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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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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7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5.07.2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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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1

DUMMY

"길게 서론부터 말할 필요는 없을테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어요. 괜찮겠죠?"

짧은 담소가 끝나자마자 리퀴움은 역시나 제멋대로 제안을 해왔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고, 곧 이어서 그의 표정이 굳어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거리면서 잡담이나 하고 있던 상대라곤 생각할 수 없을만치 진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에 모순되게 약간 비틀린 듯한 표정이기도 했다.

"당신들은 절 쫓아서 이 곳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이 곳은 제가 극도로 다른 이에게 비치는 걸 꺼리는 장소고요. 하지만 다행히도, 당신들은 아직까진 저희들에게 그나마 조심스레 대해주었습니다. 그게, 지금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고요."

꽤나 밝게 미소를 지어주는 그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래 층에 아직 있을 꼬마의 무력이 다시금 떠올라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리퀴움을 꽤나 따르는 듯이 보였고, 친밀한 관계인 것이 확실했다. 당장 저 녀석이 나와 팔수스의 죽음을 원한다면 어딘지도 모를 이 곳의 근처에 있는 템플 캐슬에서 다시 태어나려나.

"아, 그리고. 혹시나 도망칠 생각이시라면 단념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긴 완전히 미로거든요. 무엇보다..."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일어서는 리퀴움. 그러더니 테이블에 손을 얹고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말을 이었다.

"혹여 템플 캐슬로 도망칠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 당신들에게 가장 가까운 캐슬은, 바로 여기니까요."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그러면서도 섬뜩한 목소리로 경고한 그 말은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여기가... 템플 캐슬이라는 건가요?"

"네, 여긴 확실히 템플 캐슬입니다. 이미 제 몸으로 몇 번 정도 확인해 봤으니 확실한 사실입니다. 참고로 이 근방엔 다른 캐슬도 없는 것으로 보이고요."

뭐야, 자기 몸으로 실험한 거야? 배짱도 대단하네, 저런 꼬마도 있는데 말이지. 뭐, 저 꼬마 능력상 걱정하는 게 더 사치인 건 알겠지만 말이야.

"아시겠죠? 최소한 제 도움이 없인 여러분은 도망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란 겁니다."

"아, 네. 그러십니까."

맘에 안 드는 녀석이네.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하다니 말이야.

싱그럽다 표현될 만한 미소에 비해 거친 입담은 거의 질릴 듯한 느낌이었다. 상대하기 까다롭다. 심리전이라던가 하는 건 애초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난 그것에 서툰 편이었으니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원하는 게 뭐죠? 당신은."

지쳤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떠려나. 정말로 거의 다 체념했다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자, 리퀴움은 꽤나 어정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터져나오는 웃음을 강제로 틀어막고 있는 얼굴?

"...뭡니까. 그 얼굴은."

"풉... 푸흐흐흐흐... 아아... 죄송합... 프흐흐흐..."

대답을 하다 혼자 키득거리는 리퀴움.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나와 리퀴움 뿐인 공간을 가득 채워나갔다.

"하아, 이제야 좀 진정이 되네요."

덕분에 잘 웃었다는 표정으로 후련해 하는 그.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너무 그러지 마시라고요. 무서우니까. 그리고, 애초에 제가 이렇게 웃은 건 당신 덕이라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방금 자신이 했던 질문에 대해서."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내가 방금 했던 질문은 '원하는 게 뭔가'였어.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잘 생각해 보세요. 저흰 여기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쪽에서 오히려 원하는 게 뭐냐는 둥 물어오면 황당하지 않겠습니까?"

"...!"

확실히 버릇인 듯한 그 미소를 다시 띄며 담담히 말하는 리퀴움.

뭐야,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잖아?! 이렇게 되면 내가 막되먹은 무단침입자가 되는 건데...?

"저야 당신에게 호감 내지는 호의가 어느 정도 있었으니 용인했던 거지만, 아까 그녀가 당신과 당신 동료에게 그런 험한 꼴을 보게 한 게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고요?"

우와... 이제 보니 화난 거였구나. 계속 방실방실 웃고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실은 생각보다 화끈한 성격인 것 같단 말이지?

"뭐, 그냥 그런 이야기입니다. 눈치채셨길 바라지만, 전 지금 매우 화가 납니다. 이곳에 다른 누군가가 무단으로 들어왔다란 것 자체가 말이죠."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군요."

눈을 질끈 감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인정할 건 해야지.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사과를 하면 뭔가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했건만 내가 고개를 숙이던 시점부터 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날아든 정적. 우선은 다시 고개를 들고서 시선을 앞을 향했다.

"..."

뭘까, 이건.

"내가 너 이러는 거 싫다고 했어, 안 했어? 하여튼 간에 밖에 나가서 원 쓸데없이 성격만 나빠져서 오냐고."

"그건 죄송하게 됐다니까요. 그 전에 좀 놔주세요! 고개 들었거든요?"

"알 게 뭐야. 어차피 아까 Curse(커스, 공포)를 격하게 먹어서 날 똑바로 보는 것도..."

눈앞의 풍경은, 뭐랄까 색달랐다. 바로 아래층에 스스로 구속되어 있던 아이가 척봐도 힘으로 리퀴움을 제압하고서 쓰러뜨린 채였던 것.허리가 뒤로 반은 넘게 꺾인 채였는데 용케도 의사소통이 되는 리퀴움이 아이와 타협점을 찾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 실랑이가 잠시 멈췄다. 리퀴움을 잡으며 실랑이를 벌이던 아이가 내 쪽으로 시선을 향했던 것이다.

순간 몸이 떨려올 정도의 위압감. 역시 사람을 겉보기론 판단하지 말라는 건가. 이제 정식 소드마스터 칭호까지 받았건만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 상대가 저런 꼬마라니. 이것 참. 역시 소드마스터 칭호, 받지 말걸 그랬나.

"너, 정체가 뭐야?"

"...네?"

심심찮은 후회를 하던 중 들려온 말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자, 방금의 그 아이가 날 괴물이라도 되는 양 보고 있었다.

"...너 말야... 인간이 맞긴 한 거야?"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레이입니다!

아아, 정말로 죄송합니다!

다른 작품 참고한다고 이런저런 소설과 만화를 보다가 안 그래도 글러먹은 정신머리를 거의 깨버려서 수습한다고 시간이 너무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소설을 보는데 기다리시게 하다니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전엔 공모전 채우는 거였다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올렸었는데!

하아, 뭐 노력해 봐야겠죠. 점점 더 바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을 놓진 않을 테니 죄송하지만 천천히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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