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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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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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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19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6.02.1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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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3

DUMMY

"...이번엔 저인 겁니까."

"수고해 줘요, 론. 그래도 간만의 나들이니까 좀 즐겨도 좋고요."

찬란하게 빛나는 흑발. 평균 이상의 준수한 외모로 짜증난다는 어투인 주제에 환하게 웃어보이는 얼굴. 누가 보더라도 굉장히 친밀해 보이는 둘이었다.

"자, 우선 첫번째 할 일은 이 분에게 설명하는 걸 돕는 겁니다. 상황은 알죠?"

대뜸 할 일이라며 날 가리키는 리퀴움. 그에 맞추어 시선을 내게 향하는 론이라고 불린 누군가. 아마도 리퀴움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포의 일족 론이다. 저기 저 알록달록한 녀석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편이지. 잘 부탁한다."

"레이브란입니다."

인사를 하며 한 쪽 손을 내밀어 오는 론. 그 손을 맞잡으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뭐랄까, 당연한 말이지만...

"딱딱하긴 하지만 뭔가 부드러운 느낌도 들지?"

"네. 인형의 몸이라곤 믿기지 않는군요. 착각할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착각했었고 말이지.

"우선 이 몸은 저 녀석이 만든 거다. 직접 봤었지? 그리고 난 아까 말했다시피 론이라고 하는, 너희들이 소위 정령이라고 싸잡아 부르는 일족의 하나이다. 저 녀석의 마력과 이 몸을 빌려 이쪽으로 나들이를 나왔다고 하는 게 설명이 빠르겠군."

간단히 설명을 끝마치며 가볍게 몸을 푼 론은 손을 쥐락펴락하며 몸에 적응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돌연 모습을 감추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려나. 정령이라고 하더니, 확실히 얕잡아 볼 수 있을만한 실력은 아닌 듯 싶었다.

"아- 아- 가 버렸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디까지 설명을 해줘야 할지를 말하는 거였는데 말이죠. 중요한 내용을 하나 빼먹고 가다니... 부른 보람이 없어져버렸잖습니까?"

론이 사라짐과 동시에 아무래도 좋다는 투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섞인 말을 뱉어낸 리퀴움. 뭐, 할 말이야 대충 뭔지 알 것 같지만.

"그러면 그 입으로 확인을 받아보시죠- 설명할 내용이 줄어든 건 확실히 희소식이니까요."

"그러니까, 아까 말했던 '비슷한 일'은 방금처럼 소환되어 인형에 들어간 정령이 카펠라의 커스에 당했다, 라는 거 아니야?"

"정답."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와 함께 약간의 제스처로 박수를 친 리퀴움은 한탄이 뒤섞인 말을 시작했다.

"그 땐 정말이지 난리도 아니었다니까요? 기억을 잃어버려서 소환자인 제게 다시 달려들지를 않나, 소환중인 개체가 너무 많다고 과부하가 걸리질 않나, 본인 의지로 역소환을 시도하질 않나!"

하나하나 말을 이어가던 리퀴움은 점점 열이 뻗치는지 말을 진행해 감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더니 마지막에 가선 소리 높여 비명을 질렀다. 거의 빽빽 거리는 소리는 상당히 귀에 거슬렸는데, 그건 아무래도 시끄러운 걸 싫어한다는 '그녀'에겐 더없이 짜증나는 일이었나 보다.

"시끄러워."

비명을 지르며 화를 분출시키던 리퀴움의 옆으로 카펠라가 난데없이 뚝 떨어지더니 검은 연기에 휩싸인 발로 리퀴움을 걷어차고서 사라졌던 것이다.

흐음... 저 녀석, 아무리 봐도 튼튼하단 말이야.

"크... 너무 흥분했었나 보네요. 그렇게나 소리를 질러대다니. 아, 그리고 칭찬 감사합니다."

명백히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이는 얼굴을 내게 향하며 살며시 웃어보이는 리퀴움. 뭐랄까, 꽤나 처량해보이는 꼴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까 말했던 그 '비슷한 일'의 주인공은 방금 어딘가로 사라진 론입니다. 그 탓에 그에겐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억이 조금 남아있고요."

"아직까지 기억을 조금이긴 하지만 잃은 채라는 건가. 나도 참 어떻게 멀쩡한 건지 점점 더 이해가 안 가네."

"그보다, 우선 하던 이야기나 마저 진행할 수 있을까요? 이제 슬슬 차를 내올 시간이 되어서 말이죠."

말을 듣고 보니 리퀴움이 뭔가 초조해하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미묘하긴 하지만 아까랑 비교해서 좀 더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던가.

아, 땀도 흐르네.

"어...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였지?"

"제가 여기에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건지, 였습니다."

내가 질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자, 재빠르게 대답을 하는 리퀴움. 일부러 우물쭈물하며 괴롭혀볼까, 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만큼 재미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음... 근데 이건 내가 널 괴롭히기 위해서라기보단..."

"정말로 답을 생각해낼 수 없을 뿐, 맞죠?"

과연. 생각을 읽어내면서 동시에 최대한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될 방법을 찾고 있는 건가. 이렇게 서두를 거였으면 진작에 편하게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여기서 더 시간을 질질 끌 순 없으니 우선은 간단하게 정답을 공개하겠습니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유지한 채 연신 땀을 흘려대는 모습 그대로, 리퀴움의 입에선 심각하리만치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전, 그녀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존재도 아니고 애초부터 여기에 있었단 말이죠."

애초부터 이곳에 있었단다. 그것도 카펠라에 의해 만들어져서. 그런 걸 지금 그렇게 태연한 표정으로 말해도 되는 거였어?

"그럼... 전 이만!"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곤 급하게 뒤를 돌며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리퀴움. 그 순간에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라곤 아무런 소리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모습을 감춰버리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방금 들은 말을 곱씹는 것 밖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 너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엄-청 놀랐었지, 아마?"

그 때 보고 있었던 건가. 과연, 그녀다운 모습이란 생각 밖엔 들지 않네...

"그보단 정확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진정을 할 수 있었죠. 바로 전까지 눈 앞에서 대화를 나누던 존재들 중에서 '인간'이라던가 이쪽 세상에 '원래부터 존재하던 생명체'는 자신 뿐이었단 걸 깨달았던 거니까요."

그 이후에 생각을 포기하다시피 하고서 멍하니 앉아있던 내게 카펠라와 머리 위로 모자 마냥 홍차가 흐르는 컵을 얹은 리퀴움이 다과를 들고 나타나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까지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결론적으로 하나만 떠올리자면 여기서 나가고 싶단 생각 뿐이었나.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이브란입니다.

1달이 넘는 시간만에 한 편이 더 업로드 되네요.

개인적인 사정이 이래저래 있었다곤 하지만 그것도 분명 제가 할 일을 외면하고 있었던 핑계일 뿐이겠죠.

까마귀와 모래시계, ‘까모’가 언제 완결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찾아와주시는 분들과 제 자신의 오기로라도 끝을 보고 말 겁니다.

그 날까지,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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