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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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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이브란
작품등록일 :
2015.03.16 00:00
최근연재일 :
2019.06.18 13:3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18,581
추천수 :
117
글자수 :
295,074

작성
16.07.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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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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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72

DUMMY

"기본이 되는 원리는 단순합니다. 전신의 마나를 역류시켜 극히 이질적인 마력을 풍기기만 하면 완성. 그 상태로 움직이려고 하면 원치 않아도 방금의 저와 같은 동작만을 취하게 됩니다."

마나, 마력이란 결국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 일상. 언제나 당연히 마주치며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우리 삶에 가까운 존재이다. 이를 민감하게 감지해내고 조절하는 마법이란 것도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대부분의 지적 샘명체가 해내는 흔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런 마나란 것을,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일방통행시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어색함과 더불어 답답함, 거북함, 심할 경우 혐오감까지도 느끼게 만드는 최악의 행동이 된다. 항상 그래왔던 것이 이 순간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게 어떻게 어색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검은 발걸음은 그걸 역이용한다. 억지로 역류시킨 마나를 몸 안에 머금은 채 움직이면, 그 자신의 몸에 대한 어색함으로 움직임에 제한이 걸린다. 너무나도 불규칙하고 기괴한, 단순한 '이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몸부림이 되는 것이다.

이게 발전하여 완성되는 것이 검은 발걸음으로, 실은 움직이는 본인조차도 거북함에 몸서리치고 마는 기술이다. 완벽한 lose-lose식 교환, 쌍방 간의 손해 교환이랄까.

뭐, 본인 몸에 대해 순간적으로 혐오감을 느끼는 거에 비해 상대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도박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상대는 본능적으로 덮쳐오는 혐오감과 어색함에 그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까.

"우선은 이 검은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연습 시간만을 제공하겠습니다. 이걸 배우기 전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잡념을 떨쳐내며 모두에게 연습 시간 겸 휴식 시간을 주었다. 어차피 이걸 버틸 사람은 없을 테니,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일 것 같네.

"네!"

검은 발걸음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거부감에 몸서리치던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 여전히 표정은 좋지 않은 편이지만 꽤나 힘찬 대답이 들려왔다. 이것만 배우는데 성공해도 어느 정도의 유리함이 있는지를 잘 아는 표정들이었다. 뭐... 결과는...

"부에에엑..."

...뭐...

"읍..."

...괜찮을 순 없겠지. 난 저쪽에 쉬러 가야겠다.

검은 발걸음을 배워보고자 노력중인 학생들이 모인 콜로세움의 중앙으로부터 조금 가장자리에 위치한 곳에 놓여진 작은 의자. 아까부터 눈에 띄던 건데, 아마 이렇게 될 줄 알고 꺼내놓은 듯하다. 애초에 흑조도는 브리가 배우려고 시도하다 포기한 얼마 안 되는 전투 방식 중 하나이다. 타고난 수준으로 흑조도에 적합한 신체 조건이 아니라면 턱도 없을 것이었다.

고맙게도 브리가 꺼내놓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자에 털석 소리가 나게 앉아 연습에 한창인 길드원들을 구경했다. 다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검은 발걸음에 가까워지고자 노력중이었다.

그 중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단연 단검사들. 더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 일반 검사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마력 제어 능력을 지녀야만 하는 부류이기에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 컨트롤 능력만으론 일반 마도사급에 해당할 정도이니, 그륜트의 정예가 모였을 이 단검사 무리는 최소한 그 이상 수준의 집중력을 지닌 사람들일 것이다. 최소한 마력 제어 능력만으로 어지간한 마도사는 깔아뭉갤 수 있는 수준?

검사 측도 단검사들 정도는 아니지만 꽤 선전중이었다. 오직 검에만 힘을 쏟아붓던 방식에서 자신들의 몸에 더욱 집중을 해야하는 현재의 훈련이 어색하긴 하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듯 보였다. 뭐, 처음부터 정론도 아닌 역류를 연습중인 것만 빼자면 바람직하니까.

오히려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마법에 정통한 쪽이었다. 그들의 경우, 마나의 자연스런 흐름이 습관에 가깝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이를 망가뜨리고 역류시키는 작업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게 된다. 조금만 집중이 흐트려지면 자신의 심장에 새겨진 서클에서부터 원래의 흐름이 복구되기 시작할 테니 그들이 더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열심히 낑낑대는 길드원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조금, 웃음이 났다. 그륜트의 정예란 자들이 전투 방식을 배우는 중인데도 낑낑대며 애를 먹고 있다니. 객관적으로 웃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관 조금 다른 웃음이었다. 그들의 노력을 비웃는다거나 하는 조롱이 담긴 웃음이 아니라, 순수하게 즐거움이 담긴 웃음이었다. 최소한, 난 그렇게 생ㄱ...

아. 잠깐 안...!

"그만!"

생각이 앞서지 못한 채 몸이 먼저 앞을 향해 날아갔다. 목표는 한 무리의 길드원들. 그 중 검은 발걸음을 연습중인 단검사와 서포터인 마도사.

본능적으로 쏘아진 몸은 생각 이상으로 빠른 속도를 내며 그들과의 사이를 좁혀갔고 난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단검사를 품에 안은 채 마도사의 제어 범위 내에서 빠져나왔다.

"어... 에...? 레이ㄴ...!"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감당도 되지 않는 속도로 몸이 누군가에게 안겨 날아가고 있었다, 라는 상황에 직면한 단검사가 급하게 입을 다물며 조용해졌다. 아직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한 듯, 얼이 나간 얼굴이었다.

보아 하니 아직 어린 티를 팍팍 풍기는 꼬마인데, 여기 있는 것을 보니 어디 사는 누구 같이 신동 소리는 듣는 아이인 듯 했다. 뭐, 보통 이런 아이가 아닌 이상 그런 발상은 못할 테니까.

마도사의 마력 제어 가능 범위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판단한 나는 안고 있던 아이를 놔주었다. 가볍게 발을 땅에 디디며 착지하는 아이. 다행히도 몸에 이상은 없는 듯했다.

"어디 몸 이상한 곳은 없니?"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 겠다 싶어서 대기중이던 인원에서 아이의 상태를 봐줄 사람을 부르자 시타가 달려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타에게 직접 진료를 맡기다니, 분명 브리가 부탁한 거겠지.

"어디 이상이 생긴 곳, 보이시나요?"

아이를 직접 들여다보고 있는 시타에게 물어보았다. 단검사이기 이전에 치료사이기도 한 시타에게 있어서 진료는 아주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기에 빠르게 상태를 물어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이 아이를 왜 갑자기 빼온 것인지부터 물었겠지만, 그녀였던 게 다행인 걸까.

"심하게 다친 곳은 없고 오른쪽 팔목 부근에 마력이 정체된 부분이 조금씩 눈에 띄네요. 다른 부분은 딱히 치료가 필요할 만큼 다친 곳 없이 건강하고요."

진료 결과를 말하며 바로 치료에 들어간 시타. 옅지만 분명한, 왠지 모르게 따스한 느낌이 드는 푸른 빛이 시타의 전신을 거쳐 머물다 아이의 팔목 쪽으로 흐르며 사라져 갔다. 브리에게 자주 들었던 치유의 기도인가.

"우선 치료는 끝났습니다만, 이 아인..."

"네. 쉬는 게 좋겠죠. 아니, 반드시 쉬어야 합니다."

의견을 물어오는 듯한 그녀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그럴 게, 이 아이.

"지금 다시 훈련을 시작하면 죽을 지도 모르니."


작가의말

소설을 쓰는 동안엔 저도 저 콜로세움에서 음료로 목을 축이며 쉬는중인 기분입니다.

자주 할 수 없는 일이란 것이 아쉬울 따름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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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0 15.12.31 216 1 8쪽
61 59 15.12.29 215 1 7쪽
60 58 15.11.19 209 1 7쪽
59 57 15.11.16 222 1 7쪽
58 [할로윈 특전] 또다른 레이브란의 이야기 15.10.31 229 1 10쪽
57 56 15.10.14 279 3 8쪽
56 55 15.09.13 225 1 8쪽
55 54 15.08.17 242 1 7쪽
54 53 15.07.29 262 1 10쪽
53 52 15.07.27 391 1 7쪽
52 51 15.07.25 338 1 7쪽
51 50 15.07.09 356 1 7쪽
50 49 15.07.05 262 1 7쪽
49 48 15.06.21 359 1 7쪽
48 47 15.06.19 383 1 8쪽
47 46 15.06.17 283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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