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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로스트 레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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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상조
작품등록일 :
2015.11.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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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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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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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바람 (1)

DUMMY

「겨울의 바람」




‘겨울이다.’

루멘 학원의 수업 시간은 고요하다.

한동안 계속됐던 2학기의 의뢰가 거의 끝나고, 학생들이 한데 모여 수업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몇 개월이 넘도록 지속되는 국가 전체의 혼란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도 현재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일까.

“오늘은 이걸로 끝. 내일은 휴일이니 즐겁게 쉬시고. 월요일에 다시 뵙죠.”

빙긋 웃는 저스틴의 모습.

수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은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전히 저스틴 선생님 수업은 어렵네.”

워낙 다양한 각도의 해석들을 들이밀고, 한 번에 전부 익힐 것이 강요되기에 저스틴의 수업은 모두가 고통스러워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요즘 여러모로 혼란스러우니까, 정신을 꽉 잡고 있으라는 배려일지도 모르지.”

이사벨은 자고 있는 제논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리 중얼거렸다. 그것에 눈을 퍼뜩 뜬 제논은 후아암 하고 길게 하품을 내뱉었다. 그 역시 한동안 졸고 있느라 수업의 대부분을 놓친 상태였다.

크리스는 멍하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잎사귀는 전부 사라져 버렸고, 앙상해진 나뭇가지들만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은 그래도 좀 조용하지 않나?”

뒤쪽에서 클로디아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녀는 일행의 바로 뒷자리를 배정받아, 옆에 있는 제레미아를 부려먹으며 노트를 필기하던 중이었다.

“으음······ 새로운 소식은 없네.”

이사벨이 휴대 장치를 조작하며 중얼거렸다.

블랙 포레스트가 레퀴엠이라는 의문의 장치를 기동하고 몇 개월이 지났다.

전 대륙에서 무작위로 나타나기 시작한 플랜트에 대해 제국은 본격적으로 전 대륙에 경계령을 발동한 뒤, 군대를 동원해 이를 막아내고 있는 판국이었다.

한동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던 학생들도 다시 복귀했고, 루멘 학원은 정식으로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잠복한 위험이 다시 솟아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토르즈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시니, 여차하면 이야기를 해 주시겠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미약하다.

그렇기에 모두들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여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다.

“······.”

“크리스는 엄청 조용하네?”

클로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걸자, 크리스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잠을 잘 못자서.”

“음, 요즘 들어 계속 피곤해 보이는구나.”

크리스는 피부가 하얀 편이라, 눈밑이 퀭해진 것이 유독 강조되어 보였다.

알테아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을 따라 건네주자 크리스는 그걸 받아 마시며 미간을 꾹꾹 손으로 눌렀다.

“훈련도 있고, 따로 가야 할 곳들도 있으니까.”

“흐음. 오늘은 나랑 좀 어울려줘야겠는데.”

클로디아의 목소리에 크리스는 눈을 옆으로 돌렸다.

클로디아는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의수를 들어올렸다.

“오늘도 즐거운 탐구 생활 시간이야. 학생.”

“무서운 말투다.”

제논이 덜덜 떨며 그리 말하자 크리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클로디아와 시간이 날 때마다 연구에 동참하는 크리스였기에, 이번 주도 그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이사벨은 오늘 뭘 하느냐?”

“나는 엄마랑 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할 것 같아.”

이사벨은 플랜트를 보고 난 이후, 마치 홀린 것처럼 뭔가에 빠져서는 계속해서 연구실을 드나들고 있었다.

알테아는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논은?”

“나? 나는······ 뭐, 아르바이트도 있고, 오랜만에 아부지한테 연락이나 해야겠어.”

제논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리 말했다. 플랜트가 크로센 대륙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으니, 대륙을 여행해 다니는 상인인 아버지가 다칠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크로노스에서도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고 하는구나. 플랜트라는 것이 국경 주변에 출현해서······.”

알테아도 흐음 하고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플랜트의 등장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군대를 동원해 쓰러뜨리지 못할 적은 아니지만, 그 여파가 남아버린다.

“플랜트의 침식에 의한 이상에 대해 연구가 이어지고 있긴 한데······ 다들 삽질하기 일쑤지.”

클로디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 역시도 제국의 요청을 받아 이곳에서 플랜트가 남긴 잔여물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괴된 플랜트는 지반을 마치 강철과 같은 색으로 물들인다. 아무리 속전속결로 처치하려 한다 해도, 어느 정도 침식된 땅이 남아버리는 게 문제였다.

“뭐, 이런 지루한 얘기는 안 하는 게 낫지. 그럼 먼저 가 있을게?”

클로디아는 일어서며 크리스에게 손짓했다. 크리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곧 따라가겠다는 대답을 전했다.

“클로디아도 이제 완전히 적응했구나.”

“선생님들을 놀리는 것만 자제해주면 좋겠는데.”

클로디아는 마도공학 관련으로 사실 이곳에 선생으로 와서 가르쳐야 할 정도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처음 온 날 기존 정보와 틀린 것을 말하는 선생을 맹렬하게 공격했었다.

그것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클로디아의 모습이 좀 다르게 보인 모양이었다. 단숨에 주변인들의 인기를 얻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할 지경이었다.

“슬슬 나도 가볼게.”

크리스가 어지러운지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제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야, 크리스. 너무 무리하진 마라.”

그가 평소 하는 훈련이 상당히 강도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제논은 고개를 슬쩍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몸 상하면 더 안 좋아.”

“제논 말이 맞아. 조심해.”

이사벨도 입술을 쭉 내밀고 있었다.

그녀 역시 크리스의 상태가 눈에 띠게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응.”

빙긋 웃은 크리스는, 주변 학생들 사이로 빠져나가며 클로디아가 있는 연구실로 향하고 있었다.

“······.”

알테아의 걱정스런 눈이 그 모습을 쫓았다.

아주 잠시 마주친 시선.

하지만, 크리스는 아무 답도 없이 나가버린다.

“흐아암. 오늘도 아주 바쁘겠구만.”

“알테아는 오늘 예정 있어?”

가방을 챙기는 이사벨의 물음에 알테아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금, 할 일이 생겼다.”


***


“아, 크리스!”

제레미아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제레미아, 여긴 어떻게······?”

“응! 클로디아가 자기 짐들을 좀 옮겨달라고 해서!”

제레미아는 읏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상반신만한 높이를 지닌 서류들을 솜씨 좋게 내려놓았다. 워낙 체술 쪽을 단련해서 그런지, 그는 엄청나게 무거워보이는 짐들을 순식간에 옮기고 있었다.

“오오~ 제레미앙. 고마워. 고마워.”

“헤헤.”

클로디아는 제레미아에게 길쭉한 초코바 하나를 건네주며 그리 말했고, 제레미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그것을 받아들고 있었다.

마치 강아지를 기르는 주인님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던 크리스였다.

“클로디아랑은 많이 친해졌네.”

“옆자리기도 했고······ 잘 대해줘. 봐. 과자도 주고.”

“······.”

초코바를 먹기 위해 한 노동의 양을 생각하지 않는지, 제레미아는 그저 기뻐하는 표정이다.

“다 크리스 덕분이야.”

“응?”

“원래라면······ 나 같은 애한테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제레미아는 눈을 반짝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랑 만나고 난 뒤에, 나는 변한 것 같아.”

“제레미아~ 이거 남은 것들 좀 바깥으로 버려줘. 양동이 두 짝 밖에 없어~”

“으, 응! 내가 얼른 가져다 버리고 올게!”

후다닥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는 제레미아의 모습. 크리스는 그가 빠르게 여러 가지 물건이 가득 찬 묵직한 양동이 두 개를 들고 나오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고마워. 크리스.”

빙긋 웃으며 지나가는 제레미아를 보던 크리스는, 연구실 안쪽에서 흰 색 가운을 걸쳐 입는 클로디아에게로 걸어 들어갔다.

“제레미아가 아주 좋은 아이라서 살았어. 돌아오면 맛있는 쿠키를 줘야지.”

“······.”

히히히 웃은 클로디아는, 자리에 앉으며 거대한 장치의 전원을 기동시켰다. 이 연구실은 그녀가 루멘 학원에 들어오며 토르즈를 졸라 배급받은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루멘 학원 역시 현재 학회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소녀가 입학하는 것만으로도 큰 광고 효과가 있기에, 흔쾌히 그녀에게 연구실을 제공해 준 터였다.

“자아, 저번에 봤던 거랑 동시에 설명해 주자면······ 네가 가진 로스트 레기온, 제피로스는.”

그녀가 자신의 의수에 조그마한 케이블을 꽂아 화면과 연결하자, 곧 화면에 제피로스의 모습이 구체화되어 떠올랐다. 마치 제작도(製作圖)처럼, 섬세하게 제피로스의 프레임과 외장이 구현되어 있었다.

“추가 장비가 고려된 상태로 만들어진 거야. 즉, 암흑시대 때 처음으로 이 제피로스를 사용했던 사람은······ 아마도 거점 수비용으로 이 바탈리온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지.”

“수비?”

“그럼, 장난감도 아니고 철컥철컥 장비를 교환해서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다른 것도 아니고, 마도공학의 정수인 바탈리온인데.”

혹시나 합체를 기대했다면 안됐다며 클로디아는 장난스레 미소지었다.

“일정한 거점에 대기하다가, 상대의 형태에 맞춰 여러 개의 형상으로 변환하여 그에 맞춰 싸우는 게 제피로스의 원래 역할이라는 이야기지.”

실제로, 헤르메스가 간직하고 있던 일부 설계도에서는 제피로스가 가졌을 다른 무장들의 모습도 함께 보이고 있었다.

거대한 포대를 설치하여 원거리 저격을 노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근접 무기들을 배치해 여러 상대와 맞서 싸울 것을 상정한 장비들도 있었다.

“그럼······.”

뭔가가 맞지 않는다.

“그래. 나도 그랬어.”

클로디아는 바로 옆에서 제피로스의 능력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허공의 마나를 끌어와, 장비를 직접 만들어내는 능력.

“그런 건 제피로스에 탑재되어 있지 않아.”

혹시나 싶어 크리스를 통해 직접 제피로스를 조사해 보았지만, 제피로스의 내부에는 외부의 마력을 제어하는 기능 자체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클로디아는 진심으로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이윽고 화면의 중앙부를 짚는다.

그곳은 제피로스의 조종석이었다.

“이 부분만 해석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어.”

제피로스의 조종석. 인공두뇌와 연결되는 서브 시스템이 자리한 부분이다. 이곳을 통해 제피로스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종석에 무언가가 있다.

그렇기에 제피로스는 설계도에 없던, 초월적인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클로디아는 그렇게 추측했다.

“그런데, 무슨 심경의 변화지?”

그녀가 처음 루멘 학원에 편입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크리스에게 달려가 제피로스를 살펴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크리스는 영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갑자기 직접 찾아오다니.”

클로디아에게는 당연히 환영할 이야기지만, 크리스의 의도를 알아채기가 어려웠다.

한동안 아무 말도 않던 이 소년은, 어느 날 갑자기 연구실로 달려들어왔다.

가쁜 숨소리.

아마 한참을 달렸던 것이겠지.

그리고 빤히 자신을 쳐다보던 중,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로스트 레기온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그 이후부터 크리스와 클로디아는 암흑시대의 지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느릿하지만 차근차근, 제피로스가 가진 비밀에 대해 풀어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말하기 힘들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클로디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펜을 입에 물었다. 두 손으로 가운의 앞섶을 여미며, 그녀는 즐겁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크리스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기억은 과거를 헤맨다.


――――― 크리스 폰 나이센트. 네게 해야 할 말이 있다.


토르즈는 어느 날, 크리스를 불러 조용히 말을 이었다.

철저한 마력 제어로 주변의 모든 소리를 방음 마법으로 사라지게 만든 그는, 크리스의 몸까지 검사한 이후 말을 이었다.

그리고 토르즈의 그 말을 들었을 때.

크리스는 발밑이 산산조각나는 기분이었다.


――――― 네 친구들 중, 배신자가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까.”

그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레드러너 님 // 에피소드는 쭉쭉 앞으로 나갑니다... 이제 이야기도 기울어 가네요~

cyswind 님 // 주인공의 숙명인 듯한... ㅎㅎ 항상 댓글을 보며 힘을 얻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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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신의 힘 (3) +2 20.06.14 112 4 13쪽
234 신의 힘( 2) +1 20.06.13 12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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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남겨진 약속 (4) +2 20.05.30 135 6 12쪽
228 남겨진 약속 (3) +4 20.05.29 12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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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암흑의 시대 (3) +1 20.05.17 119 6 13쪽
221 암흑의 시대 (2) 20.05.16 123 6 13쪽
220 암흑의 시대 (1) +1 20.05.13 14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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