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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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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8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5.07.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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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2

DUMMY

상황의 정리를 해보자.

첫번째, 내 앞에 있는 이 소녀는 방금 전 아래층에서 보았던 그 아이이다. 차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었을 정도로 강대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아이. 팔수스가 쓰러져 있는 것도 이 아이가 원인이다.

두번째, 이 아이는 내가 리퀴움에게 사과를 하던 중 난입해 그를 제압했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세번째,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너 인간이 맞긴 한거야?"

그래, 이렇게 물어왔다.

"우선은 인간이 맞습니다! 타종족이 아니라 정말이지 평범한 인간이었다니까요? 제 눈에도 그녀에게서 다른 파장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죠."

몸이 거의 꺾인 채로 상큼하게 대신 대답을 하는 리퀴움. 그러고 있지 말아줘. 무섭거든?

"이 반응을 평범한 인간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리키?"

"당연히 아니죠! 이야, 역시 불굴의 검사! 한 국가의 소드마스터다운 면모 아니겠습니까?"

넉살좋게 웃어대면서 감탄을 연발하는 리퀴움. 방금의 그 '리키'는 리퀴움을 말하는 거였나 보다. 뭐, 애칭이려나?

그런데 그건 뭔 말이야? 반응이라니. 내가 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음... 당황스러우신가요? 갑자기 반응이니 뭐니 떠들어 대니 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러는 넌 아니겠어? 뭐, 특이한 네 성격을 생각해보면 또 아닐지도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설명하라는 눈빛으로 리퀴움을 쏘아보았다. 마주친 벌꿀과 자주빛의 눈은 그에게서 보기 힘들던 당황과 곤란의 빛을 띄고 있었다. 뭐, 흥미도 분명히 보였지만 말이지... 랄까, 지금 봐도 특이한 색이네.

"뭐, 당연한 거겠지만 말이죠. 그럼...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즐거운 듯이 미소짓는 모습에 불길함을 느끼는 나였다.


설명은 간단했다. 내가 생명체로서 원초적으로 보여야하는 반응을 하지 않았던 것. 뭐, 이렇게 들으면 내가 마치 생명체의 한계를 초월이라도 한 듯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이렇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보자면 내 정신적인 부분이, 그 중에서도 살고 싶다라는 의지라던가 감정이 거의 결여되었다란 것.

"내가 아까 전 너희에게 걸었던 것은 단순한 중력 제어 마법만 있던 게 아니야. 커스를 같이 시전했었어. 그것도 꽤나 심하게. 미안하지만, 나도 꽤나 화가 난 상태였던 탓에 말이지."

...무섭네. 분명 웃고 있는데 얘도 무서워.

"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애초에 커스의 유지 시간 자체가 시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축에 속하기 때문에 그녀의 커스는 최소한 지금까진 유지되었어야 정상이에요."

아이의 설명을 받는 리퀴움. 결국,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지금까지 내겐 커스의 효과가 지속되어 있었어야 정상이라는 것.

"결론은 그것 뿐입니다. 지금의 당신에겐 커스의 효과가 애매하게 걸려있어요. 솔직한 심정은, 방금 전 당신과 저 마법사가 제압되어 있던 상황에서 당신이 느꼈을 공포조차 거짓감정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난감함, 곤란함, 두려움 등... 그런 빛이 한 데 섞여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는 색깔이 벌꿀색과 자주색의 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뭐, 대략 그런 설명이다. 지휘자의 영향이려나. 역시, 난 안에서부터 망가져 있을지도 모르겠어. 죄송해요, 브리. 이미 늦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원인, 알고 있는 건가요?"

속으로 브리를 떠올리며 가만히 미소 짓고 있자, 리퀴움이 미심쩍다는 눈을 하며 내게 물어왔다. 아무래도 그 모습이 자조적으로 보였나 보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까의 미소완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아니, 브리가 걱정하는 것이 이것이었고 내가 떠올린 게 브리였으니 어찌 본다면 일맥상통하는 것이었으려나.

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유. 커스조차 제대로 걸리지 않는 그런 정신 상태가 만들어진 원인. 그리고... 브리가 나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

내 최대의 강점이자 특징이며 능력인 동시에 날 갉아먹고 있는 힘.

지휘자.

'그거, 너무 자주 쓰진 마. 딱 봐도 그리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으니까.'

'내가 왠만해선 하지 말라고 당부했잖아...'

'그거, 위험하다고 했는데도 전개한 건 너...'

'네 목숨이 중요하지...!'

'제 정신계, 얼마나 지나면 침식될 것 같아요?'

팔수스와 브리가 내게 해왔던 말들이다. 나도 대단하지, 흘려버리듯 들은 걸 다 기억했네. 근데... 정말 하나같이 위험하다고만 하네. 과보호라고 해도 되려나?

뭐, 마지막으로 떠올려진 내 말은 너무나도 자조적이면서 비겁했지만 말이야. 나도 참, 저런 말을 브리 앞에서 잘도 했었네.

"원인을 알고 있다면, 되도록 그를 피하거나 대응해 주세요. 이런 식이라면 당신은 얼마 못 가서 붕괴할 겁니다. 이렇게나 강한 당신이, 그렇게 간단하게 쓰러질 거라고요."

복잡하게 뒤엉킨 머리속을 맴도는 내게 리퀴움이 다시 같은 당부를 해왔다. 피해라, 아니면 대응해라. 뭐, 이 경우엔 대응이고 뭐고 안 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만 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곤 지휘자 전개 상태동안 내 아스트랄계에 영향을 덜 줄 곳에 있는 것 뿐이니까.

"흐으음-, 근데 말야."

심각하던 분위기를 가볍게 깨부수며 높은 톤의 목소리가 그 사이로 튀어들어왔다. 커스의 실패에 황당해하던 그 아이였다.

"리퀴움, 내가 누군지 말은 했어?"

...응?

"아직입니다. 말을 하려던 차에 박차고 들어오셨으니까요."

"그건 네가 성격 나빠진 거 자랑하면서 당당하게 사과나 받고 앉아있었으니까 그랬던 거지. 내가 그런 거 그냥 두고 보면서 '아, 그러셨어?' 하면서 넘어갈 줄 알았냐."

"그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렇게 대답하며 또 산뜻한 미소를 내보이는 리퀴움. 여전히 저항하는 기색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의문이다. 저 아이가 대체 누구이길래 저렇게나 강한 거고, 그렇게나 강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 탑에 구속되어 있는 것일까.

겉보기엔 여느 소녀와도 다를 바 없는 체형인데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보이는 것과 나이가 다를 수도 있으려나? 브리도 그런 건 심하고, 저 아이라고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럼 몇 살이라고 가정해야하지? 브리는 22살이었는데. 아, 예상이 안 되잖아!

"카펠라야."

제멋대로의 고민에 빠져 끙끙거리고 있던 중 돌연 소녀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는... 한 천이백 정도?"

...나 생각 안 할래.


작가의말

오늘은 좀 즐거우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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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15.09.13 229 1 8쪽
55 54 15.08.17 246 1 7쪽
54 53 15.07.29 265 1 10쪽
» 52 15.07.27 396 1 7쪽
52 51 15.07.25 34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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