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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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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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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6.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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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DUMMY

"여왕 폐하를 뵙나이다."

"고개 들어요, 레이. 여긴 공식 석상도 아니라고요?"

수도까지 뻥 뚫린 길을 따라 급행한 나와 팔수스는 즉시 왕궁으로 향했다. 수도까지 오는 데에 또 며칠을 쓰기는 했지만 덕분에 도착한 시간이 그리 늦지 않아 입궁이 가능했다.

"잘 돌아왔어요, 레이. 며칠만에 본 거지만 정말 반갑네요."

폐하께선 정말 순수하게 기뻐하시는 눈치셨다. 빛이라도 나는 듯한 눈이 시선을 빼앗는다.

"...우선은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라휄 폐하를 바라보다 자세를 잡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다녀왔던 시간에 비해서 보고할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그륜트는 모프가드에 대해서 방치할 예정입니다. 대륙 회의가 열리더라도 크게 의견을 내진 않을 듯하고, 주민들이나 길드에 해가 되지만 않는다면 침묵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고 온 마차는 그륜트에서 준 선물이라고 했나요?"

"네. 현재 왕실의 재산으로서 회수 조치되었습니다."

내 말에 폐하께서 얼굴을 조금이지만 굳히셨다.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걸까.

"솔리브론 쪽은 어떻죠?"

"내부에서의 결정도 저번 공개 선언 때와 같은 듯합니다. 오히려 리스폰 사태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라 다른 쪽으론 당분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이미 대충 예상은 하셨다는 듯, 짧은 보고가 끝나고도 라휄 폐하께선 여상한 태도셨다.

"우리로선 대륙 회의만 준비하면 될 테니 다행이군요. 모프가드에서 갑작스런 움직임만 없다면..."

"네. 아마 외교 관계가 조금 변동하겠죠."

리브라가 몸을 숙이며 말끝을 흐리시는 폐하의 말씀을 이어받았다. 아직도 모프가드에서 넘쳐흐르고 있는 물결을 막아보고자 철야로 일을 하고 있는건지 길게 내려온 다크서클이 압권이다.

"보고는 충분한 것 같네요. 대응은 계획한대로 가도록 하죠."

"네. 그럼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리브라가 깊게 허리를 숙이곤 방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리브라와 교대라도 하듯 들어선 시종장이 다양한 디저트와 차를 준비하곤 사라졌다.

"이제 이쪽으로 앉겠어요, 레이? 팔수스도. 오랜만에 생긴 여가시간인데 조금만 어울려주면 좋겠네요."

어느 사이엔가 마련된 의자들을 가리키시며 티타임을 선언하시는 여왕님. 혼란스러운 와중에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으니 상관은 없겠지.


"라휄 여왕님, 정말 친절하신걸. 나도 그렇지만, 레이 네가 지친 걸 아시고선 바로 티타임이라니. 상상도 못 했어."

"...그러게."

한 없이 친절하기만 하고, 항상 밝게 미소짓기만 한다. 정말로 필요하다면 가차없지만, 단순히 자기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라면 입을 다문다. 한 국가의 통치자로서 이상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분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관계자들 끼리만 회의라고 했었나? 레이 너는 권한상 가능은 하겠지만 끼지 않겠다고 했으니 당장은 아무 일도 없는 거지?"

"어. 대외 업무 쪽은 리브라 전담이라 나도 일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어차피 그런 일을 위해서 준비된 인력은 아니라는 모양이야. 내가 생각해도 그런 쪽은 젬병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단순한 무력으로서의 상징이 내 역할이나 마찬가지니 솔직히 다른 대신들 쪽에서도 날 기용할 생각은 없을 것이다. 대외 행사나 극단적인 무력이 필요한 현장이 아니라면 내가 불릴 일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럼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결론을 낼지가 관건이라는 건가. 어차피 우리 조사는 주변 정세를 대충 훑어보고만 오는 거였으니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던 모양이지만."

"응. 아마 조만간에 발표를 할 거라고 봐. 뭔가 획기적인 방법 같은 게 제안되지만 않는 한 우리로서도 모프가들을 직접 건드릴 일은 없겠지만."

모프가드는 리스폰 이전에도 외교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니지 않은 국가였다. 군사력만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이지만, 과거 프라모프 시절의 과격함 때문에 대륙 수준으로 왕따를 당했달까. 모프가드도 그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얌전히 굴었던 거지만.

"...하지만 당장 모프가드는 무법지대로 변모했고, 왕실도 완전히 몰락햇다고 들었으니 사실상의 통치자가 어떻게 나서느냐가 문제일 뿐이지."

"아마 정상적인 움직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테고."

왕궁을 습격해 왕을 죽이고 템플 캐슬에서 납치, 나라 하나를 집어삼킨 위인이다. 그 뒤 처음으로 한 일이 국가 내 모든 법전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거고. 절대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일단은 기다릴 수 밖에 없어. 당장 모프가드 쪽 국경으로 달려가서 무력 통제를 할 수도 없고, 국경 자체가 폐쇄된 상황이니까. 변하는 건 없어."

모프가드에서 무법화가 이루어진 직후, 무법화에 찬성하지 않았던 선량한 국민들은 대탈출을 감행했다. 모프가드 내에 있어도 보호받을 방법이 없으니까 가능한 한 다른 국가들로 망명을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도 소위 말하는 무법자들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터라 그에 대한 대응이 꽤나 갈린 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 아수리온의 경우 가능한 한 격리하여 수용하고 있는 편이고.

그륜트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하거나 실제로 누군가를 해치면 당장 제재를 가할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괜찮다는 거겠지.

솔리브론의 경우에도 마법사들 천지라 신경도 쓰지 않고 있겠고.

"...망명 신청을 넣은 사람들만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어."

"격리 수용 정도면 그래도 많이 형편 좋은 이야기라는 거 알잖아. 지금까지 망명 신청을 하고서 살인 사건을 벌인 녀석이 몇인데."

그리고 그런 예감은 어김 없이 맞아 떨어졌다. 망명을 신청해서 받아들여진 이들 중 상당수가 내키는대로 학살극을 벌인 일만 벌써 몇 번. 그것도 아수리온, 그륜트, 솔리브론 가리지 않고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륙이, 많이 소란스러워지겠네."

지금은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다시 살아난 이들은 본인의 죽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정신이 붕괴된 경우도 몇이나 보고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대부분은 격리 수용된 망명자들 사이에서만 일어났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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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 15.08.17 23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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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15.07.27 365 1 7쪽
52 51 15.07.25 32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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