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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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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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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6.01.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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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2

DUMMY

"아니, 애초에 당신이랑 카펠라 말고도 다른 사람들 꽤나 많이 있었잖아요?"

"다른 사람이라니 누구... 아...?"

다른 사람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반응하던 리퀴움은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듯 열의가 식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보아하니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 싶었다.

"혹시 여기 오면서 무언가 마주치셨던 거라면 잘못 짚으셨습니다. 여긴 확실히 저와 카펠라 뿐이에요."

내심 굉장히 기대했었다는 듯,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은 리퀴움은 내게 대답하며 시선을 자신의 왼손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색이 변하는 리퀴움의 왼쪽 눈. 본래의 색은 자주빛이지만 찰나의 시간동안 그의 눈이 마치 우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텅 빈 눈으로 보였던 것이다. 검정, 아니 그 이상으로 어둡고 텅 빈. 말 그대로 공허한 빛이었다.

"자, 이쪽을 봐 주시겠습니까?"

그리곤 자신의 왼손을 내게 뻗는 그. 그의 손엔 나무로 된 인형이 하나 서 있었다. 면도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고 심플한 디자인이 꽤나 멋스러웠다.

"...나무 인형인가요?"

"네, 나무로 된 구체관절인형입니다. 실제 사람의 관절 구조를 모방하여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죠. 그리고 그 때 여러분이 보았던 건 바로 이 녀석이고요."

싱그럽게 웃으며 손 위의 인형을 뒤편 어느 구석으로 던져버리는 리퀴움. 우당탕 거리는 소음이 들려올 것을 예상하며 기다리자, 인형은 그런 내 생각을 비웃듯 바닥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분해되며 사라졌다.

"원래는 그럴까 생각도 했지만 그녀가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요.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음. 또 읽은 거였네. 아니, 그 전에 그런 데다 마법 낭비하지 마!

"싫습니다. 전 그녀가 최우선이어서 말이죠. 제 목숨이라던가 하는 것도 그녀의 발톱보다 아래 순위에 있는 거니까요."

"...우와... 대단한 헌신이네, 집사님?"

"그렇죠?"

내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며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는 리퀴움. 뭐야, 칭찬으로 받아들였어?!

"음... 근데 아직 궁금한 게 남았는데. 아까 그 인형이..."

"이거요?"

어느 틈샌가 다시 손 위로 아까의 그 인형을 세워 놓은 리퀴움. 이번엔 아까와 모양이 조금 달라보이는 것이었는데 전체적인 모양새와 크기가 조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크기를 조금 키우고 더 세세하게 조각되어 있던 것. 내가 믿지 않으려 하는 걸 읽고서 더 실감이 나도록 만든 걸 거다.

"그래, 그거. 근데 내가 지적하려는 건 그 크기나 모양이 아니야."

"이런, 실망이네요. 나 참, 직접 질문을 하려고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날 보며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뱉어내는 리퀴움. 그도 그럴 게, 지금 난 머릿속으로 질문의 내용을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그리고 드디어 질문 시간.

"그 녀석들, 서로 대화도 주고받고 있었잖아? 처음에 널 데리러 왔던 녀석도 '자아'가 있어 보였고. 그게 인형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아... 이런, 그 생각은 하질 못했군요. 설마 그걸 물어보실 줄은."

리퀴움은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대답할 수 없다는 걸까?

"아닙니다. 단지 꽤 놀랐거든요. 보통 그녀의 커스 덕분에 공포 때문에라도 기억이 소실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나와 방금까지도 기억을 일부 소실당했다는 전제 하에 대화를 했던 거다?"

"바로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멀쩡한 사람 앞에 두고 그런 전제를 붙였으니 진행이 안 됐지.

"정확히 말하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라고요? 보통은 그녀와 관련이 된 기억이 정신의 보호를 위해 전부 사라져서 '여... 여긴 어디...?' 하는 질문이 시작이 되어야 했다고요!"

"지금 그걸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의 진행 과정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나."

"에... 그게..."

어...? 뭐야, 진짜 있었어?! 그 반응은 뭔데!

"음... 일단 그런 일이 없었던 건 맞습니다. 여긴 우선 '출입'이 불가능한 공간이라 보는 게 맞아서..."

"그럼 아까의 반응은?"

방금 그 반응은 마치 '있던 일'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말이야?

"입으로만 하든, 머릿속으로만 하든 질문은 한쪽으로만 해 주실 수 없나요?"

"대답."

"인간은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무룩해져서 털어놓는 리퀴움. 정말로 다 포기한 듯한 한숨을 쉬는 리퀴움은 왠지 조금은 딱해 보였다.

"일단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아까의 그 인형이랄까요."

"우리가 마주쳤던, 그리고 그 복도로 널 데리러 온?"

"윽, 거기부터 보셨던 겁니까. 이래서야... 네, 일단 그 아이들이 맞습니다. 물론 인형 자체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생명이 없는 인형이 놀란다거나 기억을 잃는다거나 하진 못하니까요."

하지만 어제 팔수스와 마주쳤던 녀석들은 저희들끼리 떠들기도 하고 시시덕거리던 게 인간과 다름없었는데...? 게다가 감촉도 단단한 나무라기 보단 더 부드러운 무언가가 느껴지긴 했었던 게 기억이...

"그건 단순히 '인형일뿐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설마 제가 마리오네트(Marionette, 인형술)로 일일히 조종을 해가며 경비를 할 거라고 생각하신 건 아니시겠죠?"

"에, 아니었어? 인형이라길래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걸론 모자랍니다. 제가 일일히 시야 공유를 해가며 조종을 하다간 막상 그녀의 집사 역할은 챙기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한 거죠."

효율...적?

"네, 효율적."

거기까지 대답한 리퀴움은 다시 자신의 손 위로 인형을 만들어내었다. 이번엔 더 긴 시간을 들여 실제 인간에 가까운 사이즈로.

"자, 우선 이게 당신이 보았던 경비병들의 몸체입니다. 최대한 사람의 사이즈에 맞추어서 만들었죠. 하지만 이 상태론 훌륭한 경비를 해주지 못하겠죠. 제가 마리오네트를 할 것도 아니기에."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건데?"

뭔가 질질 끄는 듯한 대화에 드디어는 짜증이 나기 시작해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자 리퀴움은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아주 잠시긴 했지만.

"여기에 다른 존재를 끼워넣어서 돕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다 정령이지만요. 저와 계약한."

말을 빨리 하며 인형의 몸통에 손을 얹은 리퀴움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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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15.07.25 32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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