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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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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6.01.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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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1

DUMMY

"...방법이 참 격하네요.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해서 자신의 힘을 나눠주다니."

"그야, 이 신님이 착해도 너-무 착했단 말이지? 그래서 자신이 안심할 수 있고 고양이도 납득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대처를 원했던 거고."

일개 고양이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줬다...라. 아무리 신화라지만 이건 좀 너무한데? 이래서야, 그 고양이에게 필연적으로 무슨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잖아?

"그렇게 신님께선 자신의 힘을 쪼개어 그 고양이에게 밀어넣기에 이르러, 어떤 영웅조차 이룩할 수 없었다는 진짜 '신의 힘'을 자그마한 고양이가 가지게 돼버렸던 거야. 그리고 찾아온 변화. 이들의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입꼬리를 아주 조금 밀어올린 미소를 머금은 채로 기억에 잠기듯 멈춘 카펠라는 꽤나 긴 시간동안 입을 열지도, 숨조차 쉬지 않은 채 그저 굳어만 있었다. 마치 돌과 같이 멈춰선 그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조차 불러일으킬 만큼 단단했고 또 굳건해 보였다.

그리고 이윽고 눈을 뜬 카펠라가 나지막이 속삭인 말은 하이라이트가 찾아옴을 알리는 이야기꾼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신격화. 그 고양이에게 찾아온 변화는, 내가 겪은 그것이었어."

거기까지 말을 잇고서 내게서 등을 돌린 카펠라는, 내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내게 잠깐 미소를 보이곤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거, 오랜만에 꽤나 피곤하셨나 보네요. 나머지 설명은 제가 하겠습니다. 괜찮죠?"

카펠라가 시야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리퀴움이 얼굴에 화색을 띠며 내게 다가왔다.

...우와, 부담스러워.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네. 이렇게나 열정적이라니.

"우선 이야기를 잇기 전에 한 마디만 하자면 그녀가 겪었던 신격화와 이야기 속 고양이의 신격화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이야기 상에선 고양이가 그 신님의 사도가 되어 신의 권능을 빌려 사용하는, 이른바 '천사'가 되는 과정이었다면 그녀가 겪은 건 그녀 본인이 신님이 되는 현상이었으니까요."

음... 뭔가 맥이 빠지는데. 카펠라의 경우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이었으니까 비교과 되는 걸까나. 리퀴움은 그냥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라 딱딱하네...

"하지만 둘에게 일어난 것은 분명 '같은 신격화' 였습니다. 둘 모두 감정을 잃어버리고 강해졌으니까요. 다만 한쪽은 신, 한쪽은 천사가 되었죠.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게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으니까요."

처음에 신이 난다는 듯이 이야기를 쏟아내던 것에서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얼굴의 화색도 줄어들고 덜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모습에 긴장을 푼 나는 겨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 같은 현상을 겪고서 서로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것보다도 다른 게 존재한다니?

"그 고양이는 신님의 영향으로 감정을 거의 잃지 않았습니다. 사도로서 '완벽'하게 완성된 상태에서도 말이죠. 게다가 그 뒤의 이야기에선 사도가 된 고양이가 더 많은 감정들을 배워나가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감정의 학습... 이랄까, 감정 자체를 소모했던 그녀의 신격화와는 달랐다고 하죠."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가 아니군요. 이건 역시 카펠라가 알려준 건가요?"

"네, 물론입니다. 그녀가 신격화를 겪을 때, 전 옆에 없었으니까요."

질문에 대답하며 씁쓸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본인이 장난스러운 만큼, 아니 최소한 그 이상으로 카펠라를 걱정하고 그녀에게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럼, 당신은 언제부터 그녀의 곁에 있었죠? 그녀에게 듣기로 그녀의 신격화 과정엔 많은 사람이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들어보면 당신은 그 사이에 없었어요. 이런 곳에서, 외부인은 상상하기 어렵고요. 당신은 대체..."

"훌륭하군요. 정말이지 현명해요."

평소의 장난기를 얼마 전부터 싹 뺀 채 대화를 이어가던 리퀴움은, 그륜트가 흔히 아는 '천재 리퀴움' 특유의 진지함과 고귀함을 흩뿌리며 날 칭찬해 왔다. 그륜트의 대회의에서 보여졌던 건방지고 무례하며 날카롭기 그지없는 모습이 아닌, 엄숙하고 정중하며 유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맞습니다. 이곳은 외부완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 곳이에요. 출입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곳도 여러분이 이미 거쳐왔던 포탈이 전부고요. 물론, 그걸 열 수 있는 것도 이곳을 아는 저와 그녀, 단 둘입니다. 즉 다시 말하자면 이곳은 '다른 세상'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그냥 둘러보아도 보안성이 꽤나 높아보이는 지역이라고 생각했더니, 그 정도가 아니었나 보네. 애초에 그녀와 이 남자 외엔 출입할 수 없는 구역이라니.

음... 잠깐. 뭔가 이상한...?

"그럼, 그런 환경인 이곳에 제가 있단 건 무슨 뜻일까요? 맞춰보시겠어요?"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마치 춤추듯 서성이는 리퀴움은 지금 이 순간을 완전히 즐기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져두고서 그 질문에 끙끙거리는 사람을 보며 즐거워하다니. 악취미잖아?

"힌트는? 애초에 주관식 문제인 건가?"

"아닙니다. 문제는 객관식으로 드리도록 하죠. 그럼, 보기 나갑니다."

속으로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섞여 높낮이와 박자를 지닌 채 튀어나온 말들은 마치 노래를 하고 있는 듯이 리퀴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아름답다 느껴질 정도의 미성에,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회의에선 그렇게 고성만 질러대더니, 본 목소리는 이렇게나 악기 같은 건가. 이건 완전히 사기잖아?

"첫 번째, 원래 이곳의 주민이다."

아래쪽을 검지로 가리키며 보기를 읖조리기 시작하는 리퀴움. 속으론 답 이외의 다른 보기를 생각중인지 미간이 조금 찌푸려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두 번째는 카펠라가 동행시켰다이고, 세 번째는 우연히 도달. 자, 어느 쪽인 것 같으세요?"

보기를 다 제시하였는지 어느 쪽인 것 같냐며 질문을 던져오는 알록달록한 남성.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이 인간은 원래 뭐하는 인간이었을까. 서커스? 그래, 피에로라고 하면 이 정도로 알록달록한 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보다 우선 질문을 생각해 보자. 지금이야 저 인간이 뭘 했던 인간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까. 아니, 생각하는 게 아깝지.

"에, 그건 너무하잖습니까. 생각하는 게 아깝다니. 조금이라도 저에 대해 더 생각해 주실 순?!"

남의 생각 맘대로 읽어대지 마!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우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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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3 16.02.16 23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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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16.01.03 23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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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59 15.12.29 2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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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15.09.13 228 1 8쪽
55 54 15.08.17 24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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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15.07.27 395 1 7쪽
52 51 15.07.25 342 1 7쪽
51 50 15.07.09 363 1 7쪽
50 49 15.07.05 26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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