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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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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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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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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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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64

DUMMY

"정말로 내가 너무 성급했단 생각이 든단 말이지. 첫번째 아이라고 너무 능력 위주로 만들어 버려선..."

다시금 들려온 카펠라의 똑같은 푸념은 진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카펠라도 이래저래 큰일이네. 랄까, 솔직히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그리 속 편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신격화 현상의 결과로 인간이었던 카펠라는 현재에 와선 '신' 그 자체가 되었다. 애초에 그녀의 몸이나 능력, 특성 하나하나까지 생명체라곤 하기 힘들었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신으로서의 능력 중 하나로 태어난 것이 저 리퀴움이란 설명.

신에겐 항상 따라붙는 표제어가 있다. 바로 '조물주'. 즉, '만드는 자'.

종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나치듯이 한 번쯤은 들어봤던 말이긴 했다. 이 세상이란 건 사실 신이란 존재가 만들어 놓은 장난감일 지도 모른다고.

카펠라에게 물어본 결과 아쉽게도 카펠라에겐 그런 거창한 능력은 없었고, 단지 유일하게 리퀴움 하나만 완벽하게 창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리퀴움이란 남자를, 단지 자신을 도와주는 하인으로서 이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라던가 생각했을 뿐인데 정말로 눈앞에 나타났을 땐 본인도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카펠라 본인보다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될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니. 애초부터 당연하다고 할 존재는 못 되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리퀴움만이 '완벽하게' 창조된 존재라는 것이다. 카펠라도 처음엔 리퀴움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함을 느꼈다고 했다. 원래부터가 혼자서도 자신을 완벽하게 보조해 주는 존재로서 만들어졌기에 어찌 본다면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펠라는 궁금증이 하나 생겨 '천사'라고 불릴 만한 자신의 하인을 하나 더 만들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하녀로.

상냥하고, 자상하고, 언제나 밝으며, 때론 덤벙거리기도 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만큼 인간적인 존재였다고 한다. 리퀴움이 태어나자 마자 카펠라를 위해 만들어 내었다던 이 탑에서 내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던 곳들을 꾸몄던 것도 모두 그녀였다고 한다. 인간으로서 불가능하다 생각될 만큼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탑 내에서, 유일하게 인간미가 묻어나면서도 따스하고 눈길을 끌던 장식들이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고 한다. 리퀴움의 말대로라면 완벽하게 창조된 피조물은 그 조물주인 카펠라의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즉, 완벽하게 창조된 리퀴움 본인은 카펠라가 살아있는 한 영원한 삶을 보장받았다는 것.

반면에 완벽하게 창조되지 못했던 그녀는 인간의 수명을 따라 100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로 죽었다고 한다. 그것이, 벌써 1000년 정도 전의 일이라고 했던가.

항상 궁금하긴 했었다.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자꾸 바라보고 있게 되던 곳들. 평범한 꽃이 담긴 화분, 탑 근처로 제법 넓게 펼쳐진 꽃밭 가운데서도 유독 눈길이 가던 장소, 그저 그런 침대 하나조차. 보고 있을 이유가 없음에도 어느 샌가 정신을 차리면 가끔씩 내 시선은 그런 평범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쨋든 그런 풍경을 만들어주었던 그녀가, 카펠라의 말론 두번째 아이였고 근거는 본인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은 첫번째 아이를 제외하곤 한정된 수명과 능력을 지닌 천사를 만들 수 있는 신이란 걸, 카펠라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녀는 결국 세번째 아이를 만드는 것 또한 포기했다고 한다. 첫번째 아이인 리퀴움만으로도 충분하기도 했고, 애초에 천사를 만드는 것이 힘든 일이기도 했으며 그 천사를 떠나보내는 것은 더욱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격화로 인간적인 감정을 배제당한 입장으로서 모순된다는 걸 알고 있는 카펠라였지만 리퀴움의 설명에 따르면 그건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것만은 예외에 포함됩니다. 자신의 피조물을 떠나보내는 조물주의 마음 같은 건, 더 이상 생각할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군요."

뭐, 대충 그랬다는 이야기다.

"레이-"

한참 길게 이어지던 회상과 생각을 대충 끝마치자 카펠라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루퉁하게 삐친 듯한 얼굴을 한 카펠라는 아무 말 없이 팔수스와 리퀴움 쪽으로 눈을 흘겼다. 아직까지도 둘의 대화는 한창 이어지는 중이었다.

"팔수스? 슬슬 요리하는 남자 이야기는 그만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생각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팔수스에게 말을 하면서도 질렸다는 표정을 지어주면서 가만히 이마를 짚었다. 참고로 이건 팔수스에게 보내는 '대화를 끝마쳐주었으면 하는 제스처'가 아니라 단지 정말로 머리가 아파서일 뿐이었다.

"음... 그것도 그렇네. 언제까지고 여기서 눌러앉아있을 수도 없으니까. 뭐, 나 같은 여행자야 별 상관은 없지만."

"오... 그 말은 여기 남아주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고 혼자 돌아가도 되는 거지?"

"죄송합니다."

싱겁네. 사과하는 거 빨라! 좀 더 놀려먹을 순 없다는 건가-

"놀려먹을 대상은 따로 찾아보시고, 그와 관련해서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상의할 것? 아, 혹시 여길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꽤나 곤란하다던가...?

"아, 결단코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애초에 여길 들어오려면 저나 카펠라, 아니면 팔수스 님 정도로 마법에 능통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팔수스 님께서 여기 남으시기로 했으니 레이브란 님껜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ㅇ..."

"아니, 아니라니까! 나도 나간다고! 여기에 갇히는 건 싫어!"

흠... 완전히 당황한 표정에 손 각도도 안절부절 못하면서 오락가락하는 게 최상급이네. 가만보면 리퀴움도 사람 놀려먹는 건 참 잘한단 말이야.

"칭찬, 감사히."

"됐어. 그보단, 여기를 알고 있는 걸로 내게 발생하는 제약이 있다면 말해 봐. 어차피 내 단독으로 여길 돌아오는 건 힘들어. 공간을 잇는다던지 하는 대단위의 마법을 할 능력은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이 위치를 알고있다는 정보 자체를 알 일도 없겠지만 혹시나 이 위치를 내 기억에서 빼앗으려는 시도도 사실상 불가능해. 이유는 알지?"

"네, 애초에 평범한 마법의 틀에 속하는 것을 현재의 레이브란 님이라면 어느 것도 할 수 없단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그러한 마법들 또한 당신에게 닿지 않으니 사실상 상관은 없단 거죠. 하지만."

내 생각을 직접 읽어낸 것인지 내 현 상태의 당연한 증상이어서 알고 있는 것인지 별 말 없이 내 의견에 동조해 주던 리퀴움이 갑작스레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시선을 카펠라에게 향했다.

그리고 곧 이어 특유의 미소를 드리우며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 그리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래도 말이야, 난 너와 여기서 더 이상 관계되지 않는 것은 맘에 들지 않거든."


작가의말

오늘도 제 이야기가 즐거우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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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15.07.27 36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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