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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로스트 레기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만상조
작품등록일 :
2015.11.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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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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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218

작성
20.04.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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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겨울의 바람 (4)

DUMMY

***


아버지를 따라 길을 걸으며, 크리스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알테아는 어느새 두 명을 배웅하며, 벤치 앞에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었다.

“알테아가 네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정말······ 알테아가 불러서 오신 거예요?”

“응. 가끔 문자 메시지도 하거든.”

세이스는 자신의 휴대 장치를 들어 올리며 크리스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에 크리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크리스와 알테아는 사적으로 연락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크리스가 머리를 긁적이는 동안, 세이스는 마도공학관 기숙사의 구석진 장소로 향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라이랑 자주 오곤 했었지.”

자주 이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는 세이스의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라 안쪽으로 향했다.

기숙사의 안쪽에는, 사람이 온 흔적이 별로 없는 평원이 하나 있었다.

마치 공사라도 했던 듯,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평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여기에 이런 곳이······.”

크리스를 포함한 현재의 마도공학관 학생들은 신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구 기숙사의 부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었다.

세이스는 크리스를 그곳의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크게 자라난 나무 하나와 동그란 탁자가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음,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세이스는 가볍게 자리에 앉으며 옆자리를 두들겼다. 크리스도 와서 앉으라는 것이다.

엉거주춤 앉은 크리스를 보자, 세이스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힘들었겠구나.”

“······.”

크리스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내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 네.”

이미 세이스는 크리스의 마음을 얼추 알아채고 있는 듯 싶었다. 잠시 머뭇거렸던 크리스는, 이윽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과거의 이야기.

크리스는 이제까지 녹티스를 만났던 당시만을 신경쓰고 있었다. 그렇기에 레므리아처럼 그 ‘이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근원의 힘은 사람이 견뎌내기에 너무나도 벅차. 알고 있지?”

세이스의 팔에 달린 리미터가 음울한 빛을 번득였다. 세이스는 이미 근원을 통해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힘을 지녔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육체가 붕괴하지 않기 위해 리미터로 근원의 힘을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너는······ 죽음의 근원을, 마치 네 힘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했어.”

세이스는 초조해졌었다. 어린 크리스가 죽음의 근원을 사용한다면, 몇 초도 안 되어 전신이 뭉그러지리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주변의 유적이 파괴되고, 급기야 지반마저 침식당하며 대기가 죽어버리고 있었다.

세이스조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다른 사람의 근원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네.”

라이시스나 토르즈의 힘 역시 크리스는 사용할 수 있다.

“아마도 녹티스라는 사람이 네게 준 것은······ 모든 근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일 거라 생각해.”

그녀는 자신을 태초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모든 근원의 힘은 녹티스에게서 파생된 것이라는 뜻이다.

“토르즈에게서 대략적으로 이야기는 들었어.”

왜 크리스가 위축되었는지, 알테아도 모르는 걱정거리로 생각에 잠겨 있는지는 얼추 알 수 있었다.

세이스 역시 크리스와 같이 이곳에서 학원 생활을 보내고, 친구들을 사귀어 왔었으니까.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리고 자신은 이제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 중 누구를 배신자라고 규정해야만 할지.

그런 여러 가지의 고민들이 크리스를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 어떻게 해야 하죠?”

그것은 아마도 크리스가 아버지에게 건넨, 최초의 부탁이었을 것이다. 녹티스의 힘을 얻은 뒤, 마력이 사라진 부적격자 판정을 받은 크리스는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려 했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이러한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만 해. 과거의 나도 그랬으니까.”

세이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크리스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아버지의 손을 느꼈다.

따스하다.

세이스는 다정하게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 과정을, 나는 너와 함께 할 거란다.”

크리스를 내려다보는 세이스의 눈은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크리스를 안아보았던 날, 수척해진 아리아가 걱정할 정도로 세이스는 울음을 터뜨렸었다. 한달음에 달려왔던 친구들이 놀라 위로해줄 정도였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이미 수많은 잘못을 저지른 자신이, 이런 행복을 가져도 과연 괜찮은 것인가.

혼자서는 나오지 않는 그 답을, 어떻게든 지금까지 가지고 올 수 있던 건 모두 주변의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그들이 항상 함께 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세이스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얼마든지 고민하고, 망설이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이 아이만큼은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상처입지 않기를 늘 바라고 있었으니까.

“늘, 응원해줄게.”

“······ 네.”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모습이었다.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하면, 자신을 형편없는 아이로 보진 않을까 두려웠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이스는 오히려 크리스를 응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 가슴 속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세이스는 그리 말하며 옆으로 향했다.

“뭘요?”

크리스가 묻는 것에도 세이스는 대답하지 않은 채 공터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다.

“근원의 힘. 아직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었지?”

“어느 정도는······.”

“제대로?”

세이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아버지의 두 눈과 마주친 순간, 크리스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휘말릴 수도 있어서, 바탈리온이 힘을 견디지 못할지도 몰라서.”

세이스의 목소리는 크리스의 마음 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힘을 완벽하게 사용하려고 해본 적은 없었겠지.”

“······ 네.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그랬으니까.”

세이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주변 공간은 마력 결계를 쳐 뒀어. 대부분의 손상은 자연스레 수복되겠지.”

마력이 펼쳐진다. 세이스의 명령에 따라, 주변에 새겨진 마법진이 발동한 것이다.

크리스는 당황했다. 아까 크리스와 함께 이리로 걸어오며 이미 마법진 처리를 끝내두었단 말인가?

“원래라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를 생각했었지만.”

무언가가 세이스의 손에서 떨어져 내렸다.

달칵, 소리를 내며 나뒹구는 모습.

그것이 세이스의 힘을 제어하는 리미터라는 것을 깨달은 크리스는, 당황해 앞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쿠우우우······!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세이스를 기점으로 주변 공기가 어그러지며, 서서히 검은빛이 허공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네가 싸워야 하는 적은, 이제까지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을 거야.”

“······!”

세계가 일그러진다.

세이스를 중심으로, 시꺼먼 어둠이 점차 비어져 나오며 세계 자체가 일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야에 노이즈가 낀다.

“으윽······!”

아프다. 머리에 강렬한 두통이 어리는 순간, 크리스는 과거의 장면들이 계속해서 눈앞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도 이 힘을 본 적 있다.

어릴 적, 세이스는 근원의 힘을 사용하는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개방했었다.

“준비해. 크리스.”

바람이 몰아친다.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던 알테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가며 결계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는 일어서 있는 크리스와, 공터의 가운데에서 서서히 바탈리온을 소환해내고 있는 세이스가 있었다.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만 같다. 세이스가 소환해낸 것은 칠흑의 바탈리온. 새빨간 안광을 번뜩이며, 서서히 이 세계를 죽음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제······.”

쿠우우웅!

바탈리온의 발이 공터를 뒤흔든다.

아공간에서 뛰쳐나온 죽음은, 서서히 형태를 갖추며 살의를 사방으로 뻗어내고 있었다.

마력 엔진이 뿜어내는 소리가 마치 비명 같다. 크리스는 마치 자신의 살점이 칼날에 발라내지는 것처럼, 압도적인 살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게, 아버지의 진짜 힘.’

세상이 무너져 간다.

일찍이, 신에 이른 자마저도 죽이는 것에 성공했던 바탈리온.

타나토스의 등장이었다.

새카만 마력이 흩날리는 가운데, 세이스는 조용히 그 가운데에서 붉게 변한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네 힘을 완벽하게 다루는 법을 익히자.”

그러기 위해선, 과거처럼 힘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알테아는 숨을 삼켰다.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너무나도 두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왜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원망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웃고 있었다.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전신에서 흰 빛을 끌어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가진 진짜 힘을 본 순간이었으니까.

싸늘한 겨울의 바람이 몰아친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은 채, 크리스는 정면으로 마주하며 싸울 자세를 잡았다.

“네!”

결의가 담겨진 외침.

그것에 세이스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


「······ 알겠어요. 다음부터는 정보 전달 좌표를 조금 바꾸도록 하죠.」

지직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조그마한 휴대 장치는, 제대로 마력을 감지하지 못하는 듯 연신 노이즈를 내보내며 빛이 명멸하고 있었다.

「루멘 학원의 통신 좌표가 규제당하고 있군요. 아마도······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들킨 탓이겠죠.」

통신 장치를 통해 들려오는 것은 블랙 포레스트에 속한 여인. 피오라의 목소리였다.

그들이 사용하던 정보 전달 좌표는 철저한 규제를 거쳐, 여러 겹의 암호화를 거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루멘 학원의 마도공학 기술은 그것마저도 전부 추적해내며, 서서히 내부 정보를 유출시키는 움직임을 조여오고 있었다.

「클로디아 폰 메이레스······ 정말 귀찮군요. 당분간,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연락을 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관심 없다.”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마력을 펼쳐 주변을 방음 처리 해놓은 터라, 누구도 이 목소리를 듣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피오라는 후후, 하고 낮은 웃음을 흘렸다.

「내부에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아요. 지금 당신의 정체가······ 들킨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크리스 폰 나이센트의 힘이 점차 깨어나기 시작했다.”

플랜트와의 싸움에서 크리스는 제피로스의 또 다른 형태를 개방했다. 그리고 이후, 요르문간드라는 이름을 지닌 암흑시대의 바탈리온과 싸우며 동일한 로스트 레기온인 에오스를 격파하기까지 했다.

암흑시대의 유물들과 싸울수록, 그의 힘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휴대 장치로 나직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그는 웃음을 흘렸다.

레므리아 폰 셈은, 광기 어린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작가의말

월광초현 님 // 늘 감사합니다. 댓글에 힘을 얻습니다!

레드러너 님 // 에피소드는 쭉쭉 흘러갑니다~ 순식간에 다음 에피소드로! 


좋은 하루 되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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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7 레드러너
    작성일
    20.04.19 01:07
    No. 1

    아무리 결계 안쪽이지만
    리미터를 해제하면 세이스한테 무리가 많이가는거 아닌가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D.E.M
    작성일
    20.04.19 09:30
    No. 2

    레므리아: 그래, 배신한 친구가 바로 나다! 크리스: 근데 넌 친구 아니잖아? 레므리아: (시무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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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암흑의 시대 (5) +1 20.05.21 121 4 15쪽
223 암흑의 시대 (4) +2 20.05.19 127 5 14쪽
222 암흑의 시대 (3) +1 20.05.17 119 6 13쪽
221 암흑의 시대 (2) 20.05.16 12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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