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8,559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9.06.18 13:30
조회
65
추천
0
글자
7쪽

89

DUMMY

목검이 허공을 가른다.

살짝 사선을 그리는 궤도가 어깨를 향해 내려꽂히지만 만도로 막기 편한 수준이다.

"그 쪽이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키 차이가 있으니까 그걸 활용해야죠."

내 키가 큰 편인 것도 있지만 상대는 어디까지나 소년.

정석적인 자세를 잡으면 검 높이가 살짝 낮은 수준인데 거기서 어깨를 노리려고 하면 만도를 살짝 앞으로 세우는 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각도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차라리 더 아래쪽을 파고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레이피어 쪽은 방어 특화가 아니란 걸 염두에 두고."

살짝 거리를 벌려 다음 공격 목표를 조언한다.

내 말을 듣고서 시선이 옮겨지는 걸 보니 영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럼 계속 가보죠.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자세를 살짝 낮추고서 앞으로 향했다.

어차피 기본적으로 상대가 더 위치가 낮은 상황이니 몸을 낮출수록 불리해지는 건 나다.

이럴 땐 적당히 위쪽을 선점하고 있는 게 이득이다.

"우선은 레이피어를 쓰도록 하죠. 잘 막거나 피해보세요."

소년 기사의 바로 앞으로부터 몇 미터 앞까지 도달한 순간 속도를 높였다.

레이피어를 앞으로 뻗은 채 돌진.

일반적인 검으론 돌진하는 와중에도 검이 흔들려서 문제가 생기지만 레이피어라면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목표에 닿을 수 있다.

이런 식의 공격은 아직 받아본 적이 없는지 소년의 눈이 흔들린다.

그리곤 슬쩍 옆으로 움직이며 레이피어를 피하는 걸 선택했다.

다만...

"유감이지만 그쪽은 꽝입니다."

"에?"

소년이 피한 쪽은 레이피어 방향.

만도로 대응할 것을 생각해서 반대 방향으로 뛰었던 거겠지만, 지금 자세에선 그것보다 훨씬 쉬운 대응법이 있다.

"어차피 레이피어 끝으로 긁으면 되니까요."

앞으로 숙였던 자세를 급하게 다리 힘만으로 바로 잡으며 회전.

그리고 레이피어를 동시에 휘둘러 훈련복을 살짝 긁으며 뒤로 빠졌다.

"진검이었으면 좀 아팠을 겁니다. 사슬갑옷 정도만 걸쳐도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 때는 다른 곳을 노리면 되니까 바뀌는 건 없죠."

"...그렇군요."

소년은 여전히 놀란 눈이다.

목검이라곤 하지만 꽤나 날카롭게 벼려진 레이피어는 훈련복을 살짝 찢어놓았다.

"음... 옷은 제가 변상해 드리도록 하죠. 이번 기회에 새 걸로 하나 맞추는 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때가 잘 안 타는 소재로 된 옷을 텐데도 얼룩덜룩 변색이 된 부분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기왕 망가뜨린 거 새 옷 한 벌 정도는 입혀줘야지.

"그, 그러실 필요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그냥 받으세요. 명령입니다."

원칙적으론 기사단장급 직위이니 단원에게 하는 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어느 정도는 있겠지, 뭐.

끝끝내 거절해도 던져주고서 사라지면 될 일이고.

"대련이나 계속 하죠. 이번엔 당신 차례입니다."

"...네!"

소년의 얼굴이 밝아지는 게 눈에 띈다.

더불어 자세를 다잡는 것도 더 힘이 들어간다.

벌써부터 요구하기엔 너무한 일이지만 검을 잡은 상황에 감정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건 약점이다.

"그럼 가겠습니다!"

우선은 아무 말 없이 하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아까 연습하던 걸 보면 실력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니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일단 달려오는 것까진 아까와 비슷한 정도. 몸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자세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근육이 부풀어 오른 탓에 자세가 조금 뻣뻣하고 달리는 도중엔 다리 관절이라던가 여러 모로 무리가 가는 게 보인다.

"하압!"

그리고 이제껏 없었던 기합 추가.

흥이 오른 것과 더불어 기사단이 단체로 연습할 때의 버릇이 남아 검을 크게 휘두르거나 힘을 주면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는 듯하다.

이래서야 언제 큰 공격을 할지 상대에게 알려주는 꼴이다.

"이건 불합격."

살짝 미소 지으며 동작이 커진 탓에 아까보다도 느려진 목검을 만도로 쳐냈다.

검을 따라서 단원이 밀려난 건 덤.

심지어 몸을 띄웠던 건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쉽게 멀리까지 밀렸다.

"몸에 힘을 너무 줬습니다. 몸이 그렇게 뻣뻣해선 변칙적인 전투는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게 맞고, 기합 소리도 너무 정박이더군요. 그래선 언제 공격할지를 알려주고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힘을 얼마나 줬는지 만도를 잡고 있던 손이 얼얼할 지경이다.

이래선 공격한 본인 손도 성하긴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점프. 갑작스럽게 상대를 놀래키는 데는 나쁘지 않지만 당신은 몸무게가 그렇게 나가는 편이 아니니 큰 메리트가 있다곤 보기 힘듭니다. 자세도 흐트러지고 괜히 상대와 검을 나란히 둘 필요는 없죠."

하나씩 지적하기 시작하니 아까까지만 해도 밝기만 하던 단원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아무튼, 검을 들고 있는 이상 감정을 드러내는 건 주의하셔야 합니다. 상대방과 압도적으로 실력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어요."

"네..."

축 쳐진 소년의 어깨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단원의 실력을 키워주고자 시작한 대련인 만큼 이 정도의 쓴 소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계속 해보죠. 몸에 힘 빼고 편하게. 아직 연습했던 기술들은 하나도 안 꺼냈잖아요?"

목검을 하나씩 집어든 양손을 가슴 앞까지 살짝 들어올린다.

본격적으로 목검을 활용한 난타전으로 돌입할 거라고 경고하는 의미도 있는 자세다.

시무룩해 하던 단원도 자세를 다잡고는 내 공격에 대비하는 게 보인다.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편인 걸까.

"이번엔 몇 번 정도 연격을 할 겁니다. 만도에 레이피어 구성이니 막으려고 하든 피하려고 하든 까다로우니 집중하세요."

"네!"

씩씩하게 대답하는 소년.

반 쯤 죽어있던 눈빛도 다시 살아나 타오르듯 빛을 내고 있다.

"그럼 갑니다."

이번엔 급가속 없이 일정한 속도로 바로 앞까지 접근하기로 한다.

처음부터 동작이 큰 공격을 하게 되면 이후 추가타를 넣는 데 지장이 생기니 시작부터 조금 심심한 맛이 있게 베어야 한다.

그래도 만도와 레이피어가 동시에 움직이는 건 똑같으니 당하는 입장에선 정신이 없을 건 똑같다.

"일단 만도로 시작해 볼까요?"

앞까지 접근 후 만도로 앞 쪽을 크게 베어내며 시선을 끈다.

그 궤도 아래쪽으로 레이피어를 접근시키는 것으로 첫 공격.

가까이에서 만도가 휘둘러지는 만큼 전체적인 시야가 좁아지기도 하니 상대방을 처음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동시에 다음 공격을 이어나갈 틈을 만들 수 있으니 연격 시작용으론 무난하겠지.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까마귀와 모래시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시 시작하렵니다. 19.06.18 78 0 -
» 89 19.06.18 66 0 7쪽
90 88 19.06.14 28 0 7쪽
89 87 19.06.11 13 0 7쪽
88 86 19.06.07 16 0 7쪽
87 85 19.06.04 12 0 7쪽
86 84 19.05.31 15 0 7쪽
85 83 19.05.28 19 0 7쪽
84 82 19.05.24 15 0 7쪽
83 81 19.05.21 34 0 7쪽
82 80 19.03.27 20 0 7쪽
81 79 19.03.16 19 0 7쪽
80 78 19.02.28 21 0 7쪽
79 77 18.12.14 19 0 7쪽
78 76 18.01.08 35 0 7쪽
77 75 17.01.27 227 0 7쪽
76 74 17.01.22 299 0 7쪽
75 73 16.09.18 177 0 7쪽
74 72 16.07.27 190 0 8쪽
73 71 16.05.14 334 0 8쪽
72 70 16.03.27 262 0 7쪽
71 69 16.03.20 246 0 7쪽
70 68 16.02.25 299 0 7쪽
69 67 16.02.22 291 1 7쪽
68 66 16.02.21 163 1 8쪽
67 65 16.02.18 220 1 7쪽
66 64 16.02.17 209 1 8쪽
65 63 16.02.16 232 1 7쪽
64 62 16.01.07 275 1 7쪽
63 61 16.01.03 227 1 7쪽
62 60 15.12.31 216 1 8쪽
61 59 15.12.29 215 1 7쪽
60 58 15.11.19 209 1 7쪽
59 57 15.11.16 222 1 7쪽
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29 1 10쪽
57 56 15.10.14 278 3 8쪽
56 55 15.09.13 225 1 8쪽
55 54 15.08.17 242 1 7쪽
54 53 15.07.29 262 1 10쪽
53 52 15.07.27 390 1 7쪽
52 51 15.07.25 338 1 7쪽
51 50 15.07.09 356 1 7쪽
50 49 15.07.05 261 1 7쪽
49 48 15.06.21 358 1 7쪽
48 47 15.06.19 383 1 8쪽
47 46 15.06.17 283 1 7쪽
46 45 15.06.13 261 2 7쪽
45 44 15.06.10 271 1 7쪽
44 43 15.06.09 256 1 7쪽
43 42 15.06.05 312 1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레이브란'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