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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8,213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5.12.3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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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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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60

DUMMY

세상엔 신이 존재한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산, 드넓은 바다, 푸르른 하늘까지. 눈에 들어오는 전부가 사실은 정해진 누군가의 소유인 것이다.

그러한 신에게 있어서도 해야 하는 일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재산인 이 세계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만도 벅차지 않겠는가. 이러한 신에게 있어서 협력자, 내지는 동료란 중요한 것이어서, 신에게 최소한 하나의 절대적인 하인이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이 지금까지 있다고 믿고 있는 신은 약 450여 명에 이른다.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와 나라, 사상을 꽃 피우며 등장하게 된 수많은 신화와 전설들의 신들이 쌓이고 쌓여 450여 명이나 되는 수가 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하인들을 지니고 있었다. 절대적이면서 너무나도 친근한 관계를 지닌 그들은 인간의 눈에 주인과 하인의 모습 이상의 무엇이었다고 자주 서술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은 인간의 시선을 통해 그들 나름의 생각으로 왜곡되고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면서 이어져... '동화'가 되었다.


"이건, 한 신에 대한 동화야."

이야기를 시작하자, 카펠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빠져나갔다. 언제나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걸고 있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자 전혀 달라진 분위기에 그녀가 앞으로 할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그녀 자신에 대한 새삼스런 놀라움이 교차했다.

"어떤 신이 있었어. 세상을 조율한다던가 무언가를 다스린다던가 하는 대단한 신은 아니고, 그저 신이기만 한 존재였지.

하지만 그는 정말이지 대단한 능력이 있었어. 그의 옆에선 나쁜 생각을 가질 수 없었거든. 어떠한 악인도 그의 옆에만 있으면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다시 없을 천사로 태어났던 듯이 착해졌던 거야."

동화를 읖조리는 카펠라의 얼굴엔 그리움, 어쩌면 후회 같은 것도 드리운 듯이 보였다. 씁쓸하다는 듯이 미소짓고 있는 얼굴은 너무나도 어두워서,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무언가를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자그마한 소녀의 모습으로.

"그렇다면 너무 위험한 신 아닌가요?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착해진 사람들을 이끌고 나라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깨어내는 듯한 질문을 어렵사리 내뱉으며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게 그렇게 쉬웠으면 이야기가 엄청 달라졌을걸? 막상 그 신 본인은 자기 능력으로 착해진 사람들보다도 훨씬 착했으니 말이야. 바보같을 정도로 말이지."

다행히도 그녀는 오히려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얼굴에 드리운 감정을 더욱 짙게 칠해만 갔다. 질문이 그녀의 감상을 깨지 않은 것 같아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이어 조금은 후회를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이 감상에 젖는다? 이건 명확한 모순이었다. 그녀 본인이 마음에 드는 편은 결코 아니었지만 이런 모습이 절대 자연스런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기에. 그녀, 카펠라에 대한 염려가 생겼던 것이다.

애초에 그녀가 정말로 감정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의문이 드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착해빠졌던 신님께선 불쌍하디 불쌍한 우리 지상의 생명들을 위해 이른바 봉사활동이란 걸 시작했다고 해. 처음엔 정말이지 간단한 일이었어. 산적이라던가 강도라던가... 어쨋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친 사람을..."

"처벌...했던 건가요."

다시금 갑작스레 이야기에 끼어들자 카펠라는 불쾌하다기 보단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러고선 내가 질문을 던지며 조금이지만 열의를 보이는 데에 흥미가 일었는지 꽤나 부드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미안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착했던 탓에 말이야. 오히려 그런 인간들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며 착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 뭐, 그 사이에 인간이 아닌 것도 조금 있었다던가, 애초에 그 신의 능력 때문에 할 일도 거의 없었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넘어가기로 하자고?"

그게 사소한 일이라... 하여튼.

"그 뒤로도 한없이 착하디 착한 방식으로 이 땅을 돕던 그 신은, 어느 날 한 마리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해. 너무나도 특별한, 고양이를 말이야."

카펠라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자신의 손을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더니 그 위로 한 마리 고양이의 모습을 비전을 통해 투영시켜 보여주었다. 손 위로 나타난 새하얀 고양이는 너무나도 엉망진창인 모습이었다.

"본래라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신에게 복종해. 자의지가 강한 생명체들, 예를 들면 엘프라던가 타 종족들도 신에게만은 깍듯하지. 길가에 돌멩이 같이 널브러진 풀들이나 야생동물들도 신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며 피하고 경외하며 떠받드니 말은 다했지.

하지만 신기한 건, 상처투성이의 그 야옹이는 그 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어. 어쩌면 너무 지친 탓에 그럴 기력조차 없었던 걸지도.

사실 어떻게 보면 그건 다행이었어. 그의 손길을 두려워하며 마다하지 않았던 덕에 신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고양이를 구해내 보였거든."

카펠라의 손 위의 형상은 극채색의 빛을 뽐내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온통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차 어떻게 생겼는지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비추었고 이야기의 신님으로 추정되는 그 무언가가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어딘가로 사라지는 모습까지를 비추어 주었다.

"그렇게 고양이는 자상한 신님의 덕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해. 솔직히, 이야기의 흐름 상 여기서 그 고양이가 죽는 건 좀 비극이잖아? 게다가 주워갔던 건 무려 신님이라고?"

손으로 투영하던 영상을 끈 카펠라가 내 양어깨에 손을 얹으며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있지, 여기서부터... 랄까 아무래도 좀 식상한 이야기지만 그 고양이는 몸이 다 나아서 멀쩡해 졌는데도 어딘가로 가려하지 않았어. 신의 곁에서 멤돌 뿐, 어딘가로 돌아가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던 거지.

신님은 처음엔 신경쓰지 않다가 아무래도 고양이가 걱정이 되어선지 돌아갈 것을 부탁해 봤지만 고양이는 들을 생각이 없었어. 이 때부턴 슬슬 신님도 곤란해졌어. 그 고양이를 그냥 데리고 다니자니 안심이 되어야지. 이제 몸도 나아져서 건강하고, 원래부터 그랬는지 호전적이어서 제 몸은 잘 간수할 만한 고양이였다고는 전해지는데.

뭐, 신님에게 있어서야 그런 건 그다지 안심이 안 되었던 것 같지만."

참 심하게도 착해빠진 신님이지?, 라며 한숨을 내쉬는 카펠라에게선 왠지 모를 기쁨이 느껴졌다. 그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따스한 느낌이어서, 카펠라가 실은 감정이 존재하고 내게 거짓말을 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가지게 했다.

"신님은 고민에 빠졌어.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만족하면서도 안전할 수 있을까. 그러다 찾아낸 거야. 그 방법을."

카펠라는 여기가 핵심이라는 듯, 오른손 검지를 내 이마에 대며 필요 이상으로 집중을 시키더니 길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고양이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준 거야."


작가의말

연말의 한 편-!

안녕하십니까, 레이입니다.

후우- 이번 에피소드 기네요. 쓰고 있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올해는 좋은 일 있으셨나요? 있으셨다면 축하드리고,

없으셨더라도 내년엔 꼭 좋은 일 생기길 저도 바라겠습니다.

그럼, 즐거우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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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15.12.31 213 1 8쪽
61 59 15.12.29 211 1 7쪽
60 58 15.11.19 206 1 7쪽
59 57 15.11.16 220 1 7쪽
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27 1 10쪽
57 56 15.10.14 275 3 8쪽
56 55 15.09.13 223 1 8쪽
55 54 15.08.17 240 1 7쪽
54 53 15.07.29 258 1 10쪽
53 52 15.07.27 383 1 7쪽
52 51 15.07.25 33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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