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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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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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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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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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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DUMMY

"...뭘 내다버려?"

황당한 심정에 눈앞의 천 이백 살 먹었다는 백발의 꼬마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니, 이건 분명 '왜?'라는 의문이었다.

"감정. 인간으로서 가지는 평범한 모든 심정이나 감상을 포기했어. 지금의 난, 뭐랄까 어느 정도까지의 미미한 호기심은 가질지 몰라도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건 가지고 있지 않아. 아예 공감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꽤나 발랄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 내용관 너무나도 맞지 않는 밝은 목소리였다.

"레이브란님."

복잡하게 어지렵혀지는 생각을 뚫고 리퀴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싫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 또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더 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여기까지 오신 이상 숨길 건 더 이상 없으니 말이죠."

잠시 말을 끊은 리퀴움은 그 알록달록한 눈동자에 이채를 담은 채 카펠라를 향해 걸어가며 덧붙이듯 내뱉었다.

"하지만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 순간부턴, 여러분은 손을 뗄 수 없을 만큼 관여하게 될 거란 걸."

카펠라의 옆. 마치 그녀의 집사처럼 그 곁을 지키며 우리에게 통보를 전해오는 그였다. 그 내용은 명백한 경고였고.

그 내용을 전해오는 그는, 우리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길 바라고 있는 듯했다.

감정없는 소녀의 집사란 건가.

"레이."

리퀴움이 대답을 기다리기 시작하자, 팔수스가 곧바로 날 불렀다.

"난 무조건 네 결정에 따른 생각이지만, 이번만은 신중해 주길 바랄게."

전적인 신뢰와 함께 경고 또한 함께 전해오는 팔수스였다.

그런데 뭔가 좀 위화감이 드는데...

왜 나에게 가졌던 그 호기심을 전혀 내비치지 않지?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걸 알고 있지? 어째서 이렇게나 경고까지 해 오는 걸까?

속으로 떠오르는 의문점들은 지금껏 알아왔던 팔수스의 모습과의 위화감 뿐이었다.

뭐, 알 게 뭐야. 팔수스를 안지도 얼마 안 되는데 벌써부터 판단질이라니. 팔수스에 대해서 사실 뭐 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지.

그런 의문과 자해적인 생각의 씁쓸함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뭐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건가? 나도 참.

"듣고 싶어."

최대한 편안하게, 언제나처럼의 말투로.

"말해 줬으면 해."

카펠라를 향해서 내뱉었다.

"...역시 바보였네..."

그렇게 말하며 웃기 시작하는 카펠라. 배를 부여잡고서 깔깔거리는 그녀는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한참을 웃고 난 그녀는 한숨을 몰아쉬면서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음... 이게 그렇게 웃겼나?

"하아, 덕분에 잘 웃었어. 이렇게 웃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이제서야 진정을 한 듯한 카펠라는, 다시금 싱그런 미소를 보여주고선 방 가운데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이제야 이야기를 시작할 생각이 들었던 걸까나.

"말하기 전에, 하나만 더. 이미 경고라면 질렸겠지만 딱 하나만 더 들어주겠어?"

카펠라는 그녀 본인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미소를 보이며 질문을 했다. 웃음기가 아직 묻어나는 말은 유쾌하게 들렸다.

그녀의 물음에 나와 팔수스는 동의하는 뜻으로서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곧이어 미소를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카펠라가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그런 걸로 알고. 딱 하나만 더 명심해. 절대로, 동정이나 연민 따위는 느끼지 말아달라고?"

내게 날아온 그 뜻모를 말을 채 알아듣기도 전, 카펠라는 재빠르게 바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다시 소개할게. 내 이름은 카펠라. 원래는 아말... 뭐 어쩌구 하는 이름이 될 뻔도 했지만 어떤 친절한 분의 덕으로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됐어. 나이는... 올해로 벌써 1247살인가? 뭐, 대략 그럴거야. 너무 오래 살다보면 내 나이 세는 것도 귀찮아지거든. 특히나 이런 어린애 몸이면..."

나이에 구체적인 숫자를 대가면서 아까보단 조금 더 명확한 자기소개를 시작한 카펠라. 들리는 것만으론 여느 꼬마아이의 명랑한 자기소개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 정도로 쾌활했다. 내용도... 어떻게 생각해보면 꼬마아이가 하는 허풍 정도였다. 끝없이 쫑알거리는 말은 내가 기대한 분위기완 꽤나 달랐다.

"...리키의 풀네임은 델리키아 히에로스야. 델리키아는 귀여움이란 뜻이고! 처음에 이름을 물어봤을 때 나도 듣고 놀랐단 말이지? 공포의 정령인데 이름이 귀엽다는 뜻이라니 말이야. 원래 소환하려고 했던 히에로스라는 정령왕도 이런 성격일 거란 보장이 없어서 지금은 대략 만족한 상황이랄..."

"...뭐..."

...뭐? 히에로스...?

"카펠라? 잠시만요. 방금 히에로스라고 했어요?"

"응? 어. 리키는 정신계 정령이니까 당연히 정령왕인 히에로스의 이름이 성으로 붙..."

"그거 말고요!"

두서없이 단순한 수다나 떨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반쯤 멍해진 정신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그 뿐만 아니라 나도 놀랄 만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단지 중요한 것은 지금 들렸던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 뿐.

"방금... 원래 소환하려고 했던 게 히에로스였다고..."

"응? 어. 난 원래 히에로스를 소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니까 말이야. 단순히 공포의 정령 하나 소환한다고 나 같은 녀석을 만들어내는 건 손해가 있으니까 목표를 크게 잡았던 거겠지."

여전히 변화없는 말투와 어조로 대답하는 카펠라. 그 모습에 오히려 당황스러운 건 우리였다. 그게 얼마나 현실성 없는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 성공한 거에요?"

긴장을 한 것이 느껴진다. 이런 분위기, 싫은데 말이지. 하지만 이걸 억지로 편안하게 고치는 것도 불가능할 거란 예감이 들어 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얘기를 듣기로 했다. 이런 내용, 편하게 듣는 건 불가능할 거야.

"...너 역시 바보지?"

"...네? 그게 무슨..."

"생각을 해 봐. 지금 내 파트너는 리키야. 만약 내가 그 녀석과의 계약에 성공했었다면 리키를 소환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아?"

당황한 내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서 쏘아붙이는 카펠라였다. 단순히 따지는 듯한 모양새를 하게 된 그 얼굴에서, 난 드디어는 감정이란 걸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작가의말

...하아...

레이입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랫만에 글을 올린다는 게 체감적으로 느껴지네요. 글을 오래동안 묵혀두면서 썼다보니 글을 쓰던 그 때 그 때마다 상황이 달라서 감정이랄까 느낌이 조금 다를겁니다. 오랫동안 기다리시게 하고선 내놓은 게 이 꼴이라 면목이 없습니다. 다음 화에 임팩트가 들어갈 거라 쉬엄쉬엄 한다는 것이 이렇게 되버렸습니다. 다시 부지런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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