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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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락
작품등록일 :
2016.07.0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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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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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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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66화. 누나의 골렘.

DUMMY

“정말 강해지셨군요.”

마왕의 말이 기분 좋게 울렸다. 아직 눈 앞에 둘보다 약하다지만, 회귀하고 얼마 안 된 걸 생각하면 급성장을 했다.

“그 활 신궁이 남긴 거지?”

“맞다네. 신궁님이 남겨주신 힘 덕분에 우리가 버티고 있는 거라네.

“신궁이 마지막으로 지유 라는 이름을 말하던데 누군지 알아?”

두 명은 고개를 돌려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압박해도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았다.

“신궁이 영역을 선포한 곳은 이제부터 본좌가 관리할 것이네. 자니야 라는 꼬마는 내가 키워주지.”

말머리를 돌렸다. 지유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고 현실적인 문제와 상의해야 했다.

“그럼 고맙고. 현실에서 괴물들은 앞으로 계속 등장하나?”

나는 현실에 나타난 괴물들을 떼려 잡고 현실문을 통해 동굴로 온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우니아에 가서 신과 관리자까지 잡아먹고 복귀 했었다.

“그게 계속 등장하게 될 겁니다. 미물이 장난을 쳤거든요.”

“비삭?”

마왕과 신목왕이 내 말을 듣자마자 멀리 물러섰다. 둘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직접 언급은 피해주세요. 이름에는 힘이 있어요. 미물의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그가 우리를 볼 확률이 높아집니다.”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자리를 앉았다. 긴 이야기를 나눠야 될 것 같았다. 마왕과 신목왕도 내게 다가와 앉았다. 둘은 내가 이해 할 수 있도록 반복하며 말했었다.

그들이 꺼내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것을 말했다.

“마계에 총 124개의 현실로 통하는 현실문이 생겼고 공간 계열 고유기를 가진 선지자가 힘을 써서 전부 내 집 근처에 나타나게 했다고 이해 했는데 맞아?”

“맞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놓진 괴물들은 전부 부스러기 씨 근처에 나 올 겁니다.”

“골렘군단장님 같은 군대를 소유한 선지자들이 힘을 쓰고 있으나 마왕들이 지닌 군대도 만만치 않다네. 놓치게 되면 연락함세.”

“이 개나리 철쭉 같은.”

욕 나오는 걸 억눌렀다.

“차라리 심해나 용암에 여는 게 어때?”

이들이 말하는 내용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놓친 괴물들은 내가 해결하는 말이었다.

“그게 현실로 넘어간 괴물들이 혹여 라도 살아남으면 골치 아프거든요. 정령 계열 괴물이라면 그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죠. 괴물들이 왜 지구로 가기 위해서 난리를 치는 지구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주민의 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예요. 부스러기 씨가 손수 잡아주셔야 안심이 되죠.”

“내가 페스티에 접속하고 있을 때는?”

만약 접속하고 있을 때 괴물이 나와서 도시를 파괴하고 다니다 내 집을 부수면 내가 위험해진다.

“그건 걱정 말게.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의 시간동안 선지자 전원이 나서서 방위를 할 것이네. 뚫릴 걱정은 없다네.”

“다른 지구인들도 성장시켜야 해서 전부 방위에 투자하기에는 시간이 아깝죠.”

저렇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다. 누나가 사는 곳은 옆 도시니까 혹여 라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나 강해졌으니까.’

현실에서도 강한 힘을 쓸 수 있기에 등급 제한이 걸린 괴물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 있을 동기화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짚고 가야 했다. 현실문으로 접속이 가능해지는 날 시간배율도 똑같이 변해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걱정 말게. 2월 29일에 현실문이 나타날 테니.”

“믿어도 되지?”

“본좌의 이름을 걸고 단언하지. 믿게.”

“현실로 안가고 여기서 성장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괴물에 죽어나겠죠. 영체 계열 괴물이 현실로 넘어가면 군대로는 막을 수 없죠.”

“이제 가야할 시간이네. 현실로 통하는 현실문을 유지하는 신궁님도 없으니 곧 닫힐 것이네.”

일어서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우니아로 통하는 균열은 유지되고 있었다.

“우니아로 통하는 균열도 닫혀?”

“여긴 고정 될 것 같군요.”

나무들이 움직여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가지 하나를 꺾어 가면으로 만들었다. 마족의 특성을 죽여 사라지게 만들었다. 날개가 사라지니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잘 부탁함세.”

“잘 부탁합니다.”

두 명의 배웅을 들으면서 나무를 타고 작아지는 현실문으로 들어갔다.

‘지구 시간으로 회귀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1년을 보낸 기분이야.’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다.

현실에서 나를 반기는 것은 총을 든 군인들이었다. 겨누어진 총부리만 아니었으면 바로 달려갔을 텐데.

“괴생물체 출현! 괴생물체 출현!”

집으로 가서 쉴 나를 막아서는 피고한 일이 생겼다. 바닥에는 유리 깨진 벽시계가 현재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7시 50분이며 해가 져서 어두웠다. 나를 태운 나무가 군인들의 위협에 반응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파푸르 뱀 잡을 때는 없었는데 지금은 여기를 포위했어. 아주 빨라서 짜증나네.’

내가 돌아온 걸 알아 찬 시작의 나무가 뿌리를 흔들며 반겼다. 군인들은 뿌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란 듯이 눈이 흔들렸다.

‘사방에 저격수들이 대기하고 있네.’

뛰어남 감각이 근처 건물 위에 자리 잡은 저격수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은밀하게 혼력으로 시작의 나무에게 명령을 전했다.

‘잡아.’

간단한 명령이었다. 시작의 나무가 똑똑하다면 내가 만족할 상황을 만들 것이었다.

나에게 총을 겨누었던 군인들이 뿌리에 잡혀 비명을 질렀다. 건물 위에 있던 저격수들이 나무 줄기에 휘말려 무력화 되었다.

‘이제 도망 쳐야겠네.’

기공술이 운영되었다. 강해지고 있는 육체에 의해 더욱 큰 효과를 낼수 있을 것 같았다.

‘한 30급 후반 정도? 페스티의 육체보다 더 강해졌네.’

달린다. 포위망은 시작의 나무로 인해 와해되었다. 군인들을 넘어 도로를 달렸다. 하늘에서 헬기 몇 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래 살았던 동네여서 골목길을 잘 알았다. 골목으로 달려 추격하는 헬기를 따돌렸다.

골목을 쏘다니는 동안 군인 말고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대피한 것 같았다.

양복점의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내 사이즈의 양복 두벌과 구두 그리고 넥타이 몇 개를 챙겨 들었다. 양복으로 갈아입고 검정 구두를 신었다.

양심이 찔려서 아프지만 참았다. 나에게 하는 작은 선물이었다. ‘내가 여기를 지켜 나갈 것이니까 작은 호의라고 생각해줘요.’

구두를 길들일 시간이었다. 양복점을 나서서 쫒아오는 존재들은 없지만 삥 돌아 뛰어서 혹시 있을지 모를 추격을 대비했다.

가면을 떼버린 지 오래다. 이제 홀가분하게 집에 들어가면 된다.

‘키아가 어디 갔지?’

우니아에서 같이 넘어왔었다. 마계에서부터 품에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없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없었다.

“이런 망할.”

현실문이 있었던 시작의 나무로 돌아가려 했다. 내 원룸에서 미약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급하게 문을 열어 원룸으로 들어갔다. 원룸에는 키아가 허공에 작은 녹염의 숨결을 내면서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누나?”

키아 앞에는 누나가 있었다.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웠다. 내 원룸에 키아랑 함께 있는 누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키아는 왜 여기 있지? 키아가 왜 누나에게 재롱부리는 거야? 누나는 왜 내 원룸에 있어?’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누나가 달려와 나를 안았다.

“걱정했잖아! 망할 동생아! 이 동네에 괴생물체가 나와서 건물을 부셨다는 뉴스는 나오고 이제는 식물들이 건물에 달라붙어 증식하고 있다는데 넌 연락도 안 되고!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누나의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다친 거 아니지?”

“어... 누나.”

누나의 붉게 달아오른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누나가 우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와 삼촌의 장례식 때 빼고는 우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강인한 여자였던 누나의 울음이 내 심장을 옥죄어왔다.

스마트폰은 중급마족과 싸울 때 부서져서 없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던 누나가 가슴 졸이며 내 원룸에 찾아왔을지 상상하니 미안했다.

“누나는 어디 다치지 않았어?”

끼아. 끼아.

누나와 내 눈이 발치로 향했다. 키아가 기어와서 내 발목을 비벼 되었다.

“이 귀여운 용이 나를 구해줬어.”

“무슨 말이야?”

구해줬다고 했다. 누나에게 무슨 위험이 있었다는 말로 해석이 되었다.

“여기 올 때 여기 집 앞 도로에서 달려오는 험비에 치일 뻔했는데 누가 팍 밀어주는 거야. 아슬아슬하게 험비를 피할 수 있었어. 구해준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해주려고 뒤돌아봤는데, 아무도 없고 이 용이 허공에서 나타나는 거 있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를 구해준 게 이 용인걸 아니 무섭지가 않더라. 세상에는 아직 발견 못한 동물들이 많나봐. 이 용은 새끼인가 봐 이렇게 귀여운 거 보면.”

키아의 몸이 투명해졌다. 투명해진 순간부터 키아가 내 감각으로도 잡히지 않았다. 눈에 힘을 주고 나서야 겨우 윤곽을 찾을 수 있었다.

‘은신 계열 기술을 가지고 있었나? 그런데 왜 현실로 넘어오고 은신까지 하고서 어떻게 내 집까지 온 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키아가 왜 내 원룸까지 혼자 찾아 온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누나를 구했다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누나를 구한 건 사실이니까.’

“누나 이 녀석 내가 키울게.”

“내가 키우려고 했는데.”

“누나 집에는 고양이가 있잖아. 이 용하고 함께 키우기 힘들걸? 그리고 누나를 구해줬다고 해도 처음 보는 생물이잖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내가 지켜볼게.”

누나는 키아를 들고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키아는 고개를 돌리며 작음 울음소리를 내었다.

끼아

“아 귀여워. 짱 귀여워!”

키아가 누나의 가슴에 파묻혀 바동거렸다. 뾰족한 발톱을 오므린 상태라 누나의 살갗이 베이지 않았다.

“동생은 어디 있다 왔어? 이 양복은 못 보던 건데 어디서 났어?”

내 입에서는 거짓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키아가 벌어준 시간은 요긴했다.

“양복 맞추려고 나갔는데 밖이 저 지경이라 헤매다 왔지. 스마트폰은 난리통에 잊어먹었어.”

궁색한 변명이지만 내가 입은 양복의 깃을 잡으며 포즈를 잡았다.

“양복 살 거면 나랑 같이 가지.”

“그럼 누나가 사겠다고 할 게 뻔 하잖아.”

“그, 그래도!”

“누나 저녁 안 먹었지? 밥해줄게. 저 용도 무엇을 먹는지 알아야지.”

키아가 먹는 건 열매였다. 고기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김치찌개를 준비하며 쌀을 씻어서 밥통에 넣어 쾌속 취사를 눌렀다. 누나는 TV를 켰다. 키아가 누나의 품에서 포기한지 몸에 힘을 빼고 있었다.

“동생아 저것 좀 봐봐. 이 동네에 커다란 한 나무가 생겼어!”

“밖에 나가면 보일거야. 누나.”

TV 뉴스에는 시작의 나무를 보이고 있었다. 건물과 융화된 나무들까지 찍혔다.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되었다는 뉴스 앵커의 멘트로 마무리 되었다.

누나는 키아를 들고 원룸을 나가려고 했다.

“누나! 들어오면 불 좀 봐줘 나 화장실에서 큰 거 볼게. 불은 약으로 되어있으니까 천천히 보다와.”

알았다고 대답하는 누나는 문에서 나갔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쳐다보았다.

“넌 누구지?”

처음 느꼈던 마력의 파동은 키아의 것이 아니었다. 인공으로 마나의 정령, 마나령을 만들어 마법을 쓰는 마법사의 마력이었다. 키아가 투명해지는 것도 처음 감쪽같아서 몰랐는데 집중한 순간 마법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누나가 있어서 기공술의 빛이 나오지 않게 조절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푸른 혼력이 눈에 넘실거리면서 화장실에 숨은 존재를 꿰뚫어 보았다.

2m의 키를 가진 은회색 골렘이었다. 은회색 골렘이 마법을 풀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전투슈트를 입은 사람 같았다.

“인사드립니다. 김피은님의 골렘 고마라고 합니다.”

김피은은 누나의 이름이다.

고저 없는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고마 라면 누나가 페스티에서 골렘군단장에게 선물 받았다던 성장형 골렘이었다.

“이런 세상에.”

고마 라는 골렘에게 느껴지는 마력은 마나령 마법사의 마력이었다. 추가로 기공술의 흔적도 느껴졌다.

“골렘군단장이라는 선지자는 몇 번째였어?”

“저를 창조하신 분은 세 번째로 알고 있습니다.”

선지자들은 진짜 괴물들이었다. 골렘에 기공술 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가르쳤다. 한 가지 마법이나 최대 네 가지 마법이 한계인 골렘이 아니었다. 어엿한 마법사의 풍모가 고마에게 보였다.

“넌 왜 여기 있어?”

“저를 만들어 주신 골렘군단장님의 명령은 현재 제 주인이신 김피은님을 지켜내라 말씀하셨습니다. 골렘군단장님이 저를 여기로 보내셨지요.”

“저 새끼 용 키아는 왜 너랑 함께하고 있지?”

키아는 고마의 은신 마법에 저항하지 않았다. 의문을 해소해야 했다.

“골렘군단장님이 동굴에 왔을 때 현실문이 닫혀있었습니다. 키아는 그 동굴에서 기절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골렘군단장님의 말로는 강력한 기세에 눌려 기절한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물약을 먹여 정신을 차리게 하시고는 저와 키아를 현실문을 열어 현실로 오게 해주셨습니다.”

‘날개를 없애서 가벼워진 기분이 아니라 키아가 땅에 떨어져서 그런 거였나?’

지금 생각해보니 현실문에 들어갈 때 마왕과 신목왕의 급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왜 키아를 누나 앞에 공개한 거지?”

골렘이라고 믿겨지지 않게 난처한 듯 몸을 꼬는 고마였다.

“그게 김피은 주인님을 찾아 도착했을 때 고속으로 이동하는 물체에 위험에 처해있었습니다. 급히 들고 있었던 키아를 던져서 구하게 되었습니다. 던지는 충격에 의해 은신마법도 풀려버렸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급해서 마법을 쓰지 않고 키아를 던져 누나를 구했다는 말이었다. 고마의 어깨 부근을 잡았다.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을 쥐어 보였다.

“언제든 키아를 던져도 돼.”

덕분에 누나의 목숨에 안전을 보장 받았다. 이 녀석은 믿어도 된다.

‘전부 나였으니 가족이 소중히 생각해서 보내준 골렘일거야. 잘 쓰겠어.’

옆 도시라도 괴물이 나오면 위험할 수 있어서 걱정이었는데 고마가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나보다 강해.’

고마는 골렘 특유의 육체적 강함과 병행된 기공술까지 있었다. 더 무서운건 마나령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마나령 마법사는 참 무섭지.’

최영주가 마나령 마법사였었다. 멸망에서 나를 구했던 결정적인 공격은 최영주의 고유기를 병행한 마나령 마법이었다.

기공술로 강화된 시야에서 고마의 마나령이 보였다. 고마의 머리 위에서 붉은 광구의 모습을 한 마나령이 떠돌고 있었다.

“계속 내 누나를 지켜주라고.”

“네 제가 구동을 멈출 때까지 주인님을 지킬 것입니다.”

누나가 원룸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마에게 다시 따봉을 보이며 화장실을 나갔다. 고마는 투명하게 변해 화장실 한곳에 자리잡았다.

“저렇게 건물만큼 큰 나무는 처음 봤어!”

호들갑을 떠는 누나였다. 키아는 피곤한지 눈을 깜박였다.

“누나 이제 용에게 이름 붙여주자. 난 키아라고 정했어.”

“뭐? 키아라니? 내 동생 네이밍센스가 언제 그렇게 변했어! 이 용은 끼아 야!”

좋은 이름이었다. 누나와 나는 네이밍센스가 비슷했다. 이름을 먼저 붙여준 게 아니라면 끼아 라고 불렀을 것이다.

“우리 끼아는 끼아가 마음에 들지? 그치?”

“키아야 일로와.”

키아는 필사적으로 누나의 품에서 벗어나 내게로 날아왔다. 내 어깨에 자리 잡은 키아였다.

“저 안귀여운 이름이 좋다니 쳇.”

소리 내서 쳇이라 외치는 누나였다. 누나를 식탁으로 밀었다. 김치찌개가 다 되었다. 맨손으로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잡아 식탁 위에 올렸다.

“안 뜨거워?”

누나는 그런 내가 신기한지 냄비 손잡이를 건들다가 뜨거운지 입속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되었다.

“누나와 달리 내 손은 굳은살이 많아서 잠깐 동안은 안 뜨거워. 밥 먹자.”

누나의 밥을 퍼주고 냉장고에서 반찬들을 꺼내놓았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키아는 내가 따로 껍질을 깍은 배를 먹고 있었다. 배가 맛있는지 끼아 거리는 울음에서 기쁨이 담긴 것 같았다.

‘나주 배다. 비싼거야.’

세 개의 배가 전부 키아에게 먹혔다. 누나는 키아의 먹성에 놀라운지 김치찌개를 맛보지도 못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동생아 너 키워라. 내 비나 간식용 캔도 부담스러운데 키아까지 추가 하면 감당 못할 것 같아.”

비나는 누나가 키우는 코리안 숏 헤어종의 고양이였다. 턱시도를 입은 것처럼 얼룩무늬가 있는 귀여운 고양이였다.

누나는 키아에게 시선을 돌리고 김치찌개의 국물을 맛보았다.

“시큼하니 딱인데?”

누나의 요리를 먹고 자랐던 나는 누나의 식성을 닮았다. 시큼한걸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시큼하니 맛있는 김치찌개를 최근에 먹은 거 같은데?’

회귀하고 처음으로 먹는 김치찌개였다. 알게 모르게 김치찌개를 최근에 먹은 느낌이 있었다.

‘별거 아니겠지.’

기억은 완전하지 못한다. 회귀 후 글로 적어 놓은 것도 그러하기 때문이었다. 컴퓨터처럼 정보 그대로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상할 때마다 재해석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안 좋은 기억도 미화되니까 말이야.’

가볍게 넘겼다. 착각이 분명했다.

왠지 모르게 슬픈 느낌이었다.

“누나가 배추김치 준 게 언제지?”

“아마 한 달 전쯤일 거야.”

왜 이런 말이 나온 걸까? 회귀 후 처음으로 먹는 김치찌개 맛에 감성이 자극되었나보다. 밥을 더 퍼서 고봉밥을 만들었다. 꾸역꾸역 먹는 맛이 참 썼다.

‘누나와 함께 먹으니 이상하게 먹히네.’

맛이 없으면 배고픔을 면할 정도만 먹으면 그만이었다. 이상하게도 밥을 더 푸는 나를 보았다.

‘계속 들어가네. 누나하고 함께하는 저녁이어서 그런가?’

누나하고 식사를 한지 오래되었었다. 감성이 자극된 이유를 찾았다. 누나의 얼굴을 보면서 먹는 밥이라서 계속 먹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내가 바랐던 풍경이구나.’

아귀가 되어버린 가족.

너무나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꿈으로 여기고 있었다.

누나와 함께 먹으니 김치찌개같은 강렬한 음식도 위에서 잘 받아내고 있었다.

“누나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그러면 고맙지.”

콜택시를 불러 누나와 함께 탔다. 이 난리에도 콜택시는 운행을 멈추지 않는 프로의식을 보였다. 뒤에서 따라오는 고마가 느껴졌다. 키아는 집에서 잠자고 있었다.

누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가볍게 뛰면서 내 원룸으로 향했다. 울적해진 마음은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참 이상하네. 누나를 봐서 그런가? 괜시리 슬프네.”


거대한 나무는 죽어가는 회색용을 치료한다. 악당은 메마른 호수의 바닥을 더듬는다.

안 알려줄 거야. 네가 깨달아야 돼.


작가의말

큰맘 먹고 산 기계식 키보드가 벌써 지우기 키가 씹히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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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거짓된 맹세. +1 17.04.14 39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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