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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works
작품등록일 :
2015.06.21 20:32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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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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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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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글자수 :
252,815

작성
18.07.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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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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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4쪽

롤러코스터가 잘못한 게 아니야

DUMMY

그러니까 내 말의 뜻은


너는 롤러코스터 같은 존재고

나는 그 위에 올라 타버린 상황이라는 거야.



밖에서 보는 롤러코스터는 재밌어보였으니까.

이렇게 길고 무서운 것일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사람들이 그냥

재미있다고만 말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말만 믿고

그 위에 올라 타버린 거야.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나와는 맞지 않는 거였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고,

온 몸을 짓누르는 힘에 정신을 차릴 수 없고.


내가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는 건지.


땅에서 얼마나 떨어진 건지,

어쩌면 하늘에 더 가까운 건지,


그리고 언제쯤

끝에 닿게 되는 건지,


어느 것 하나 알 수 없는 채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무나 빠르게 앞으로 끌려가기만 했어.



나는 그런 상황에 적응할 수 없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도 하는데

그 말도 믿을 수 없었어.


나아지는 거라고는 고작

더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가기 위해

잠시 속도를 늦추는 때뿐이었어.



아마 롤러코스터가 이런 건 줄 알았다면

나는 절대 올라타지 않았을 거야.


심지어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 탄 것이었는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어리석다고 느껴지기도 했어.



그러나,

그건 온전한 나의 문제야.


롤러코스터가 잘못한 게 아니라구.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몇 번씩이나 즐겁게 타는 사람들도 있고.


다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야.


그러니 롤러코스터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맞겠지만,

내가 어리석어서 그런 말을 해버렸고,

또 그 말을 네가 들어버렸으니,

용서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내 진심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네가 잘못해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는 걸

어렵겠지만 잘 이해해 줬으면 해.



그래도 나는

달려가는 롤러코스터 위에서

뛰어내릴 생각은 전혀 없어.


너도 알지?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벨트를 꽉 매는 걸.


그건 무슨 뜻이야.

여기서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는 거야.

그러니 나는 절대, 도중에 내리지 않아.


멈추기 전엔 떠나지 않아.


나는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너와 나를 포함해서 말이야.



아마 이 롤러코스터가 멈춘다면,

다시 탈 순 없겠지만,


미안하게도 네 바람처럼

다른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진 않겠지만


모든 오르막과 내리막과 회전 코스를 끝내고

이 롤러코스터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까진,


그리고 안전요원이 잠금장치를 해제할 때 까진,

이 벨트를 꼭 잡고 견뎌낼거야.



그동안 솔직히 괴롭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섭다고 하면서도 왜 롤러코스터를 타려고 하는지


너를 만나서 조금은 알 것 같았어.


지금도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아.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겠다는 게 아니야.


다시는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을 거라는 그런 뜻이야.



그러니까 울지 마.

너를 떠날 생각은 없으니까.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그리고 나를 도와줘.

그렇게 울고만 있지 말고,


내가 이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탈 수 있도록


나를 꼭 붙잡아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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