나면 그만이고, 불합리하게 희생될 누군가가 없다면 되는 거야. 그런 것만 아니라면 전력을 다해서 도울 테고."

"무력 단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브리가 그건 그렇지, 라며 소리내 웃는 걸로 대화가 일단락된다. 이런 와중에도 그륜트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고 보니 팔수스는 어디 있죠? 할 게 있다고 어디 틀어박히기라도 했나요?"

"글쎄? 저번에 소냐한테서 혼자 있을 만한 방을 좀 멀리 배정받은 건 기억하는데. 갈래?"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브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에 맞추어 나도 피곤한 몸을 일으켰다. 바쁜 일도 없으니 천천히 움직여 보자.

"그 재미없는 녀석, 진짜 뭘 하고 있으려나. 일부러 먼 곳으로 방을 잡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뭔가를 조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솔리브론 마도서관이라면 일정 권한만 있다면 외부에서도 자료 열람을 허용하고 있으니까. 비전도 켤 수 있는 마당에 그 정도 권한은 있겠죠."

"역시 그렇겠지?"

브리가 의미 모를 한숨을 내쉰다. 뭔가 한심하다고 말하는 듯한 모양새라 시선이 갔지만 결국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 방이야. 들어가 봐. 난 일이 좀 있어서 돌아가 봐야할 것 같아."

"이따 봐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방문을 두드렸다. 브리는 곧바로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팔수스? 잠깐 들어가도 될까?"

"레이? 어... 괜찮아! 들어와."

팔수스의 허락에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생활감 있는 실내가 상당히 좁지만 아늑해 보이는 방이었다.

"요새 바쁘던데 무슨 일이야? 방 하나 구하고선 두문불출이라니. 네가 그럴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벽에 자리한 장식장에서 컵을 하나 챙겨오던 팔수스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본인으로서도 뭔가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겼던 모양이다.

"솔리브론에서 일이 있었거든. 그거 때문에 자료 조사랑 겸해서 그 때 못 봤던 책들 조회중이었어. 나 때문에 곤란해진 사람이 좀 있어서."

"별 일이네? 너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는 거 싫어하지 않았나?"

"당연히 싫어하지. 나 인성 정상이야."

팔수스는 별 소리를 다한다는 얼굴이다. 조금 당황한 것 같은 얼굴도 보기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슬슬 정리가 끝나가던 참이야. 어차피 처음 일 벌일 때부터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해놨었으니까."

"그건 너답네."

발 빠른 대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아무튼, 무슨 일이야? 레이 너도 바빠서 한창 뛰어다니던 걸 봤었던 것 같은데."

"그건 방금 정리하고 오는 길. 마지막 수업까지 끝났겠다, 오늘까지는 쉬고 내일 아수리온으로 출발하려고."

"아, 벌써 그럴 때인가?"

팔수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 태도다. 할 일들도 다 끝났으니 당연한 거지만.

"내일 출발할 건데, 괜찮은 거야?"

"응. 딱히 그륜트 자체에 볼 일이 있는 건 아니니까. 솔리브론 쪽 일은 가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고, 애초에 별로 안 남아서 오늘이면 끝날 거야."

"그건 다행이네."

팔수스 성격상 일을 쌓아두질 않다 보니 이런 면에선 확실히 편하다. 내일부터 아수리온으로 출발할 거라고 하는데도 당연하다는 듯이 준비가 끝나 있다.

...이렇게 생각하려니 너무 편한데?

"아수리온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글쎄? 예정보다 그륜트에 오래 머물었으니 더 서두른다고 치면 이틀 내로 수도까지 달려야 할 거야. 주변국들의 동태 파악은 사실상 명목이었긴 하지만."

솔리브론의 경우 아예 국가적 입장을 대륙 상대로 표명했다. 솔리브론으로 파견된 팔수스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그륜트도 원만하게 방치로 합의가 끝났으니 내가 가지는 의미도 대략 며칠 정도의 시간 벌이가 전부다.

"여차 싶을 때를 생각하면 가능한 한 빨리 수도로 향해서 상주하고 있는 쪽이 안전해. 이런 나라지만 이젠 아수리온의 가장 대표적인 무력이니까."

"책임을 느끼고 있는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건 질색을 하더만..."

"...나도 좀 변한 거 뿐이야."

조금 머쓱한 기분으로 대충 둘러댔지만 사실 나 자신도 스스로 실감이 되질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바뀐 게 너무 많아서.

"아무튼 내일 그륜트를 떠날 거니까 준비해줘. 특히 푹 쉬도록 해. 내일부터 엄청 달려야 할 테니까."

"응."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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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15.07.25 32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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