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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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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0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5.11.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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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7

DUMMY

"사람을 스케치북에 비유하면, 아이는 검은색이다...?"

"어. 그리고, 사실 그게 당연한 거잖아?"

대답을 했던 나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던졌던 거지만 갑자기 그를 두둔하며 정답이라고 하는 카펠라.

지금 내 머릿속은 방금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탓에 그다지 생각하기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내 컨디션이 최상이었다고 하더라고 이해할 수 있었을지 의심되는 말을 하는 카펠라를 보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아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순수하다? 맑다? 깨끗해? 뭐, 많은 사람들이 '티없이 순수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걸 감안했을 때 보편적으론 이 말이 가장 아이란 존재를 잘 나타낸 말이겠지?"

신이 난 듯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카펠라. 아직까진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그런 말들이었다. 보통 아이들이란 존재에게 '순수하다'라고 말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럼, 여기서 중요한 논제가 생겨나. 보통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인 질문이지... 레이. 가장 순수한 색이 뭐라고 생각해?"

"가장... 순수한 색이요?"

"그래, 가장 순수한 색. 무엇에도 물들지 않는, 너무나도 원초적이면서 강인하고... 또 따스한 빛."

카펠라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그 말은 점점 내가 평소 가져왔던 상식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너무나도 명확했고, 또 틀렸다거나 모순된 것이 보이지도 않았다.

"레이 넌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을지 몰라도, 거기엔 검은색 만큼 적합한 빛이 달리 없어. 그만큼 순수한 빛은, 적어도 내 생각엔 없다는 결론이 나왔거든."

"...그것이, 그 긴 시간동안 생각한 결과물... 이라는 건가요?"

"그래. 그러니까, 난 그 때부터 당연히 속이 시커먼 색이었다고 해도 그게 당연한..."

"그건 아닙니다."

"쳇..."

자연스럽게 자신의 유년시설을 미화하려던 카펠라는 내게 제지당하자 혀를 차며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대체 무슨 말을 하려나 봤더니만 결국은 이게 다인가.

그런 생각으로 또 엄습해오는 두통에 시달리면서 끙끙거리고 있자 카펠라가 천천히 다가왔다.

"뭐야, 또 두통이야? 하여튼 간에 정신 한 번 부실하네. 애초에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죽었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네가 가지고 있기엔 아까울 만큼 좋은 능력이란 말이지. 그 지휘자인지 뭐시기."

"그런 말은 됐습니다. 애초에 제가 가지고 싶어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전에, 하던 얘기나 계속 하시죠."

내가 일부러 퉁명스런 태도로 일관하고 있단 걸 이미 눈치챈지 오래인듯, 카펠라는 그에 맞서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태도로 대화에 임했다. 이런 경우엔 역시, 내가 손해란 말이지.

그렇기에 차라리 이야기를 마저 다시 듣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란 판단 하에 그녀에게 뒷 이야기의 재촉을 하였다.

"끄응...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별 수 없이 마저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 뭐, 됐어. 여기서 괜히 더 할 말도 없고. 대신, 한 마디만 더 하자."

계속해서 좁혀지고만 있던 거리를 이번엔 카펠라가 벌리면서 조용히 덧붙였다.

"네 손에 이미 있다고, 그걸 너무 과소평가하진 마. 필요없다는 생각도, 그 외 이런저런 생각도 전부 다. 네가 그걸 원해서 주웠든 누가 떠넘겨 줬든 간에, 그건 어쨌든 지금 네 손에 있어."

천천히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던 카펠라의 모습이 일순간 흐릿해지더니 어느 샌가 그녀는 내 뒤에서 날 껴안고 있었다.

"그러니까, 소중히 대해주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그녀의 말엔, 내가 반박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이란 건 항상 무언가를 손에 쥐게 된다. 그것의 양이 적든 많든, 사람이 한 번에 그 손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

"그런건..."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시기나 질투가 될 가능성도, 존경이나 부러움도 가지고 있다.

"알고있단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만다. 원치 않았던 기억이, 그녀에 의해서 강제로 떠올랐던 반작용일까.

씩씩거리면서 나답지 못하게 진정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카펠라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봐왔던 그녀의 미소완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좋아, 아주 좋은 표정이야... 레이."

내 몸을 더욱 끌어당기며 미소 짓는 카펠라. 이전의 미소보다도 짙고, 밝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적어도 넌 나같은 인형은 되지 말란 말야, 바보야."

"카펠라?!"

"헤헷."

어린애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카펠라. 또다시 의자는 내팽겨친 채로 책상에 걸터앉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새어나왔다.

"하아, 그럼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볼까? 음... 실소가 됬든 뭐가 됬든 웃으니까 좀 낫네. 좋아. 내가 분명 그 남자가 돌아와서 날 보고 있었다, 까지만 말했었지? 그 뒤로 일어난 일은 사실 나도 잘 몰라. 그 남자가 어떠한 '마법'에 가까운 걸 사용한 듯이 보였고, 난 지금의 모습이 되었어. 그 남자가 짤막하게 떠나기 직전 해준 설명에 의하면, 내가 '신격화' 되었다나 봐. 인간의 몸으로 신에 한없이 가까운 영혼을 담아서 감정과 생명체다운 불완전하거나 불안한 요소들을 완전히 배제하고서 순식간에 강력해지는 것. 이게 그 남자가 유일하게 해 주었던 설명이야."

카펠라는 고개를 까딱이고 꼰 다리 하나를 시계추처럼 흔들면서 천천히 말을 쏟아냈다.

"일단 다시 설명은 끝났는데, 뭔가 더 알아낸 거라도 있는 거야?"

눈빛에 호기심을 가득 담아 날 바라보는 카펠라. 그녀가 살아왔을 천 년에 이르는 시간을 전혀 담지 않은 순수한 눈동자는 한없이 맑았다.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카펠라 당신조차 자신에 대해서 그다지 알아낸 것이 없어 보이는데 제가 무언갈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겠죠."

"에에- 시시해. 너는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는데!"

볼을 부풀리며 무너져내린 기대와 호기심을 표현하는 카펠라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아-?

레이입니다. 온라인에서의 대화체가 형태를 잡아가면서 소설 내에서의 문체도 조금씩 변해가는 듯하네요. 슬슬 소설도 박차를 가하여서 조금이나마 진행을 해 볼 생각이니 천천히 따라와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오늘도 나른한 시간이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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