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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9,179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5.06.0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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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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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43

DUMMY

신경에 거슬리는 쉬어버린 목소리가 꽂히듯이 날아들고 있었다. 귀 뿐만이 아니었다. 체감상으론 마치 날아드는 말들이 정말 바늘처럼, 비수처럼 온 몸에 박히는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을 수준의 따가움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20살의 내 이야기이고.

중요한 건 이 목소리가 '나'에게 쏟아지던 그 때가 지금보다 꽤나 먼 옛날 일이란 것이다. 내가 한창 다른 이들과 벽을 쌓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때가 10살 즈음이었는데, 이건 그보다도 약 몇 년 전의 일이다. 뭐, 그렇게 말해 봤자 첫번째로 날 찾아온 그 악몽같던 자각몽이 온 직후 정도의 때였지만.

그리고 이 상황의 이유는 아주 사소하고도 간단하다. 그리고 또한 이 사건 자체도 사소하지. 신경질적인 노파와 지나치면서도 인사를 건네지 않은 건방진 꼬마가 혼나고 있었을 뿐. 막상 그 꼬마가 인사 따위를 할 수 있을만큼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했던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뭐라고 말이라도 해 보지 그러냐? 항상 그렇게 시끄럽게도 재잘거리던 입이 왜 지금은 꼼짝도 안 하고 있는 걸까나?"

무리한 요구가 결국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나이에 겪기엔 너무나도 가혹했던 밤을 겨우 버텨낸 몸으로 대화라. 글쎄? 그런 거, 가능한 녀석이 아이치곤 너무 튼튼한 것 아닐까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감상모드로 돌입한 순간까지도 이 웃기지도 않은 촌극은 끝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이에게 너무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아침부터 의기소침하고 기운이 없어보였습니다. 그저 기분이 안 좋을 뿐이니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지요."

물 흐르듯 담담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이 공간 안에 메아리쳤다. 이 때로부터 불과 몇 년만 더 지나는 것으로 내게 질려 호소할 사람이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더없이 내게 관대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뭐,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했지만 말이야.

"당신, 이 애 아비되는 사람이었지? 당신이 그렇게 애만 생각하고 키우니까 버릇이 잘못 드는 거 아니야! 노파심에 하는 말이 아니라, 이게 당연한 처사라니까 그러네?"

"당신이 공연히 신경쓸 일 또한 아니지 않습니까. 이 아이는 어디까지나..."

그 순간, 무언가가 '후다닥'하는 소리조차 남기지 않고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결국, 덜미는 잡혀 버렸다.

"얘 좀 봐, 어딜 가려고?!"

"뭐하시는 겁니까? 당장 내려 놓으세요!"

노파의 거칠게 갈라진 손에 덜렁 잡혀 대롱거리는 한 아이. 분홍빛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니고서 꽤나 예쁘다할 얼굴의 소녀이긴 했지만, 어딘가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꽤나 신경에 거슬리는 아이였다.

그러고보니 이 때 즈음의 날 제대로 표현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던 듯했다. 주변인들도 내 어린 시절의 일은 전혀 모르고 있고 말이지. 원하지도 않았건만 신비주의 컨셉이 잡혀 버리기도 했고.

정작, 이렇게도 비참해 보이는 유년시절이었던 탓인데 말이야.


그 뒤론 몇 시간이나 더 서로 날선 대화를 해 가며 날 두고 입씨름을 하다가 겨우 벗아난 내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기억이 끝나 있다. 이런 식으로 끝나 버린 짧았던 회상을 갈무리하면서도 꽤나 괴로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레이...? 왜 그래?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설마, 아까 지휘자 전개...?"

"...아아, 아닙니다... 그저, 대화하다 옛날 기억이 멋대로 떠올라 버렸을 뿐입니다."

입맛이 썼던 탓에 그렇지 않아도 어색한 미소가 더 씁쓸하게 보였을 것이란 예상에 꽤나 낭패라 생각하는 나였다. 브륀힐드를 찾아러 와 놓고서 되려 위로 받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나란 놈이 또 한심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뭐가 생각났길래 그래? 사실 레이 넌 꽤나 많을 걸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막연히 옛날 일이 떠올랐다고 하면 뭐라고 반응할 수가 없단 말이야."

"그냥 싫은 기억일 뿐입니다. 다들 있는, 그런 거 말이죠."

아아,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동네 어른께 혼난다던가 하는 일, 생각보다도 흔한 일이 아니던가. 이유도 단순히 인사를 안 했다, 라던가 하는 일상적인 이유고.

하지만 뭐랄까, 그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안 그래도 복잡하게 엉킨 머릿속을 정리도 못한 꼬마 아이에게 가혹하도록 혼을 낸다니. 이건 정말 아이에겐 견디기 어려운 기억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지.

특히나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깊게 들어갈 거라고. 어린 아이란 건 기본적으로 나약한 존재란 것에 대해서 누가 쉽게 부정을 표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일이다. 아이란, 그런 것이니까.

늘상 있을 법한, 그러면서도 가혹한 해프닝.

"이런 일은, 브륀힐드 당신껜 특히나 들려드리기 싫다고요."

"...너무하네! 그렇게 말했는데도 말이지!"

조금이라도 더 밝은 웃음을 내려 노력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그녀의 얼굴은 꽤나 풀린 듯 보였다.

"알았어. 그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면 지금 다 용서하고 잊어버리고서 간부들이 있는 소집 장소까지 같이 사이좋게 걸어가 줄게."

'부우~'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볼을 부풀린 브륀힐드가 꽤나 뜻모를 제안을 부루퉁한 얼굴로 건네왔다. 나로선 꽤나 수지에 맞을 보상이었기에 우선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음... 조건은 하나야. 전에도 말한 적 있는 조건인데."

조금 뜸을 들이며 브륀힐드가 신난다는 듯이 재잘거렸다. 대체 무슨 제안을 하려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호칭."

"...?"

"'브륀힐드'에서 '브리'로 고정."

"...?!"

순간 난 이상스런 신음을 뱉을 뻔 했을 만큼 그 제안이 뜻밖이었다. 전에도 들어본 적 있던 제안이건만, 지휘자 전개 상태가 아닌 경우에선 꽤나 힘든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렵게 고민하고 있을 일도 아니라고? 그냥 그렇게 내가 불러달라고 하고 있는 건데, 뭐가 문제인 거야?"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다지 없었다.

"그저 제가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힘들 뿐입니다."

이런 말 외엔 말이지.

"에에~ 그건 근데 좀 불합리하지 않아?"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팔수스 말하는 거야, 팔수스!"

...응? 팔... 수스?

"넌 나보다도 연상인 팔수스한텐 반말이면서 나한텐 왜 그러느냐구. 보나마나 팔수스 쪽에서 먼저 반말 써달라고 했던 걸텐데 말이지."

"음... 뭐랄까, 그건 좀 다른 사정이란 게 있달까... 특이한 경우랄까... 아하하..."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해 주면 안 되?!"

나한테 불쑥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외치는 그녀.

"네... 넵!"

마찬가지로 불쑥 대답해 버리고 만 나였다.


작가의말

하아... 불태웠다...

아, 그리고! 조회수 1000 돌파 감사합니다.

블로그도 옮기면서 승승장구 했었는데, 요즘엔 연재 체제가 되서 또 쭉 떨어져버렸네요. 제 연재가 아무래도 좀 느린 감이 있다보니 원.

생각보다 바빠져서 연재 시간도 들쑥날쑥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한 없이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이상, 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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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9 15.12.29 223 1 7쪽
60 58 15.11.19 212 1 7쪽
59 57 15.11.16 227 1 7쪽
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31 1 10쪽
57 56 15.10.14 285 3 8쪽
56 55 15.09.13 230 1 8쪽
55 54 15.08.17 247 1 7쪽
54 53 15.07.29 266 1 10쪽
53 52 15.07.27 397 1 7쪽
52 51 15.07.25 343 1 7쪽
51 50 15.07.09 364 1 7쪽
50 49 15.07.05 271 1 7쪽
49 48 15.06.21 363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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